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가가 일부러 윤현우에게 서사를 주었던 이유를 이제 명확하게 알 것 같아
예전에 읽은 책 중에 트라우마 한국사회라는것이 있었어
작가의 주장이 좀 거칠긴 하지만,
한국이 유래없는 압축 성장을 겪으며 사회적 비극을 해소하지 않고 그냥 지나친 채로 쌓아올린 탓에 세대별로 집단적 트라우마에 걸려 있다는 내용은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음
이런 맥락에서 재벌집은 나름대로 최근 현대사의 굴곡이 빚어낸 트라우마를 치료하고자 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더라고
그리고 그 방향성이 원작과 드라마를 구별하는 큰 차이인거 같아
원작은 대리만족을 통한 치유라면, 드라마의 목적은 현대사의 부침 속에 자기혐오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세대들에게 위로를 건네는게 아닐까 싶더라
때문에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순양을 먹는 과정이 중요할 수 밖에 없고, 드라마에서는 윤현우의 과거가 중요할 수 밖에 없음.
윤현우의 과거 자체가 그 시대 한국사회를 살아온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을 상징하니까.
14화 마지막 씬을 보면 결국 알맹이는 같은 윤현우지만, 한쪽은 억 단위 돈을 조 단위로 굴리고 한쪽은 고작 500이 없어서 더욱 나락으로 쳐박히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줌 이 컷을 위해서 그간 배우가 알맹이가 윤현우인 진도준을 연기했구나 싶더라고(호불호는 갈릴지언정)
보면 현우네 가정은 더욱 애써서 가난해지기 위한 선택지만 잡은 걸로 보여. 시위를 굳이 해서 다치고, 알지도 못하면서 주식투자를 하고, 당장 수능을 포기하고, 이제는 사채까지 써.
그런데 이 모든 선택지가, 오롯이 현우 가족들의 100프로 잘못이라고 볼 수 있을까? 물론 회귀전 현우는 그렇게 생각했을거임. 스스로 뺨을 때린 장면도 그런 자기혐오를 상징하는거 같고. 하지만 시청자는, 그리고 14화의 진도준은 이제 그게 아니라는걸 알아.
아진자동차는 밀실 야합으로 처음부터 청산될 운명이었고, 순양생명도 마찬가지였음. 카드대란으로 금융경색이 오지만 않았다면 사채를 쓸 정도로 몰리지 않았을 수도 있음 물론 현우네가 현명한 선택을 한 건 아니지(그시절 정보 창구야 신문 뉴스가 다였을텐데 그것도 드라마 내에서 현성일보가 계속 언플하는걸로 나오잖아 그래서 윤현우가 모현민 더 싫어할 수 밖에 없을듯)그런데 더 많은 정보를 쥐고 있으면서도 현명하지도 않고 이기적이기만 한 선택을 하는 다른 사람들도 있지. 진씨 남매들처럼. 하지만 후자는 멍청함에 대한 대가를 치뤘나? 아님.
그래서 난 14화의 그 씬이, 90년대~00년대의 굴곡을 헤쳐온 수많은 윤현우들에게 주는 위로처럼 보이더라고. 그게 전부 당신 탓이 아니다 하는.
이것만으로도 꽤나 신선하게 느껴져서 드라마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굉장히 강렬했음
예전에 읽은 책 중에 트라우마 한국사회라는것이 있었어
작가의 주장이 좀 거칠긴 하지만,
한국이 유래없는 압축 성장을 겪으며 사회적 비극을 해소하지 않고 그냥 지나친 채로 쌓아올린 탓에 세대별로 집단적 트라우마에 걸려 있다는 내용은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음
이런 맥락에서 재벌집은 나름대로 최근 현대사의 굴곡이 빚어낸 트라우마를 치료하고자 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더라고
그리고 그 방향성이 원작과 드라마를 구별하는 큰 차이인거 같아
원작은 대리만족을 통한 치유라면, 드라마의 목적은 현대사의 부침 속에 자기혐오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세대들에게 위로를 건네는게 아닐까 싶더라
때문에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순양을 먹는 과정이 중요할 수 밖에 없고, 드라마에서는 윤현우의 과거가 중요할 수 밖에 없음.
윤현우의 과거 자체가 그 시대 한국사회를 살아온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을 상징하니까.
14화 마지막 씬을 보면 결국 알맹이는 같은 윤현우지만, 한쪽은 억 단위 돈을 조 단위로 굴리고 한쪽은 고작 500이 없어서 더욱 나락으로 쳐박히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줌 이 컷을 위해서 그간 배우가 알맹이가 윤현우인 진도준을 연기했구나 싶더라고(호불호는 갈릴지언정)
보면 현우네 가정은 더욱 애써서 가난해지기 위한 선택지만 잡은 걸로 보여. 시위를 굳이 해서 다치고, 알지도 못하면서 주식투자를 하고, 당장 수능을 포기하고, 이제는 사채까지 써.
그런데 이 모든 선택지가, 오롯이 현우 가족들의 100프로 잘못이라고 볼 수 있을까? 물론 회귀전 현우는 그렇게 생각했을거임. 스스로 뺨을 때린 장면도 그런 자기혐오를 상징하는거 같고. 하지만 시청자는, 그리고 14화의 진도준은 이제 그게 아니라는걸 알아.
아진자동차는 밀실 야합으로 처음부터 청산될 운명이었고, 순양생명도 마찬가지였음. 카드대란으로 금융경색이 오지만 않았다면 사채를 쓸 정도로 몰리지 않았을 수도 있음 물론 현우네가 현명한 선택을 한 건 아니지(그시절 정보 창구야 신문 뉴스가 다였을텐데 그것도 드라마 내에서 현성일보가 계속 언플하는걸로 나오잖아 그래서 윤현우가 모현민 더 싫어할 수 밖에 없을듯)그런데 더 많은 정보를 쥐고 있으면서도 현명하지도 않고 이기적이기만 한 선택을 하는 다른 사람들도 있지. 진씨 남매들처럼. 하지만 후자는 멍청함에 대한 대가를 치뤘나? 아님.
그래서 난 14화의 그 씬이, 90년대~00년대의 굴곡을 헤쳐온 수많은 윤현우들에게 주는 위로처럼 보이더라고. 그게 전부 당신 탓이 아니다 하는.
이것만으로도 꽤나 신선하게 느껴져서 드라마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굉장히 강렬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