꾸방에 요즘 자주 만년필 글이 올라오길래ㅎㅎ
오랫동안 만년필 써왔던 사용자로서 반갑더라구.
아직 사용 안해봤는데 궁금하다던지 선물용 추천 글이 많길래 직접 쓰는 톨이 더 많아졌으면 해서!
만년필 이런 점이 재밌다! 뽐뿌해보려 해.
1. 만년필 명품 브랜드 구경하는 재미
만년필 브랜드는 유럽, 미국, 일본 대부분 100년 이상된 ‘명품’을 만드는 브랜드들이라고 할 수 있어. 잉크와 물감 회사로 시작한 독일의 ‘펠리칸‘, 보험 계약을 하다가 잉크가 엎어져 계약을 못하자 화딱지가 나서 만년필을 만든 ’워터맨‘, 화살촉 클립이 특징인 미국 ‘파커’와 파커의 영업직원이 나가서 차린 독일의 ‘라미’ 등 브랜드들 히스토리도 재밌고 그에 얽힌 상징이나 제품 디자인도 보는 즐거움이 있어.
근데 패션 명품은 그 분야에서 저가 라인을 판매하지는 않잖아. 예를 들면 샤넬은 기본 백이 400-600인데 갑자기 4만원짜리 저가 가방도 체험해볼 수 있다면? 만년필은 그래! 듀오폴드로 유명한 미국 브랜드 ‘파카’는 150만원 이상의 듀오폴드 라인도 있지만 4만원짜리 아이엠 만년필도 있다구. 그리고 그게 엄청 급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야. 만년필은 구조가 단순하면서도 디테일한 공법이 중요한 물건인데 구조 자체와 기본적인 완성도는 저가 라인도 제대로 갖추고 있어. 펜촉이 스텐스틸이냐 14K냐 18K냐 만년필 몸체에 더 비싼 소재를 썼냐 이런 차이인거야. 즉 명품 만년필을 꽤 리즈너블한 가격대로 경험할 수 있는 거지.
만년필은 무조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가격으로만 치면 다이소 1천원 짜리도 있어. 요즘 뜨는 중국 브랜드는 8천원~3만원대, 일제지만 플래티넘 프레피는 3천원대, 독일 라미 사파리는 1~3만원대도 있지. 스타트 자체는 얼마든지 저렴한 버전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거.
2. 잉크를 채우고 펜촉을 관리하는 과정의 즐거움
볼펜보다 당연히 관리가 필요한 만년필이지만 그게 바로 만년필의 재미야. 갈아둔 순후추보다 직접 갈아먹는 후추가 조금 불편할 수는 있어도 향은 좋잖아? 난 만년필이 그렇다고 생각해. 잉크를 직접 넣고 가끔 세척도 해줘야 하지만, 그만큼 필기구로서 ’잉크‘의 존재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고 필기감을 집약적으로 연구한 결과물인거지.
볼펜처럼 누르는 압력과 마찰력으로 볼이 굴러가는 형태가 아니라 잉크가 흘러나오는 형태라서 손의 힘을 훨씬 덜들이고 필기할 수 있지. 무엇보다 펜촉이 종이 위에 잉크를 ’얹는‘ 필기감은 직접 써봐야 알 수 있는데 이 필감이 만년필의 최고 매력이야. 브랜드마다, 제품마다, 펜촉의 두께마다, 잉크마다, 종이마다 전부 다른 필감이 나오기 때문에 같은 브랜드라도, 하나의 모델로도 조합에 따라 다양한 필감이 나오기도 하고!
잉크와의 조합이 만년필의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해. 잉크의 세계도 만년필만큼 무궁무진한데 색깔은 물론이고 농도, 흐름이 좋냐 나쁘냐, 색이 분리되냐, 테가 뜨냐, 펄이 있냐 등 엄청난 옵션이 있어. 만년필 한자루로도 수많은 잉크로 감각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 하지만 대부분 만년필 하나 사고, 잉크 두 세개 사다보면 점점 만년필을 더 갖고 싶어지고, 그러면 잉크도 더 사고싶고 개미지옥에 빠진다는 것..
3.근데 요즘 손글씨를 쓸 일이 있나?
나도 아이패드 메모를 주로 해서 만년필 잘 안쓰다가, 요즘 필사에 맛들려서 다시 만년필의 세계로 끌려왔어. 생각보다 필사인이 엄청 많더라고? 시집이나 수필은 필사하면서 훨씬 더 머릿속에 잘 저장되고, 속독을 주로 하다가도 이렇게 필사를 하면 엄청 공들여 책을 읽는 기분이라 완전 새로운 독서법이더라고.
나도 키보드 애호가고, 글씨 진짜 못쓰는데, 손으로 글씨를 쓴다는 건 또 다른 의미로 감각적인 인풋이 있다고 생각해. 물론 난 여전히 제대로 글을 쓸떄는 키보드 타이핑으로 쓸거야. 다만 주말이든 퇴근후든 몇 분이라도 필사를 하고 나면 손이랑 머리가 기분좋게 잘 깨어나는 기분이랄까. 꼭 필사를 할 필요는 없지만 분명 즐겁게 글씨쓰기를 할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4. 첫 구매시 유의할 점!
만년필은 우선 무조건 가격대를 정한 뒤에 생각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진짜 최저가로 경험만 해볼지, 아니면 처음부터 좀 좋은걸로 가볼지 결정하면 구경하기가 더 쉬울거야. 근데 개인적으로는 만년필에 로망이 있었고, 글 읽고 쓰는거 좋아하고, 손글씨로 할만한 활동(필사든 일기든)이 있다면 그래도 너무 싸지 않은 걸로 가는걸 추천해. 왜냐면 만년필에 취미가 들린다면, 어차피 좋은거 하나는 사게 되어있음.. 그게 막 100만원 짜리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5만원, 조금더 욕심부린다면 10만원짜리는 사게 되더라. 왜냐면 만년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지적 허영심이 있는 사람들이기 떄문이지… 다이소 1천원 짜리에 만족할 사람들이라면 애초에 만년필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아. 막 작가들이 쓰는 그런 펜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만년필이라는 물건에도 관심을 갖는 것 같다는 생각ㅎㅎ 그게 바로 나….
구입할 때는 이것만 꼭 챙겨봐. 만년필 잉크를 충전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어. 만년필 설명에 ‘컨버터 미포함’ 이라고 써있으면 그 모델이랑 호환되는 ‘컨버터’ 라는 것을 꼭 같이 사야해. 그게 잉크를 충전하는 통이거든. ‘피스톤필러’라고 되어있으면, 다 필요없어 잉크만 같이 사면돼. 카트리지 같은거 사지말고 잉크만 사! 카트리지는 만년필에서 볼펜 심같은 존재야. 쓰고 버리는 일회용 잉크통이야. 원하는 잉크 종류가 있거나 색이 있다면, 그걸 만년필에 충전해서 쓰고싶다면 ‘컨버터‘가 필요해. ’피스톤필러‘는 만년필 자체에 잉크통이 내장되어있다는 뜻이라 바로 충전이 가능해(대신 카트리지 사용이 불가).
세척액, 세척도구 이런건 다필요없어. 만년필+잉크면 됨. 잉크 브랜드랑 만년필 브랜드는 서로 달라도 상관없어! 근데 잉크가 진짜 조금씩 쓰이거든? 무조건 가장 작은 용량 하나만 사도 된다. 남는 잉크 죽을 때 먹고 가자는 얘기도 있을 정도로 잉크 한병 다 쓰기 힘들어. 10ml도 괜춘해. 다만 검은색은 좀 재미없을거야. 깜장은 볼펜도 많으니까 조금 예쁜 컬러 잉크 사는게 처음 재미 느끼기에도 좋음! 너무 밝은거 말고 적당한 색으로 한병 사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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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 건 요정도인데 뽐뿌가 되었을까… 오히려 넘 어렵고 복잡하다고 싫어지는거 아닐까… 싶지만!
만년필 쓰는 사람 많아지면 좋겠다 히히..
오랫동안 만년필 써왔던 사용자로서 반갑더라구.
아직 사용 안해봤는데 궁금하다던지 선물용 추천 글이 많길래 직접 쓰는 톨이 더 많아졌으면 해서!
만년필 이런 점이 재밌다! 뽐뿌해보려 해.
1. 만년필 명품 브랜드 구경하는 재미
만년필 브랜드는 유럽, 미국, 일본 대부분 100년 이상된 ‘명품’을 만드는 브랜드들이라고 할 수 있어. 잉크와 물감 회사로 시작한 독일의 ‘펠리칸‘, 보험 계약을 하다가 잉크가 엎어져 계약을 못하자 화딱지가 나서 만년필을 만든 ’워터맨‘, 화살촉 클립이 특징인 미국 ‘파커’와 파커의 영업직원이 나가서 차린 독일의 ‘라미’ 등 브랜드들 히스토리도 재밌고 그에 얽힌 상징이나 제품 디자인도 보는 즐거움이 있어.
근데 패션 명품은 그 분야에서 저가 라인을 판매하지는 않잖아. 예를 들면 샤넬은 기본 백이 400-600인데 갑자기 4만원짜리 저가 가방도 체험해볼 수 있다면? 만년필은 그래! 듀오폴드로 유명한 미국 브랜드 ‘파카’는 150만원 이상의 듀오폴드 라인도 있지만 4만원짜리 아이엠 만년필도 있다구. 그리고 그게 엄청 급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야. 만년필은 구조가 단순하면서도 디테일한 공법이 중요한 물건인데 구조 자체와 기본적인 완성도는 저가 라인도 제대로 갖추고 있어. 펜촉이 스텐스틸이냐 14K냐 18K냐 만년필 몸체에 더 비싼 소재를 썼냐 이런 차이인거야. 즉 명품 만년필을 꽤 리즈너블한 가격대로 경험할 수 있는 거지.
만년필은 무조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가격으로만 치면 다이소 1천원 짜리도 있어. 요즘 뜨는 중국 브랜드는 8천원~3만원대, 일제지만 플래티넘 프레피는 3천원대, 독일 라미 사파리는 1~3만원대도 있지. 스타트 자체는 얼마든지 저렴한 버전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거.
2. 잉크를 채우고 펜촉을 관리하는 과정의 즐거움
볼펜보다 당연히 관리가 필요한 만년필이지만 그게 바로 만년필의 재미야. 갈아둔 순후추보다 직접 갈아먹는 후추가 조금 불편할 수는 있어도 향은 좋잖아? 난 만년필이 그렇다고 생각해. 잉크를 직접 넣고 가끔 세척도 해줘야 하지만, 그만큼 필기구로서 ’잉크‘의 존재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고 필기감을 집약적으로 연구한 결과물인거지.
볼펜처럼 누르는 압력과 마찰력으로 볼이 굴러가는 형태가 아니라 잉크가 흘러나오는 형태라서 손의 힘을 훨씬 덜들이고 필기할 수 있지. 무엇보다 펜촉이 종이 위에 잉크를 ’얹는‘ 필기감은 직접 써봐야 알 수 있는데 이 필감이 만년필의 최고 매력이야. 브랜드마다, 제품마다, 펜촉의 두께마다, 잉크마다, 종이마다 전부 다른 필감이 나오기 때문에 같은 브랜드라도, 하나의 모델로도 조합에 따라 다양한 필감이 나오기도 하고!
잉크와의 조합이 만년필의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해. 잉크의 세계도 만년필만큼 무궁무진한데 색깔은 물론이고 농도, 흐름이 좋냐 나쁘냐, 색이 분리되냐, 테가 뜨냐, 펄이 있냐 등 엄청난 옵션이 있어. 만년필 한자루로도 수많은 잉크로 감각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 하지만 대부분 만년필 하나 사고, 잉크 두 세개 사다보면 점점 만년필을 더 갖고 싶어지고, 그러면 잉크도 더 사고싶고 개미지옥에 빠진다는 것..
3.근데 요즘 손글씨를 쓸 일이 있나?
나도 아이패드 메모를 주로 해서 만년필 잘 안쓰다가, 요즘 필사에 맛들려서 다시 만년필의 세계로 끌려왔어. 생각보다 필사인이 엄청 많더라고? 시집이나 수필은 필사하면서 훨씬 더 머릿속에 잘 저장되고, 속독을 주로 하다가도 이렇게 필사를 하면 엄청 공들여 책을 읽는 기분이라 완전 새로운 독서법이더라고.
나도 키보드 애호가고, 글씨 진짜 못쓰는데, 손으로 글씨를 쓴다는 건 또 다른 의미로 감각적인 인풋이 있다고 생각해. 물론 난 여전히 제대로 글을 쓸떄는 키보드 타이핑으로 쓸거야. 다만 주말이든 퇴근후든 몇 분이라도 필사를 하고 나면 손이랑 머리가 기분좋게 잘 깨어나는 기분이랄까. 꼭 필사를 할 필요는 없지만 분명 즐겁게 글씨쓰기를 할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4. 첫 구매시 유의할 점!
만년필은 우선 무조건 가격대를 정한 뒤에 생각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진짜 최저가로 경험만 해볼지, 아니면 처음부터 좀 좋은걸로 가볼지 결정하면 구경하기가 더 쉬울거야. 근데 개인적으로는 만년필에 로망이 있었고, 글 읽고 쓰는거 좋아하고, 손글씨로 할만한 활동(필사든 일기든)이 있다면 그래도 너무 싸지 않은 걸로 가는걸 추천해. 왜냐면 만년필에 취미가 들린다면, 어차피 좋은거 하나는 사게 되어있음.. 그게 막 100만원 짜리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5만원, 조금더 욕심부린다면 10만원짜리는 사게 되더라. 왜냐면 만년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지적 허영심이 있는 사람들이기 떄문이지… 다이소 1천원 짜리에 만족할 사람들이라면 애초에 만년필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아. 막 작가들이 쓰는 그런 펜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만년필이라는 물건에도 관심을 갖는 것 같다는 생각ㅎㅎ 그게 바로 나….
구입할 때는 이것만 꼭 챙겨봐. 만년필 잉크를 충전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어. 만년필 설명에 ‘컨버터 미포함’ 이라고 써있으면 그 모델이랑 호환되는 ‘컨버터’ 라는 것을 꼭 같이 사야해. 그게 잉크를 충전하는 통이거든. ‘피스톤필러’라고 되어있으면, 다 필요없어 잉크만 같이 사면돼. 카트리지 같은거 사지말고 잉크만 사! 카트리지는 만년필에서 볼펜 심같은 존재야. 쓰고 버리는 일회용 잉크통이야. 원하는 잉크 종류가 있거나 색이 있다면, 그걸 만년필에 충전해서 쓰고싶다면 ‘컨버터‘가 필요해. ’피스톤필러‘는 만년필 자체에 잉크통이 내장되어있다는 뜻이라 바로 충전이 가능해(대신 카트리지 사용이 불가).
세척액, 세척도구 이런건 다필요없어. 만년필+잉크면 됨. 잉크 브랜드랑 만년필 브랜드는 서로 달라도 상관없어! 근데 잉크가 진짜 조금씩 쓰이거든? 무조건 가장 작은 용량 하나만 사도 된다. 남는 잉크 죽을 때 먹고 가자는 얘기도 있을 정도로 잉크 한병 다 쓰기 힘들어. 10ml도 괜춘해. 다만 검은색은 좀 재미없을거야. 깜장은 볼펜도 많으니까 조금 예쁜 컬러 잉크 사는게 처음 재미 느끼기에도 좋음! 너무 밝은거 말고 적당한 색으로 한병 사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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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 건 요정도인데 뽐뿌가 되었을까… 오히려 넘 어렵고 복잡하다고 싫어지는거 아닐까… 싶지만!
만년필 쓰는 사람 많아지면 좋겠다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