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지난 가을에 이사하면서 우리집에 좀 특이한 가전을 샀는데 내가 코로나로 격리된 바람에 시간이 있어서 한번 써볼게.
미생물 방식 (흙처럼 만들어줘)이고 브랜드는 린클, 그중에서도 프라임 (1~2인가구용 이라고 함) 모델을 샀어.
산 이유는 뭐 진부하지만... 음쓰를 버리는 일이 사실 귀찮은건 맞잖아
우리집은 아파트이고 음쓰종량제봉투를 사는게 아니라 쓰레기장에 큰 통이 있어서 카드 찍고 통에 부은다음 그 무게만큼 관리비에 부과되는 방식인데,
고층 아파트에서 엘베 타고 내려가서 버리고 온다는게, 음, 말로는 쉽지만... 매일매일 그렇게 하는건 사실 난 너무 귀찮았어.
나가려면 어쨌든 잠옷을 갈아입고, 겨울이면 양말도 신어야하고, 그 물질의 촉감과 냄새와.. 통에 있는 그것들의 모습을 어쩔수없이 봐야하고 혹시 그 잔여물이 튀거나 흐르진 않나 신경쓰는 그런 일련의 과정 말이야.
공식적으로는 동거인의 업무이긴 했는데 동거인도 썩 내켜하는 분야가 아니고, 미루지 않아야 하는데 미루게 되고 버리려고 모아놓은 것들이 봉투안에서 뭔가 화학작용이 일어나게 되면.... 더 싫어지잖아? 그래서 음식물 처리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음쓰처리기도 보니까 처리 방식에 따라 유형이 좀 있더라구.
싱크대 분쇄형/건조형/미생물형
싱크대 분쇄형이 제일 편할건 같았지만 이게 딱봐도 환경에 부담될거같았고 언젠간 관이 막혀서 역류하고 어쩌고저쩌고 그래서 제꼈고
건조형은 냄새와 필터 부담... 그리고 어쨌든 버려야 한다는거. 열풍 같은식으로 말리는 거니까 전기료 부담 같은 걱정도 들었어.
그와중에 접하게 된 미생물 처리 방식은 나에겐 혁신으로 느껴졌어.
그냥 넣기만 하면 흙처럼 분해된다니? ㅎㅎ 그다음부턴 이걸 사야 하는 이유를 만들고 있었어.
이유가 있어서 사는게 아니라 사야 하니까 이유를 만드는거 알지? 그래서 그냥 샀어. 네이버 무슨 할인할때 사서 50후반인가 60초반이었던걸로 기억해.
난 사실 이사를 준비하는 시점부터 이 기계를 들여놓고 싶었어. 그래서 공간도 미리 할애를 했지.
주방 옆 세탁실 안쪽으로 실외기실이 있는데, 여기가 딱 맞는 자리일 것같았어.
주방에 가까워야하면서도, 혹시 모를 냄새를 대비해서 분리된 공간이었으면 했거든.
실외기실에 전기콘센트가 없어서 전기작업자도 섭외해서 콘센트를 따놓기까지 했어 ㅋㅋㅋㅋ 웃기지? 근데 지금 생각하면 공간 분리는 잘한일인것같아.
그래서 기계가 우리 집에 들어오게 되었어.
처음 오픈하고 며칠간 배양하는 과정은 생략하도록 할게 (네이버 등에 후기 엄청많아)
내가 사실 제일 궁금했던건, 후기 보면 처음엔 다 좋다고 하잖아. 근데 시간이 지나고 몇달, 몇년을 쓰고 난 다음의 얘기가 듣고싶었는데 그런 얘기들은 찾기가 어렵더라구.
특히 이건 미생물이 초기에는 아기 미생물이라서 일주일, 한달 정도는 제 기능을 다 발휘 못하는것같은데. 보통 사람들이 리뷰를 쓰면 개봉기, 일주일 사용기, 한달 사용기 정도만 쓰니까 말이야. 다 좋다고 하겠지.
그래서 지금 반년정도 사용한 그 후의 이야기를 써보도록 할게.
장점.
1. 수시로 버릴 수 있다
작동 시간이 있는게 아니고, 전에 내가 언제 넣었든간에 상관없이, 음식물이 나오는대로 버리는거 이거 무지 큰 장점이더라구.
아침먹고 버리고 좀 있다가 과일먹고 또 버리고 간식먹고 버리고 등등 수시로 아무때나 하는거. 전에 언제 뭘 넣었는지 신경 쓸 필요도 없어.
2.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게 아니라 음식물을 버릴 수 있다
남은 음식물을 모아놓을 필요도 없고, 바로바로 버리면 상한 모습이나 험한 꼴을 안보는게 난 너무 좋았어
음쓰 버리러 가면 일단 모든게 다 섞여서 가잖아. 남은밥+반찬들+재료손질한 찌끄러기들+과일먹고난것들 이런게 한 통에 다 섞은걸 내가 들고가는게 싫었는데, 이건 내가 밥 먹고 밥이 남으면 미생물한테 밥을 주고, 반찬도 남으면 반찬도 주고, 상추 꼬다리도 주고 이런식으로. 섞질 않으니까 음쓰에 대한 거부감이 덜해짐.
3. 과일 먹는거 너무 편해짐
배를 깎아먹었다고 쳐봐. 그러면 현실적으로 그 껍질 하나 가지고 음쓰 바로 버리러 가긴 귀찮잖아?
그러면 통에/봉지에 모아놓는다고 치면 그 껍질이 하루이틀 지나면 더 버리기 싫은 모습이 되더라구..... 초파리도 꼬이고 말이야. 바로 안버린것에 대해서 동거인과 불화가 일어나고 ~ 등등
그런거 이제 하나도 없어. 사과, 배, 귤, 딸기꼭지, 바나나껍질도 (!) 그냥 먹은 즉시 투입하면 되니까.
4. 먹기 싫은거 억지로 안먹음
이건 약간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는데, 배부른데 밥이 애매하게 한숟갈 남았다? 예전같으면 음쓰 만들기 싫으니까 (먹다 남긴 음쓰는 더 기분이 나쁘니까) 먹었을텐데 그냥 먹다가 먹기 싫으면 기계에 투입함 ㅋㅋㅋ 빵 꼬다리 같은것도 있잖아 그냥 넣어버림 ㅋㅋ
5. 조금 재밌음
처음에는 진짜 잘 분해되는지 아닌지 수시로 뒤적여가면서 보게 돼. 그리고 미생물이 확실히 시간이 지나면서 튼튼해지고 분해도 잘 하는게 느껴지고
점점 의인화해서 반려미생물 같은 느낌
6. 이 회사 A/S나 피드백이 나름 좋은편
미생물 상태가 이상해지거나 그럴때 카톡 채널에 사진찍어서 문의하면 이렇게저렇게 하라고 알려주는데, 성의있게 응대해주는게 느껴져.
나는 초기 배양단계에서 문의했는데, 답변도 잘 왔고 인터넷에 다른 후기들을 보면 갤갤대는 미생물들 살리려고 진심으로 노력해주더라고. 그냥 복붙 답변이 아니고.
그러고 뭔가 기계에 이슈가 생기면 (교반봉이 돌아가는게 이상하다든지) 기계를 회수해서 수리해서 돌려보내는거.
요즘 A/S하면 수리가 아니고 통째로 리퍼나 교체 하는데들이 많잖아. 수리가 아니고. 나는 개인적으로 수리가 된다는게 뭔가 믿음직스럽게 느껴져서 이 회사를 택한것도 있어. 아직 수리 보낼일은 없었지만.
단점.
1. 미생물이 못먹는 음식이 있다
이게 미생물이잖아. 그래서 얘가 소화를 못시키는 음식들이 있는데 그게 조금 불편할 때는 있어.
기름진 음식은 되도록 하지 말라고 하고, 국물같은것들도 안되고. 맵거나 짠 양념은 헹궈서 넣으라는데, 은근 신경이 쓰여.
예를 들면 며칠전에는 내가 수육을 삶았거든, 근데 수육 삶은 물을 버려야 되는데 이걸 통째로 미생물한테 부을 순 없고, (된장에서 나온 콩조각들, 삶아진 대파, 월계수잎, 통후추알)이 들어있는 국물이었는데 한번 채망에다가 걸러서 그중에 통후추는 미생물이 못먹을 것 같아서 그건 빼내고 어쩌고저쩌고 하는건 좀 불편함.
2. 어쨌든 음쓰 버리러 나가야함
재료 손질하다보면 나오는 것들 있지? 브로콜리 대 라든지, 애호박 꼭지 같은것들은 얘가 딱 봐도 소화시키기가 어려워보여서 못주겠어.
작은것들은 토막내서 투입하긴 하는데, 좀 큰것들이나 딱딱한 건 어차피 완전분해 되기 어려울 것을 알기에 안주게 되고,
뭔가 양이 많은 음쓰들 이런건 버리러 나가야하기에
음쓰를 100% 안버릴 수 있다는 기대는 할 수 없다.
3. 관리가 필요함
너무 방치했더니 기계 안쪽 벽에 곰팡이가 생기더라고...
겨울이라 온도차로 결로가 생겨서 그런것같긴 한데, 솔직히 많이 당황스럽긴 했어
물론 미생물은 곰팡이도 먹어치우기 때문에, 벽에 붙은 곰팡이를 미생물과 잘 섞어주면 된다지만, 어쨌든 벽 표면을 물티슈로 닦아줘야 깨끗해지고
그게 썩 기분좋은일은 아니었음......ㅎ
이떄 약간 현타 와서 내가 왜 음식물쓰레기통을 굳이 이돈주고 집안에 들여놨나 생각했는데 그때가 지나가니 또 괜찮긴 하더라구.
그리고 너무 건조하면 미생물이 폴폴 날리면서 필터를 막게 되어서 그것도 또 씻어줘야함.
여러모로 손이 가긴 해
4. 냄새는 나고, 먼지가 날림
흙냄새는 절대 아니고, 음쓰 냄새까진 아니지만 뭔가 불쾌한 냄새가 나기는 해. (미생물이 상태가 안좋으면 더 나는듯, 곰팡이 생겼을때 냄새 완전 별로였음)
그 미생물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면 그렇게 나쁘진 않은데, 뚜껑을 열었을때 퍼져나가는 냄새가 있잖아 그 퍼지는 냄새가 더 별로야. 그래서 나는 문을 닫을 수 있는 별도의 공간에 놓은게 잘한일이다 싶어. 콘센트 따는데 15만원 들었지만...
그리고 잘 몰랐는데, 실외기실에 어느날 보니까 실외기 위에 누런 먼지가 뽀얗게 앉은거야. 겨울이라 창문을 닫아놨었는데 그래서 내 생각엔 외부에서 들어온 먼지 보다도
미생물이 너무 건조하게 되면 뚜껑 열었을때 먼지가 날려서 그거같아.
5. 가격
60만원이라고 치면 일반 가정집에서 쓰는 가전 중에는 비싼 편인것같아.
음쓰를 그냥 버리면 관리비에 평균 대략 1500원 정도 나왔었는데, 400개월치잖아? 게다가 100프로 안버리는것도 아니니 절감되는 음쓰처리비는 거의 없다.
단순히 편의를 위한 지출인데, 그렇게 치면 좀 비싸다고 느껴지긴 했어.
(2인가구, 집에서 뭘 많이 안먹는 편)
아직은 가성비가 있는 것 같진 않고, 다만 식구가 좀 많거나 집에서 많이 해먹는 집들은 좀 더 효용이 있으려나,,?
30만원대 정도로 내려오면 보급화 되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함.
자 이제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하지??
혹시 궁금한게 있으면 아는 선에서 답하도록 할게
와우! 톨 진짜 고마워. 정말 궁금했거든
질1) 사용하지 않으면 미생물이 죽거나 줄어들거나 하기도 해?
질1-1) 만약 그렇다면 미생물만 따로 사서 넣어줘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