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슈방에 올렸는데 올림픽 방에도 올려봐)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체조 개인종합 결과.
체조 중에서도 개인종합은
도마, 안마, 링, 철봉, 평행봉, 마루
총 6가지 종목의 점수를 모두 합산해 결과를 내는 종목.
6가지 종목을 모두 고르게 잘해야 하기 때문에 체조 종목의 끝판왕이자 꽃으로 불림.
한국은 이전에도 체조 단일 종목 결선에선 메달을 딴 적이 있지만,
2004년 당시까지 100년이 넘는 올림픽 체조 역사를 통틀어 '개인종합'에서 메달권에 든 선수는 한 명도 없었음.
그래서 한국 선수가 동시에 개인종합 은,동메달을 따낸 것도 충분히 역사적인 일이었지.
(그리고 이 이후에도 아직까지 개인종합 메달권에 진입한 선수는 없음.)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겐 양태영 선수가 금메달을 빼앗긴 대회로 더 많이 기억될 수밖에 없는 대회이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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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대부분은 폴햄이 이런 큰 실수를 하고도 납득할 수 없는 고득점을 했고,
양태영 선수가 억울하게 금메달을 빼앗겼다... 정도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더 참담하고 어이 없음.
개인종합 6가지 종목 중 5가지 종목을 마치고
마지막 철봉 종목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1위는 양태영, 2위는 김대은 선수였음. 미국 폴햄은 4위.
하지만 폴햄이 마지막 철봉 종목에서 전체 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며 역전에 성공.
이때까지만 해도
폴햄이 전체적으로 좀 많이 퍼받았고.. 한국 선수들이 좀 점수를 짜게받으며.. 아쉽게 역전패를 당했다.... 정도였는데
알고보니 평행봉에서 기본점수 10점짜리 벨레 기술을 구사한 양태영 점수의 기술을
기본점수 9.9짜리 모리스에 기술로 당시 심판진들이 착각해서(혹은 일부러) 잘못 점수를 기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거임.
즉 양태영 선수는 본인이 더 받았어야 하는 0.1점을 받지 못한 거임. 기본점수부터 깎이고 들어간 것....
양태영 선수와 폴 햄의 점수 차이는 불과 0.049.
그 0.1점만 제대로 받았어도 양태영 선수의 점수는 57.874이고
그럼 체조 개인종합 금메달은 당연히 양태영 선수의 차지였던 거임.
이건 누가 퍼받고 짜게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진짜로 심판의 실수로 대놓고 금메달을 빼앗긴 거였음.
당시 주심을 맡은 심판은 공교롭게도 또 미국인이었음.
우리 대표팀 측은 철봉 경기가 끝나자마자
평행봉 점수가 잘못됐다는 걸 알고 국제체조연맹 기술위원장에게 항의했지만
국제체조연맹은 서면을 통해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해달라고 요청..
그러는 사이에 이미 시상식은 진행되어버림.
이후 국제체조연맹은
심판이 명백히 '실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판정 번복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힘.
판정 번복을 하려면 도핑이 발각되거나, 심판이 뇌물을 받았거나, 기록측정을 잘못했어야 하는데 이 사건은 그런 사건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이것도 점수 심판이 잘못 계산해 기록한 거니까 기록 잘못에 해당한다고 항의.
국제체조연맹은 주심을 비롯한 심판 3명의 심판 자격을 정지하는 것으로 사건을 무마하려고 함.
당시 국제적인 여론도 그렇고
미국 지들이 봐도 이건 좀 아니다 싶으니까
폴 햄한테 진짜 우승자인 양태영에게 금메달을 돌려주라,는 의견까지 나오고
정말 판정을 번복할 수 없다면 공동금메달을 주자는 의견들까지 나옴.
하지만 국제체조연맹은 공동 금메달은 줄 수 없고
폴햄이 페어플레이 정신을 실현해 금메달을 반납하고 양태영에게 양보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내세움.
폴햄은 국제체조연맹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한 상태여서
저정도면 국제체조연맹이 책임을 지고 판정 번복을 해서 양태영에게 금메달을 주겠다고 결정하는 게 맞았지만
국제체조연맹도 지들이 덤탱이 쓰기 싫어서 폭탄 돌리기 하는 상황이었던 거고..
폴햄은 당연히 뻔뻔하게 나옴. 내가 왜 돌려주냐고.
그러면서 폴햄은
내가 보니까 양태영도 다른 부분에서 감점받아야 하는데 안 받은 부분 있다
제대로 채점했으면 양태영은 아예 4위였어야 한다는 개소리까지 지껄임ㅗ
IOC,국제체조연맹,폴햄
누구하나 제대로 책임지지 않으면서 이렇게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사람들의 관심도 점점 멀어지면서
결국 판정번복은 이루어지지 않고
이 사건은 그냥 체조계의 흑역사로 남게 됨.
솔직히 남일이라 하는 말이 아니라
난 내가 폴 햄이었으면 진짜 금메달 돌려줬음.
이건 뭐 퍼받고 덜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진짜 상대 선수가 심판들 실수로 점수가 억울하게 깎여서 내가 대신 받게 된건데..
본인이 진짜 챔피언이 아닌게 명확한 상황에서
이미 금메달은 내꺼~~ 이런건 너무 추하지 않냐고ㅋㅋ
양태영 선수는 사실상 한국 체조역사상 최초로, 그리고 현재까지 유일하게 개인종합에서 금메달 딴 선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