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이 되자마자 처음으로 코로나, 라는 녀석을 만나 버린 나 토리
마치 내 몸이 코로나의 겨울 별장이라도 된 듯 코로나는 마음껏 활개치고 다녔고
병원에서 나를 코로나 증상 사례 소개 시 샘플로 써도 될 만큼 모든 증상 및 부작용이 나타났는데
코로나로 후각과 미각이 사라져 짜파게티를 먹으면서 아무 맛이 느껴지질 않아 오열하던 나 토리는
후각과 미각이 미세하게 돌아오자마자 냉장고를 털어대며 무지막지하게 먹어대기 시작하는데
일단 역병이 오기 전 역병보다 더 무서운 '먹고 싶다' 병에 걸린 김토리
갑자기 대만식 우육면이 너무 먹고 싶어서 매일매일 대만 우육면만 검색해서 먹방이며 인스타 게시물을 모두 섭렵하기 시작
그러나 집 근처엔 대만식 우육면을 파는 곳이 없었고 기껏 우육면을 판다는 곳을 찾아갔지만
대만식이 아니라 마라맛이 나는 중국식 우육면을 파는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포기한다면 김토리가 아니지
유튜브 검색어를 우육면 먹방에서 우육면 만들기로 변경 우육면 레시피들을 모으고 모아 집에 있는 재료로 최대한 머리를 굴려 만들어 먹기로 함
재료가 거의 다 있는데 향신료 중에 화자오만 없어서 그거 하나 사고 고기는 기름진 게 맛있으니까 갈빗살 800g을 사서
온갖 향신료와 두반장, 노추에 달달달 볶았어
그리고 결국 먹고야 만 대만식 우육면
제법 그럴싸한 맛이라 먹으면서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그리고 신에게는 아직 4봉지의 우육면 육수가 남아 있습니다
집에 애매하게 남은 다짐육이 있을 때 만들기 좋은 드라이카레
고체 카레루에 가람마살라 팍팍 넣어서 향을 강하게 만드는 게 취향이야
일단 코로나 걸리기 전 연말에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아침부터 프렌치토스트에 괜한 멋을 좀 부려봄
사유: 연말 요리용으로 허브를 좀 샀는데 다 쓸 자신이 없어서 여기저기 써야만 했음
크리스마스 이브 점심은 타코라이스를 해 먹었어
드라이카레가 조금 남은 게 있었는데 양이 애매해서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가 한 번도 먹어본 적은 없지만 타코 라이스에 돼지고기 볶은 걸 올리는 게 생각나서 후딱 만들어 봤지 마침 집에 재료도 거의 다 있더라고
밥에 돼지고기 볶은 거 올리고 양상추 올리고 살사소스 올린 다음에 치즈랑 나초칩 올려주면 완성
생각보다 맛있어서 + 만들기 쉬워서 자주 먹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타코라이스만 먹으면 섭섭하니까 버터 갈릭 쉬림프도 먹어줬지
마지막에 간 맞추려고 피시소스 넣다가 실수로 쏟아서 다소 과하게 짭짤했지만 밥이랑 먹으니 괜찮았다고 한다
집에 마늘이 없어서 마늘을 많이 못 넣어서 너무 아쉬운 것
저 2배는 넣어야 제대로 맛이 나는데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엔 명란 파슷하와
크리스마스 리스 모양이라고 우기며 만든 샐러드
그리고 닭봉구이를 먹었어
나가서 먹을까 생각도 했는데 날씨 너무 춥잖아요 샤워하기 귀찮잖아요 사람들 많아서 기다리는 거 너모 힘들잖아요
그래서 그냥 열심히 냉장고를 털었어
그리고 또 원래 연말이면 냉장고를 털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 아닙니까
크리스마스 저녁도 역시 집에서 가족들과 냉장고를 털었어
등갈비를 바비큐 소스 발라 구웠는데 좀 오버쿡 되어서 약간 석탄이 됨
생긴 건 저래도 먹을 땐 괜춘했어...
냉동실에 숨어 있던 만들어 둔 미트볼을 사용해서 미트볼소스 파스타
높게 쌓고 바질로 장식해서 트리처럼 만들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기엔 미트볼 양이 너무 부족했고
뭔가 어중간한 비주얼로 일단 상에 올라감
부라타치즈 눈사람 샐러드
냉동실에 묵은 부라타 치즈를 드디어 해치우게 되었고
자꾸 뭔가 세일하면 야금야금 쟁여놓는 버릇이 있어서 냉동실에 오만 게 다 있는데 진짜 하루 빨리 다 비우고
다시 싹 채우고 싶어
마찬가지로 냉동실에 잠들어 있던 자숙 문어로 만든 뽈뽀
그리고 케이크는 사려다가 걍 집에 재료가 있어서 내가 구웠어
오랜만에 구웠더니 표면 갈라지고 난리났는데 일단 장식으로 어떻게든 살려 보았어
일단 겉보기에 멀쩡하면 상에 올라갈 자격이 생기거든요
메리쿠리스마스~
계속 냉동실을 터는 모습 보여줄게
양파 캐러멜라이징을 만들어서 냉동시켜둔 게 2년이 지난 것이야 냉동실은 시간이 멈추는 공간이니까 2년 정도야 죽지 않겠다 싶어서
그걸 이용해서 카레를 만들었어 아비꼬 스타일로 싹 갈아서 형태를 남기지 않은 치밀함
그리고 역시 모노마트에서 세일할 때 20개나 사둔 감자 고로케를 튀겨서 위에 토핑으로 올렸어
아직 감자 고로케 15개 남음...사람 살려
냉동실에 식빵이 너무 많은 거야 그래서 토스트 만들어서 간식으로 먹었어
항상 체다치즈를 100장씩 사 두는데 이럴 때 2-3장 씩 넣어서 야무지게 먹고 있어
안에 딸기잼 바르고 겉은 소금간 한 달걀로 옷을 입히면 단짠단짠으로 끊임없이 들어간다구
집에 젓갈을 선물로 받아서 창란젓이 너무 많은 것이야
먹다 먹다 지쳐서 볶음밥으로 해치웠어
창란젓 볶으면 식감이 곱창, 막창이랑 비슷해져서 얼마나 맛있게요?
2년 넘은 묵은지는 김치볶음밥으로 잘 조져볼게
12월 31일 저녁엔 스키야키를 해 먹었어
두부 토치로 지지다가 도마 태워 먹은 건 비밀이야 토리들만 알고 있어
연말 저녁이 스키야키가 된 이유도 걍 집에 쑥갓이 좀 있다는 것 때문이었어
쑥갓이 있네 스키야키 해먹자!! 그리곤 쑥갓 하나 때문에 실곤약, 두부, 소고기를 사게 된 사연
스키야키 먹고 남은 재료로 다음날 니쿠쟈가 해 먹었어 일본 가정요리인데
그냥 고기 감자 간장 조림이야
실곤약이랑 표고랑 싹 다 처리하고 냉동실에 뒹굴던 완두콩도 소진해서 굉장히 뿌듯했고요
두부 가게에서 두부 사고 서비스로 받은 비지로 비지찌개 끓여서 한 그릇 싹 해치웠지
집에서 독립하고 비지 찌개는 진짜 잘 안 먹게 됐는데
왠지 비지를 받자마자 비지찌개 먹을 생각에 입에 침이 싹 고이더라고
소고기 불고깃감이 좀 남아서 하이라이스도 해 먹었어
카레도 좋지만 꼭 하이라이스가 생각나는 순간이 있다니까
그리고 찾아온 역병
입맛이 없어서 내내 대충 먹다가
역병 3일 차 갑자기 짜파게티를 먹으면 힘이 날 것 같아서 짜계치를 신나게 끓이고
팍 묵은 파김치까지 꺼내서 완전 신명나게 젓가락을 휘둘렀는데
한 입 먹자마자 머리에 물음표만 100개가 뜨는 거야
짜파게티가 이렇게...맛이 없었나? 맛이 구리다는 게 아니라 맛이 전혀 없을 무...무..무맛
내가 맛있게 먹으려고 굴소스 반 스푼 넣고 미원까지 넣었는데 밍밍하고 아무맛이 안 나는 거야
그리고 킁킁거려보는데 짜파게티 그 특유의 맛있는 냄새가 안 나는 거시야...
나는 그렇게 후각과 미각을 잃었고 먹는 게 삶의 낙이던 나 토리는 그렇게 절망했지만...
응 미각 없어도 걍 먹을 거야
코로나로 근육통을 앓는 와중에도 김밥은 말고 싶거든요
김밥 경력이 아직 1년이라 매번 그냥 보통 김밥만 쌌는데 이 때 처음으로 큰맘 먹고 불고기 김밥과 참치김밥에 도전해 봤어
참치 김밥이 좀 찌그러지긴 했지만
대성공이세요
너무 맛있으세요
미각이 좀 돌아오는 것 같으세요
물론 김밥 김은 10장이니까
남은 김으론 그냥 김밥도 한 다라이 쌌어
밥 먹기 귀찮을 때 오명가명 하나씩 주워 먹으면 얼마나 편하게요
냉동실에 1년 정도 들어 있던 꽃게 털어서 꽃게탕도 좀 끓였어
열나고 아플 땐 아무래도 뜨끈한 국물이 제격이거든
엄마가 대량 구매 해줘서 냉동실에 계속 남아있던 명란 마지막 덩이를 드디어 해치웠어
그리고 바로 1kg 명란 다시 구입한 나 자신 장하다^^
우리집엔 냉동고가 따로 한 대 있는데 지금 이제 거기 불빛도 안 보일 정도로 빼곡히 차있어...
언젠간...비울 수 있겠지?
어제 또 냉동 꽃게랑 새우를 2kg씩 사긴 했어..응..
집에 깻잎이 10장 있길래 닭다리살 사서 닭갈비도 좀 했어
근데 집에 카레가루가 떨어져서 양념에 카레가루를 못 넣어서 원통하고 분하고 억울하고 한이 맺히고
겨울엔 아무래도 굴을 먹어야 하지 않겠니
굴은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개인적으로 회로 먹는 걸 제일 좋아하고 그 다음이 감바스에 새우 대신 넣는 것이야
굴이 횟감이 아니라서 이번엔 올리브오일에 푹 삶아봤어
치아바타 빵을 바삭하게 구워서 그 위에 굴, 양송이, 토마토, 마늘 올려서 먹으면 입에서 감칠맛이 줄줄 흘러
감바스하고 남은 오일에 면 안 비벼 먹으면 범죄라고 들었습니다
제가 면을 아주 야무지게 비벼먹는 모범시민적인 모습 보여드릴게요
묵은 명란 가고 새 명란이 도착해서
그 기념으로 명란 파스타 가뿐하게 한 그릇 말아 먹고
아보카도랑 오이랑 달걀과 명란젓 넣어서 김밥도 말아봣어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조합인데 여기에 이제 와사비를 조금 올려 먹으면 더 맛있다구
돼지고기 뒷다리를 좀 싸게 사와서 돼지 생강 구이를 좀 만들었어
돼지고기엔 생강이 생각보다 아주 잘 어울려
느끼함도 잡아주고 돼지 냄새도 잡아줘서 좀 저렴한 고기 사오면 생강구이를 자주 만드는 편이야
생강구이는 채 썬 양배추랑 같이 먹으면 더 맛있어
느끼한 게 당기는 날엔 투움바 파스타를 만들어 먹어
욕망을 담은 채 만들었더니 소스가 넘치고 있고
나는 분명 양을 조절해서 좀 적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왜죠
왜때문에 자꾸만 넘치는 거죠
그리고 장어가 세일하길래 집에서 구워서 히츠마부시 만들어 먹었어
저 작은 술병엔 육수가 들어 있어서 오차즈케로 만들어 먹을 수 있게 해뒀지
시간 여유가 있으면 달걀찜도 하고 채소 반찬도 하나 곁들이려고 했는데 바빠서 그럴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먹어댄 결과 미각이 강제로 돌아왔고
문제는 몸무게도 인생 최대치로 돌아옴^^....
먹어서 찐 살 먹어서 해결할게요
이게 지금 살 빼자고 먹는 샐러든지 맛있자고 먹는 샐러든지 알 수 없지만
일단 풀을 먹으니 내 양심이 좀 덜 아픈 것이야 그러니 그것만으로 괜찮다고 생각해^^^^^^
토리들도 추운 겨울 잘 챙겨먹고 늘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길 바라!!!
코로나 요즘 다시 유행이래 코로나 조심하고!!!
와... 토리 나랑 결혼해줄래?
요리 진짜 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