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광호가 처음에 태수미에게 아이를 낳아달라 애원했을 때는 진짜 포기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사랑을 잃고 싶지 않아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말했을 거야.
그런데 아이를 주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태수미를 보고 우광호도 그제야 태수미를 포기했겠지
여기에 비난도 많긴 하지만
어쨌든 우광호도 당시 20대 젊은나이 불같은 사랑에 아이를 가진다는 책임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저지른 과오라고 봐
그래도 자기가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서울대 법대 나온 그 능력에 김밥을 말면서
그 세월을 버틴 것만으로도 순수한 사랑이긴 한거 같고
근데 영우가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잖아.
자폐진단 받고 영우를 홀로 케어하면서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겠어.
전에 영우에게 말했듯이 영우를 키우면서 너무 외로웠다고 토로했고
영우가 자라면서 물적이든 인적이든 간절한 순간이 엄청 많았을 거야
그러면서 태수미를 생각할때도 있을 테고.
그때마다 태수미가 원망스럽지 않았을까 싶어.
자기는 돌아보지 않더라도 이해되는데 그래도 자기가 낳은 아이가 지금 어떤지 한번은 들여다 볼 수 없는 걸까 이러면서
대한민국 1위를 다투는 거대로펌 후계자에 재력에 영향력에
태수미가 마음만 먹었다면 사람 시켜서 물적 지원이라도 해줄 수 있는거잖아?
태수미나 우광호가 사회적 지위가 차이가 나지만 아주 접점 없는 사람들은 아니야
서울대 법대 동문을 통해서 언제든지 소식 같은건 접할 수 있다고. 그런데 전혀 태수미가 아이를 찾아본 적이 없었지.
그래도 우광호는 끝끝내 자기가 먼저 도움을 요청하거나 하지 않았어.
젊은 날의 약속한 말을 꼭 지키겠다고 자기 힘으로 영우를 키우겠다고 우직하게 그런거지
나중에 영우가 로스쿨 수석으로 졸업하고도 취업 못하고 나서야
약속따윈 지키지 말걸 그랬다고 자신이 작은 변호사 사무실이라도 물려줬어야 한다고 후회했고
그런데 태수미가 대뜸 찾아왔어.
자신이 발목 잡힐 일이 생기니까 이제서야 아이를 들여다 보려고 찾아 온거야.
자폐가 있다면서 지원 이야기 꺼내는 것도 그동안 영우가 어떻게 자라왔는지 전혀 신경 안써온게 다 드러나지
코빼기도 안 비쳤다고 원망하는거. 우광호 입장에선 당연한거야
젊을적 사랑은 금세 빛바랬고, 자기에게 가장 귀한건 딸인 영우인데
사나이로서 약속을 지키겠다고 전전긍긍하며 영우를 키워간 세월이 너무도 어리석어 보이고
지금와선 그깟 약속 버리고 내 실력으로 변호사해서 사무실을 차려줄걸
그럼 영우 치료하고 뒷바라지 하는 것도, 로스쿨 나와서 취업하느라 맘고생할 이유도 없었고,
한바다와 태산에 끼여 이용될 일도 없었을 거고 너무도 후회되는데
태수미가 대뜸 돈 바라고 이러냐고 비난하는거야
영우랑 살면서 우광호가 태수미에게 돈이라도 구걸하고 싶은 적이 얼마나 많겠어
근데 그깟 쓸모없는 약속 하나 지키겠다고
세상에서 가장 귀한 딸 혼자 감싸안고 세상 구르면서 꿋꿋이 키웠는데
지금은 영우가 다커서 한바다에 자리 잡고 제 한몫하고 살 수 있지
돈이며 지원이며 가장 간절할 때는 한번 들여다 보지 않더니 이제와서 돈 바라냐고 하니 기가 막혔을 거야
그 약속 지키느라 자신이 못 해준 지원, 좋은 환경 제공해주겠다고 태수미가 말할 때도
실은 법무부장관되는데 방해가 되니까 보내려는거 뻔히 보이는데 마치 딸 생각해주는 척 말하는 게 보여서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데 마지막에 돈 원하냐는 말에 진짜 폭발한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