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두려움의 얼굴이 우리의 본래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공포와 두려움, 이게 우리 삶의 진짜 얼굴임을 그때 나는 보고 말았다. 그때 우리는 공포와 두려움을 나눈 사이가 되고 말았다. 각자의 두려움을 서로 보여준 사이가 되었다. 그런 사이끼리는 맨 처음 이유가 다를지라도, 같은 희망을 공유하게 된다. 그 희망은 희망을 희망할 권리였다.
《시옷의 세계》
김소연
나는 실제의 한 죽음을 통해, 죽음은 아무런 해답도 주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았다. 죽음은 다만 한 문제 자체를 도중에 종결시켜버릴 뿐이며, 더 나아가 그 문제엔 해답이 없을지도 모르며, 더 더 나아가 아마도 그런 문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죽음은 내가 생각하듯 한순간의 뛰어오를 듯한 슬픈 희열 혹은 고통의 쾌락 같은 게 아니었다. 그것은 길고 지루한, 그러나 피할 수 없는 행사 같은 것이었다. ...어쩌면 나는 삶의 편에서 죽음을 짝사랑해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그러나 다 커버린 아이가 아무리 어린 양을 해봤댔자 요람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부끄러워야만 생각하므로 부끄럽기를 자처한 측면도 있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아는 자기 인식이야말로 쾌감 중 으뜸임을 알았다.
《쓰기의 말들》
은유
사랑의 반대말이 증오나 분노가 아니라 '무관심'이듯, 생의 반대말은 죽음이나 퇴행이 아니라 '방어 의식'이 아닐까 싶다. 방어 의식은 사람을 영원히 자기 삶의 바깥에서 서성이게 만든다.
《사람풍경》
김형경
내 결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것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 결여가 더는 고통이 아닌 생, 그런 생을 살 수 있게 된 사람을 ‘온전한’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사랑은 나를 ‘완전하게’ 만들지는 못해도 ‘온전하게’ 만들 수는 있지 않을까.
좋은 작품은 내게 와서 내가 결코 되찾을 수 없을 것을 앗아가거나 끝내 돌려줄 수 없을 것을 놓고 간다. 책 읽기란 그런 것이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시간과 공간을 극복할 수 없는 우리가 가끔 다른 차원에서 온 존재를 엿보는 일이 귀신과 외계인을 목격하는 거라면, 다른 세계관의 언어를 배우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초월적인 영역일 것이다.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
허새로미
인생에도 '문제은행'이 있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태어난 이래 단 한 번도 삶은 뻔한 적이 없었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어린이는 어른보다 작다. 그래서 어른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런데 어린이가 어른의 반만 하다고 해서 어른의 반만큼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가 아무리 작아도 한 명은 한 명이다. 하지만 어떤 어른들은 그 사실을 깜빡하는 것 같다.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정점을 지나온 작은 도시를 잔잔한 형태로 사랑하고 있다. 그런 형태의 사랑도 있는 것 같다.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세랑
당신, 당신도 나이가 들었다. 탄소, 산소와 같은 당신 몸속의 수많은 원자는 거대한 별 안에서도 만들어진다. 당신은 별이 될 수도 있었던 그 모든 것과 아주 약간 구조가 다른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138억 년째 존재해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당신이 가끔씩 지쳐 있는 것도 당연하다.
《우아한 우주》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그동안 주위에 대해서 아무 생각 없이 무신경했던 원인도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없었다는 데서 기인한 것임을 깨달았다.
《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당신은 빵을 소화하듯 어떤 생각이나 가치를 받아들이고, 그 역시 빵처럼 당신의 일부가 된다. 이 모든 것을 통해 당신은 세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자기 몫의 기여를 하고, 이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에서 당신이 맡은 대사 같은 것이다.
《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
인생을 만드는 것은 공식적 사건들 사이에 일어나는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고,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계산 불가능한 일들이다.
《걷기의 인문학》
리베카 솔닛
편안함이 행복을 안겨 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행복은 당신이 애써 이뤄 낸 성장에서 나온다.
《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
마이클 하얏트
어렸을 적 실수로 자기 발등에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려 놓고는 친구에게 "너 때문에 이렇게 됐어"라고 괜히 친구를 탓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남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이 덜 멍청하게 느껴질 수는 있어도, 아이스크림은 여전히 우리 발등에 남아 있고, 그 비난을 들은 친구를 방어적으로 만들 뿐이죠.
<마인드셋>
캐럴 드웩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쟁점에 대해, 적절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리더의 용기》
브레네 브라운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어떤 시기에는 정상성의 범주에서 밀려난 존재가 된다. 단지 그것을 상상하지 않으려 애쓸 뿐이다.
삶은 불행하거나 행복하기만 한 것이 아니며 불행한 동시에 행복하다고, 슬프고 또 아름답기도 하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불완전함은 때로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준다. 나는 이제 그 사실을 조금은 기쁘게 받아들인다.
《사이보그가 되다》
김초엽 X 김원영
나에 대한 그런 손가락질의 원인은 세상의 잘못된 평가와 위계적 질서이지만, 그에 맞서 내 존재의 존엄성과 아름다움을 선언할 책임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그는 1932년 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동급생》
프레드 울만
그대는 그대 자신의 불꽃으로 스스로를 불태워야 한다. 먼저 재가 되지 않고서 어떻게 새로워지려 하는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남다르다는 것이 좋은 게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왜 다르다는 건 그토록 매혹적일까. 다르다는 건 양날의 검. 나를 지킬 수도, 나를 찌를 수도 있는데.”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천선란
“나도 안다? 나도 다 알아. 그냥 이대로, 이 패턴으로 살면 앞으로도 계속 푼돈이나 벌면서 살 거고, 버는 족족 다 쓰면서 살게 될 거라는 거. ...그리고 내 오랜 꿈처럼 결혼도 하고 애도 셋 낳고 행복하게 가정 꾸리고 그렇게 살려면 지금 당장 공무원 시험이라도 준비하거나 그럴 자신 없으면 가족 하나 정도는 건사할 만한 안정적인 남자 만나야 한다는 거, 나도 안 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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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언니, 나 얼굴이 포기가 안 돼.”
《달까지 가자》
장류진
여전히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니까요. 흐릿한 주제에 복잡하죠. 늘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건, 다른 사람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뜻도 돼요.
《더 셜리 클럽》
박서련
그렇지, 다음이 있다. 총파업이 한 번 실패했다고 세상이 결딴난 것도 아니다. 또 싸우면 된다. 이길 때까지 덤비면 된다. 다만 모두 지쳐서 다음을 이야기할 여력이 없을 뿐이다. 지금은. 아직은. 그러나 곧.
《체공녀 강주룡》
박서련
'새비 아주머니는 그날 바다에서 놀았다.' 할머니는 그날의 일을 이 한 문장으로 기억했다. 새비 아주머니도, 바다도, 놀다, 라는 말도 그 날에 다 들어 있었다. 모두 할머니가 좋아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그날을 잊을 수 없었다.
<밝은 밤>
최은영
어쨌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마음도 감정도 물질적인 것이고, 시간의 물줄기를 맞다보면 그 표면이 점차 깎여나가지만, 그래도 마지막에는 어떤 핵심이 남잖아요. 그렇게 남은 건 정말로 당신이 가졌던 마음이라고요. 시간조차 그 마음을 지우지 못한 거예요.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