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톨들아
공포방에는 첨 글 써보는데 갑자기 내 일화가 생각나서…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이야
토요일날 학원이 끝나고 갑자기 산에 가고 싶은 거야
아직도 왜 그런진 몰라
해가 지기 직전에 산에 갔는데
등산로 따라서 잘 가다가 그날따라 안 가본 길로도 가보고 싶더라(지름길처럼 보였거든)
그래서 10년 이상 다녔던 등산길로 안가고 도중에 방향을 틀어서 가는데
순식간에 해가 지기 시작함..분명 나는 왔던 길을 기억하고 있어서 다시 돌아가면 되겠지..하고 생각하고
뒤를 돌아보니.. 뭐가 무슨 길인지 헷갈려.. 난 분명 기억했다고 생각했는데!!
분명 산이니까 가면 갈수록 오르막길이 있어야 하는데, 내리막길만 있고 아득히 개짖는 소리가 들림
돌아가지도 못하고 전진하지도 못하고 112에 신고라도 하려는 때 핸드폰 배터리가 10퍼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함..
해는 이제 거의 진 상태로 그 나무가 그 나무처럼 보이는 상황...
만약 핸드폰이 진짜 꺼지면 나는 망한다 싶어서 어디 전화도 못하고 ㅈ됐네..라고 생각하면서
산에선 귀신한테 홀린다는데 나는 이제 어떡하지 ㅠㅠ 하고 망연자실하고 있었음
근데 그 순간 어디서 라디오 음악 소리가 들렸음
그 왜 산에 다니는 아저씨들 중에 등산가방에 작은 라디오같은 거 매달고 다니면서 뽕짝 음악이나 자기 애창곡 틀어놓고 다니는 아저씨들 알지
딱 그 아저씨들이 틀 법한 노래였음
그 노래 소리를 따라서 내가 왔던 길을 무작정 다시 올라가기 시작함.. 노래 소리가 가까워지면 질수록 너무 절박했음
지금 저 노래 아저씨를 놓치면 난 여기서 맨정신으로 해뜰때까지 있어야되니까
드디어 그 노랫 소리와 거의 근접하게 왔고 거기서부터는 아무리 어두워도 내가 어렸을 때부터 다니던 길이라
눈에 익더라... 그때부터는 그냥 미친 듯이 하산함
아직도 그 아저씨한테 고마움. 아저씨는 나한테 눈길도 안주고 사라짐
그리고 후에 산에서 조난당한 기사들을 보면서
내가 갑자기 지름길로 가고 싶어한 게 귀신한테 홀린 게 아닐까 싶음
그리고 그 아저씨는 왜 그 저녁 중에 하산하고 계셨을까, 보통은 저녁에 산 안타잖아?
이제 보니 그 아저씨가 내 은인인 거 같음
산에 기인들 많더라 나 관악산 다 내려오니 노을 지고 있었는데 웬 쓰레빠만 신은 사람이 산 올라가고 있엇음... 암튼 토리 욕봤따 해질 떄 얼마나 조급했을꼬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