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때부터 그림을 그렸고 재능이 늘 있었고
어딜가도 못한다 소릴 들어본적이 없었어
근데 수능보고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글이 쓰고 싶어서 배운 적 없는데 실기를 무작정 보고 글쓰는 과로 대학에 갔어 가족들 몰래 사고를 쳤지
그냥 봤는데 그냥 붙었어
남들은 실기때매 학원다니고 그랫다는데 나는 그냥 즉흥적으로 갑자기 벌인 일이었고 내가 설마 재능있나?
이런 생각하던 찰나에 학교 들어가서 교수님이 나를 따로 불렀지
시험때 쓴 글이 인상깊었다고 잘했다고 했어
사년내내 잘난척 하면서 다녔거든
당연히 내가 작가가 될줄 알았고 교수님들도 인정해주고 그랬어
대학 졸업하고 습작 준비해서 특정한 곳이라 밝힐순없지만 남들은 두세번 떨어져야 붙는 어떤 곳에 붙었어
(일종의 대학원같은 곳이야)
이 분야에 난다긴다 하는 사람들 다 모이는 곳에 졸업생 붙었다고 교수님들 축하 전화오고 동기들 질투하고 했어
그때까지 나는 실패해 본적 없었고
남들 눈에도 내 눈에도 나는 잘될거 같았어
근데 그때 안좋은 이유로 그 곳을 자퇴하고 뭔가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어
자퇴할때도 나는 여기 타이틀 없어도 잘 될거야 자신감 넘쳤는데 막상 나와서보니
다 안되고 다 떨어지고 음해받고
그러던 찰나에 내 일이 너무 안풀리니까 친구가 어떤 사주보는 선생님 연락처를 받아서 나한테 줬어
한번만 보는거 어떠냐고 나는 그때 사주? 그런게 뭔소용있어? 이러던 때라 친구가 진짜 조심스럽게 얘기한거였고
나도 그래 너무 안풀리까 한번보자 솔깃해서 사주를 보러갔지
근데 사주보는 분이 내가 자퇴를 한 그 해부터 앞으로 십년간 난 뭘해도 안된다는 거야
이때 할 수 있는 일은 하심하는 거랬어
나는 잘났고 뛰어나고 그 마음을 다 죽이고
학생이라는 마음으로 배운다고 생각하고 나를 낮추지 않으면 못버틴다고 살고 싶으면 잘난척 그만 두고
납작 엎드리고 배운다는 마음으로 살라고
그 말이 너무 어이없고 화나서 울었어
근데 그분이 십년을 버티면 내가 되고 싶은 작가가 될수있다면서 내 이름을 미리 저장해둔다고 했어
땡땡땡작가로 나중엔 꼭 될거라면서
근데 정말 지옥같은 10년을 보냈어
나는 별짓별짓 다했지만 얻어지는 것도 없고 돈도 없고
빛나던 재능도 사라지고 나이는 먹고
성격도 변해버린거야 의기소침하고 소심하고 주눅들고 남들 부러워하고 자신없고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해보자 그런 마음 먹고 진짜 인생에서 마지막이다 이 생각으로 인생에서 제일 열심히 글써서 여기저기로 막 보냈어
당연히 엄청 까이고 별소리 다듣고 근데 약간 오기가 생기더라 계속 습작 보내고 면접보고 떨어지고
암튼 그러다가 작년말에 계약하자고 제의를 받았어
정식 계약은 아니고 일정기간동안 돈받고 작품개발시키는 걸로 큰돈도 아니고 작은돈인데
계약하고 좀 지나서 생각해보니 작년이 그 사주보는 분이 말한 딱 십년째인거야
그래서 내가 진짜로 십년을 거지같지만 이걸 계속 할지도 몰랐고
저 사주보는 분 말을 계속 기억하고 있던게 아니여서
좀 신기하더라고 그래서 계약금 받고 그 사주보시는 분께 연락을 했는데 아직 내 번호 저장해 두셨더라
그때 땡땡땡작가로 저장해둔 사연도 기억하고 계시더라
아직 데뷔한것도 아니고 겨우 작품 발전시키는 단계지만 얼마전에 여기서 어떤 토리가 추천해준 사주보는 분께 전화로 사주보는데
지난 10년간 죽지 않고 버틴게 장하고 장애없는 것만으로도 잘 살아온거라고 얘기하는데 뭔가 그 기간을 견뎌낸 내가 생각나서 울컥했었어
앞으로도 힘든일 당연히 있을거야 그거 당연하지
지금도 일을 시작한거지 뭘 이룬게 아니야
근데 사주가 다 맞는지 모르겠는데 뭔가 지난 힘든일이 이유가 있었고 버틸 가치가 있었다고 얘기해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더라
그리고 대운이란게 진짜 있나 생각이 들었어
뭘해도 안풀리는 시기가 있나 나는 대학생때도 안풀리던때도 지금도 다 같은 나인데
어떨때는 재능이 있다가 어떨땐 재능이 없다가 그러니까
힘든시기에 사주보는게 사막에서 오아시스 발견하는 거랑 같다고 했던 말이 떠오르더라
조금만 버티면 물 마실수있는데 그 조금을 못버티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사주가 알려주는 거라고
힘든 시기 보내는 토리가 있다면 좀만 더 버텨보라고
그런 의미로 내 경험 남긴다
나쁜운이 있으면 좋은운있고 그럴거라고
다들 잘자
이거 여기 가입해서 쓰는 첫글이야 종종쓰러올게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