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runch.co.kr/@puppysizedfilms/43
브런치에서 흥미로운 글 발견해서 가져옴
<베르사유의 장미>가 당시 70년대 일본 사회에서 무슨 맥락 속에서 만들어지고 소비되었는지 그리고 여성학적으로 어떤 의의를 가지는지 사유한 글
"...주인공이 소녀로 설정되는 순간 이야기가 한정되는 경우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당대 일본에서 ‘우먼리브’ 같은 여성 해방 운동이 활발했다고 해도,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이 상상 속 공간에서 이뤄진다고 해도 말이다.
여자 주인공들의 여성성 거부 및 혐오와 여성을 남자로 대체하려는 경향은 현실의 여성 작가와 독자가 일본 내 그들이 마주한 벽을 인지한 후 보인 반응으로 해석된다. <베르사유의 장미>의 경우 이케다 리요코가 일본 공산당의 회원이었고 여성 운동에 가담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주로 남성의 시선에서 그려진 역사에 허구의 여성을 삽입하여 이 한계를 극복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스칼이 혁명에 참여하고 영웅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즉 인류를 대표하기 위해서는 남성이 되어야 했다."
90년대 애니가 더 익숙하긴 한데 이 글 읽고 나니까 만화책 정주행하고 싶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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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글이다! 잘 읽었어
사실 저런 시도들의 뿌리는 소녀만화 태동기인 데즈카 오사무 시절에서도 찾을 수 있긴 함 ㅋㅋ 일본 최초의 소녀만화로 일컬어지는 데즈카 오사무의 리본의 기사부터 주인공이 남장여자 분야의 선구적 캐릭터지....여성이지만 남성으로서(가문의 후계자로서) 길러져서 전투능력을 가지고 모험을 떠남...주인공네 사회에서는 여성이 칼싸움을 하고 말을 타고 모험을 떠나는 게 일반적이지 않은 것으로 그려지지만 주인공이 모험하면서 친구가 되는 '마녀의 딸'이나 '이국의 여성 기사' 등은 그런 사회상에 반대되는 주체적인 여성상으로서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로워. 또 그와 별개로 전통적 여성상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전통적 여성들의 가부장적 남성에 대한 반발/대립도 작중에서 그려낸다는 점도...
데즈카 오사무가 설립한 애니회사 무시프로덕션의 마지막 극장판 작품인 '슬픔의 벨라돈나'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인데 중세의 억압적 여성관으로 인해 불행해지고 '마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여주인공의 비극적 일대기 끝에 프랑스 혁명이 묘사됨. 이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시퀀스는 비극적 운명에 저항하고 사람들을 도우며 살았을 뿐인 주인공이 마녀로서 화형당하고 그것을 지켜본 민중들의 얼굴이 전부 주인공의 얼굴로 바뀌면서 프랑스 혁명의 민중봉기에서 가장 선두에 나선 것이 여성들이었다는 나레이션으로 끝나. 여기서도 프랑스 혁명을 여성해방 판타지의 수행으로 보는 시각이 드러남. 이후 무시프로덕션은 도산하고 거기서 나온 애니메이터들이 선라이즈, 매드하우스 등 일본 굴지의 제작사들을 만들게 됨
데즈카 오사무가 시작한 소녀만화의 첫 발걸음은 남성적 시선의 한계도 분명하지. 하지만 그 밑세대의 여성작가들이 등장해서 담론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드는 토대를 제공한 부분이 있고 그런 부분과 연계해서 읽었을 때 더 재밌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