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모님이 많이 안 걷도록 하자
사회생활하고 있는 토리들의 부모님들은 대부분 아마 환갑이 가깝거나 그 이상일 거라 생각하고...
산책이나 골목탐방 정도는 괜찮지만 단순히 이동만을 위해 걷고 또 걷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내기준 5분)
요즘에는 우버 그랩 볼트 패스 등등 차량 호출 어플이 잘 나와 있으니까 꼭 활용하도록 하자
대중교통(특히 지하철) 비중은 최소화하길 바라
시스템이 아무리 잘 되어 있어도 우리는 초행자라서 길 찾느라 우왕좌왕하고 헤메게 되어 있음
부모님이랑 가서 헤매다 보면 스스로 초조해질 수밖에 없고 예민해지기 십상임
그리고 이건 예전에 꽃할배 보면서 배운 작은 팁인데
공항이나 매표소 같은 곳에서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좀 헷갈릴 때가 있잖아?
근데 약간만 둘러보면 길 찾겠다 싶을 때 ㅇㅇ
부모님은 카페에서 잠시 쉬도록 하고 나 혼자 먼저 탐색하고 오면 부모님은 몸이 편하고 나는 마음이 편함
2. 숙소는 조식이 잘 나오는지를 최우선으로
울엄마 십년 전만 해도 에어비앤비같은 아파트형 숙소에서 지내면서 근처 마트에서 장봐서 해먹는 거 현지인 된 거 같다고 좋아했음
근데 언제부터인가 직접 말은 안해도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
이번에 조식 잘 나오는 호텔 잡았더니 세상 시름 절반은 내려놓는 거 같았어
매일 샐러드부터 커피까지 풀코스로 행복하게 잘 드심
어른들 객실 불편했던 건 잊어도, 조식 없어서 불편했던 거라든가 조식 잘 나와서 적어도 하루 한끼 든든했던 건 절대 안 잊더라
물론 나는 지금도 숙소 정할 때 위치 뷰 룸커디션 가격 등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만 조식이 없다면 절대 후보로 고려하지 않음
주변에 맛집 많은 거 의미없어 무조건 <뷔페식 조식>이 잘 나와야 함
결혼식도 뷔페가 가장 중요하잖아? 여행도 그래
3. 효도여행=의전=고급=돈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로 여행을 간다든가,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돈으로 즐거운 추억을 살 수 있음
예를 들어 공항에서 호텔에서 보낸 기사가 우리 이름 적힌 피켓 들고 반겨주는 거
울 엄마아빠 평범하게 살아오셔서... 사회에서 특별히 의전 받을 일은 없었어서 그게 무척 설렜나봐
부모님이 대접받는 이벤트를 하나씩 넣으면 좋음
초중반은 가성비로 다니더라도 여행 마지막에는 근사한 레스토랑이나 호텔을 넣는 게 좋고
동남아면 마사지 이런 것도 안할란다~ 하실 수 있는데 예약해놨다고 데려가면 안 버티심
이것도 허름하지만 영험한(?) 마사지샵 위주로 다니다가 막판에 픽업 드롭오프 서비스까지 해주는 고급 스파 한 번 가면 게임끝임
4. 여행에 대한 사전협의를 할 필요가 있고, 부모님과 아래 내용을 공유하면 좋음
- 기본적인 여행 일정 (간단하게! 힘든 일정도 미리 알려줘서 예방주사 놓기)
- 우리가 묵을 숙소 특징 (이것도 단점에 대한 예방주사 목적 ㅎㅎ)
- 엄마아빠가 각자 챙겨야 하는 준비물 (복장, 유용템)
- 식당이나 호텔에서의 에티켓 (유럽의 경우 식당에서 무작정 앉을 것이 아니라 웨이터가 자리 안내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 호텔 욕실이 건식이니 욕조 밖으로 물 흘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등등)
- 여행지에서 당하기 쉬운 사기수법
- 흥정을 해야 하는가?
- 공항 이용시 주의사항 (특히 보안 검색대에서 전자기기는 따로 꺼내야 한다는 것, 허리띠를 풀어야 한다는 것, 어쩌면 신발까지 벗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등을 알고 겪는 것과 모르고 겪는 것은 완전히 달라)
이렇게 조심해야 할 부분들을 미리 시뮬레이션 해두면 부모님이 현지에서 당황하는 일이 훨씬 줄어들어.
이런 사전 준비는 여행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여행 역량을 기르자는 취지인데, 내가 첫 가족여행을 엉망으로 치른 후 준비한 절차이기도 해.
첫 가족여행 때는 모든 게 내 머릿속에만 들어 있었거든. 그때 나는 예약부터 안내며 부모님 뒤치다꺼리며 나 혼자 모든 걸 감당한다는 생각에 눈물나게 힘들었지만 돌아보면 부모님도 마찬가지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막막하고 힘드셨던 거 같아. 부모님이 나한테만 의존하며 주눅들지 않게, 그분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드려야 서로 부담이 덜하더라고.
추가로 나는 부모님과 태국을 다녀왔는데, 물론 내가 대부분의 일정을 진행하고 경비를 집행했지만 부모님께도 GLN과 구글번역기, 구글맵 등을 깔아드리고 사용법을 알려드렸어. 구글번역기랑 구글맵은 물론이고 GLN도 개인적인 선물이나 소소한 간식 구입할 때, 또는 한턱 쏘고 싶으실 때 등등 여행 내내 큐알 결제로 잘 하시더라구. 예전처럼 카드 긁을 수도, 환전을 해갈 수도 있지만... 환갑 넘으신 우리 부모님도 새로운 기술을 배워서 써먹는다는 거에 즐거워하는 것 같더라고. 부모님 모시고 태국 가는 토리들에게 추천해!
첫 가족여행 때만 해도 내가 다시 엄빠 모시고 해외 가면 닭이다 생각했는데... 내가 그렇듯이 부모님도 여행 경험이 쌓이면서 눈에 띄게 레벨업을 하는 걸 보니까 뿌듯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ㅋㅋㅋ 이번에는 정말 행복한 시간만 가득했던 거 같아서 신기해
그럼 불안과 걱정을 안고 효도여행을 준비하는 전국의 모든 효녀들을 응원하며 글을 마칠게!
이라고 생각함
효도에 초점을 두고 가이드하세요 자녀분들
선택지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