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태어나고 나랑 남편을 가장 겁나게 만든 건 다름이 아니라 층간소음이었어
우리집은 아주 오래된 아파트고 방음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서 아기가 태어난 후에 아기가 새벽에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면,
하루종일 운다면, 걸음마를 시작하고 장난감을 던지기 시작한다면, 이런 걱정으로 아기가 조금만 울어도 둘 다 등에 땀이 줄줄 흐를 정도
그래서 아기 100일이 되던 날 편지를 써서 작은 선물과 함께 이웃분들께 인사를 드렸어
아기가 태어났는데 아기는 세상이 처음이고 저희는 부모가 처음이라 모든 것이 서툴고 실수 투성이라고
그래도 저희가 최대한 생활하시는 데 불편하시지 않도록 소음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고
그랬더니 얼마 뒤 집 앞에 종이 가방이 하나 걸려있더라고
아랫집에서 정말 너무 감사하게도 케이크와 함께 편지를 보내주신거야
남편이랑 편지 읽고 둘이서 눈물 질질 흘림......
그리고 우리집 위위층에 사시는 어르신께서 산부인과 신생아실 간호사로 계시다가 정년퇴직 하셨는데
나 임신했을 때 그냥 마주쳐서 인사했을 뿐인데
어디 산부인과 다니냐고 물어보시더니 어르신께서 일하셨던 병원이라고 지인 할인 받을 수 있도록+연계 조리원 부장님께 우리 아파트 새댁이 거기 조리원 가는데 아무쪼록 신경 많이 써달라고 전화를 하셨더라고...그리곤 내가 감사인사라도 드리고 싶어서 조리원 부장님께 전화번호 좀 알려달라고 사정사정 했는데 조리 끝날 때까진 산모가 그런 거 신경쓰는 거 아니라고 절대 못 가르쳐주게 하셨다더라. 덕분에 조리원에서 너무 잘 보내고 돌아와서 역시 100일에 선물 들고 인사드리러 갔더니 아기 보다가 힘들고 지치면 언제든 올라와서 아기 맡기고 아기 엄마는 좀 쉬거나 어디 볼일 보러 다녀오라고 해주시는데 말씀만으로 얼마나 감사하던지.
우리집 바로 위층에 사시는 분들도 마주치면 내가 아기 울음소리로 불편하시지 않냐고 여쭤보면 애 울음소리가 들리니까 이제 사람 사는 동네 같다고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실컷 울고 실컷 먹고 잘 자라게 냅두라고 웃어주시고 옆집 분들도 이사 오셔서 내가 인사드리러 갔더니 아기 있는지도 몰랐다고 걱정 하지 말고 신경 쓰지 말라고 해주시더라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 오늘 아침에 집앞에 종이가방이 있어서 봤더리
아기 옷이랑 함께 이런 메모가
오늘 아침에 너무 피곤하고 아기도 요즘 11개월 되면서 떼가 늘어서 막 지쳐 있었는데
이웃분이 보내주신 저 쪽지에 너무 감사하고 힘이 나서 행복했어...
아기 낳기 전에는 인터넷으로 워낙 안 좋은 글들도 많이 보고 아기가, 우리가 남한테 폐를 끼치면 어떡하지 걱정만 했는데
따스한 이웃분들 덕분에 나 오늘도 인류애 풀충전하고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이웃분들께 나도 좋은 이웃이 되어야지 다짐해
오늘 너무 기분이 좋아서 자랑하러 왔어 흑흑
다들 오늘 남은 시간 육아 파이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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