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Extra Form
‘최악의 악’ 자살하려는 위하준 굳이 사살한 지창욱의 의도는? [김재동의 나무와 숲]
https://img.dmitory.com/img/202310/6Rs/DXe/6RsDXeaWAgUGeCCkcWCKyk.png
“내가 아무리 죄인이더라도 그 사람 믿음을 이용하고 속이는 건, 그건 죄가 아녜요?(정기철)”
“죄 맞아. 분명 우리는 죗값을 치러야 할 거야. 살았을 때가 아니라면 죽어서라도.”(유의정)
“살아서 죗값 치러야 할 거야. 두 사람 남은 인생 절대 행복할 수 없을 테니까.”(정기철)

정기철(위하준 분)의 권총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향했을 때 박준모(지창욱 분)의 권총이 발사됐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최악의 악’이 정기철의 죽음으로 막을 내렸다.

자살하려는 정기철을 굳이 사살한 박준모의 행위는 어떤 의미일까? 일단은 배려의 인상이 짙다. 박준모는 성당을 다녔다. 교리상 자살은 죄악으로 치부된다. 그 죄를 준모가 대신한 것일 수 있다.

그 배려는 또 아내 유의정(임세미 분)을 향한 것일 수도 있다. 정기철의 자살은 특히 유의정을 겨냥한 저주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좋아해준 남자다. 자신을 위해 암흑가에서 벗어나려던 남자다. 그런 남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죄책감은 평생을 갈 수 있다. 박준모가 총을 쏜 것은 정기철 죽음의 책임을 혼자 감당함으로써 유의정만큼은 자유롭게 해주고 싶어서일 수 있다.
https://img.dmitory.com/img/202310/2oM/t7C/2oMt7Ck7CIUACIy6AgqQuQ.png
한편으론 질투의 소산일 수도 있다. 마지막 검거 작전서 박준모가 정기철을 풀어준 것은 함께 한 시간동안 쌓인 공감과 의리가 작용해서일 것이다. ‘사라져라. 조직에게도, 경찰에게도 쫓기는 몸이 됐으니 어디 멀리 사라져서 다시는 나타나지 말고 소원이라던 평범한 삶을 꾸려보아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헌데 의정과의 보금자리인 자신의 집에 찾아왔다. 그 위험한 처지에도 의정에 대한 마음을 놓지 못하는 기철의 행태가 질투났을 수 있다. 이미 의정의 목덜미에서 정기철이 선물한 목걸이를 보았었다. 그런데 이제 자신을 세워두고 의정에게 “날 향한 마음에 진심은 없었냐?”고 묻고 있다. 그리고 의정은 “없었다”는 말 대신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두루뭉술 답하고 있다. 내 아내를 향한 목숨 건 그의 사랑은 질투를 부를 만 하다.

아니면 의정과의 인연을 매조짓겠다는 결심일 수도 있다. “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의정이 묻기 전에 박준모는 이미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았을 것이다.

강남연합을 습격한 재건파와 피범벅이 되어 사투를 벌였을 때, 두려움에 질린 의정의 표정을 보고 직감했을 것이다. 자신은 더 이상 의정이 사랑한 박준모로 돌아갈 수 없음을. 그녀가 사랑한 성실하고 순박한 박준모는 더 이상 없다. 남의 피를 보는데 서슴치 않던, 그날의 그 야차의 모습은 의정의 남은 평생 그녀를 괴롭힐 것이다.
https://img.dmitory.com/img/202310/7lS/3dO/7lS3dOmCsMMIm4AWMGYyM2.png
또한 수사상 만났지만 해련(비비 분)에 대한 자신의 감정도 무시못할 상황이다. 규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의정만을 향했던 예전 자신의 순정이 오염된 것만은 분명하다. 본인도 그럴진대 기철의 애정공세에 놓였던 의정의 순정은 어떨까? 그리고 그렇게 한번 자리잡아 버린 그 의구심은 남은 세월 본인과 의정을 얼마나 좀먹어 갈까?

어떤 이유로 발사됐든 자신의 총에 맞은 정기철을 감싸 안은 의정을 지켜보며 준모는 전화를 건다. 119가 아닌 경찰에. 그리고 말한다. “정기철, 검거했습니다.”

어차피 모두를 구할 수는 없다. 이미 죽을 각오를 한 정기철이다. 그가 죽는 게 맞다. 그를 위해서도, 또 망가지긴 했지만 의정과 자신이 그나마 살아가기 위해서도. 그리고 최선은 자신이 ‘눈 앞의 살인자’가 돼 의정을 떠나는 것이다.

정기철의 묘소를 찾았을 때 이미 놓인 꽃다발엔 기철이 의정 목에 걸어줬던 목걸이가 매어 있었다. 준모는 그 옆에 의정과의 결혼 반지를 빼놓는다. 두 사람의 이별은 그런 정도로만 그려졌다.
https://img.dmitory.com/img/202310/47D/vGj/47DvGj1HbGaaSI6c4G6qQw.png
기억에 언더커버를 다룬 영화 중 가장 먼저 본 것이 알 파치노, 조니 뎁 주연의 ‘도니 브레스코’(1997년)다. 1970년대 FBI가 뉴욕 마피아 보나노 패밀리를 대상으로 시도한 잠입수사 ‘도니 브레스코 작전’을 영화화 한 작품이다.

실명 조지프 D. 피스톤 요원은 ‘도니 브레스코’(조니 뎁 분)란 이름으로 패밀리 간부 레프티(알 파치노 분)에게 접근, 조직 생활을 시작한다. 깡패들과 어울리는 삶이 이어지면서 도니 브레스코는 실제 범죄에도 가담하며 망가져 간다. 화목했던 가정은 분란의 소굴이 되고 FBI는 믿지 못할 조직으로 느껴지며 그럴수록 레프티와의 의리에 연연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작전은 성공했다. 영화 말미 도니 브레스코가 언더커버임을 알게 된 레프티는 아내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선다. 그리고 암전된 화면 속 들려오는 총소리. 레프티가 도니에게 전해달란 마지막 말은 “누구라도 상관 없었지만, 그나마 너여서 다행이었다.”다.

어쩌면 정기철이 박준모의 집을 찾은 것도 같은 이유일지 모른다. 준모의 총에 맞고 죽어가면서 남기고 싶었던 말도 “날 끝장 낸 게 너여서 다행!” 아니었을까?
https://img.dmitory.com/img/202310/KrA/C6t/KrAC6t5hq8Yy0qaqKUiig.png
도피처에서 준모가 기철에게 물었다. “사장님, 사장님이 예전에 저한테 그랬죠. 정 힘들다 싶으면 멈추라고. 근데 사장님은 왜 안 멈췄습니까?”
기철이 답했다.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어서.”
준모가 되묻는다. “아니 솔직히, 우리같은 놈들이 평범하고 싶다는 거. 그거 욕심 아닙니까?”

꿈이 커야만 과욕이 아니다. 가진 게 미천하면 평범한 꿈도 과욕일 수 있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처절한 액션과 느와르적 낭만을 살린 채 ‘최악의 악’은 그렇게 끝났다.
https://naver.me/xpWW8T25


기자가 다양한 관점으로 잘써준 것 같아서 들고옴
  • tory_1 2023.10.27 00:45
    빅준모가 마지막에 결혼반지 빼서 두고 왔을 때 마음이 어땠을지 ㅜㅜ
    생각해보니 해련 준모 의정 기철 그리고 해련이 옆에 있던 중국사람까지. 조금이라도 진심이었던 마음이 있었던 사람들은 다 싱처입고 끝났네
  • tory_2 2023.10.27 19:07
    결말 진짜 씁쓸했어 목숨걸고 일했는데 남은게 상처밖에 없네ㅠㅠ 표창장 수여식에서 의정이랑 준모 멀찍이 떨어져앉는것부터 슬펐음ㅠ
  • tory_3 2023.10.27 20:46

    9회에서 준모해련 기철의정 대치 하는 장면 대로 결론이 난 것 같아 ㅠㅠ 제목부터 참 잘 지은 것 같아

  • tory_4 2023.10.27 22:23
    ㅠㅠ해피엔딩은 처음부터 불가능했구나 슬퍼
  • tory_5 2023.10.28 20:57
    슬프고 좋다ㅠㅠ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전체 【영화이벤트】 올가을, 무지갯빛 청춘을 위한 노래가 시작된다! 🎬 <너의 색> 시사회 16 2024.09.25 1447
전체 【영화이벤트】 2024년 최고의 문제작 🎬 <보통의 가족> 시사회 35 2024.09.23 2371
전체 【영화이벤트】 550만 관객 돌파 흥행 기념! 🎬 <베테랑2> 예매권 증정 91 2024.09.23 2398
전체 디미토리 전체 이용규칙 2021.04.26 624872
공지 ★불판에서 원작이야기 및 스포 하지마세요★ 2018.06.22 147098
공지 드라마 게시판 규칙 2017.12.17 195704
모든 공지 확인하기()
113702 잡담 개소리) 개들 연기 잘하는 것 같아 01:26 43
113701 자료 손해보기싫어서) 새벽이니까...... 5 00:55 107
113700 잡담 싸인) ㅂㅎ) 오랜만에 다시 보는데 최이한이랑 고다경 너무 별로다. 1 2024.09.26 74
113699 자료 강남비사이드) [강남 비-사이드] 프리티징 예고편ㅣ화려한 도시, 강남의 이면을 파헤친다!ㅣ디즈니+ 2024.09.26 58
113698 자료 정년이) [#정년이] 우리 영서는 혼자서도 잘 놀아요...💗 완두콩 정년이도 만나고 사부작거리며 촬영장 활보하는 아기 토끼 영서의 브이로그🐰 (ft. 사랑가🎵) 2024.09.26 59
113697 잡담 나의해리에게) 신혜선 드라마들 중에서 9 2024.09.26 624
113696 잡담 가을동화) 급 보고싶어져서 2 2024.09.26 200
113695 잡담 드라마) 멜로코를 보는 이유 2 2024.09.26 246
113694 잡담 재벌X형사) 주인공 형 빌런이야? ㅅㅍㅅㅍ 2 2024.09.26 239
113693 잡담 수사반장1958) 이 드라마는 사건물이 아냐...? 6 2024.09.26 348
113692 자료 정년이) [메이킹] 포스터&티저 촬영으로 미리 만나는 매란국극단💌 케미 백만점 인증 완💯! (나... 생각보다 더 '정년이' 좋아했네💚) 2024.09.26 57
113691 자료 지금거신전화는) [지금 거신 전화는 메이킹] 유연석X채수빈X허남준X장규리, 완벽💯호흡 보여준 대본리딩 현장 공개, MBC 202411 방송 2024.09.26 74
113690 자료 손해보기싫어서) 손해 보기 싫어서 OST 리스트 1 2024.09.25 214
113689 잡담 강매강) 7화 싼마이 그자체........ 11 2024.09.25 1028
113688 완자 드라마) 90~2000년대 한국 로맨스 드라마를 책임졌던 작가.jpg 4 2024.09.25 477
113687 잡담 열녀박씨계약결혼뎐) 여주땜에 뒤늦게 몰아보고 있는데 이거 혹시 빌런이.. 2 2024.09.25 498
113686 잡담 드라마) 12부작 아쉬워 손보싫,사맞 7 2024.09.25 438
113685 잡담 손해보기싫어서) 난 사실 여비서가 뽁규 좋아하는줄 알았.. 4 2024.09.25 619
113684 잡담 손해보기싫어서) 다자연애 ㅂㅅ같은데 어케 마무리 될라나... 13 2024.09.25 859
113683 잡담 손해보기싫어서) 이 해석 봐 봐 천재 같아 2 2024.09.25 611
목록  BEST 인기글
Board Pagination 1 2 3 4 5 6 7 8 9 10 ...
/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