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4화까지밖에 방영되지 않았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웃기고 재미있고 또 감동적인 드라마. 벌써 푹 빠져서 우리 영우 생각만 하면 내 주변에도 고래가 둥둥 떠다니는 듯 행복해하다가, 문득 느껴진 각 회차 간에 유기성(?)에 대해서 좀 정리해 봤어.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니까 감안하고 봐주길 바라고, 다들 알고 있었던 건데 나만 지금 호들갑 떠는 거라면 모른척 넘어가 줘 (찡긋).
드라마 보는 톨들도 느꼈겠지만 작가님이 이야기를 참 잘 풀어내셔. 나톨이 감탄했던 점은 강약과 완급, 눈물과 웃음, 현실과
판타지, 송곳과 솜사탕이 적절하게 계산되어 배치되고 안배된 점이었음. 특히나 이제까지 나온 회차를 전체적으로 바라봤을 때 보이는 게
있더라고. 앞으로 나올 회차들은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1화부터 4화는 서로 짝을 이루어 대조가 되고 대비가 됨.
1화 - 부부, 형사 / 2화 - 부부, 민사
3화 - 형제, 형사 / 4화 - 형제, 민사
이렇게 한 주에 같이 방영되는 회차들은 같은 주제로 연결성을 주고, 대신 홀수 회차는 형사 사건, 짝수 회차는 민사 사건을 다룸으로써 강약과 완급을 조절해주더라. 그리고 같은 주제의 회차들 사이에 대조와 대비가 되는 부분이 보여.
1화 - 노년의 부부, 전통적인 가부장제 부부, 끝맺은 부부관계
2화 - 젊은 커플, 새로운 시대의 동성 커플, 새로 시작하는 부부관계
3화 - 청년 형제, 겉보기엔 잘난 형과 못난 동생, 동생에게 위로받았던 형, 형에게 가해진 폭행(사실은 구하고자 한 동생의 노력)
4화 - 중년의 형제, 겉보기엔 잘난 형들과 못난 막내, 동생을 겁박하고 사기쳤던 형들, 동생에게 가해진 형들의 폭행(사실은 동생의 의도)
2화 마지막에 신부가 아버지한테서 독립선언 하고 난 후 등에 새긴 부처님과 함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나아가는 결말도
멋있었겠지만, 1화와의 연결성을 생각해보면 레즈커플이 등장하는 게 이해가 됨. 작가가 1, 2화를 통해서 부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커플이 나와야 할 테고, 1화에 나온 전통적인 가부장적 부부와 가장 대조적인 형태의 부부라면 레즈 커플일 테니까.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레즈 커플이 마지막에 등장함으로써 2화 중반에 준호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영우에게 반하는 장면이 2화 내에서 서로
맞고리를 걸었다고 느껴져. 그게 누구든, 어떤 모습이든, Love is Love.
3화와 4화의 동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진실을 말하지만 법정에서 인정되지 못해. 이 부분이 작가가 계산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장애를 가진 3화의 피고도, 비장애인인 4화의 동동삼도, 이유는 다르지만 그들의 진실은 (아이러니하게 이런 부분에서는
동등하게도) 법정에서 인정되지 않아. 그들의 진실이 법정에서 통하게 하기 위해 영우는 고군분투하고, 3화와 4화 모두 형제
사이에 가해진 폭행의 흔적에서 실마리를 잡고 풀어가. 3화에서는 폭행의 흔적에서 동생이 전하고자 했던 사건의 진실을 드러내고,
4화에선 폭행의 흔적을 이용해 각서의 효력 자체를 지워버림.
1~4화 초반 회차에서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가족관계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또한 영우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있어. 할아버지 눈부실까 블라인드를 내려주는 할머니의 모습이 사랑이라고, 결혼 사진을 박스에서 꺼내지도 않고 방구석에
처박아 두는 건 사랑이 아니라고, 영우는 커플 간의 사랑이 무언지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는 걸 보여 줘. 유일한 친구(어찌 보면
자매에 더 가까울) 동그라미 곁에 있으면 영우는 안전하다고 느끼고, 그건 사람들이 형제자매나 친한 친구와 함께 있을 때 느끼게
되는 감정이지. 물론 영우에게는 아직 많은 한계들이 존재하고 더 배우고 성장해야 하겠지만, 이 세상 어느 누군들 안 그러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