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느꼈던 것들을
잠깐 써볼까 해. 그냥 정리 겸, 그리고..지금 할 일이 없다...
나는 조금.. 뭐라고 해야 하지. 특수성이 있는 직업이긴 해.
원래는 방송작가로 시작해서, 그만두고 평창올림픽 개막식 봤을 때 나오던..
증강현실 및 미디어파사드와 홍보영상 등등 미디어관련 기획작가업을 하고 있어.
약 7년의 기간 동안 다니는 회사는 3번 바꿨어. (방송에서 2번-이건 막내에서 서브로 입봉하느라 옮김/지금 현재 업태에서 1번)
이 업태(?)들이 대부분 그럴텐데, 소기업이야!
아무리 잘 나가는데여도 50명 이상인 곳은 거의 없어. (방송 외주 제외)
나는 전부 30명 안팍인데서 일해왔고. 그거 참고해줘.
1, 눈치 너무 보지 말자
기본적으로 나는 눈치가 빠른편이야. (장녀 특성) 빠른편이다보니 사소한 상사의 기분변화 감지...
내 작업물을 본 다음의 미묘한 표정변화까지 엄청 예민하게 반응했어.
약간의 완벽주의가 심해서, 내 기획안이나 원고가 반려당하면 굉장히
스트레스 받았음... 방송작가시절엔(서브작가까지만 했어) 메인작가 눈치 보느라 몸살이 날 정도...
근데 눈치 볼 필요 없어.. 내 의견 그냥 말하고 까이면 아 아닌갑다하고
좀 무뎌지는 게 필요한 듯. 상사는 내가 아니고 나도 상사가 아니니까 서로 의견이나 취향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시각이 합일할 거란 기대감을 일찌감치 내려놓고
그냥 무한 반려 들어가도 <내가 잘못된게 아니라 의견차이인데 내가 짬밥 안되니까 니 말에 따라준다.> 하는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음
2. 사무실 분위기는 또라이가 지배한다
다행히 나는 회사 사람 운은 좋았어. 진성 또라이를 만난 적이 있긴하지만 뭐.... 그만두면되니까?ㅎ
아무튼... 보통 이쪽계열은 일하는 사람끼리는 엄청 사이가 좋음
왜냐면 존나 힘드니까 동지애가 생기고 외부에 갖는(=업무량에 갖는) 불만감이 더 크기 때문에 내부총질할 여력이 없어.
대체적으로 업무가 한가하면 에너지가 뻗쳐서 내부총질해대는거같고 일이 졸라 빡세면 일하느라 에너지가 소모돼서
내부 총질이 안되는 거 같음.
아무튼 사원들끼리 사이가 좋은 업무 개빡센 회사의 특징은 사장이나 본부장 등 직급 상위에 있는
애들이 또라이일 경우가 넘침.
업무 조절을 못하고 과하게 넘겨서 사원들갈리는데 나몰라라 하는 돈에 눈 먼 애새끼일 확률...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 내부에 풀어서 분위기 좆창만드는 또라이일 확률 등등...
그래서 사원들끼리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일 그만두는 속도가 참 빠름...
아무튼 중간 층이 또라이어도 분위기는 좆창나는 거고
대표가 또라이면 사원들끼리 사이가 좋을진 몰라도 대체적으로 분위기 시망임.
3. 아 됐고 인간관계 다 필요없음
나는 업무상 협업관계가 참 많음. 쉽게 설명하자면 모든 일이 대학 조별과제 느낌임 한명이라도 제 몫을 못하면 끝장나는 거.
그래서 화술이 중요함. 똑같은 말이더라도 잘 어떻게 포장해서 전달해서 일의 효율을 고취하는....
근데 내생각에 사내 인간관계는 그냥 여기까지만 하면 됨. 잘지낼 필요없고 같이 일하기 좋은사람이라는 인식만 들도록
사회초년생때 잘지내려고 부던히 애를 썼던 내 에너지를 생각해보면 하등 쓸모없음.
내향적인 성격이긴해도 내성적이진 않고 기본적으로 화술이나 인상이 좋아서 인간관계가 참 원활했음.
근데 그 원활한걸로 만족하지 않고 대학생활때처럼 다같이 하하호호 지내고 싶어서 들였던 에너지를 생각하면..
어차피 그만두면 안보고 사는 사람들이었음을 왜그랬을까?ㅋㅋㅋㅋ
솔직히 말하자면 회사를 네군데나 다녔는데 계속 연락하고 지내는 지인 0명임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에 쓴 신경을 조금 덜했다면 개인적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줄었을 거 같아. 서로 약간 불편한 관계인게 내 생각에 훨씬 일하기 수월함.
4. 못해요라는 말을 할 줄도 알아야한다
못한다=능력없다=쓸모없는 사람이 공식인줄 알았지만 그게 아님을...
못한다=일이 많다=바쁜 사람이라는 공식이 훨씬 먹힌다.
일에 치여서 울며불며 밤샘 작업하면서도 못한다고 하면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될까봐 어영부영 모든 일을 안았었지...
솔직히 알아주는 사람 1도 없다. 그냥 "제가 이 일은 언제까지 끝내야하고 저 일은 언제까지고 그럼 기한이 도무지 나오질 않아요."
하고 일이 많아서 “못해요”라고 말하자.... 그냥 대뜸 “못해요”라곤 하지 말고..... 티를 내야 사람들은 안다.......
5. 일에도 권태기가 온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안하고 싶은 일은 죽어도 안하는 성향, 그리고 모든 일에 빨리 질리는 성향이 더해져 나는 이 직업을 선택했고
후회도 없고 오히려 내 일을 사랑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권태기는 온다.
지겹고 짜증나고 편두통에 시달리고 눈뜨자마자 아프다고 하고 쨀까 말까 오조오억번 고민하는 시기가 온다....
이 시기가 오면 회사가 좆같아서 인지 아님 내 업무가 좆같아서 인지 인지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닥후자라면 그냥 참고 이 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며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어떤 것(여행)을 계획하자...
회사를 갈아도 내 업무는 똑같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현타는 이직으로 이겨낼 수 없다...
6. 다음 날 교통사고가 나서 깔끔하고 고통없이 뼈 하나만 똑 부러져서 입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직해야한다. 이건 이직이 답이다. 이직말고는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다만 5번에 말한 회사가 좆같은지
내 업무가 좆같은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전자면 이직, 후자면 직종변경을 해야한다. 나는 둘다 했음ㅋㅋ
7. 그래도 자기 세뇌는 안된다.
다들 이러고 사니까, 나는 그래도 내 일을 사랑하니까... 등등 자기 세뇌로 현업의 좆같음을 외면해선 안된다.
(그랬다가 스트레스로 20키로 살 찌고, 대인기피증 걸렸음)
자꾸 화살을 “어쩔 수 없으니까”로 돌리며 합리화하기 시작하면 경계하는 게 좋다.
합리화해서 편해진다면 좋겠지만 이 경우 120%의 확률로 마음이 편해지지도 않는다. 그냥 계속 시궁창같음...
세뇌하지 말고 방법을 강구해라.... 똥밭에 구르나 겨자밭에 구르나지만 똥밭에 계속 구르느니 장소라도 바꿔서
한번씩 주변상황을 바꾸는 게 좋다........
8. 상사는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좋은 상사여도 너무 믿지 말자. 그들도 그저 이 사회 톱니바퀴에서 생계 이어가겠다고 일하는 사람이다...
내 미래를 책임져 주지 않으니(까놓고 말하자면 그런 능력이 없다는 게 맞다.)
내가 이렇게 잘했는데- 내가 이렇게 챙겨줬는데-하고 기대심리를 갖지 말자. 나중에 찾아오는 상실감과 현타로 본인만 휘청인다.
물론 상사의 입바른 말 또한 걸러듣자. 그들은 신이 아니고 무엇보다 회사 대표도 아니다...
나를 위해 뭘 해주겠다는 말은 그들이 이루지 못할 확률이 크다
(난 이걸 몰라서 일 관두고 쉴 때 약 6개월간 강제백수 생활을 했다.. 자리하나 만들어줄테니 기다리라는 사람 참 많다)
역으로 ㅈ같은 상사한테도 적용된다. 걔네는 내 미래 안 책임져준다. 그러니까 좀 막나가도 된다.
그들이 날 어떻게 하겠다는 위협도 걍 흘려라. 뭐 어쩔건데. 걔가 진짜 ㅂㅅ이라면 아무도 걔 말 귀담아 안 듣는다.
9. 밥은 혼자 먹는 게 최고다
난 혼자먹는 걸 좋아한다... “팀끼리”가 강한 상사가 있더라도 가끔 혼자먹겠다고 한다.
병원 들렸다 와야해서요, 은행 업무 있어서요 등등 핑계를 대서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자...
나중엔 내가 내 밥먹는 시간까지 통제받아야하나 싶어서 점심시간에라도 혼자 있고 싶어서요^^라고 말했더니 의외로 잘 먹힌다.
물론 내가 또라이 취급을 받긴 한다. 왜 뭐. 일 잘하면 되지.
10. tmi인 듯 tmi아닌 tmi
여담으로 점심시간에 밥 같이 먹는 걸 잘 활용하면 좋은 것들이 있다. 가끔 사적인 내용을 고민인척하고
"아 이번에 가족들끼리 여행가자고 하던데 블라블라" 하면서 짐짓 가족애 쩌는 아버지가 평일 하루 휴가내고 여행가자고 했다가
내가 안 된다는 말에 삐졌다 등등의 일화를 깔아두면 나중에 월차 하나쯤 맘대로 낼 수 있다.
아..그때 말씀드린 가족여행... 뭐 이런 간지. 물론 소기업만 가능하다.
물론 몸 아픈것도 가능하다. 계속해서 아픈 증상들을 아무렇지 않다는 듯,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하다가 이래서 운동을 해야하는데~ 깔깔
로 마무리한 그 병이 내 일상을 후려치는 척 반차 하나쯤 낼 수 있다.
p.s 모든 건 평소에 업무를 잘 해야 하고 어쨌든 내가 빠진 날에 나하나 없다고 딜레이될 업무가 없어야 한다.
음... 내가 느낀 건 이정도네...
사회초년생 때는 정말로 뭐라고 해야하지.. 착한사원컴플렉스가 있었던 거 같아.
말 안해도 딱 알아듣고 빠릿빠릿하고 일처리 잘하고 사회생활도 잘하는 우수한 내가 되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던 느낌? 애초에 그렇게 성질이 순한 ㅋㅋㅋ 편도 아니었는데 말이지.
이리저리 치이고 여러일 겪으며 짬을 좀 먹으니
자연스럽게 저 병이 없어지더라 ㅋㅋㅋㅋ 아무도 내가 완벽한 걸 원하지 않았는데, 왜 난 혼자 완벽을 추구했는지 ㅋㅋㅋ
그래서 스스로를 괴롭혔던 게 컸던듯.
앞으로 또 어떤 걸 깨달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회생활 쉽지 않다 ㅋㅋㅋ여전히 ㅋㅋㅋ
아무튼.... 직장인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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