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우연히 읽기 시작했다가 오늘 새벽에 며칠만에 다 달렸어
한 6권? 7권?까지는 진도가 천천히 나갔는데 그 뒤로는 와... 다음권 보는 걸 멈출 수가 없더라
이렇게 만화에 몰입해서 본 거 진짜 오랜만이라 묘하게 뿌듯할 정도야
흡인력도 좋고 그림체도 정말 예쁘고(끝까지 안 무너진 게 진심 대단하심) 주제의식이나 캐릭터들도 좋았어.
앨리스 원작을 안 읽어보고 단편적으로만 알아서 중간중간 뭐에 비유한 건지 이해 못 한 것들이 있어서
앨리스 원작 동화도 읽어보고 나중에 재주행도 하고 싶어졌어ㅠㅠ
아래는 생각나는대로 쓰는 감상인데 캐릭터 이야기가 주를 이룰듯ㅋㅋㅋ
나는 길버트 외모가 너무 내 취향이라 처음부터 길버트를 잡고 들어갔는데...
초반에는 얘가 왜 그렇게 절박하게 시종 노릇에 매달리는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어.
다른 시종들도 주인을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길버트의 충성심은 유별나게 보였거든..
근데 보다보니 자신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길버트의 삶의 이유같았어
판하 애들은 다들 사는 이유에 "누군가를 위해서"라는게 굉장히 큰데
길버트는 그 중에서도 타인을 위해 산다는 느낌이 가장 강했고,
거기에 다른 목적이나 비틀린 의도가 없이 순수하고 선하게 본인의 의지로 그렇게 한다는게 매우 인상적인 캐릭터였어.
각자가 비밀스러운 목적을 갖고 몇 수 앞을 내다보면서 머리싸움 하는 와중에 순수하게 오즈만을 위하고
주변인에게도 어떤 꼬인 마음도 없이 늘 선량하게 대하는 길버트의 존재가
오히려 신선했다고 할까... 나올 때마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어.
끝에가서 오스왈드가 아니라 오즈를 지키기로 자기 의지로 결정한것도 명장면이었는데
나는 어째선지 브레이크를 구하러 와서 이녀석의 왼쪽 눈이 되겠다고 하는 길버트가 너무 멋지더라.
길버트의 목적 없는 선함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인 것 같았어.
잘생겼는데 멋있고 귀엽고 가사에도 능하고... 하... 키우고 싶다...길버트...
오즈는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른스러울 수가 있는거지?하고 초반에 계속 놀랐었어
길버트는 10년동안 여러 경험을 하며 자랐으니까 24살의 어른이 됐지만
오즈는 어비스에서 10년을 건너뛰었으니 영혼은 15살의 어린애일텐데 너무 똑똑하고 차분하고요?
하지만 거기에는 반전이 무슨 페스츄리처럼 겹겹이 싸여있었으며..(주먹울음)
처음엔 오즈랑 쟈크를 보면서 꼭 룬의아이들 데모닉의 조슈아랑 이카본이 생각나기도 했었는데
응...아냐... 와장창...
오즈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상징성이 너무 좋았는데...
내가 너무 급하게 달리느라 놓친 부분들을 나중에 꼭 찬찬히 다시 보고 싶어.
브레이크가 초반부랑 후반부에 오즈에게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를 2번 묻는데
처음에는 오즈가 아무 대답도 못했고,
두번째 질문에는 오즈의 대답을 보여주지는 않고 오즈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배경으로 나왔는데
아마 오즈를 기억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다고 대답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어.
영화 <코코>에서 생전의 자신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이승에 한 명도 남지 않게 되면 죽은 자의 세계에서도 소멸하게 된다는 얘기가 떠오르더라.
내가 본 소년만화 주인공 중에서도 역대급으로 구르고 불행한 과거를 가졌는데도 생각보다 꽤나 씩씩해서 인상깊었어..
앨리스는 아직도 내가 이해 못한 부분들이 많은데...
어비스에서 2명의 앨리스가 태어났지만 지상에 올 수 있는 앨리스의 몸은 하나. 라고 한것같은데
중간중간 어비스의 의지라고 나오는 하얀머리의 앨리스처럼 생긴 소녀가 어비스에 있는 또다른 앨리스인 건지,
아니면 어비스의 의지/앨리스(지상에 오갈수 있는)/앨리스(어비스에만 있는 쌍둥이) 가 각각 별개의 존재인지 보면서도 헷갈렸음...ㅠㅠ
이건 해석글을 몇개 보고 다시 읽어봐야 이해가 갈 것 같애;;
이야기의 주인공은 오즈지만 모든 일의 시작과 끝에 있는 가장 중요한 키가 되는 존재는 앨리스라고 느꼈어.
나중에 진상을 알고 나니까 앨리스가 오즈한테 계속 내 하인이라고 부르던 것도 복선이었나? 싶더라ㅋㅋ
오즈와의 원앤온리의 소중한 관계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도 점점 더 깊어갈지언정 결코 깨지지 않는게 좋았는데,
길버트에게 쓰다듬받는걸 좋아하는 앨리스가 너무 의외라서 커플링적으로는 이쪽이 더 마음에 들어버림ㅋㅋㅋ
백년 뒤의 세상에서 오즈랑 오랫동안 행복했음 좋겠어...
그외 비호감으로 시작해서 호감맥스 찍은 바르마 공작, 왜 인기1위인지 너무 잘알겠는 브레이크, 사랑스러웠던 샤론 등등 언급하고 싶은 캐릭터가 너무 많은데
위에 주연 3인방 얘기 쓰는데도 너무 지쳐서 더 못 쓰겠닼ㅋㅋㅋ
지금 연재중인 바니타스의 수기랑 인물들간 관계의 온도가 다른것도 재미있더라ㅋㅋ 바니타스가 더 담백하고 요즘애들 같은(?)느낌이랄까...
에코를 보면서는 잔느가 떠올랐구...
간만에 너무 재밌게 읽었고 멘붕물로 유명하지만 캐릭터 취급이 개차반은 아니고 다 납득가는 죽음이라(그 엘리엇 마저도... ㅠㅠ)
기분나쁜 느낌 없이 읽을 수 있는 좋은 만화였던 것 같아.
여기까지 읽어준 토리가 있다면 고마워.
이제 바니타스 남은 이북 지르러 가야겠다.. ^^
판하 여운쩔지...맞아 등장인물들 가차없이 죽이는데 정성껏(?) 죽이고 쓸데없이 잔인하게 죽이지도 않고 소모적인 죽음도 아니라 다 납득가서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