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도쿄에서 시골인 우키구모 마을로 전학 온
소녀 모델 '나츠메'가
그 마을의 왕으로 군림해있던
소년 '코우'와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물에 빠진 나이프
( 溺れるナイフ )
아사쿠라 조지 作
내가 원하는 건 예를 들어
번개가 몸을 가를 듯한 충격, 열, 섬광.
「신」이다.
「신」의 전령.
왜냐면
어둠 속에서 하얗게 빛이 나잖아.
난 괜찮아.
바다에서든 산에서든
난 실컷 놀아도 돼.
이 마을 건 전부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구.
너 말야.
실컷 욕을 먹더라도 이곳에 정을 붙여봐.
예쁜 건 어차피 안 변하니까.
그거면 된 거 아냐?
기원 같은 건 자신한테 하는거야.
신한테는 보여드리기만 하는거고.
이기면
이 아이가 손에 들어오게 될까.
이 충동은 뭐라고 해야 하나.
사진 찍는건 즐거워.
찍은걸 어서 코우가 보면 좋을텐데.
코우가 더욱 화냈으면 좋겠어.
-난 코우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싶어.
난 코우를 이기거나 화나게 하거나 그러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럼.. 사귈까?
난 말야.
사진집에 있는 네 눈이
도전적이라 재밌었어.
안다고 하지마.
꿰뚫어보지마.
내 생각을 꿰뚫어보면 안 돼.
곁에 있을 수가 없잖아.
-어차피 난 늘
기대에 못 미치지만.
내가 옆에 있으면 성가시지?
-맞아. 성가셔.
왜냐면 코우.
네가 날 꿰뚫어보니까.
속일 수 없으니까.
정말로 두 사람은 빛나고 근사..했어.
하지만 진짜의 진짜는
있을 수 없는 진짜는
그런 건 죽어 버리라고 해.
수도 없이 코우의 어깻죽지에 닿자마자
후두둑 흩어져 떨어진다.
모두 오늘 아침 동백꽃 같다.
나와 코우는
둘 다 절정기가 지나가버렸는데.
왜 나만 내버려진거지.
여전히 예쁘잖아.
전혀 모르겠어.
마음에 들어하는 건 알겠어.
소중히 여겨준다고 생각해.
하지만 가끔 생각이 들어.
느껴진다고 할까.
..거기서 끝이야.
그 이상은 무리야.
코우는 앞으로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의외로 귀엽지 않아? 그 녀석.
-..그렇게 신경 쓰여?
-그래. 원래 내 거니까.
-'원래'라면.
지금은 아니지만.
나츠메.
그 녀석들과 친구 놀이 하는거 관둬.
왠지 넌 혼자 고립됐으면 좋겠어.
이건 오오토모의 바다야.
반짝반짝 아름다운 바다.
떡칠하지 않은.
내 모든 것에서
여기만이 작게 빛나고 있어.
네가 맞는 걸 보고 있으려니
나까지 아파지더라고.
그 녀석들이 어디까지 하는지
두고 볼 생각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뛰쳐나가고 말았어.
그래.
너 대체 뭐야?
온도. 냄새. 감촉. 뒤섞이는 리듬.
육체는 위험해.
이론 따윈 통하지 않아.
만족이고 뭐고 그런 거 없어.
난 단지 네 웃는 얼굴을 보면
그걸로 족해.
-코우를 구할 수 있는건
나츠메 뿐인데.
-구역질이 날 것 같아.
이런 느낌이구나.
남의 생각을 강요당하는 기분이.
실은 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처음 형을 봤을때
내가 대적할 수 없는 상대임을
직감했다.
-..난 그렇다치고
오우지까지 쫓아낸거야?
친아들도 쓸모가 다한 건가?
-..그 애가 떠난거야.
코우이치로도 같이 어울려서 깡패놀이를 한다며?
제멋대로..
그럴 바엔..
아예 돌아오지 말고
그쪽 세계에서
비참하게 죽으면 좋을텐데.
너야말로 쓸모가 다 했으니까.
-미안해.
미안해.
그 사건 때 날 구해주지 못한 널
그놈한테 죽도록 얻어터지고 울고 있던 널
'이런건 코우가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한 날 보여주기 싫어서
너에게 등 돌린거.
나만 오오토모에게 구원받은거.
-그 녀석이 널 구했다고?
네가 받은 상처는 변함없잖아.
-그래! 좋은 사람이 된 기분이 든 것 뿐이야.
평생.. 지워지지 않아.
너도..!
그놈의 저주에 걸린 채야..!!
우리들의 시간은 멈춰버린 채라고..!
당신은 날 낳은 여자와 비슷한 얼굴이지만
난 그 여자를 죽인 선대의 기질도 눈도
꼭 빼닮았어.
문중에서도 얼간이 같은 현 당주보다는
탁월한 능력 탓에 '귀신'이라 불렸던 선대와 꼭 닮은 나에게
더 기대를 걸고 있어.
내가 뒤를 잇게 되면
모든 것을 손에 넣고 '귀신'이 되면
가장 먼저 당신을 죽일 거야.
난 괜찮아.
너 같은 애 없어도.
'폭력'
절정을 맛볼때랑 좀 닮았어.
미친 듯 날뛰다보면 뭐랄까..
마치 스위치가 들어오고
피가 확~ 끓어올라 증발할 것 같은 느낌이랑
머리가 싸~ 하고 식는 느낌이
동시에 덮쳐오면서
그걸 점점 더 고조시키지 않고는
베길 수 없달까?
그리고 종국엔
몸 안에 번개가 치닫는 것 같은-.
-나 요즘 고지고 편입이다 뭐다 바빠.
그러니까 9월 연휴 때쯤
내가 도쿄로 만나러 갈게.
-뭐?
-왜?
-..코우. 나 만날 생각 있는거야..?
-그럼~. 당연히 있지.
-앗, 응. 그래.
-..만나자. 나츠메.
넌 내 충격이었어.
처음 만난 순간부터 줄곧-.
영업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