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의 힐링이라고 하고 싶겠지만
실질적으로 위로받고 인정받고 보호를 받는건 "무해한 아저씨"야.
부인이 바람을 피우고 직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지만
여주보다 훨씬 많은걸 가졌고
여주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있고
훨씬 많은 사람들의 연민과 사랑을 받고 있어.
여주가 아니더라도
이 아저씨를 제 살처럼 아끼는 어머니가 계시고 형제들이 있고
바람을 피웠어도 자기 남편에게 연민을 갖고 정리하려 드는 부인이 있고
인생의 모범답안처럼 살았다, 행복해져라 말해주는 벗이 있고
함께 술마시며 위로해주는 동네 친구들이 있음.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힘들어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 아저씨를 사회에서 인정받게 해주려고 여주까지 나서고
결국 아저씨는 직장에서 인정받게 됨.
잘 살았다는 보상이 돌아오고 있음
그런데 여주는?
여주는 뭐야?
여주가 나아진건 뭘까?
세상에 좋은 아저씨도 있다는걸 알았다는거?
세상에서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도 있다는거?
솔직히 그거 알아서 뭐가 크게 달라지는건데?
이렇게 불우하고 착취당하던 애를 위해 어른들이 뭘했는데?
그냥 따뜻한 말한마디 해주면 다야?
어른들이 얘를 위해 싸워주길 했어, 뭘 했어?
아, 돈뜯어가며 폭력 휘두르는 사채업자 패준거?
겨우 그거면 얘 생활이 달라지나??
그냥 감정적 분풀이 한번 한거뿐이지 달라지는거 없잖아.
이 드라마 속 어른들은 왜 얘를 위해 싸워주지 않는건데?
얘는 겨우 연민을 보여준 어른을 위해
자기 모든걸 걸고 싸우고 있고 이젠 떠나려고까지 하는데
너 좋은애야, 착해 이런 말 몇마디로 때우는게 얘를 위한 힐링이야?
어른들에게 진짜 도움받아야 하고 진짜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애를
어른들 보호하게 앞장세워놓고
다들 와 주체적이다, 능동적이다 하고 있는거 보면 정말 이상해보여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최하위계층의 아이에게
그렇게 말 몇마디 따뜻하게 받은걸로 감사해하라는게 말이 돼?
그런 애 앞장 세워서 보호받으며 내가 잘살아왔구나 "인정"받고 싶을까?
이 드라마에서 다들 안쓰러워하고 사랑해줘야 하고
어른들이 힘을 합쳐 실질적으로 도와야 하는건 여주인데
다들 남주만 안쓰러워해.
이게 힐링이야?
약한 자를 가스라이팅하며 또 다시 착취하는 것도 힐링이라면 힐링이겠다.
그리고 이것만이 아님
저 삼형제중 막내와 여배우 얘기도 그래.
감독에게 가스라이팅당해서 트라우마가 컸던 여배우가
그 감독에게 그런 말 듣고도 괜찮다고 서로 힐링하고 연애를 한다니..
그 여배우의 커리어를 망친건 감독인데
그냥 내가 못났었다 그 사실만 인정하면
여배우가 겪어야 했던 고통이 다 사라져?
가해자를 위한 힐링 아님?
그리고 이 삼형제와 어머니중에서 진짜 고생한건 어머니잖아
아무도 어머니의 외로움이나 고통을 들여다볼 생각을 안함.
뭐하자는거야.
어머니 희생은 걍 당연한거임..
가족 안에서 제일 약자고 제일 희생한건 어머니인데..
이런 피해자들, 약자들은 외면하는게 힐링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