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랫동안 극심한 우울과 무기력을 경험하다가 빠져나온지 반년 정도 됐어.
무기력을 겪어봤다면 알겠지만 씻을 힘이 없어서 씻지도 않고, 하루종일 폰만 보고, 저녁에는 배달음식에 술 먹고 새벽에 자는 일상의 반복이었지.
밖에 나가는 게 너무 두려웠고 만나는 사람마다 공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어. 정신과에서 약도 처방받아 먹어보기도 했고.
한 때는 몇 주간 집 밖에 안 나가고 거의 한 자세로 폰만 보고 겨우 끼니 때우고 그렇게 살았는데 자고 일어나니 얼굴이 풍선만하게 부어서 눈도 제대로 못 뜨겠더라고. 내 얼굴이 온데간데 없었고 완전 다른 사람 얼굴이 돼 있었어. 병원 가도 병명도 모르고..다행히 며칠 있다가 서서히 돌아오긴 했지만.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내 안에 가득하고 폰중독, 알콜중독이 너무 심해서 평생 이 습관을 못 고칠 것 같다고 생각했지.
근데 지금은 저녁 9시30분쯤에 자서 5시에 일어나. 7시쯤에는 일출보면서 가볍게 조깅하고, 건강한 음식들만 먹고 술도 끊었어.
하루종일 책 읽고, 틈틈이 근력운동하고, 일주일에 3번 정도 달리기도 해.
무엇보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됐어.
길에 굴러가는 낙엽도 나무도 저렇게 완벽하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감탄하면서 보게 되고, 내가 가진 환경에 감사하는 마음이 샘솟아.
이런 변화가 일어난 첫 계기는 김주환교수의 유튜브 강의를 보게 되면서였어. '내면소통'이라는 책 저자인데 난 유튜브에서 강의를 먼저 봤거든.
우리 내면에는 기억자아, 경험자아, 배경자아가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그 강의를 들으면서 갑자기 내 자신에 대해서 뭔가 깨달음이 번뜩 오더라구.
강의 내용을 전부 이해한 건 아니었지만 강하게 이끌려서 내면소통이라는 책을 사서 읽게 됐어.
처음에는 너무 어려운 내용이어서 이해못한 채로 넘어가는 부분도 많았는데 뒷 부분에 가서는 울면서 봤던 것 같아.
그 책에 보면 우리 안에는 신성이 있어서 우리를 넘어서는 어떤 요소가 있다고 해.
이 내면의 신성을 깨달으면 자기가치감을 회복하고 인정중독으로부터 한순간에 빠져나올 수 있다는 거야.
그러면서 한 우화를 소개해줘. 양의 무리 속에 자란 새끼 사자가 있었어. 사자는 커서도 자기가 양이라고 생각하고 양처럼 행동하고 양처럼 살았대.
주변을 둘러봐도 양밖에 보이지 않고 양들이 모두 자신을 양처럼 대해주니 자신을 양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야.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잔잔한 연못에 비친 자신의 본모습을 보고, 그 순간 자신이 사자임을 깨달은 사자는 순식간에 사자가 됐어.
사자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은 거지. 그 사자는 다시는 양의 무리로 돌아가지 않았어.
이것이 바로 깨달음의 의미이고, 내면에 있는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게 되면 순간적인 단절이 일어나고 다시는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는 거지.
이 책 이후로 도서관에서 닥치는대로 책을 빌려와서 쌓아놓고 읽었던 것 같아. (평소에 책 읽는 스타일 전혀 아니었음)
그러다 닐 도널드 월시의 '신과 나눈 이야기'라는 인생책을 만났어. (종교 없음, 오해 노노..)
이 책을 얼마나 울면서 봤는지 몰라. 어떤 날은 꺼이꺼이 울면서 봤어.
지금은 이 책을 100번 보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4회독째 읽고있어.
틈틈이 다른 책들도 읽고 있구.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깊은 무기력, 우울에 빠진 톨들이 분명히 있을 것 같아서 내 경우에는 이렇게 빠져나왔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야.
그리고 오컬트방에 쓰게 된 이유는 내가 무기력에 빠져있을 때 점보러 열심히 다녔거든.
그때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 게으름이 정말 심하긴한데 시간 지나면 없어질거라고.
속으로 어이없고 헛소리라고 생각했어. 그만큼 내 무기력에는 끝이 보이지 않았거든.
또..결국 이 모든 무기력과 우울을 끝낼 수 있었던 건 '믿음'(정확히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어서 오컬트방이 적당하다고 생각했어.
난 원래도 종교가 없고 종교라는 걸 좋아하지도 않았어.
특히 '믿음'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 그냥 관념적인 용어 정도로 생각했지.
그런데 지금은 이 '믿음'이 모든 행동을 결정한다는 걸 알게됐어.
무기력을 고치려고 나도 갖가지 노력을 다 해봤거든. 인터넷에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떠도는 글 많잖아.
예전에 디미토리에도 시이슈방에 한번씩 무기력에 관해서 올라오면 정독해서 읽어볼 정도로 이 무기력증을 고치고 싶었어.
그런 글들을 보면 결국은 어떻게든 행동을 먼저 시작해야 된다는게 요지였던 것 같아.
생각을 많이 하지 말고 일단 몸을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해서 따라 해보기도 하고 했는데 그게 이틀도 못 가는거야.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내가 무기력증을 정말 완벽하게,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완전하게 고치고 나서 돌이켜보니 '행동'을 먼저 하는 건 답이 아니었어. 하루 이틀 행동해봤자 빠르게 다시 무기력한 상태로 돌아오게 되더라고.
내 결론은 무기력을 고치기 위해서는 '믿음'보다 강력한 건 없다는거야. 나에 대한 믿음.
그런데 믿음을 가지려면 알아야해. 내가 얼마나 가치있는 존재인지, 내가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인지 알아야 거기에서 비로소 '행동'이 나오는거야.
행동을 먼저 하다보면 자존감도 생기고 무기력이 없어질 수도 있겠지. 근데 그건 경증 무기력일 경우인 것 같아.
극심한 무기력은 행동 자체를 못 해.
왜냐면 무의식에 있는 믿음이 너무 강력해서. '나는 뭘 해도 안 될 것이다'라는 믿음.
어쨌든 난 내면소통이라는 책과 김주환 교수의 강의를 통해서 강력한 호기심을 가지고 관련서적을 파고들다보니 알게됐는데, 이 방법은 나한테 맞는 방법이었던 것 같고 분명 자기가치감을 느끼게 해줄 어떤 책, 사건들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있을거라고 보거든.
그 방법까진 내가 알려줄 수 없지만 단 한가지 내가 깨달은 게 있다면 행동보다 믿음이 먼저라는 거야.
나 자신에 대한 믿음. 나는 가치있는 존재이고, 나만의 방식으로 특별하며, 내가 뜻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그 믿음을 가져야해.
그런데 그건 내 경험에 한정하면 책을 통해서밖에 해결이 안 되는 것 같아.
그걸 알려면 나 자신과 대화해야 하는데 대부분 나 자신과 대화하는 방법을 모르잖아? 대화 방법이 정해져있는 것도 아니고.
그 점에서 책을 읽는다는 건 내 안의 생각들과 소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
난 운좋게 좀 빨리 인생책을 찾은 것 같은데 그게 '신과 나눈 이야기'였고, 이 책을 읽고 내가 뭐든지 해낼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어.
아직 이렇게 된 지 반년밖에 되지 않아서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지만 일단 무기력증에서 완벽하게! 벗어났고, 동거인이 달라진 내 모습을 보고 무섭다고 할 정도로 내 일상이 변했어.
동거인이 변한 내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서 내가 읽는 책 따라 읽다가 같이 독서광이 되어가고 있을 정도로.(원래 둘 다 평소에 책 한 자 안 읽는 사람들)
결론적으로 내가 하고싶은 말은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져라'인데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한번쯤은 꼭 생각해봤으면 해.
그리고 어떤 일을 하고싶으면 행동부터 시작되는게 아니고,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는지, 이런 내 존재상태에서 행동이 나오는 거라는 것도.
나한테는 이게 꽤 큰 발견이었거든.
이제 운동하러 가야해서 글을 마무리 해야할 것 같은데..
어쨌든 내 경험이 무기력이나 우울에 빠진 톨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 행복하고 건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