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열여덟의 침대란 제목 넘 잘 지었다고 생각해

사실 열여덟과 침대 둘 다 상반된 이미지인데 둘이 연결해서 묶으니깐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흥미로워.

열여덟.. 사실 어린 나이지만 민증도 나오고, 그렇다고 해서 어른으로 보기엔 많은 제약이 걸리고 보호 받을 시기지만 주위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아 휩쓸리기 쉬워 불투명하고 불완전한 모습이 떠올라.
반면 침대하면 안정감, 편안함부터 떠오르잖아..
그래서 나는 열여덟의 침대란 말이 그 불안정하고 이리저리 기울기 쉬운 복잡하고 위태위태한 시절을 버티게 해 준 원동력을 상징한다고 봤어.
게다가 강준 시점으로 보니깐 더 와닿아..
준이가 겉모습 자체는 불완전함이라곤 전혀 모르지만 그 내면은 좀만 발을 헛디뎌도 중심이 무너지기 쉬운 그런 구조야. 본인도 그걸 인지하고 있어.
준이는 그걸 막기 위해 항상 서열을 신경 쓰고 강한 사람을 좋아하잖아. 사실 이거 때문에 박쥐강준이라고 불리지만 그것이 강준의 입장에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생존의 법칙이라고 생각하니 이해가 가.
그래서 난 열침이 열여덟의 강준이 무의식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상대 즉 고요한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음 ㅋㅋ
물론 고요한도 마찬가지라고 봐.


여기에 난 이 열여덟의 침대란 제목 자체가 자립심과 성장도 뜻한다고 봐서 청게란 장르랑 잘 어울린다 생각했어.
사실 침대엔 보호의 의미도 있잖아. 침대에 있을 땐 세상 포근하고 따뜻하지만 침대 밖으로 나가면 발을 내딛기도 전에 두렵고 낯설고 움츠러드는 그런 기분이 들어.
근데 무섭다는 이유로 침대에만 있다보면 사람은 나약해지기 마련이야. 조금만 벗어나도 절망감에 포기하기 쉽지. 그걸 극복하기 위해선 한 발자국씩 천천히 발을 내딛는 습관이 중요해. 물론 무엇이든 처음이란게 진짜 어렵지만 조금씩 해보면 익숙해지거든.
언제나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는 모습에서 벗어나 나중에는 두 발로 우뚝 서서 세상을 마주 볼 수 있다는 것만큼 뿌듯한게 또 있을까..
언제나 성적과 서열과 생존에 매달려 침대에 머물기만을 바라던 강준이 고요한을 만나서 조금씩 발을 내딛고 세상을 향해 자신의 성장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이랑 제목이 잘 어울려
물론 그 길이 순탄치 않고 역풍을 맞기도 하고 거기다 고요한도 강준도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지만 이런 과정을 겪었기에 둘이 끝까지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을 맞이할 수 있지 않았나싶어..



물론 스무살이 된 고요한과 강준은 지금도 불완전하고 휩쓸리기 쉬운 건 여전하지만 두 사람에게 맞는 가장 안정적인 침대를 찾았고 그로 인해 둘이 힘들고 춥고 기댈 곳이 필요한 상황에서 따뜻하게 돌아갈 장소가 있다는 점이 재밌더라.

한편으론 1cm라도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던 아니 벗어나지 못했던 또다른 침대에선 조금씩 멀어지는게 보여서 진짜 열여덟의 침대란 제목이 잘 지었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