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작품 스포 있음~~
유실
“난 네가 계속 이렇게 칼을 들고 설치거나 네가 모르는 사람이랑 웃으면서 말 좀 했다고…… 하, 씨발. 진짜 그 웃은 것도…… 2초도 아니야. 1초였다, 그냥 딱 1초. 아무튼 웃으면서 말했다고 지랄을 떨면 피곤해서 너랑 못 만나.”
“그런 말…….”
“닥치고 들어. 누누이 말했지만 내가 다른 사람이랑 웃으면서 얘기 좀 한다고 그 사람이 좋아질 리도 없고 상대방도 고작 그런 걸로 날 좋아할 리가 없어. 그리고 만약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건 너니까 그 사람이랑 내가 사귈 일도 없고.”
이런 당연한 얘기까지 굳이 해야 하나 싶었지만 상대가 정우진이면 이런 일반적인 상식까지 하나하나 전부 말을 해 줘야만 했다.
“내가 화가 나서 이 집에서 나간다고 해도 결국은 네가 보고 싶어서 다시 올 거고……. 진짜 네가 존나 싫어하니까 아무리 화가 나도 나가진 않겠지만 만약 아주 만약에 나간다고 해도 다시 올 거라고.”
“…….”
“난 네가 애원하고 울고불고 지랄을 해서 여기에 있는 게 아니야. 너랑 같이 사는 것도, 여기에 있는 것도, 너한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도 전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솔직히 네가 날 사랑하는 것만큼 널 사랑하느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는 대답 못 하겠는데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이 세상에서 널 제일 좋아해.”
“…….”
“내가 아는 사람 다 통틀어서, 그리고 앞으로 알 사람들까지 다 합쳐도 널 제일 사랑해.”
“윽…….”
결국 잇새로 소리가 흘러나왔다. 눈을 꾹 감고 있어도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다가 뒷목을 당기자 그대로 안겨 왔다. 달 달래 주듯 머리카락을 만지다가 젖은 눈가에 입술을 문질렀다.
“칼 들고 설치거나 내 손목 잡고 개처럼 질질 끌고 가는 게 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참았을 거 같냐? 네가 하는 거니까 참고 봐주는 거야. 네가 정우진 아니었으면 넌 벌써 죽었어.”
“미안해요.”
“등신 새끼, 진짜. 같이 산 지 2년이 넘었는데 넌 아직도 내가 이런 걸 일일이 말해 줘야 아냐?”
우리는 서로를 짐작할 뿐
현오가 몸을 돌려 계단을 내려가려 했다. 나는 다급하게 현오를 불러 세웠다.
“혀, 현오야. 잠깐만.”
현오가 멈칫하고 나를 돌아보았다.
“…고마워.”
“어. 그래.”
“저기, 왜 구해 주러 왔어?”
“글쎄.”
현오가 잠시 고민하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별일 아니라는 투였다.
“딱히 이유는 없는데. 옥상에 너 있는 거 봤거든. 위험해 보여서.”
“응….”
“그 상황에 구하러 오지 않는 게 이상한 거지.”
이 세상에는 아무 이유 없이 휘두르는 폭력이 만연하다. 그러나 다른 면에는 아무 이유 없는 구원도 있었다. 나는 그걸 현오를 통해 처음 알았다. 현오에게 말해 주고 싶었다. 너의 이유 없는 다정함이 나를 살렸다고. 너만큼 멋진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고. 너를 사랑하고 싶다고.
그러나 말할 수 없었다. 거창한 말을 하기엔 지금의 나는 너무 초라했다.
“…고마워. 무서웠어.”
“당연히 무서웠겠지.”
“응. 다른 사람들이 몰랐으면 좋겠어.”
“난 말 안 할 거야. 너도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하지 마. 네 마음대로 해.”
현오가 한 발자국 내려가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어쨌든 살아야지.”
토요일의 주인님
“팀장님이 저한테 상식 운운하실 입장입니까?”
나는 눈을 마주 보고 입에서 말을 뱉었다. 서늘하게 굳는 그의 표정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 번 말하기 시작하자 나머지는 거센 물살처럼 뒤따랐다.
“이유 없이 때리는 건 팀장님의 상식이지, 세상 어디 가서 누구한테 물어도 그게 상식이라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때린 사람이랑 맞은 사람이 다음 날에도 웃으면서 얼굴 보는 일이 어디 있습니까. 맞은 사람은 멍이 남고 상처가 남는데, 그걸 어떻게 일어나지 않은 일처럼….”
“…….”
“팀장님이랑 만나면서 저는 한 번도… 정말로 단 한 번도, 팀장님께 맞는 게 서럽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플레이라는 말만으로, 저는 팀장님께 어떤 취급을 받든 아무렇지 않아야 하고, 끝나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약 발라 주시고, 그거면 다 되는 것처럼….”
“…….”
“플레이가 전부 놀이고 게임이면, 왜 저는 침대가 아닌 곳에서도 팀장님을 무서워해야 합니까?”
그의 손을 뿌리쳤다. 덜덜 떨리고 있는 내 볼썽사나운 손가락을 그의 앞에 내밀었다. 그는 눈썹을 한껏 들어 올린 채로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폭력이 아니라 플레이라는 말 같지도 않은 궤변에 설득당하고, 별 시답잖은 이유로 매 맞고 벌 받고, 팀장님 하시는 말 한마디까지 무서워해야 하고… 그게 서럽고 혼란스러웠던 건 전부 제 잘못입니까? 지난주의 일도, 주제넘게 팀장님을 화나게 하고 안전어까지 쓰지 않은 제 책임입니까?”
외사랑
다시 윤희겸의 얼굴이 이번에는 왼쪽으로 돌아갔다. 윤희겸의 왼쪽 뺨을 가격했던 손이 이번에는 손등으로 그의 오른쪽 뺨을 있는 힘껏 후려친 것이다.
단 두 방에 입술이 터져 피가 튀었다.
“…….”
맞았다. 윤희겸은 그러나 화조차 나지 않았다. 화를 낼 자격조차 없었다. 정재한이 저를 죽을 때까지 때려도 윤희겸은 변명의 여지조차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윤희겸은 정재한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수그렸다. 강간. 중간에 정재한이 저항을 멈췄다고는 하지만 강간에 준하는 행위였다. 설령 강간이 아니라고 해도 사람을 저 지경으로 몰아붙인 마당에 윤희겸에게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야, 윤희겸.”
윤희겸을 부르는 목소리가 형편없이 갈라져 있었다. 목이 아주 쉬어버려서 듣기 괴로운 소리가 정재한의 목소리에 뒤섞여 있었다.
“하…….”
한숨인지 헛웃음인지 모를 것이 피딱지가 앉은 정재한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윤희겸은 가만히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심정은 꼭 사형 판결을 기다리는 죄수의 심정이었다.
“윤희겸.”
듣기만 해도 아플 것 같은 목소리로, 정재한이 말했다.
“나도 너 사랑해.”
“사랑한다고.”
자신을 바라보는 윤희겸의 눈동자가 쉴 새 없이 떨리는 것을 보며 정재한이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결혼 안 해.”
단호한 말에 윤희겸은 다시 숨을 멈추었다.
“왜 갑자기 이렇게 지랄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내 결혼문제는 내가 다 알아서 해요. 윤희겸 씨는 그냥 나 믿고 따라오기만 하면 돼.”
“사랑하는 너한테 상처 안 줄 거니까.”
시맨틱 에러
“이야, 작정했네. 거기서 하룻밤 자는 거야?”
“식사하고 돌아올 건데.”
“밥 먹기 전에 투숙부터 하자.”
“개소리 좀 작작 해라. 다 계획이 있는데.”
상우는 저도 모르게 싸늘하게 중얼거려 놓고 정신이 번뜩 들었다. 사과하려고 옆을 보았는데 재영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고 있을 뿐이었다. 상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중요한 날이야. 성질내면 안 돼.’
“부적절한 소리 좀 하지 맙시다, 형. 내가 준비한 일정이 다 있잖아요.”
상우는 애써 웃으며 부드럽게 이야기했지만 이가 악물려 발음이 이상하게 들렸다.
소실점
“화 안 낼 테니까 지금 말해. 데리러 가게.”
─…….
“끝까지 말 안 하다가 내가 먼저 찾으면. 그땐 어떻게 될 것 같은데?”
─……그땐 어떻게 됩니까.
이준 역시 더 이상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긴장감이 들어 힘이 어린 목소리로 되물었다. 최 전무는 그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몰라서 물어?”
─그럼 해 봐.
“……뭐?”
─해 보라고, 씨발 새끼야.
그리고 그대로 전화가 끊어졌다.
열락의 날
“그건 폭력이잖아! 날 강간한 거잖아! 그건 섹스가 아니었어!”
절규하듯 소리치는 수형에게 연욱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수형이 술에 잔뜩 취해서 절박한 거부를 했던 그 밤이 떠올랐다.
“좋아해?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나를 그렇게 인간 이하 취급을 했으면서! 개랑도 붙이려고 했으면서!”
봇물 터지듯 감정이 쏟아져 나왔다. 주체 안 되는 감정에 목소리가 갈라졌지만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수형이 이토록 흥분한 모습을 처음 본 연욱은 당황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수형이 하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어서 할 말이 없기도 했다.
“그건……. 수형아, 일단 진정해 봐.”
“진정 같은 소리 하네! 말하라고 할 땐 언제고! 듣기 싫으면 때려서 입을 막든가!”
콜 잇 어 나이트
“…그런데 그걸 더 최악으로 만든 게 누구야? 너 아니냐? 내가 하는 행동마다 수준 낮다고 지랄하고, 지난번 술자리 끝나고는 심지어 너 나한테 뭐라고 했어? 뭐? 조심성이 없어? 다른 놈들한테 성추행을 안 당하게 조심을 해? 너 잘났다고 잘도 나불대는 너는 같은 남자한테 당한 걸로 모자라서 그런 취급까지 받아야 했던 내 기분을 생각한 적은 있냐?”
한 마디 한 마디 잊으려고 노력하고 무시하려고 고생했던 시간들을 떠올리자 진짜 화가 난다는 말로는 정리가 되지를 않았다. 지금 제대로 다 말 안 하면 분명히 또 지나서 이가 갈릴 텐데. 아, 진짜 이 분노를 도대체 어떻게 풀어야 하지?
“너야말로 날 좋아한다고 말할 정신이면 그 부분이나 제대로 생각해보지 그랬어? 후회를 안 해? 시작이 엉망인 건 인정을 해? 시발, 너만 하면 시작이냐? 너만 고백하고, 너 편할 대로 다 싸지르면 로맨스 출발이야? 그 연애사에 내 의사는 상관이 없어?”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송규호의 몸을 주먹으로 퍽 소리 나게 쳤다.
미친놈 종합세트
몽룡을 빤히 보던 제하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거기서 카드 한 장을 꺼내 이몽룡에게 홱 던졌다. 카드가 몽룡의 가슴에 탁, 맞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도 없는 거니까 그거 가져가서 똑같은 걸로 사. 백 벌을 사든 천 벌을 사든 너 알아서 하고, 얼른 꺼져. 사람 기분 잡치게 하지 말고.”
몽룡이 눈동자를 움직여 바닥에 떨어진 카드를 봤다. 그리고 다시 제하를 노려본다.
“왜 안 주워? 꼴에 자존심 챙기는 거야?”
몽룡이 보란 듯이 허리를 굽혀 그것을 주웠다. 제하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하며 비웃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회사 쪽으로 가려던 순간이었다.
몽룡이 카드를 손에 쥔 채로 제하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그것을 본 호가 먼저 어어, 하는 소리를 질렀다. 누가 말릴 새도 없었다. 제하가 몸을 돌려 확인하기도 전에 뒤통수로 무언가 날아와 퍽! 하고 후려쳤다.
제하가 그 충격에 몸을 휘청였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뒤통수에 손을 가져다 댔다.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얼얼하다.
그대로 고개를 홱 돌려 죽일 듯 노려보는데 이몽룡이 오른쪽 손목을 빙글빙글 돌린다. 그 뒤쪽으로 놀라 입을 벌린 채 석고상처럼 서 있는 백씨 삼 형제의 모습이 보였다.
몽룡이 조금 전에 주운 카드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 제하에게 홱 던진다. 카드가 제하의 몸에 맞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몽룡이 입가를 가만히 당겨 웃었다.
“병원비 써. 남는 건 까까 사 먹고.”
제하가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열이 머리꼭지까지 차더니 분노가 폭발했다.
“너… 이 새끼…!”
“너도 기분 나쁘지? 나도 그런 취급받으니까 기분 존나 더럽거든. 다음부턴 그러지 말아 줄래? 시발석제하야, 응?”
“너 이리 와, 시발! 아주 죽여 버릴 테니까.”
“오려면 네가 와, 이 쫌팽이 변태 그지 새꺄.”
---
발췌에 별 기준은 없고 내가 수에 어멋! 하고 심쿵한 장면들^^*
할 말 해야할땐 하는 수들 넘 좋당
뭔가 더 발췌하고 싶은 작품들 분명 있는데 막상 글쓰려니 생각안나서 몇 못 들고온게 아쉽ㅠㅠㅠㅠ
유실
“난 네가 계속 이렇게 칼을 들고 설치거나 네가 모르는 사람이랑 웃으면서 말 좀 했다고…… 하, 씨발. 진짜 그 웃은 것도…… 2초도 아니야. 1초였다, 그냥 딱 1초. 아무튼 웃으면서 말했다고 지랄을 떨면 피곤해서 너랑 못 만나.”
“그런 말…….”
“닥치고 들어. 누누이 말했지만 내가 다른 사람이랑 웃으면서 얘기 좀 한다고 그 사람이 좋아질 리도 없고 상대방도 고작 그런 걸로 날 좋아할 리가 없어. 그리고 만약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건 너니까 그 사람이랑 내가 사귈 일도 없고.”
이런 당연한 얘기까지 굳이 해야 하나 싶었지만 상대가 정우진이면 이런 일반적인 상식까지 하나하나 전부 말을 해 줘야만 했다.
“내가 화가 나서 이 집에서 나간다고 해도 결국은 네가 보고 싶어서 다시 올 거고……. 진짜 네가 존나 싫어하니까 아무리 화가 나도 나가진 않겠지만 만약 아주 만약에 나간다고 해도 다시 올 거라고.”
“…….”
“난 네가 애원하고 울고불고 지랄을 해서 여기에 있는 게 아니야. 너랑 같이 사는 것도, 여기에 있는 것도, 너한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도 전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솔직히 네가 날 사랑하는 것만큼 널 사랑하느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는 대답 못 하겠는데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이 세상에서 널 제일 좋아해.”
“…….”
“내가 아는 사람 다 통틀어서, 그리고 앞으로 알 사람들까지 다 합쳐도 널 제일 사랑해.”
“윽…….”
결국 잇새로 소리가 흘러나왔다. 눈을 꾹 감고 있어도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다가 뒷목을 당기자 그대로 안겨 왔다. 달 달래 주듯 머리카락을 만지다가 젖은 눈가에 입술을 문질렀다.
“칼 들고 설치거나 내 손목 잡고 개처럼 질질 끌고 가는 게 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참았을 거 같냐? 네가 하는 거니까 참고 봐주는 거야. 네가 정우진 아니었으면 넌 벌써 죽었어.”
“미안해요.”
“등신 새끼, 진짜. 같이 산 지 2년이 넘었는데 넌 아직도 내가 이런 걸 일일이 말해 줘야 아냐?”
우리는 서로를 짐작할 뿐
현오가 몸을 돌려 계단을 내려가려 했다. 나는 다급하게 현오를 불러 세웠다.
“혀, 현오야. 잠깐만.”
현오가 멈칫하고 나를 돌아보았다.
“…고마워.”
“어. 그래.”
“저기, 왜 구해 주러 왔어?”
“글쎄.”
현오가 잠시 고민하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별일 아니라는 투였다.
“딱히 이유는 없는데. 옥상에 너 있는 거 봤거든. 위험해 보여서.”
“응….”
“그 상황에 구하러 오지 않는 게 이상한 거지.”
이 세상에는 아무 이유 없이 휘두르는 폭력이 만연하다. 그러나 다른 면에는 아무 이유 없는 구원도 있었다. 나는 그걸 현오를 통해 처음 알았다. 현오에게 말해 주고 싶었다. 너의 이유 없는 다정함이 나를 살렸다고. 너만큼 멋진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고. 너를 사랑하고 싶다고.
그러나 말할 수 없었다. 거창한 말을 하기엔 지금의 나는 너무 초라했다.
“…고마워. 무서웠어.”
“당연히 무서웠겠지.”
“응. 다른 사람들이 몰랐으면 좋겠어.”
“난 말 안 할 거야. 너도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하지 마. 네 마음대로 해.”
현오가 한 발자국 내려가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어쨌든 살아야지.”
토요일의 주인님
“팀장님이 저한테 상식 운운하실 입장입니까?”
나는 눈을 마주 보고 입에서 말을 뱉었다. 서늘하게 굳는 그의 표정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 번 말하기 시작하자 나머지는 거센 물살처럼 뒤따랐다.
“이유 없이 때리는 건 팀장님의 상식이지, 세상 어디 가서 누구한테 물어도 그게 상식이라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때린 사람이랑 맞은 사람이 다음 날에도 웃으면서 얼굴 보는 일이 어디 있습니까. 맞은 사람은 멍이 남고 상처가 남는데, 그걸 어떻게 일어나지 않은 일처럼….”
“…….”
“팀장님이랑 만나면서 저는 한 번도… 정말로 단 한 번도, 팀장님께 맞는 게 서럽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플레이라는 말만으로, 저는 팀장님께 어떤 취급을 받든 아무렇지 않아야 하고, 끝나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약 발라 주시고, 그거면 다 되는 것처럼….”
“…….”
“플레이가 전부 놀이고 게임이면, 왜 저는 침대가 아닌 곳에서도 팀장님을 무서워해야 합니까?”
그의 손을 뿌리쳤다. 덜덜 떨리고 있는 내 볼썽사나운 손가락을 그의 앞에 내밀었다. 그는 눈썹을 한껏 들어 올린 채로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폭력이 아니라 플레이라는 말 같지도 않은 궤변에 설득당하고, 별 시답잖은 이유로 매 맞고 벌 받고, 팀장님 하시는 말 한마디까지 무서워해야 하고… 그게 서럽고 혼란스러웠던 건 전부 제 잘못입니까? 지난주의 일도, 주제넘게 팀장님을 화나게 하고 안전어까지 쓰지 않은 제 책임입니까?”
외사랑
다시 윤희겸의 얼굴이 이번에는 왼쪽으로 돌아갔다. 윤희겸의 왼쪽 뺨을 가격했던 손이 이번에는 손등으로 그의 오른쪽 뺨을 있는 힘껏 후려친 것이다.
단 두 방에 입술이 터져 피가 튀었다.
“…….”
맞았다. 윤희겸은 그러나 화조차 나지 않았다. 화를 낼 자격조차 없었다. 정재한이 저를 죽을 때까지 때려도 윤희겸은 변명의 여지조차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윤희겸은 정재한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수그렸다. 강간. 중간에 정재한이 저항을 멈췄다고는 하지만 강간에 준하는 행위였다. 설령 강간이 아니라고 해도 사람을 저 지경으로 몰아붙인 마당에 윤희겸에게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야, 윤희겸.”
윤희겸을 부르는 목소리가 형편없이 갈라져 있었다. 목이 아주 쉬어버려서 듣기 괴로운 소리가 정재한의 목소리에 뒤섞여 있었다.
“하…….”
한숨인지 헛웃음인지 모를 것이 피딱지가 앉은 정재한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윤희겸은 가만히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심정은 꼭 사형 판결을 기다리는 죄수의 심정이었다.
“윤희겸.”
듣기만 해도 아플 것 같은 목소리로, 정재한이 말했다.
“나도 너 사랑해.”
“사랑한다고.”
자신을 바라보는 윤희겸의 눈동자가 쉴 새 없이 떨리는 것을 보며 정재한이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결혼 안 해.”
단호한 말에 윤희겸은 다시 숨을 멈추었다.
“왜 갑자기 이렇게 지랄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내 결혼문제는 내가 다 알아서 해요. 윤희겸 씨는 그냥 나 믿고 따라오기만 하면 돼.”
“사랑하는 너한테 상처 안 줄 거니까.”
시맨틱 에러
“이야, 작정했네. 거기서 하룻밤 자는 거야?”
“식사하고 돌아올 건데.”
“밥 먹기 전에 투숙부터 하자.”
“개소리 좀 작작 해라. 다 계획이 있는데.”
상우는 저도 모르게 싸늘하게 중얼거려 놓고 정신이 번뜩 들었다. 사과하려고 옆을 보았는데 재영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고 있을 뿐이었다. 상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중요한 날이야. 성질내면 안 돼.’
“부적절한 소리 좀 하지 맙시다, 형. 내가 준비한 일정이 다 있잖아요.”
상우는 애써 웃으며 부드럽게 이야기했지만 이가 악물려 발음이 이상하게 들렸다.
소실점
“화 안 낼 테니까 지금 말해. 데리러 가게.”
─…….
“끝까지 말 안 하다가 내가 먼저 찾으면. 그땐 어떻게 될 것 같은데?”
─……그땐 어떻게 됩니까.
이준 역시 더 이상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긴장감이 들어 힘이 어린 목소리로 되물었다. 최 전무는 그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몰라서 물어?”
─그럼 해 봐.
“……뭐?”
─해 보라고, 씨발 새끼야.
그리고 그대로 전화가 끊어졌다.
열락의 날
“그건 폭력이잖아! 날 강간한 거잖아! 그건 섹스가 아니었어!”
절규하듯 소리치는 수형에게 연욱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수형이 술에 잔뜩 취해서 절박한 거부를 했던 그 밤이 떠올랐다.
“좋아해?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나를 그렇게 인간 이하 취급을 했으면서! 개랑도 붙이려고 했으면서!”
봇물 터지듯 감정이 쏟아져 나왔다. 주체 안 되는 감정에 목소리가 갈라졌지만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수형이 이토록 흥분한 모습을 처음 본 연욱은 당황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수형이 하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어서 할 말이 없기도 했다.
“그건……. 수형아, 일단 진정해 봐.”
“진정 같은 소리 하네! 말하라고 할 땐 언제고! 듣기 싫으면 때려서 입을 막든가!”
콜 잇 어 나이트
“…그런데 그걸 더 최악으로 만든 게 누구야? 너 아니냐? 내가 하는 행동마다 수준 낮다고 지랄하고, 지난번 술자리 끝나고는 심지어 너 나한테 뭐라고 했어? 뭐? 조심성이 없어? 다른 놈들한테 성추행을 안 당하게 조심을 해? 너 잘났다고 잘도 나불대는 너는 같은 남자한테 당한 걸로 모자라서 그런 취급까지 받아야 했던 내 기분을 생각한 적은 있냐?”
한 마디 한 마디 잊으려고 노력하고 무시하려고 고생했던 시간들을 떠올리자 진짜 화가 난다는 말로는 정리가 되지를 않았다. 지금 제대로 다 말 안 하면 분명히 또 지나서 이가 갈릴 텐데. 아, 진짜 이 분노를 도대체 어떻게 풀어야 하지?
“너야말로 날 좋아한다고 말할 정신이면 그 부분이나 제대로 생각해보지 그랬어? 후회를 안 해? 시작이 엉망인 건 인정을 해? 시발, 너만 하면 시작이냐? 너만 고백하고, 너 편할 대로 다 싸지르면 로맨스 출발이야? 그 연애사에 내 의사는 상관이 없어?”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송규호의 몸을 주먹으로 퍽 소리 나게 쳤다.
미친놈 종합세트
몽룡을 빤히 보던 제하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거기서 카드 한 장을 꺼내 이몽룡에게 홱 던졌다. 카드가 몽룡의 가슴에 탁, 맞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도 없는 거니까 그거 가져가서 똑같은 걸로 사. 백 벌을 사든 천 벌을 사든 너 알아서 하고, 얼른 꺼져. 사람 기분 잡치게 하지 말고.”
몽룡이 눈동자를 움직여 바닥에 떨어진 카드를 봤다. 그리고 다시 제하를 노려본다.
“왜 안 주워? 꼴에 자존심 챙기는 거야?”
몽룡이 보란 듯이 허리를 굽혀 그것을 주웠다. 제하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하며 비웃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회사 쪽으로 가려던 순간이었다.
몽룡이 카드를 손에 쥔 채로 제하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그것을 본 호가 먼저 어어, 하는 소리를 질렀다. 누가 말릴 새도 없었다. 제하가 몸을 돌려 확인하기도 전에 뒤통수로 무언가 날아와 퍽! 하고 후려쳤다.
제하가 그 충격에 몸을 휘청였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뒤통수에 손을 가져다 댔다.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얼얼하다.
그대로 고개를 홱 돌려 죽일 듯 노려보는데 이몽룡이 오른쪽 손목을 빙글빙글 돌린다. 그 뒤쪽으로 놀라 입을 벌린 채 석고상처럼 서 있는 백씨 삼 형제의 모습이 보였다.
몽룡이 조금 전에 주운 카드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 제하에게 홱 던진다. 카드가 제하의 몸에 맞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몽룡이 입가를 가만히 당겨 웃었다.
“병원비 써. 남는 건 까까 사 먹고.”
제하가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열이 머리꼭지까지 차더니 분노가 폭발했다.
“너… 이 새끼…!”
“너도 기분 나쁘지? 나도 그런 취급받으니까 기분 존나 더럽거든. 다음부턴 그러지 말아 줄래? 시발석제하야, 응?”
“너 이리 와, 시발! 아주 죽여 버릴 테니까.”
“오려면 네가 와, 이 쫌팽이 변태 그지 새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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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에 별 기준은 없고 내가 수에 어멋! 하고 심쿵한 장면들^^*
할 말 해야할땐 하는 수들 넘 좋당
뭔가 더 발췌하고 싶은 작품들 분명 있는데 막상 글쓰려니 생각안나서 몇 못 들고온게 아쉽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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