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무섭진 않은데 얼마전에 기묘한 일을 겪었어
일단 나는 재택러임 그래서 주로 낮에는 집에서 일을 하다가 가족들이 퇴근할 때쯤 되면
티비소리나, 대화나 뭐 밥 먹는 거 이런 거가 신경쓰여서 오후 3-4시 정도에 카페로 자리를 옮겨서 일을 해
주로 저녁을 잘 안 먹거든 난ㅇㅇ
그런데 아빠가 며칠 전 1박 2일로 출장을 다녀온 날이 한 번 있었어.
평소처럼 일을 하다가 나가야지 싶어서 샤워하려고 옷을 벗고 있을 때쯤, 집 인터폰에서 주차장으로 차 들어오면 나오는 알람벨이 울리더라고. 그래서 아~ 아빠가 오늘 일찍 집에 오나보다 싶었지. 출장갔다가 오후 3시쯤 집에 오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니까
근데 이미 옷도 다 벗었겠다 다시 옷을 줏어입기도 그래서 걍 샤워를 하러 화장실 문을 닫고 샤워를 하기 시작했음
막 머리를 물에 적시고 샴푸를 하고 있는데 문 너머로 우리집에 기르는 멍멍이가 짖는 소리가 나는 거야
우리집 개는 지 혼자 있을 때는 안 짖는데, 집에 가족이 있을 때면 짖거든
그리고 짖는 멍멍이 소리 사이로 아빠가 "멍멍~~" 이러고 우리집 강아지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들렸음
아빠가 늘 집에 오면 부르는 버릇대로.
내가 주로 집에 있는 걸 아빠도 알아서, 아빠는 멍멍이를 옆구리에 끼고 방으로 인사를 하러 오거든
문 너머로 사람 인기척이 느껴지길래 아빠 왔냐고 소리 높여서 인사를 할까 하다가 문득 귀찮은거야
그래서 걍 씻고 나가서 인사를 하자 싶은 마음에 아빠 기척에 대꾸를 안했어
그렇게 다 씻고 옷을 입은 뒤 거실로 나가봤더니 아빠 방 문이 닫혀 있더라고.
당연히 옷을 갈아입나보다ㅇㅇ 싶어서 세탁기에 옷을 넣고 걍 다시 화장실로 가서 머리를 말렸지
근데 머리를 다 말릴 때까지도 딱히 방문이 열릴 기미가 안 보이는거야
옷을 갈아입고 걍 바로 침대에 누웠나? 아닌데, 우리 아빠는 꼭 옷 갈아입고 화장실에서 손이랑 발을 씻는 버릇이 있는데
싶어서 아빠 방문을 열었음.
근데 아빠 방에 아무도 없는거야.
그래서 나는 아, 짐이 많아서 주차장에 다시 갔나? 하는 마음으로 아빠한테 전화를 걸었어.
아빠 어디야? 다시 나갔어?
그랬더니 아빠가 어이없는 소리를 들은 사람처럼 떨떠름하게 나한테 그러는 거야
무슨 소리야, 나 아직 집 가는 중인데?
집 오는 중이라고? 집에 아직 안 왔어? 어딘데..?
근처 다 와 가
아빠 진짜 집 왔다 간 적 없어?
어. 집 아니지... 뭔 소리야
너무 황당해서 일단 알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어
그러면서도 일은 해야지 싶어서 롱원피스를 입고 혼자 이상하네,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나갈 준비를 했지
그리고 아빠가 집에 왔어. 출장 갈 때 쌌던 짐이랑 선물들까지 잔뜩 가지고.
몇 번을 물어봤는데, 아빠는 정말 아니래
근데 나는 되게 선명하게 들었거든?
주차 알람벨도, 목욕할 때 짖던 멍멍이랑 멍멍이 이름을 부르는 아빠의 목소리도 정말 정말 선명하게
물론 이 일은 아빠도 나도 희한하다고 하고는 넘어간 일이 되었어
바쁜 나날 속에서 그 뒤로 별 다른 일도 없었고
대체 뭐였을까? 내 착각? 근데 착각이 이렇게 구체적인가? 싶더라고ㅋㅋㅋㅋ
별로 무섭진 않은데 기묘한 일이라서 적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