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대면상담을 맞아 쓰는 초등교사의 학부모상담 팁.
이 글은 초등 기준으로 씀.
순서: (보통) 문에서 대기 - 입장 및 인사 - 아이스브레이킹 - 대화 - 질의응답 - (자리 둘러보기) - 상담마무리 순서로 진행된다.
1) 대기 시간
- 시간을 딱 맞춰 가거나 1~2분 정도 전에 도착하는 게 좋다. 너무 일찍 도착하면 다른 사람 상담중일 수 있다. 늦게 도착하면 상담시간이 줄어들수도!
보통 상담주간은 상담이 엄청 빡빡하다... 앞뒤로 상담이 있기 때문에 시간을 잘 지켜 가는 것이 좋다.
- 여유있는 상담을 원한다면 상담주간에는 신청하지 않고 다른 때 상담신청을 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특히 뭔가 딥한 얘기를 해야 한다면 상담주간 외 따로 개인 상담 신청을 추천(절대 실례가 아니다).
- 사실 아이에게 큰 문제가 없고 아이가 학교생활을 즐거워한다면 상담을 안 해도 괜찮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서 상담이 필요한 경우에는 대부분 연락이 온다. 아이가 학교 가는 것을 즐거워함 + 학급 친구랑 논다는 이야기 많이 함 + 담임에게 연락이 없다 = 아이가 무탈하게 지내는 편인 것.
- 김영란법 시행된지 좀 돼서 아무도 안그러겠지만 절대로 음료나 다과를 사가면 안된다. 학부모님들의 호의인 것을 알아도 받으면 안되기 때문에 잘못한 사람은 없는데 서로 미안한 분위기가 된다.
2) 입장 및 인사
- 보통은 입장 시간이 되면 교실이 비어 있거나, 시간 딱 맞춰서 이전 사람이 나온다. 혹시 앞의 분의 상담이 약간 길어지는 중이라면 끊을 수 없는 중요한 이야기 중인 것이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ㅠㅠ).
- 앞 사람이 없는데 시간이 되었다면 먼저 노크를 해도 된다.
- 시간이 다 되었는데 담임이 없다면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드물게 아주 긴급한 사안으로 자리를 비운 경우이다. 곧 돌아옴.
- 들어가면 보통은 앉을 자리가 딱 보이고 그 곳에 앉으면 된다.
3) 아이스브레이킹
- 소소한 인사를 나누면서 아이스브레이킹을 하는 시간이다.
- 이 부분은 담임 특성마다 너무 다르므로 패스.
- 가끔 읽을거리나 학습물 꾸러미를 보여주시는 선생님도 계신다. 나는 별로 보여드리지 않는 편이다. 말이 많은 편이라 그것까지 보여드리면 시간 모자라서.. 이 글 분량만 봐도 말이 많다..
4) 대화&질의응답
- 초등은 진짜 1년만에도 너무 성장하는 정도가 다르고 + 학급 구성에 따라 아이의 전혀 다른 성향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작년이랑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될 수도 있다.
- 너무나 잘 알고 있겠지만 집에서의 모습과 학교에서의 모습이 다른 경우도 아주 많다.
- 보통 1학기 상담은 듣는 상담을 많이 한다. 교사는 자녀의 학습지도나 여러 명을 지도하는 방법, 학생의 다대 일(또는 다대 다) 인간관계의 전문가지만, 개별 자녀에 대해서는 그 학생의 학부모가 누구보다 전문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신념이지만..
여하튼 양질의 교육을 위해 자녀에 대해 많이 알려주면 좋다. 꼭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건강 문제: 딤토의 다른 상담 팁글에도 나왔지만 건강 이슈는 무조건 말해주면 좋다. / 고학년 남학생이 갑자기 잠이 많아진다거나, 여학생의 경우 생리통이 심하면 꼭 언급을 해주면 좋다. 다른 친구들에게 수업에 성의 없게 참여한다고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담임이 아이의 건강상 문제나 성향을 알면 피의 실드를 쳐서 오해를 막아줄 수 있다.
2) 지도에 참고가 될 만한 아이의 성향이나 특이사항: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특별히 무서워하는 것, 적응 속도, 모험심 등.
3) 특별히 신경쓰이는 과목: 지금은 학기 초라 담임도 대답이 어렵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부분을 말해두면 담임이 특별히 신경 써서 관찰했다가 2학기 상담 때 성취도 변화를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
4) (중~고학년) SNS 이용 정도. 사실 내가 요새 애들한테 이게 궁금해서 학부모님들 오시면 물어보려고 함 ^^;
- 질문을 미리 생각해가면 좋다. 크게 이 정도 물어보면 된다.
1) 적응: 학교생활에 어려움은 없는지? 수업 준비는 잘 되는지? 자리 정돈은 스스로 잘 하는지? /
화장실 이용에 불편은 없는지, 교실에는 잘 들어오는지(1학년)?
2) 인사성: 인사 잘 하나요? 물어보면 예의범절 잘 지키는지가 대부분 드러난다.
3) 학업 성취: 무슨 과목을 잘하나요 못하나요라는 질문은 사실 크게 의미가 없다(초등은 절대평가라 성취도만 달성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그 과목 안의 세부적인 특정 영역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국어 - 글쓰기를 곧잘 하나요? 독서 습관은 잘 잡혀 있나요? 도서관은 자주 가나요? 글 읽는 속도는 어떤가요? 수학 - 연산 속도가 괜찮나요? 문장제 문제는 잘 해결하나요? 등.
4) 사회성&교우관계: 제일 신경쓰이는 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 들어두면 크게 도움이 된다. 담임이 마음에 걸린다고 얘기하는 게 있으면 아이를 위해 꼭 기억을 해 두는 것이 좋다. 요즘 학교에서 절대 나쁜 얘기 안하는데 친구 관계 관련해서 무슨 특별한 얘기 해 주신다는 건 정말 (교직을 걸고) 그 아이를 위해 얘기해주시는 것이다..ㅠㅠ
5) 발표력: 2-5학년은 물어보면 좋은 질문이다. "발표를 적극적으로 한다." 가 아닌 경우에는 발표할 때 두려움이나 수줍음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근데 발표는 대부분 자신감을 심어주면 잘 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참고만 하면 된다. 물론 사람들 앞에서 전혀 말을 못하거나 발표력이 진짜 심각한 경우도 있긴 한데 그런 경우에는 가정에서도 운동을 보낸다든지 하는 식의 대처를 하는 것이 좋다. 상담 내용에 따른 대처법은 언젠가 기회가 되면 따로...
발표력 질문에서 1학년과 6학년은 예외. 1, 6학년은 담임의 거의 대답이 정해져 있어서 굳이 안물어봐도 된다.
1학년은 대부분 긴장해서 발표를 못하지만, 이것도 지극히 정상이다. 잘하는 아이가 가끔 있는데 그런 경우가 독특한 것이다.
6학년은 사춘기가 오면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신경쓰여 발표를 안하는 경우가 많다.
6) 집중력: 집중력은 딱 두개만 물어보면 된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을 잘 보고 있나요? 수업 시간에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하진 않나요? + 수학 교과서 펼쳐보기(다른 과목은 재구성해서 교과서를 안 쓰는 경우도 있는데, 수학은 보통 교과서를 풀긴 푼다.)
- 담임선생님에게 건의할 사항이 있으면 얘기하는 경우는 많을 것이다. 그런데 혹시 선생님의 교육방침 중에 좋은 것이 있다면 그것도 꼭 이야기를 해드리자(~한 활동 좋아요. 등).
보통 담임의 교육 방식 중 괜찮은 것은 이야기를 안 한다. 예전에는 그래도 괜찮았다. 교육과정 운영은 법적으로 정해진 것 이외에는 교사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그런데 요즘은 정상적인 교육방법도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어서 시정하라고 민원을 넣으면 한 명(또는 소수)의 의견인데도 마치 다수의 의견처럼 여겨져서 고치거나.. 심지어 대부분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임에도 없애야 하는 경우가 꽤 많다.
그래서 꼭 좋은 것을 좋다고 많은 분들이 말씀해주셔야 교사의 좋은 활동이 사라지지 않는다. 좀 슬픈 현실 ㅠㅠ; 이지만 학부모님들께 도움을 꼭 요청드린다. 이걸 읽고 계시는 학부모님들은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고 좋은 학부모님들이실 테니까..
- (중학년 이상의 경우) 영어 같은 전담과목 성취를 물어보고 싶을 때에는 미리 선생님께 문자로 이 부분이 궁금하다고 언질을 드리면 좋다. 담임도 전담과목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디테일한 내용은 전담 선생님께 협조를 구해야 알 수 있다.
5) 자리 둘러보기&상담 마무리
- 시간이 남았다면 담임 선생님께 요청해서 아이의 자리와 사물함, (있다면)학습 파일을 둘러보고 가면 좋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 아이가 정리를 잘 하는지, 수업에 집중해서 참여하는지 등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 상담 시간이 남았는데 대화가 끝났다면 먼저 나가는 것은 절대 실례가 아니다. 짧게 상담해도 성의 없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자. 그냥 인사하고 가면 된다!
6) 그 외
- 은근 신경 쓰이는 복장 문제: 바로 앞/뒤 시간 학부모를 만나거나, 같은 시간대에 대기하는 옆 반 학부모를 볼 수도 있지만 대부분 다른 사람 복장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이다. 무난한 출근룩 복장, 청바지에 무난한 상의류, 깔끔하고 편한 원피스류(저학년 아이들 등하교 시켜줄 때 입는 류인데 꾸안꾸 느낌인?)가 가장 많았던 것 같다. 명품백도 들고 오시는 분 거의 못 봤다.
- 아마 상담오시는 학부모님들 대부분 엄청 긴장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함. 그치만 상담 때 들은 이야기는 그냥 '아이에 대한 이야기'이지, 부모에 대한 '평가'는 절대 아니니까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학부모님들이 누구보다 더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하신다는 걸 대부분의 교사는 알고 있음. 그래서 교사들도 진짜 아이를 위해 필요한 부분 위주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함.
- 학교에 상담하러 간다고 하면 부모님만큼 애들도 대부분 엄청 긴장한다. 다녀오면 아이에게는 그동안 학교생활 잘해왔다고 들은 부분이 있었으면 꼭 칭찬을 부탁해 :) 만약 마음에 걸리는 이야기를 들었더라도 보통은 단기간에 해결되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니까, 막 혼을 내는 것보다는 칭찬할 점 칭찬해주면서 긴장 풀어주고 고칠 부분도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는 게 더 좋음. 약점이 있는 부분까지 다 잘한다고 우쭈쭈 해주라는 이야기는 아니고(애들이 영혼없는 칭찬 귀신같이 알아들음) ~한 부분은 잘했다고 칭찬해주셔서 아빠/엄마가 기분이 다 좋더라. ~한 부분은 00이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더 잘 할 것 같다던데 어떻게 해볼까~ 등으로 접근하는 게 좋음
- 마아아안약 상담 권유를 들었다면 최대한 빨리 관련 검사나 전문기관을 찾는 것을 추천한다. 빨리 개입하면 정말 많이 좋아진다. 무조건 빠를수록 좋다.
- 아버지도 상담 오시는 경우가 코시국 전에도 조금 많아졌었다. 아마 이번에 상담 하면 더 많지 않을까? 부부가 같이 오시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많진 않다. 여튼 학부모 상담에 누가 와도 이상하지 않다.
다른 사이트에 퍼가지 말고 딤토에서만 봐주면 감사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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