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내가 초등학생일 때, 자살한 시체를 본 적이 있다.

할머니 한 분이 우리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했다. 그런데 이 할머니는 우리 아파트 주민이 아니었다.
한 동네 건너 사는 할머니가 굳이 여기까지 와서 죽은 것이다.
자살을 가장한 살인사건을 의심한 경찰들이 와서 CCTV를 확인했다.
하지만 할머니 혼자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서 뛰어내린, 명백한 자살이었음만을 확인했다.

CCTV에 찍힌 것으로 미루어보아, 할머니는 다리가 불편한 노인이었다.
할머니는 왜 불편한 다리로 다른 동네까지 와서 자살했는가?
처음에는 어렴풋한 이유조차 짐작하지 못 했지만, 유서가 발견되면서 모든 게 밝혀졌다.

노쇠하여 아플 일만 남았다. 더 살아봐야 병원비만 나갈 몸이다. 아들에게 민폐를 끼치기 싫다.
젊은 날 열심히 벌어 아파트 하나 가진 게 전부인데 아들에게 온전히 주고 싶다.
집에서 죽으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까 걱정되니, 비싼 아파트 사는 당신들의 양해를 바란다.

경찰은 아들이 유서를 조작하고 자신의 어머니에게 자살을 종용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었으나,
유서는 할머니 본인의 필체로 확인된 점, 아들과 어머니 사이에 별다른 연락이 없었던 점 등을 토대로 자살로 수사를 종결했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한동안 어른들은 행여 소문이라도 돌아 아파트 시세가 떨어질까봐 걱정했다.
그래서 어른들끼리 모이면
지금 아파트 시세가 얼마느니, 그 사건이 영향을 끼쳤니 안 끼쳤니, 그 할머니가 살던 아파트 시세는 어떻게 되었느니 하는 이야기만 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나는 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그 할머니는 아들이랑 행복하게 살 순 없었냐고 어른들에게 물어봤다.
어른들은 모성애란 그런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 위대한 모성애를 돈으로 환산하면 2007년 기준 6천만원이었다.


트라우마라고 해야 할진 모르겠는데 가끔씩 시체와 마주했던 그 순간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 기억이 떠오르면 현실감이 뒤틀리는 것 같은, 속이 역겨운 이상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말하면 좀 나아질까 하고 내 경험을 말하고 싶었어. 그래도 남들한테까지 트라우마를 줄까봐 최대한 덤덤하게 적었다.
  • tory_1 2022.03.13 06:01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12/13 13:13:12)
  • tory_2 2022.03.13 09:51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10/24 06:47:03)
  • tory_3 2022.03.13 09:52
    헐....맘이 씁쓸하구만..
  • tory_4 2022.03.13 11:13
    뒤틀린 모성애 미쳐
  • tory_5 2022.03.13 11:57
    내가 머리가 꽃밭인지...
    사람이 죽었는데 집값 얘기만 나오는 게 끔찍하다
  • tory_6 2022.03.13 13:25
    그 할머니는 아들이랑 행복하게 살 순 없었냐고 어른들에게 물어봤다.
    어른들은 모성애란 그런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 부분이 너무 슬프다 ㅜㅜ 에휴...
  • tory_7 2022.03.13 16:09
    우리동네도 나 어릴 적부터 자살사건이 몇건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늘 자기가 사는 아파트 말고 다른 아파트에서 자살하더라.
    매번 자살 사유는 달랐지만 좀 기묘했음.
  • tory_8 2022.03.13 18:18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17 05:05:20)
  • tory_9 2022.03.13 19:32

    그런데 원래 자기랑 아는 사이도 아니고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죽음이 다 그런 거 같음 나 고등학교 때 나보다 한 학년 아래인 한 여자애가 어떤 방법으로 자살한 적이 있는데(투신은 아닌데 오픈될까봐 방법은 말 못하겠음;) 그것 때문에 그날 수업 분위기 안된다고 전학년 조퇴했거든? 그런데 그냥 누군가가 죽은 거랑 관계없이 일찍 가서 꿀이네 수업도 일찍 끝났는데 놀러가자~이러는 애들도 꽤 많았던 거 같아 생각해보면 그 죽은 아이도 그렇지만 그 가족들한테도 말할 수 없이 불행하고 슬픈 일이었을 텐데, 걔랑 딱히 알고 지낸 적이 없는 많은 애들한테는 걔의 죽음은 딱 그 정도의 의미더라고; 본인한테 아무 영향 없을 때는 그냥 불쌍하다, 안됐다 한 마디 애도는 할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자기 이익이랑 관계되는 순간 그 생각은 뒷전이고 딱 그거에만 신경이 집중되는 그런; 그렇다고 걔들이 특별히 못되거나 인성에 문제 있는 애들도 아닌 학교 다닐 때 흔히 보게 되는 지극히 평범한 그 나이대 애들이었는데 말야 이 글 보니 갑자기 생각난다. 찐톨이 그 사건 목격한 당사자면 난 찐톨이 걱정된다ㅠ부디 빨리 잊고 앞으로는 좋은 일, 행복한 일만 많이 있기를 바랄게! 

  • tory_21 2022.03.31 09:53

    톨 글 읽으니까 죽음에도 순위는 있다는게 생각난다.. 우리가 알던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마음이 반응하지만 머리가 반응한거겠지


  • tory_10 2022.03.13 20:40
    이기주의 끝판왕...
  • tory_11 2022.03.14 16:50
    와 ᆢ ㅆㅣ 욕나와.
  • tory_12 2022.03.14 18:19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7/17 20:21:40)
  • tory_13 2022.03.14 19:26
    나도 옛날에 이런경험있어
    우리아파트는 1층에 마당있는 구조였는데 어떤 할머니가 일부러 남의아파트와서 떨어짐
    1층집 살던 애가 발견해서 신고했지..
  • tory_14 2022.03.14 22:11

    참....집값이 뭐라고 슬프다 토리도 여기쓰고 잊어버려

  • tory_15 2022.03.15 09:48

    나도 이런 이야기 들은 적 있어. 자기 살던 데 놔두고 다른 아파트 가서 생을 마감한 사람들... 집값때문에... 

  • tory_16 2022.03.15 10:32
    여러모로 찝찝한 이야기네...그놈의 집값 어휴;;찐톨이 진짜 제일 욕봤다 잘 털어냈으면 좋겠네ㅠ
  • tory_17 2022.03.15 20:35
    아... 집값이 참...ㅠㅠ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이 참 비참하게 죽어야할까ㅠㅠ
  • tory_18 2022.03.16 16:37

    아니 죽는 방법 여러가진데.. 꼭 저래야해?

  • tory_19 2022.03.17 20:41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20 05:08:46)
  • tory_20 2022.03.18 13:20
    와 진짜 이기심 개같다 ㅋㅋㅋ
  • tory_22 2022.04.08 21:52
    이기적인데 안타깝기도 하고… 참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전체 【영화이벤트】 제76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 🎬 <퍼펙트 데이즈> 시사회 12 2024.06.10 1617
전체 디미토리 전체 이용규칙 2021.04.26 585560
공지 꿈글은 오컬트방에서 작성 가능합니다. 2021.02.25 265137
공지 공포방 공지 69 2017.12.18 281245
모든 공지 확인하기()
1360 미스테리 후속 내용 너무 궁금한 공포방글 6 2022.03.29 8118
1359 공포자료 올바름, 빛, 자유, 부의 상징 신성한 신의 새 케찰 26 2022.03.26 9713
1358 공포괴담 랜챗에서 만난 무당녀 14 2022.03.24 13493
1357 실제경험 n년전 노원 모텔에서 꿨던 꿈 25 2022.03.21 9393
1356 실제경험 고양이 영물 맞음....ㅇㅇ.... 35 2022.03.21 17067
1355 공포자료 돌비공포라디오 어느 염전 이야기 8 2022.03.19 6189
1354 실제경험 폐병원다녀온 이야기 21 2022.03.18 7463
1353 공포괴담 예전에 타 커뮤에서 봤던 쇼핑몰 보안요원이 썼던 경험담 13 2022.03.16 9664
» 실제경험 자살한 시체와 모성애 22 2022.03.13 12821
1351 공포괴담 사다코의 모티브가 된 이야기 819 2022.03.08 17942
1350 공포자료 일본의 대악귀 요괴 하얀 얼굴과 금색 털을 가진, 백면금모구미호 - 2 20 2022.03.08 4622
1349 공포자료 일본의 대악귀 요괴 하얀 얼굴과 금색 털을 가진, 백면금모구미호 - 1 4 2022.03.08 4784
1348 실제경험 경북 b모텔에서 가위 눌린 이야기 20 2022.03.08 6217
1347 공포자료 수상한 중고명품샵 (돌비) 현실공포 19 2022.02.28 8039
1346 공포자료 내기준 가장 소름돋았던 공포썰 (돌비) 29 2022.02.26 11416
1345 실제경험 어저께 아침일인데.. 14 2022.02.20 5183
1344 공포자료 수군대는 영산에 호랑이님 행차하옵신다 얼씨구 좋다 너는 액을 쫓고 싶으냐? 21 2022.02.11 6900
1343 공포자료 이건 진짜같다고 느껴진 '심야괴담회' 에피소드 36 2022.02.04 15724
1342 미스테리 예언가들의 말한 제 3차대전에 대해서 14 2022.02.04 10801
1341 공포자료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 짐생이 내려온다 5 2022.02.03 4687
목록  BEST 인기글
Board Pagination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