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네이버 블로그에서 가져온 글인데 캐스커, 가츠, 그리피스의 관계와 그들의 성격을 분석한게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새로 보이는 부분도 많아서 공유하고싶었음.


https://m.blog.naver.com/liannewp/110179256484


그리피스에 대한 분석이 가장 흥미롭고, 가츠와의 대조되는 점도 재미있더라


 

베르세르크의 주제를 꿰뚫는 하나의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인과율=운명이다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운명이 갈라지며이야기의 방향이 결정된다.

 

(2) 캐릭터 분석

 

베르세르크에는 운명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운명을 아는 사람 중에선 운명을 받아들이는 사람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등장한다.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 중에는 정면으로 이를 돌파하는 사람과 소극적으로 반항하는 사람이 있다.

운명을 대하는 방식

받아들인다.

거부한다.

1.
알면서 받아들인다.

2.

모르면서 받아들인다.

3.

행동으로 거부한다.

4.

소극적으로 거부한다.

세르피코(이후 3번으로 바뀌려고 노력한다.)

가츠

(이후 1번으로 바뀌려고

노력한다.)

 

소냐

그리피스

(이후 1번으로 바뀐다)

페르네제(이후 3번으로 바뀐다)

시르케(긍정적인 캐릭터)

캐스커(받아들이려고 노력하지만 실패)

 

 

그리피스가츠캐스커세르피코파르네제시르케 순으로 캐릭터를 분석하려고 하는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베르세르크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그리피스라는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왜냐하면 주인공은 가츠이지만 중심 스토리는 가츠가 아니라 그리피스의 행동 양식에 따라서 급격하게 흘러가기 때문이다가츠는 그리피스에 휘둘리는 것 뿐이다만화 지면의 대부분이 가츠가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일이 터지고 나서 대처하며 살아남기에 급급한 가츠는 전체 스토리 텔링에서 수동적인 캐릭터에 지나지 않는다그의 삶의 고난을 대하는 방식과 그 악착스러움은 존경과 탄성을 자아내며 독자의 흥미를 끌어내지만 실제로 그가 삶에서 주체적으로 행동한 부분은 매의 단을 떠나는 행위’ 정도 뿐이다그 밖의 일은 위에서 말했듯이 휘둘릴’ 뿐이었다.

 

아무래도 대사도 적고 (출연비도 비싸서자주 등장하지 않는 그리피스 캐릭터를 맨 처음으로 이해하는 것이 대체 베르세르크라는 작품의 정체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1> 그리피스

 

그리피스의 삶은 사회가 정해놓은 한계선을 넘는 투쟁의 연속이다그는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면서 평범하게 살아가기에는 너무 잘났고너무 아름답고너무 카리스마적이라는 태생적 비극을 안고 있다.

 

그래서 그의 존재는 처음부터 아노미적이다하나의 일탈체별종돌연변이인 셈이다중세의 운명론적인 신분제를 유지해주는 사실은 신분에 따라 인간의 가치가 다르다.’는 사실이다이러한 신분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존재는 평민보다 못한 귀족의 존재와 귀족보다 잘난 평민의 존재로 압축된다이러한 엄연한 사실은 신분제를 지탱해주는 가장 큰 전제를 흔든다그리고 이러한 일탈체를 흡수하여 기존의 신분제적 질서를 더욱 공고하게 만드려는 기득권의 노력은 항상 있어왔던 법이다.

 

개인의 능력 자신의 신분과 출신을 뛰어넘지 못하는 세계 속에서 그리피스는 투쟁하고 또 노력한다그는 신이 주었다고 하는 질서=운명에 의문을 품고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처음 그리피스가 등장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무자비한 신을 위한 순교라...

정말 헛고생이지.

전장에서 일개병졸의 목숨은 은화 한닢푼의 가치도 없지.

지금 세상 반수의 인간의 목숨은 한줌의 귀족과 왕족들에게 휘둘리고 있어.

그래..

그 국왕조차 자기멋대로 사는 건 아니겠지만.

... 모두들 큰 흐름에 떠내려가고 있을 뿐이야.

운명이라나 뭐라 하는 녀석에게..

그리고 모두 사라져가는 거야.

목숨을 전부 써버리고.

자신이 누군지조차 알지 못하고.

이 세상엔 정해진 신분이나 계급 같은 건 상관없이 세상을 움직이는 열쇠로 태어나는 사람이 있지.

그것이야말로 우주의 황금률이 정한 진정한 특권 계급..

신의 권력을 얻은 자다!!

... 난 알고 싶어이 세계에 있어서 난 무엇인가누구이며 뭘 할 수 있는가... 뭘 하도록 정해져 있는지...

 
   

나는 이 대사가 그리피스라는 캐릭터의 절반 이상을그리고 베르세르크라는 작품의 절반 정도를 설명해주는 중요한 열쇠라고 생각한다.

 

그는 사회가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는 것을 당연시하면서도 그 거부한 운명 너머에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알고 싶어한다아직 깨닫지 못한 것이다그래서 그는 사회에서 정해진 운명은 거부하나우주에서 정한 운명을 찾는다우주에서 정해진 수준이라면 받아들이겠다는 그는 여기서 자신의 태생적 한계를 노출한다.

 

그리피스의 인간적인 연약함은 여기서 기인한다그는 인간의 질서는 거부하나 우주의 질서는 무언가 다를 거라고 기대하면서 그것을 찾는다항상 빛나 보이며인간 중에서 비길 데 없이 잘난 듯이 보이는 그리피스임에도 그 또한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담보하지 못한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무언가를 긍정할 수도 없는 처지에서 그는 존재적 불안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존재적 불안감은 소유욕으로 표출된다그의 소유욕은 크게는 성취욕으로 나타난다무언가를 계속해서 이루어 나가는 것자신을 확장시켜서 나가는 것주위의 것들을 삼켜버리는 것으로 드러난다그의 옆에는 그래서 자신 말고는 없다드래곤볼에서 셀이 다 삼켜버리듯이 그는 타자적인 존재를 용납하지 않고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그의 옆에서 독자성을 유지하며 있기란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그는 지독한 자아도취적인 성격을 보인다달리 말하면 나르시스트이다그 본인이 엄청나게 잘난 건 맞지만 동시에 그의 주변에는 그보다 잘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그는 설령 왕이라 하더라도 자신보다 잘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그는 왕과 귀족들을 인정하지 않는다. ‘단지 운이 좋았을 뿐’ 정도로 취급해버린다동료들 또한 하나의 장기말이며 자신의 수족들이고 부하일 뿐이다자신의 욕구에 부응하는 존재는 마치 아끼는 강아지처럼 물심양면으로 보살펴 준다그리피스의 꿈에 캐스커가 아내로가츠가 아들로동료는 강아지로 나오는 것이 우연이 아니다그러나 그러한 관계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여기서 말하는강아지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군견이며거기에는 서로의 목숨을 거는 신뢰가 깔려 있는가벼운 우정 보다는 훨씬 더 강렬한 관계이다.

 

존재가 아니라 소유에 바탕을 둔 그리피스의 삶은 겉으로 보기에는 한없이 화려해 보인다매의 활약은 여기저기서 소문이 들리며어린아이들의 롤모델로 회자된다그리피스를 동경해서 용병단에 입단해 이른 나이에 죽은 그 소년은 그리피스가 남들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가를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다.

 

어린 소년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건 그리피스 본인 뿐이다그는 캐스커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이 죽음을 심하게 자책한다왜냐하면 그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있던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그는 자신이 남의 본이 될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겉과는 달리 속은 텅 비어있던 그리피스자신의 모습이 어린 소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면서 그는 자신이 꿈꿔 왔던 성공이 반드시 그가 원하는 것만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점점 깨닫고 있었다.

 
   
 

해질 무렵...

햇빛이 안드는 매춘굴과 술집이 늘어선 뒷골목에서 올려다본 그것은 저녁빛에 물들어 나에겐 가장 빛나 보였다.

어릴 때 아이들과 벌렸던 작은 싸움..

이기면 얻을 수 있는 작은 명예.

반짝이던 조그만 전리품들..

나는 결심했다.

반드시 저것을 손에 넣겠다고.

... (중략)...

그 옛날 뒷골목의 석양에서 시작된 끝없는 유희.

내겐 유일하게 신성한 고철더미를 손에 넣기 위한 순례의 여행.

하지만 녀석(가츠)은 지금 내 안에서 그 고철더미의 색이 바랠 정도로 반짝이고 있어서 눈이 아프다.

 
   

 

 

 

 

 

그는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자신이 잃어버릴 것들에 대한 두려움도 커져갔을 것이었다약한 모습도 좀처럼 드러낼 수 없고 속마음도 털어놓을 수 없다본래부터 남들과 차별화되어 신비감에 쌓여 있던 그리피스는 사회적 성공과 명망을 움켜 쥐면서 점점 더 동료들과 멀어져 간다.

 

그의 근본은 소유에 있었기에 그리피스는 말이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성공하겠다는 야망 단 하나만이 존재할 뿐그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다그리고 그 야망이라는 것도 지독하게 타인의존적인 야망이다사회적인 신분명예한마디로 타인의 인정을 받고 타인 위에 지배하기 위한 속물적인 야망의 끝판인 셈이다.

 

정치학을 공부하다 보면정치권력을 추구하는 자들의 공통된 속성이 나온다아돌프 히틀러나 스탈린폴포트와 같이 절대권력의 정점에 서 보았던 인물들의 특성은 불행히도 열등감이 강하고 컴플렉스가 심하다는 점이다그들은 내면이 텅 비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애쓴다존재의 증명은 외적인 성취로 나타나며 그의 행동의 동기는 외적인 동기에 머무른다내적인 동기와 그에 따른 만족은 큰 의미가 없다그들은 타인을 향한 애정이 기본적으로 결여되어 있으며타인과 공감하는 능력도 없고더 나아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능력마저도 없어진다그들은 한 순간도 가만히 있을 줄을 모르며성질이 급하고냉정하며차갑다.

 

그리피스는 이러한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인물의 전형적을 띠고 있다그렇지만 그가 다른 인물들과 차별화되어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점은 계속해서 나오는 그의 특별한 외모와 카리스마 덕분일 셈이다그의 외형은 그의 추함을 중화시킨다인간의 외모가 갖는 힘은 얼마나 대단한가나는 베르세르크를 읽을 때마다 그런 감상을 느낀다그가 못생긴 땅달보였다면과연 지금보다 능력이 더 뛰어나다 하더라도 가능이나 한 일일지.

 

하여간 정작 그 모든 외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나면그리피스 본인도 그렇겠지만독자 또한 대체 그럼 그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다그의 성격 또한 돌출적이고 안정되지 않은 면이 있기에 그가 성공을 미친 듯이 갈망하는 능력남이라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본바탕에 대한 이해가 쉽지가 않다.

 

어쩌면 그 답은 모두가 원하지 않는 답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모든 걸 제외하고 남는 그는 싸가지 없는 놈이며 그가 경멸해 마지 않는 지독하게 속물적이고 세속적인 귀족들과 한치도 다를 바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바라는 꿈, ‘내 나라는 갖겠다.’는 선언을 유아적이라고 해석한다그의 꿈에도 나타났듯이그는 성인이 되어서도 아직까지 골목길에서 대장놀이하던 그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그의 꿈에는 타인이 없다자신이 하층민의 신분으로 태어났다면 그는 자신이 왕위에 오르겠다는 꿈에서 이 불행하고 고통받는 백성들을 구원하겠다.’는 꿈을 꿀 수도 있었을 것이다그가 자신의 능력의 탁월함을 보면서 이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꿈을 꿀 수도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그의 꿈은 철저히 기존 질서에 내가 편입되겠다.’라는 혼자만의 꿈에 그치고 만다집단으로서의 매의 단은 그의 자아와 동일시된다매의 단의 승격은 그리피스 본인의 승격이지 사회의 변화나 매의 단원 개개인의 성공으로 치환되지는 않는다.

 

그리피스에게 있어서 자신이 왕이 되는’ 사실이 꿈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어떠한 왕이 될 것인가어떠한 왕국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이미지가 없다그는 자신을 제외한 타인들에게 새로운 질서나 새로운 왕국을 제시하는 데에까지는 나아가지 못한다이러한 그의 편협한 꿈의 한계는 결국 가츠의 이탈을 불러 왔고 이는 그의 파멸의 단초가 된다그리피스의 꿈이 오로지 자기 혼자만의 꿈이지 우리의 꿈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독립적인 인격체인 가츠가 그의 밑을 벗어나려 했던 건 당연한 결과이다.

 

그리피스는 남을 옆에 둘 여유가 없었다이를 날카롭게 눈치 챈 사람은 다름 아닌 캐스커그리피스의 동료들이 그리피스의 성공과 함께하기보다는 그의 열매 부스러기를 나눠 먹겠다는 수준의 생각으로 승승장구하는 그리피스 옆에 붙어 있을 시점에 캐스커는 좀 더 한 단계 위의 것을 꿈꾸고 있었다그렇기에 캐스커는 그리피스가 지독하게 외로운 사람이며 조금만 엇나가면 부러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캐스커는 그리피스의 여자가 되기를 바랐다그래서 단지 그를 동경하고 그를 숭배하는 위치에서 벗어나 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느 정도는 대등한그리피스에게 의미가 있는 존재가 되기를 원했다그러나 캐스커가 그러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 데에는 캐스커 본인이 그리피스의 나약함을 자신의 구원의 창구혹은 돌파구로 읽었다는 데 있다.

 

그리피스의 틈새는 곧 캐스커에게 구원의 창구였다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독립적으로 알지 못하고 그리피스에게서 살아남는 것의 의미를 부여받았던 캐스커는 비록 그리피스 숭배자의 입장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그에게 존재론적으로 종속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그리피스가 나약함을 공유해준 사실이 그래서 캐스커는 기뻤던 것이다기뻐해야 할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리피스가 이런 점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일반적으로 그리피스와 캐스커 간의 관계는 그리피스와 가츠와의 관계 만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이는 만화의 다른 현란한 요소-그리피스의 미모잔인하고 강렬한 전투씬-들에 묻혀서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베르세르크를 여러 번 읽다 보면 이 만화는 순정만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묘하고 세부적인 심리묘사가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싸우는 장면에 집중하다 보면 놓치기 쉽지만등장 인물의 침묵이나 눈빛시선으로 인해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말해진다그리피스와 가츠 사이의 복잡한 관계가 만화에서 진행되기 전베르세르크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성립된 관계가 그리피스와 캐스커의 남녀 관계라는 게 내 생각이다가츠가 이 둘 사이에 끼어들기 전부터 이 둘 사이에는 공고한 관계가 자리잡고 있었다이 원래적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추후 진행되는 삼각 관계와 강마의 의식이후 그리피스와의 재회 씬에서 보여지는 감정선들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리피스에게 있어서 캐스커는 특별한 존재였다무의식 속에서 캐스커가 아내로 나왔는데 이는 캐스커와 그리피스 관계에 대한 정확한 묘사라고 본다캐스커는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성이 제거된 소년 같은 이미지로 나왔지만 그리피스는 캐스커를 한번도 남자로 본 적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리피스와 캐스커가츠의 삼각 관계에 대해서는 각 캐릭터에 대한 상세 분석 후에 좀 더 자세히 다뤄볼 생각이다이는 각 캐릭터의 성격에 대한 심층 이해가 아니면 제대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여간 그리피스는 본래적 성격 태생으로도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지독한 자아도취적(나르시스트적성격과 그를 뒷받침해 준 그의 능력과 외모는 그의 불행을 좀 더 연장해준 것에 지나지 않았다그는 냉정하고 이성적이었으나 이는 자기 자신을 위한 계산에 지나지 않았다그가 놓치고 있었던 것은 자신이 꿈을 추구했던 사실아니 꿈 외에는 자신에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었다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허무감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그토록 꿈이라는 추상적인 존재에만 매달려 존재의 의미를 찾았던 게 아닌가 싶다.

 

단지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삶을 견딜 수가 없었던 그리피스.

 

그의 처음 독백은 그렇듯 그가 처음부터 행복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행복한 사람이었다면 무언가 지금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매달려 살아가지는 않는 법이니까그리피스는 자신감은 강할지 몰라도 자기애나 자존감으로 설명되는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매우 낮았다그래서 그는 자신의 몸을 파는 기행을 저질렀고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고는 해도보통 이런 짓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가츠가 떠났을 때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죽음 충동적 행동을 보인다고문을 당할 때의 태도 역시 어떻게든 되어도 좋아.’라는 식의 자포자기적인 행동 양식은 그다지 정상은 아니다.

 

그런 그가 강마의 의식 때 모든 동료들을 바치는 결정을 내린 건 인과율적이라고 보여진다그는 자신이 인간임을 견디지 못했다혼자서는 불완전하며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는 없고그저 살아가며나이 들고언젠가는 죽어 버리고 마는 그런 존재라는 사실을 견디지를 못했다그런 그가 악마와 손에 잡은 건 당연한 일이다.

 

강마의 의식의 의미는 12권보다는 2권에서 더 뚜렷하게 나온다.

 

   
 

세상의 신은 구해줄 수 없는 영혼의 고통이 차원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우리(고드 핸드)는 약속 했다슬픔도 절망도 생겨나지 않는 초인의 혼을 주겠노라고.

스스로는 끊을 수 없었던 가장 사랑하고 가장 미워하는 자의 목숨을넌 바쳤던 거다유약한 인간의 혼을 장사지내기 위해인간을 초월하기 위해!

 
   

 

 

신은 침묵하는 베르세르크의 세계.

응답하는 자는 악마들 뿐이다.

 

나는 여기서 세상의 신은 구해줄 수 없는 영혼의 고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다후에 시르케가 등장한 이후 이 세상의 신이 어떤 존재인가는 점점 더 밝혀지고 있지만이런 신은 고드핸드와는 달리 세상일에 좀처럼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베르세르크의 세계관에서 신이 존재한다면 그는 전능한 존재일 터이다그런 그가 구해줄 수 없는 영혼의 고통이란 무엇인가나는 그것이 개인적 욕망의 실패에서 일어난 고통이라는 생각이 든다신이 바라는 것은 인간의 개인적 욕망과 이기심이 충족되는 세계가 아니다그런 고통에 신은 응답하지 않는다신이 응답하는 고통은 선을 행하려다가 받는 고통들이다이런 고통들에도 자주 응답하는 거 같지는 않지만...

 

그리피스는 유아적이고 자기 멋대로이다이제는 고드핸드의 한 존재가 되어서 심판을 피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듯 하다. (마와 관계된 자는 모두 지옥행이니깐너무나 많은 죄를 지어 지옥행이 확정된 존재가 죽음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의 한 장면과 겹쳐진다.

 

나는 그리피스 또한 성장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처음에 반하게 했던 그의 외모에서 눈꺼풀이 벗겨지고 나서 보니 그의 인격이 좀 더 자세히 보인다그 또한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지 않겠는가매춘굴에서 보낸 불행했던 어린 시절에서 유일하게 멋져 보였던 성이제 그에게는 그런 가짜 대용품이 아니라 정말로 행복을 주는 새로운 꿈이 나타나기를 기다려본다.


  • tory_1 2023.04.11 04:26

    후루룩 읽다보니 캐릭터들이 어딘가서 살아있을 거 같은 느낌든다 고마워!!!

  • tory_2 2023.04.11 08:02
    너무 재밌게 읽었다. 글펌 고마웡
  • tory_3 2023.04.11 11:27

    그리피스 외모의 중요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날카롭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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