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주절주절 사설도 길지. ;ㅅ;
이번 주가 여름휴가기간이었던 나토리.
헌데 휴가 첫날부터 날씨 상태가??? (경기권 거주중)
..그런 이유로 숙소에 처박혀서 직장내 도서관에서 왕창 대여한 추리소설이나 읽고 있는데
제일 먼저 집어든게 '주머니속의 호밀(by 애거서 크리스티)'
거기 보면, '6펜스의 노래'라는 마더구스 내용을 본딴 연쇄살인이 나오는데
하필 그 노랫말 중에 이런 대목이 있었던 거십니다.
'왕비는 거실에서 빵과 꿀을 먹고 있었네'
그리고 등장인물 중에서 왕비라고 빗대어 불릴만한 위치의 사람이
영국 특유의 오후 티타임을 가지는 도중에! 정말로!!!! 꿀 바른 스콘과 홍차를 먹고 마시다가 독살됨.
(갑분 이 대목에 꽂혀서, 원문까지 찾아봤는데 걍 빵이 아니고 정말 '스콘'이라고 나와있음)
..............그래서 스콘을 구웠음. (갑자기요? @ㅁ@;;;)
..아니, 모처럼 휴가인데 밖은 우중충도 넘어서 우르릉쿠왕쾅쾅촤악촤악 비가 억수같이 퍼붓고
마침 읽던 책에서는 티타임 대목이 나오니까 (사람이 독살되든 말든) ㅠㅠ
나도 따끈하고 포실포실 달큰고소한 버터냄새 맡으면서 뜨겁고 찐한 홍차 마시고 싶었단 말임.
그래서 오븐도 없는 숙소에서 에어프라이어 하나만 믿고 스콘을 구웠고(본가에 있는 오븐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어쨌든 구워지긴 함)
스콘을 왕창 구웠으니(사진에 있는 거 두 배 정도)....크림티를 먹어야겠어서 이런 날을 위해 냉장고에 짱박아 둔 클로티드 크림 병뚜껑을 땄음.
그리고 이왕 밖에 나가서 아무것도 못 할거..숙소에 처박혀서라도 기분이나 내자 싶어서 주섬주섬 다기를 세팅함. (조명 안켜서 우중충함)
누구는 휴가때 남이 우려주는 차 마실텐데...............눈물이 차올라서 고갤들어..크흡 ㅠㅂㅠ
홍차는 포트넘의 플래티넘 주빌리.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재위 70주년 기념으로 나온 홍차인데, 내 입맛엔 꽤 잘 맞아서 부담없이 이걸로 집어듦.
그리고 따라란~ 포트에 넣어 4분 우려서 따라냈는데도 수색이 말갛고 주황주황 한것이 굳굳.
'크림티'는 스콘에 잼이랑 클로티드 크림을 발라서 홍차 마실때 곁들여 먹는걸 말하는 건데
정식으로 거하게 차린 애프터눈 티 세트에서 가장 중간단 접시만 쏙 빼온 구성이라고 해야 되나..뭐 그렇음.
(애프터눈 티의 3단 접시 구성은 보통..제일 아랫단은 짭짤한 샌드위치/ 중간단은 스콘/ 가장 윗단은 구움과자나 초콜렛이 들어간 단것들로 채워지거등)
가정시간에 한식 상차림 배우면 가장 기본 구성이 되는 밥,국,반찬은 동일하고 다른 반찬 가짓수만 늘려가면서 몇 첩 반상 이럴때 앞에 숫자가 늘어나듯..
영국 애들 나름대로 '우리가 아무리 간소하게 티타임을 가지더라도 곁들여 먹는 걸로 이거,이거는 있어줘야지 인정'..뭐 이런 느낌으로 이름까지 따로 붙인듯.
(하지만 이거야말로 라떼이즈홀스 그 잡채...영국 사는 지인 말로는 요새 영국 사람중에도 평소에 이렇게 차 마시는 사람 잘 없다고.
걍 머그에 티백우려서 우유 때려붓고 비스킷 담가서 찍어먹는 사람 태반이라고 함. 마치라잌 한국 직장인들이 아아를 커피가 아닌 포션으로 마시듯.)
그리고 크림티 하면 빠질 수 없는 '영국판 부먹찍먹 논쟁'이라고 해야하나..그렁거도 있음.
예전부터 클로티드 크림이 많이 생산되는 지역이었던 '데본'과 '콘월' 지방에서 서로 자기네들 방식이 맞다고 우기는건디 ㅎㅎ
이렇게 반으로 가른 스콘에 클로티드 크림 먼저 바르고, 잼을 위에 올리는 방식은 데본 지방 사람들이 대대로 주장해 온 '제대로 먹는 방식'이고 (ㅋㅋㅋ)
요렇게 잼을 먼저 바르고 위에 클로티드 크림을 올리는 방식은 콘월 지방 사람들이 '정석'이라고 우기던 방법.
하지만 한민족은 먹보의 민족. 한민족의 지혜는 언제나 명쾌한 답을 주곤 하지.
부먹찍먹 가지고 싸울 사이에 하나라도 더 '처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분 족발등장 주의) 그래서 흡입하듯 스콘을 해치우고, 시간이 꽤 지나서 약간 진하게 우러난 홍차 두번째 잔에는 각설탕을 두 알 퐁당
잘 저어서 녹여줌니당..(앵설이 의외로 힘세고 강해서;;;...꼼꼼하게 안 저어주면 잘 안 녹더라공)
데워서 세팅해 둔 우유까지 꼴꼴꼴 부어서 섞으면 영국식 밀크티 한 잔이 뾰로롱.
여기서 끝이 아니었음.
.....왜냐면 클로티드 크림이 반 병 넘게 남았거등 ㅠㅁㅠ (클로티드 크림은 한 번 병을 따면 냉장보관 하더라도 최대한 빨리 먹어야 함)
그래서 그 다음날은 포트넘의 로얄 익스체인지 홍차를 우려서 또 크림티 먹음. (이 날도 정말 어마어마하게 비가.....후 ㅠㅠ)
찻잎 은박 밀봉포장을 놓고 찍으니 칙칙하니 그림이 안 살아서 깡통은 텅텅 비었지만 아무튼 원래 담겨있던 깡통을 대신 놓고 찍음 ㅋ 때깔 곱쥬?
이 홍차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홍차라서 아껴먹던 건데...전날 마셨던 플래티넘 주빌리가 오래 우려도 생각보다 탕약스럽게 묵직한 느낌이 덜해서
마지막에 밀크티로 마시기엔 로얄 익스체인지가 더 나을거 같아서(밀크티로 마시려면 두번째 잔부터는 약간 탕약스럽게 우러나는 홍차가 좋음) 이거로 고름
티 캐디스푼으로 듬뿍 떠냈는데 골든팁이 꽤 많이 섞여있는게 보임. 포트넘의 스테디셀러인 로얄블렌드에 운남골든팁스를 가미한 블렌딩이라
스트레이트로 마시기엔 너무 진하고 무거워서 내 취향 아니었던 로얄블렌드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음. 첫잔은 스트레이트로, 나머지는 밀크티로 딱임.
찻물 양을 맞춰야 해서 계량해보니 4.5그람..찐하고 뜨거운 홍차를 위해 평소보다 더 찻잎을 많이 씀.
전날 구웠던 스콘을 에어프라이어에 5분 정도 더 데워서 세팅하고~~
따끈한 스콘을 반으로 쩍쩍 가르면 겉은 바삭 속은 촉촉...겉바속촉 조아조아 >ㅁ<
처덕처덕...크림과 잼을 아낌없이 쳐발쳐발~~
이쁜건 한 장 더 봅시다...
원래 칼로리는 맛의 단위.
칼로리가 높을 수록 맛있는 건 당연한거임. (고럼고럼)
말그레 하면서도 적당히 진하고 향긋한 첫잔.
이 날은 밀크티에 설탕 한 알씩만 넣음. (두 알씩 넣으니까 스콘이랑 먹을때 좀 달았음)
여기다 티코지로 감싸서 뜨끈하게 제조된 탕약을 부어봄니다...
크~흐!!! 이거지 이거야....12분 정도 우려낸 탕약 스타일 두번째 잔. 적당히 뿌연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떫은 맛이 시각적으로 팍 오는 너낌..
요기다 데운 우유 살짝 부어서 섞어주면..(우유 부어서 초반에 무늬그리며 퍼지는 걸 찍고 싶었으나, 천수관음이 아니라서 포기 ㅠㅠ 손이 모자라~)
요렇게 부드러우면서도 진한 영국식 밀크티가 됨니당..따끈향긋하면서도 적당히 간이 맞는 진한 밀크티.
먹자먹자...와구와구...
그리고 이건 진짜 티팟에 쪼끔 남은 찻물에 남은 데운 우유를 섞은 두 번째 밀크티 (전체로 따지면 세 번째 잔임) 수색이 약간 더 연하고 맛도 살짝 더 연했음.
마지막으로 영롱한 스콘 단면 보고 가실께여~ (갠적으로는 데본셔 방식을 좋아함. 빠알간 딸기잼이 위에 올라간게 훨씬 먹음직스러워 보여 ㅎㅎ)
주절주절이 많아서 거슬렸다면 미안.
하지만 모처럼 휴가인데 이거라도 하지 않았으면 나톨 억울해서 ;ㅅ; 크흑
크림 이름만들어봤지 안먹어봤는데 맛있겠당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