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의 어느 날 밤, 집 앞 골목에서 만난 고양이.
차 밑에서 고양이가 악을 쓰고 울길래
누구한테 해코지라도 당할까 싶어 들여다보며
"야옹아, 울면 안 돼"하고 무심코 불렀다가
그대로 간택당하고 말았어.
초면인 내게 어찌나 필사적으로 매달려 울어대던지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다가와 혹시 내가
고양이를 버리는 게 아닌가 확인하시더라구...ㅠㅠㅋ
근처 세탁소 아저씨까지 동참해서
그 고양이 며칠 전 갑자기 나타났는데
차 밑에서 꼼짝 않고 매일 울기만 한다며,
점점 비쩍 말라가서 본인이 낮에 김밥을 조금 먹였대.
길에서 밥을 찾지 못하고 숨을 곳도 모르는 바보 고양이.
한 발짝을 못 딛게 울부짖으며 다리에 달라붙는 녀석을
매정하게 뿌리칠 수가 없어서... 이동장도 없이
그대로 달랑 안아들고 집까지 걸어왔어.
원래 고양이는 그렇게 안고 영역을 벗어나면
발톱을 세우고 버르적거리며 달아나는데,
이 녀석은 내가 한참을 걷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리집 문을 열 때까지 아기처럼 가만히 안겨서
내 얼굴만 올려다 보더라구.
우리 집에 오려고 작정을 했나봐... ㅎㅅㅎ;ㅋ
집에 데려온 날 찍은 사진이야.
집에 오는 동안 내내 잘 안겨 있던 고양이가
집에 있는 남편을 보더니 기겁을 하고
침대 옆 구석으로 기어들어가서 숨어버렸어.
나중에 알고 보니 남자를 엄청 무서워하더라구.
특히 남자가 막대기를 들거나, 팔을 휘두르는
동작을 하면 바닥에 납작 엎드려 덜덜 떨어...
뭔가 안좋은 기억이 있었나 봐.
애가 하도 겁을 내고 싫어하길래 남편한테
고양이 눈에 안 띄게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ㅅ-;ㅋ) 했더니
남편이 억울했는지 고양이더러 집주인을 내쫓는
'후안무치(*낯짝이 두껍고 수치를 모름 = 뻔뻔함)'한 놈이라며
고양이 이름을 '후치'라고 지어줬어...ㅎ
병원에 데려가 검사하니 근래 예방접종을 맞아 항체가 있고
중성화도 되어 있는 3살 가량의 집고양이 수컷이더라구.
곰팡이성 피부병과 심한 귀진드기가 있는 걸로 봐서
길에서 2주 이상은 헤맨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 소견.
그래도 혹시나 아직 주인이 찾고 있지 않을까 싶어
포인핸드도 올려보고 냥카페도 돌아봤지만 결국 주인은
찾지 못하고 우리 집에서 같이 살게 됐어.
그게 벌써 4년 전이네 ㅎㅎ
2022년
우리집에서 잘 먹고 잘 잔지 4년째.
3살(추정) 3.2kg 날씬묘였던 후치는 어느새
7살(추정) 5kg가 넘는 거묘가 되었다ㅋ
다들 뽀얗고 통통한 내 새끼를 봐주세요♥
처음 데려왔을 때보다 더 어리고 예뻐지지 않았어?
후치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구!
경계심 0%, 자존감 100%
이 집에서 자기가 가장 사랑받고 있으며
본묘는 무슨 짓을 해도 허용된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훌륭한 응석받이로 자라났다 ㅋㅋ
처음 데리고 왔을 때는 눈치를 엄청 보고
소심하게 행동해서 마음 아플 때가 많았는데
이젠 뭐...ㅎ 지가 대장이야 ㅋㅋ
자기 심심하거나 졸리면 온 방을 순회하면서
우렁차게 울어제껴 가족모임을 소집해.
놀아주든 안아서 재우든 옆에 누워주든
하여간 본묘가 원하는 대로 해야 함 ㅋㅋ
우리 부부는 각자 따로 시간을 보내는 걸
선호하는 극개인주의 타입인데...
어디서 이런 꼰대 같은 가족주의 고양이가 들어왔다고
남편이 맨날 투덜대ㅋㅋㅋㅋㅋㅋ
투덜대긴해도 남편도 후치를 너무나 사랑하는 것...
처음에는 남편만 보면 두려워하던 후치도
지금은 남집사를 믿을 수 있는 보호자로 인식하고
완전히 의지하고 있어.
나는 회사에 출퇴근을 하지만 남집사는 재택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24시간 집에 있거든.
계속 같이 있다보니까 지금은 나보다 둘이 더
돈독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어 ㅎㅎ
집에 하루종일 사람이 함께 있어주는 게
후치의 정서 안정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아.
예전엔 남집사가 의자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기만 해도 경계하며 달아났었는데
이젠 장난을 쳐도 안 도망갈 정도로 친하다ㅋㅋ
그래도 아직 후치의 원픽은 나인 듯?ㅋ
그건 아마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 같아.
내가 이 아이를 우리 집에 데려왔으니깐(핫핫)
내가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밑에서 계속 울어서
옆에 의자를 하나 놔줬더니 올라와서 자더라 ㅎㅎ
소파에 누워 있으면 소파 팔걸이에 올라와서 있구.
언제나 사람 근처에 있으려고 해.
몸이 닿아 있는 걸 좋아해서, 등이나
엉덩이에 손을 얹어주면 깊이 자.
뭔가 마음에 안심이 되나봐.
삐져나온 쌀알 같은 송곳니 좀 봐주세오♥
엄마 무릎이 빈 걸 보면 얼른 올라오지.
무게 때문에 무릎이 되게 아픈데 그래도
귀여워서 내려놓을 수가 없어ㅜㅜㅋ
남편 무릎에도 자주 올라가지만...
이런 꼴을 당하기 때문에 엄마 무릎을 더 선호하는 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항상 꼭 가족과 함께 하려는 귀여운 내새끼 > <
근데 사실 가끔 귀찮을 때도 있긴 해...
나는 밤에 잘 때는 몸을 엄청 뒤척여서
고양이가 내 옆에 안와;ㅋ
근데 남편은 정자세로 자기 때문에
후치가 옆에 가서 같이 자더라구.
그래서 둘이 같이 자는 사진이 나한테 꽤 많다ㅎㅎ
봐도봐도 넘 사랑스러워...ㅠㅠ*
여름이불 꺼냈을 때 개시하는 후치 선생님ㅎㅎ
고양이들 새 침구 꺼내는거 귀신 같이 알아.
보통 고양이는 배 만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후치는 괜찮아 ㅎㅎ 배 문지르거나
배방구 하는 것도 노프라블럼이야(자랑)
스킨십에 너그러운 고양이라구.
티비 보는 고양이 냥통수 보고 가 ㅎㅎ
우리 애는 티비 보는 걸 좋아해.
사람 나오는 건 별로 안좋아하고,
동물 나오는 프로그램을 선호해 ㅋ
원래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잘 봤는데
동물농장 같은 것도 좋아해.
선호하는 동물은 치타, 사자, 표범 같은 고양잇과!
아예 고양이가 나오는 것도 좋아하고.
길고양이를 구조하는 장면을 집중해서
보고 있는 후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조된 길고양이의 검사 결과를 진지하게
같이 듣고 있는 후치 ㅋㅋㅋㅋㅋㅋㅋ
원래 티비에 사람 나오면 관심 떨어지는데
수의사 설명은 겁나 열심히 듣더라 ㅋㅋㅋㅋ
티비는 소파에 누워서 이불 덮고 보는 게
제맛이지 (끄덕)
단점은 보다 말고 잠들 수 있다는 거...
근데 자는 줄 알고 채널 돌리면 깸; 왠지 모르겠어ㅋㅋㅋ
유튜브도 곧잘 보는 편. 새튜브 좋아해 ㅎㅎ
화면에 덤비지는 않더라. 실제가 아닌 건 아는 것 같아.
소파 팔걸이에 앉아 있는 내새꾸 > <
이 오동통한 곡선을 너무 사랑해...
원래 고양이는 소파 같은 거 긁지 않나?
우리 애는 절대 안 긁더라구(자랑)
자기 스크래쳐랑 캣폴은 기둥은 걸레짝을 만들어놨는데,
패브릭 소파나 가죽 의자, 나무 테이블 등
사람이 쓰는 가구는 절대 안 건드려.
우리집 처음 왔을 때부터 그랬어.
전 집에서부터 교육을 받은 건지 뭔지...
사람 물건과 자기 물건을 확실히 구분하는 거 같아.
나나 남편 중에 한 명이 집 밖에 나가면
이렇게 현관에 나가서 기다려.
특히 나는 출퇴근을 하는 게 익숙해져서 괜찮은데
맨날 집에 있던 남편이 가끔 나가면 이상한지
이러고 기다리더라ㅎㅎ
물론 내가 퇴근시간 넘겨도 안오면 나도 기다림 ㅠㅠ
밖에 어두운거 봐... 아마 내가 이날 술 마신다고
늦게 들어왔을 거야.
술 마시다가 이런 사진 받으면 빨리 들어와야 함ㅠㅠㅋ
나랑 내 남편은 기본적으로 장난이 잘 없는 편이야.
남들이 보기엔 재미없을 정도로...ㅎㅎ 진지한 부부임.
남편이 가끔 후치를 주무르거나 얼굴을 찌부시키며
장난을 치긴 하지만 정말 가끔이고 정도가 약하다보니
후치가 우리를 피하질 않고 엄청 앵겨붙어 ㅋㅋ
근데 그만큼 장난에 면역이 없어가지고...
가끔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장난을 짓궂게 치는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후치 침대 구석으로 도망간다 ㅠㅠㅋ
이모들은 후치 예뻐서 그러는 건데...
그 이모들한테 잘 보이면 장난감이나 간식
많이 선물 받을 수 있을 텐데...☆
소심한 자식 새끼를 보며 혼자 안타까운 애미 마음ㅎㅎ
우리 엄마가 후치 모자를 떠서 선물로 주셨는데
씌워봤더니 역시 예상대로 싫어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뒷발로 남편 손 밀어내는 거 봐 ㅋㅋㅋ 싫다는 거야
싫다고 의사 표현했는데 빨리 안 벗겨주니
울면서 화내는 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귀여워 죽겠어ㅠㅠ
후치는 나나 남편 발치에서 뒹구는 걸 좋아해.
혼자 좌우로 계속 구르면서 그릉그릉~
사실 혼자 바닥에 문대는 거면서 뭐를 왜 좋아하는지
전혀 모르겠는데 그냥 너무 귀여워.ㅎㅎ
나랑 남편 참외 깎아서 먹고 있는데
유례 없이 코를 하늘로 쳐들고 킁킁대며 다가오길래 ㅋㅋㅋ
뭐지? 싶어서 참외를 조금 잘라줬더니
싹싹 다 집어 먹은 거 있지???
아니, 먹으라고 산 간식도 5분 동안 냄새만 맡으며
한참 의심하고, 손에 묻혀줘야 맛 볼까 말까 하면서
줄 생각도 없던 참외는 왜 냅다 집어먹는지...
고영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어.
(*고양이는 육식동물이지만 참외 씨 제외하고
소량만 주는 것은 괜찮대)
휴일에 침대 누워서 휴대폰 보며 뒹구는데
다리에 기대고 앉은 후치님 ㅎㅎ 귀여워...
나는 후치가 남편한테 붙어 있을 때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 보이고,
남편은 후치가 나한테 붙어 있을 때가 제일 귀엽대.
다들 지가 안 돌보고 있을 때 ㅋㅋㅋㅋ
상대방이 돌보고 있을 때가 더 귀엽다는 거지...^^
역시 아기는 키우는 것보다 보는 게 귀여운 것일까...
후치가 나한테 와서 안기면 너무 귀엽긴 한데
안고 있으면 힘들어서 ㅋㅋ 좀 안고 있다가
"후치야 아빠 뭐해? 아빠한테 가볼까?" 이러고 보냄...
좀 양아치 같지만 원래 다 그런거 아니겠니...ㅎ
마지막으로 아이패드로 그린 후치 그림 자랑할게 ㅋ
TMI지만 최근에 프로크리에이트 브러시를 새로 사면서
브러시 판매자가 올린 일러스트를 보고 따라 그리고 있는데,
고양이 그림이 있길래 후치로 바꿔서 그려봤어 > <
하얀 포인트가 있는 꼬리와 5:5 가르마가 포인트임 ㅠㅠ
내가 그렸지만 넘모 귀엽다...
우리 후치는 2018년 길에서 만난 후 4년째 우리 집에서
잘 크고 있어. 애석하게도 처음 올 때부터 있던
피부병이 가끔 재발했다 없어졌다 하고 있긴 하지만
그밖에는 아픈 데 없이 아주 건강해~
처음 올 때 3살이었던 아가가 벌써 7살이라니.
사람보다 짧은 고양이의 수명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안 좋지만ㅜㅜ 같이 있는 동안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예쁘게 돌봐주려고 해.
앞으로도 종종 놀러올게 우리 후치 예쁘게 봐줘~
그때까지 다들 행복한 날들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