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유닛’의 실질적인 제작자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린 적이 없다.
‘더유닛’ 방영 때 PD에게 부탁을 했다. 어디에도 내 이름이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남녀 최종 선발팀인 ‘유앤비’, ‘유니티’의 앨범에 멤버들이 ‘김광수 사장님, 사랑해요. 감사해요’ 같은 글을 올려도 모두 빼라고 했다.
프로그램 전면에 내 이름을 내놓고 싶지 않았다. 그게 용기를 내 어렵게 출연한 친구들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될것 같았기 때문이다. 티아라 왕따 논란 등으로 내게 선입견을 가진 분이 많다. 나도 모르게 팬들이 나를 싫어한다는 것을 의식하는 것 같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유닛’ 출연진에 대한 선입견을 갖는게 싫었다.
-‘더유닛’은 어떻게 제작하게 되었나.
현 YG엔터테인먼트 한동철 프로듀서와 함께 일할 뻔 한 적이 두번 있었다. 계약서를 두번 썼다가 한PD의 요청으로 모두 파기했다. 한 PD와 함께 일하기로 했을 때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를 하다가 한 PD가 ‘빛을 보지 못한 아이돌들에게 재부팅할 기회를 주자’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기획의도가 너무 좋더라. 그 아이들도 재기하고, 나도 재기할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다.
지난 1월 종영한 KBS ‘더유닛’은 생각보다 흥행에 성공하진 못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잘되지 않았다고 출연한 아이돌들까지 잘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녀 최종 선발팀인 ‘유앤비’와 ‘유니티’는 다른 소속사의 ‘남의 자식’이지만 최대한 잘 해주려고 한다. 이 팀들은 최소한 두 장의 앨범을 내게 된다. 활동에 따른 반응이 오면 최대 3차례 앨범을 낼 수도 있다. 이 멤버들이 소속사로 복귀할 때 소중한 보물이 되어 금의환향 할 수 있게 만들어 보내는 것이 목적이자 내 의무다.
-‘더유닛’ 프로그램에 얼마를 투자했나. 모두 회수가 가능한가.
방송국 돈은 1원도 받지 않았다. 내가 57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KBS가 프로그램 광고, 판권, 다운로드 매출을 가져간다. 우린 ‘유앤비’와 ‘유니티’ 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투자금을 보존해야 한다. 물론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비용의 절반은 멤버들의 소속사와 멤버들에게 줘야 한다. ‘유앤비’와 ‘유니티’ 활동으로 큰 수익을 기대하는 건 아니다. 현재로서는 총 투자금의 절반 정도를 회수하면 다행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더유닛’ 최종팀의 계약기간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13개월 계약이지만 7개월은 ‘더유닛’ 활동을 하고, 다음 6개월 동안은 소속사로 돌아가는데 35일만 ‘더유닛’ 활동에 시간을 주면 된다. 이후 다음 1년 중 45일만 ‘더유닛’ 활동을 보장해 주면 된다. 무리한 계약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유닛’ 최종선발팀 활동 사이사이에도 소속사로 돌아가 활동할 시간을 최대한 보장할 생각이다.
-비슷한 시기 YG가 제작한 JTBC ‘믹스나인’은 결국 프로그램 부진의 여파로 최종선발팀의 데뷔가 무산됐다. ‘유앤비’와 ‘유니티’는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데뷔 활동에 큰 투자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남성팀 ‘유앤비’를 위해 뮤직비디오 2편을 동시에 찍을 때 사람들이 미쳤냐고 했다. 그런데 난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이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누가 알아주는 것보다 우선 내가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곧 데뷔를 앞둔 여성팀 ‘유니티’도 마찬가지다. 최소한 ‘유앤비’만큼은 활동을 지원해줄 예정이다.
이 아이들은 정말 쉽지 않은 각오를 하고, 나름대로 기대감을 갖고 ‘더유닛’에 출연한 친구들이다. 스타가 되고 싶고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이 큰 친구들이다. 57억이라는 내 투자금을 어떻게 회수할까 보다는 아이들이 희망을 가지도록 하는게 더 우선적인 가치다. 여기서 뽑힌 친구들이 패잔병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최고의 활동 기회를 보장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더유닛’을 통해 뽑힌 친구들에게 내가 쪽팔리기 싫다. 내가 34년간 쌓아온 것이 무너지는 게 싫었다. 그래서 내가 해야한다. 내가 지치는 순간 끝이다. 그래서 내가 안 지치려고 한다. 나 역시 지치고, 놓고 싶을 때가 있지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다 끝난다. 여기서 실패하면 프로그램이 실패한 게 아니라 내가 실패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넣고 있다.
-‘믹스나인’ 최종선발팀의 데뷔가 무산되는 걸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더유닛’과 경쟁을 한 프로그램이지만 ‘믹스나인’이 마지막에 아이들을 조금 더 배려해줬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참가자들은 ‘나도 워너원이 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프로듀스101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참가한 이들이다. 최종 선발될 때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을 텐데 데뷔가 최종 무산된 뒤 아이들이 겪었을 실망감이 컸을 것 같다. 같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한 동업자 입장에서는 ‘아주 조그만 약속을 지켰으면 좋았을텐데’ 싶었다.
-‘더유닛’은 시작부터 ‘믹스나인’과 비슷한 시기와 유사한 콘셉트로 비교됐다.
‘토끼와 거북이’처럼 시작했다. ‘더유닛’은 대박이 나진 않았지만 거북이처럼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지금도 계속 목표점을 향해가고 있다. ‘유니티’, ‘유앤비’ 소속사들과도 마지막까지 힘을 합쳐 잘하고 헤어지자고 의기투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