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토리들
내가 어렸을때 겪은 이야기를 한번 써보려해
별로 안무섭더라도 재밌게봐줘 하하
어렸을때 우리 아파트 단지 입구로 들어가는 쪽, 1~200m쯤 떨어진 곳에 폐가가 하나 있었어.
어른들이 보기엔 그냥 낡은 빈집인 양옥이었고,
문이 부셔져있고 창문이 깨져있다.. 혹은 가는길이 잡초로 뒤덮여있다 같은 이유로 아이들만 무서워하는 폐가였어.
내가 지나가면서 저기가 무섭다고 말해도 엄마가 그냥 빈집인데 뭐가 무섭냐고 시골엔 저런거 많다고 하셨던 기억이 있지ㅋㅋㅋ
역시 아이들이 보기엔 최고의 담력체험장소였지.
아파트 단지에 모여놀던 우리들끼리 매번 "오늘은 들어가보자!" "담력체험하자!"하고서는 막상 가보진 못하는...ㅋㅋㅋ 그상태로 몇달이 지속되었던것같아.
간혹 본인이 저기에 들어가봤다고 큰소리치는 아이가 있었는데, 항상 거짓말인걸로 밝혀졌고ㅋㅋㅋㅋ
그러던 어느날... 한창 우리 어렸을땐 여름마다 티비에서 연예인들이 납량특집으로 무서운 이야기를 했었잖아?
그걸 보고는 우리도 무서운 이야기 만들자! 해서 무슨 객기인지 정말로 그 폐가를 들어가보자고했었어.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던 때, 같이 학습지를 하던 언니가 본인이 제일 연장자니까 본인이 다녀오겠다고 했고, 본인이 상품 겸해서 새콤달콤 포도맛 한줄을 두고올테니 가져올수있는 사람이 주인이다! 라고 한거야
그래서 아이들은 서로 내꺼라며 큰소리를 치고 쎈척을 하며 갈 순서를 정했지...
그때의 나는 여자아이인데도 로보트갖고놀기를 좋아하고, 맨날 남자애들이랑 험하게 놀다가 무릎에 상처가 없어지는 날이 없던 말괄량이였어ㅋㅋㅋㅋㅋ
이 무리에서 한방 해야겠다! 하는 생각에 "야 내가 주먹낼테니까 다 가위내ㅋㅋㅋㅋㅋㅋ" 이런식으로 내가 1등으로 다녀오기로해버렸지ㅋㅋㅋㅋㅋㅋㅋ
폐가로 들어가는 길은 아파트 단지로 이어지는 아스팔트 큰길이 있었고, 보도블럭으로 아스팔트 끝을 막아놓고 그 너머엔 풀이 막 자라있는 구조였어.
그렇게 폐가로 출발하는데.. 보통 아이들은 거리개념이 잘 없다보니 체육시간때 달리기하는 거리로 생각하잖아?
당시엔 "100m면 체력장때 20초 안으로 뛰는데 바로 앞이니까 후딱 다녀오면 되는거아냐?"하고 생각했었어.
근데 저 앞에 뻔히 보이는 폐가로 직진만 하는데..... 자꾸 그 폐가가 멀어지는것만 같은거야
막 내 허리까지 오는 들풀도 제껴가며 폐가로 다가가는데... 걷다보니 딱딱한 돌같은게 신발 앞코에 걸렸어.
그래서 보니까 내가 출발했던 그 큰길로 되돌아온거야;;;;
애들도 나도 ?????하면서 서로 쳐다보는데 내친구가 나보고 가다가 되돌아오길래 니가 무서워서 걍 오는줄알았다고 그러더라고....
난 전혀 돌아올 생각이 없었거든;;;;;;;;
순간 너무 무서워서 야...난 저기 갈 운명이 아닌것같아.... 하고 다음차례로 넘겨버렸어.
내 다음 타자는 두명이 같이 출발했고, 너무나도 싱겁게 슥슥 다녀와버린거야ㅋㅋㅋㅋㅋㅋ겁나 머쓱하게ㅋㅋㅋㅋ
집안에 들어가자마자 부엌쪽에 있던 의자 위에 새콤달콤이 보이길래 바로 가져왔고, 생각보다 밝고 그냥 아무것도 없다면서
걍 "울아빠 말처럼 아무것도 아니던데!!"하면서 새콤달콤 딸기맛을 보여주더라고.
그렇게 뭐야~하면서 우리 모두 재미없다며 그냥 놀이터로 가려던 순간...
머릿속에 번뜩! 드는 생각이 있었어
갑자기... 그러고보니 언니는 언제 다녀왔지? 싶은거야
그 언니가 새콤달콤을 두고온다고 말했고, 그말을 듣자마자 우리가 순서를 정하며 가위바위보를 했는데
그럼 내가 첫번째로 갔을거잖아?
우리가 그때 7명인가 있었는데 분명 그 언니가 새콤달콤을 두고올거였으면 가는 모습을 누구 한명이라도 봤을테고...
근데 누구도 언니가 폐가를 다녀온 기억이 없는거야
또 그언니가 처음에 "포도맛" 새콤달콤을 두고오겠다고 해서, 난 "아 딸기 싫은데 포도라서 좋당"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는데,
친구가 들고온건 새콤달콤 딸기맛이었던거야.
그 무리에서 모두 그 언니가 들고있던건 포도맛이었다고 동의했고...
그 당시엔 이게 너무너무 무서워서 한동안 그 앞을 지날땐 폐가쪽으로 고개도 안돌리고갔어ㅠㅠㅠ.....
엄마한테 이 얘길 했더니 장난식으로 "니가 거기 못들어간건 아멘이라 그래~~ 세례받아서 그런거야"하시던데, 그게 진짜인가 싶기도하고..
(우리집은 대대로 천주교거든.... 난 당시 세례는 받았지만 지금은 냉담이야)
폐가에 다녀온 두명 중 새콤달콤을 집어온 아이는, 이 일이 있고 이틀 후에 구름사다리에서 떨어져서 팔에 깁스를 했어...
괜히 왼손으로 그집 의자 만져서 왼팔 다친거아냐??? 하고 소름이 무서워지더라ㅠ
그리고 이날 이후 그 언니를 볼수가 없었어
전부 초등학생 또래이던 우리 무리에서 유일하게 중학생?고등학생이던 언니라
항상 어른처럼 우리 보살펴주고; 학습지도 같이해서 우리가 학습지쌤네 집 거실에서 풀고있으면 저언니는 부엌 식탁에서 혼자 풀고있던 기억이 있는데
이상하게 저 일 이후로 학습방에서도 안보이더라구...
무슨 기억조작 당한것처럼;;;
생각보다 별일은 아니지만 당시 초등학생 마음으론 정말 무서웠어.
이후 그 친구들이랑은 내가 이사를 가기도했구, 서로 연락처도 모르고 걍 놀이터에서 만나던 사이니 잘 기억도 안나지만
다들 잘살고있나.. 특히 그 새콤달콤 집어온 친구랑 같이갔던 아이는 잘살고있나 걱정돼ㅠ
지금은 그 폐가있던 자리를 싹다 밀고 새아파트가 들어와서 물리적 해결(?)이 된 듯 하지만
이따금씩 그때가 생각나네....ㅎㅎ
참고로 저긴 경기도 ㅍㅌ시 ㄷㅅ동 ㅎㄷ아파트 앞이었어.....ㅋㅋㅋ 혹시나 아는 토리는 없겠지만 댓으로나마 공개해본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