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올드팬들 정털리게 만들어서 탈덕을 부르더니, 괘씸하게 결국 망해버린 퀸로제ㅗㅗㅗㅗㅗ
그래도 앨리스 시리즈 / 후쿠하펜 대륙 시리즈는 정말 좋아했기 때문에 생각만해도 아직 속이 쓰려ㅠㅠㅠㅠㅠ


이건 하트나라의 앨리스 원더풀 원더 월드의 팬디인 하트나라의 앨리스 원더풀 트윈 월드의 블러드 루트 장미원 파트 시나리오야.

http://www.dmitory.com/comic/19716286
만화룸의 글인데 내가 ㅇㅋ시절에 블러드/비발디 남매 과거에 대해 저렇게 장문의 글을 썼었거든.
근데 그걸보고 내용을 약간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마침 리뷰를 위해서 번역해둔게 있어서 올렸었어.

글 디토로 옮기면서 같이 가져왔는데, 이건 시나리오 번역이라 게임룸에 더 맞을거 같아서 게임룸으로 가져왔어.
어디까지나 재미로 했던거라 어색하고 잘못한 부분이 분명 있을건데, 그냥 줄거리는 이러하다~는 것만 파악하는데만 써줘...


+
트윈앨리 소장하고 있지만 퀸로제 행태에 빈정상해서 아직 플레이하지 않은 톨들이 있다면,
혹은 플레이 했더라도 블러드를 안좋아해서 이 루트를 플레이하지 않은 톨들이 있다면 저어어어어어얼대 보지 말 것.
단언컨데 이 루트가 이 트윈앨리의 핵심 중의 핵심이야.....
분명 경고했다. 보지 마.


+
구분을 위해서 인물별로 색깔을 넣을까 했는데..... 그렇게하니 텍스트가 많아서 잡스럽더라...
그래서 걍 남매의 말은 다 따옴표로, 앨리스와 알들의 말은 []로 앨리스나 블러드의 속마음은 ()로 표시함.
앨리스와 알들의 구분을 위해서 알들이 말하는건 []안에 험, 덤이라고 씀.
........읽고나면 하트앨리 원작 볼륨이 엄청나다는걸 알게 될거야.
참고로 이게 10명 중 한명의 약 2/15 쯤 되는 분량이랄까...(......)


+ 험프티 덤프티는 계란알, 아니 말하는 타조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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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인의 주거지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상당한 계급, 원래 있었던 세상의 관점으로 말하자면 귀족계급이 사는 그런 대저택이었다. 어슴푸레하게 보이는 공간에 나타난 그 집은 색채가 없었다. 마치 오래된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세피아 색이었다.
열어젖힌 문 앞에 영상이 보였다. 저택 출입구 다운 넓은 공간. 그 앞에는 좌우양방으로 올라갈 있는 계단이 있었다.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외관처럼 모든 것이 세피아였다. 아무도 없는 출입구에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오른쪽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빨리 오렴. 뭐하고 있는 거니. 서둘러서 준비를 끝내야지.”


나타난 것은 세 명. 성인 여성이 한 명, 그녀의 손에 이끌려, 아이 둘이 끌려가듯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 기묘한 광경에 시선이 못박혀 버렸다.
(이 사람들은 부모자식?)

아이들은 소녀와 소년으로, 소녀 쪽이 아주 조금 연상으로 보였다. 여성과 아이들의 머리카락 색깔이 비슷했고, 여성의 어조로 봐도 부모자식이라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기묘하다 여긴 것은, 셋이 함께 등장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기묘하다 여긴 것은 그들의 복장이었다.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은 호화롭고 고급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머리카락도 묶어 올리고, 장신구도 하고, 작은 백을 들고.. 외출 직전의 모습이었다. 이 저택의 호사에 어울리는 유복할 것 같은 옷차림이었다. 파티에 가려는 걸지도 모른다.

이 광경에 동동 뜨는 것은 아이들 쪽이었다. 두 아이들은 여성과 같은 계급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옷을 입고 있었다. 소년은 장식 없는 심플한 셔츠에 바지와 자켓을 소녀는 원피스를. 그것 뿐이었다. 최소한의 화려함이라곤 요만큼도 없는 서민적인 복장. 이상한 복장은 아니었지만, 이 저택과도 어머니의 복장과도 맞지 않았다.
(어째서 부모자식이 이렇게나 차이가 있는 거지?)


“방에 옷을 마련해놨으니까 갈아입어. 서두르지 않으면 늦을 거야.”
“옷을 마련했다니, 또 새 드레스를 사셨나요 어머님? 어머님의 그 드레스도 새 것이죠?”


역시 여성은 어머니였다. 소녀가 그녀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어른스러운 눈매가 인상적인, 영리해 보이는 소녀였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의 눈초리.
(어쩐지 최근에 이런 느낌이 많이 드네? 하지만 험프티, 덤프티와는 다르게 이 아이는 정말 본적이 있는 것 같아.)


“그래, 멋진 드레스지?”


딸을 보며 어머니는 즉각 끄덕였다. 자만에 찬 미소가 얼굴에 떠올랐다. 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미소는 없었다. 다음으로 입을 연건 소년 쪽이었다. 흑발에, 어려도 단정해 보이는 외모였다. 누나로 추측되는 소녀와 전체적인 인상이 비슷했다. 약간 날카로운 눈매에 강한 의지가 담겨있는 것 같았다.


“왜 새 드레스가 몇 개나 필요하나요? 이미 잔뜩 갖고 있는데, 어째서 계속해서 새로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나요?”


그 목소리에는 조심스럽지만 항의가 담겨있었다. 어머니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지금 유행하는 것은 이런 디자인이야. 너희들에겐 아직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유행은 때가 있어. 유행이 지난 드레스를 입는 것은 한심한 짓이야. 거기에 같은 옷은 몇 번이고 입을 수 없어. 사교계에서는 항상 최신 복장을 하고 화려하게 있지 않으면 안 돼.”
“고귀한 치장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가요? 파티에 갈 때만 최신 복장으로 갈아입는 게 그렇게나 중요한가요? 계속해서 옷을 새로 맞출 여유 같은 건 사실 없잖아요. 지금 이 옷을 갈아입고 파티에 가는 것 따위, 내겐 그저 거짓말로 밖에..”
“그만하렴! 그 이상을 말하는 건 용서하지 않겠어.”


어머니의 엄한 목소리가 소년의 말을 막았다. 그 분노에 소년은 입을 닫았다.


“나에게는 왕족의 피가 흐르고 있어. 좋은 시기를 만났다면 여왕도 될 수 있었을 거야. 그래, 나는 변변찮은 생활을 해도 좋게 태어난 사람이 아니야. 너희들도 긍지를 가져야 해. 그렇지? 그렇게 교육 받아왔잖아?”


이 여성이 무엇에 헛된 집착을 안고 있는지, 아이들이 어딘지 까다로운 인상과 어조를 사용하고 있는 이유도 그 발언로 알 것 같았다.
침묵하는 소년의 손을, 소녀가 쥐었다. 준비하고 올게요, 하며 소녀가 소년의 손을 끌며 계단을 올라갔다. 그 곳에는 어머니만 남았다. 준비를 다하면 저 아이들이 내려오겠지. 나도 어머니와 함께 그들을 기다렸다.

(저 둘, 혹시? 아니, 아직 단정지을 순 없어.)
지금은 그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숨을 죽이고 기다리고 있으니, 계단의 상부에 아이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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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보고,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소맷부리와 옷자락에 프릴을 단, 화려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몸에 걸친 소녀. 소년도 딱 맞는 연미복을 입고 있었다. 조금 큰 리본타이가 시선을 끌었다. 거리가 있어서 자세히는 보이지 않았지만 방금 전까지의 복장과는 확실히 달랐다. 지금의 모습이라면 어머니의 복장과도 이 저택의 호화로움과도 어울렸다. 복장만으로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는 것은, 의장의 위력뿐이 아니었다. 그들의 소양이 본래부터 자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혹시, 하고 생각했던 것이 확신에 가까워졌다. 지금의 복장이라면 내가 아는 두 사람의 모습과 놀랄 정도로 겹쳤다. 용모도 그렇고, 복장도 그렇고, 내가 아는 남매를 떠올리게 했다.


“갈아입고 왔습니다, 어머님. 이걸로 좋으신가요?”


계단을 내려오며 소녀가 어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바라보는 각도가 변해, 그녀의 얼굴을 더 잘 볼 수 있었다. 입술 옆에 있는 점을 보고 확신했다.
(역시 이 두 사람)


“그래, 됐구나. 파티에선 예의 있게 행동하는 거야. 그리고 블러드, 실수로라도 아까와 같은 말을 밖에서 한다면 용서하지 않겠어.”


블러드라고 불린 소년은 어머니에게 시선을 두었다. 빤히 어머니를 바라보는 눈동자에 고요한 분노가 어렸다. 고요하지만 타오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그 이상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천천히 답했다.


“알고 있어요. 밖에선 말하지 않겠어요. 집에서의 복장을 화제로 삼는 일도 안 하겠어요. 언제 어떤 때라도 화려하고 당당하게, 그것이 귀족이지요?”


[귀족]이라 입에 담을 때, 눈동자 속의 분노가 단숨에 불타오른 것처럼 보였다. 그에 답하는 어머니는 그렇다고 끄덕였다. 소년, 블러드의 분노를 모르는 건지, 알고 있음에도 무시하고 있는 건지. 거기까지는 알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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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소녀의 방인 것 같았다. 크기가 작은 책상과 커튼의 색으로 알았다. 신기하게도 지금까지 세피아로 보였던 풍경에 색이 돌아왔다. 돌아보면 복도는 여전히 흐릿했는데 실내는 달랐다.


[어째서 색깔이….]
[덤 : 그만큼 그 사람의 마음 조각에 가까워져 있다는 거야.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는 것일수록 선명한 것이 당연하잖아.]


방 중앙에는 두 아이가 있었다. 수수한 옷을 입은 블러드와 비발디였다. 블러드가 비발디의 어깨를 움켜쥐고 서서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공기는 온화하지 않았다.


“어째서 싫다고 말하지 않는 거야, 누나! 정말로 그 귀족의 저택에 갈 생각이야!? 양녀라니 표면적인 이야기일 뿐이야. 거기 간다는 건 팔려간다는 거라고!? 그런 거 알고 있잖아!?”


(팔린다고?)
소년 블러드의 어조는 거칠고 필사적이었다. 누나의 어깨를 꽉 쥐고, 감정을 드러내 호소하고 있었다. 비발디는 곤란한 표정으로 그런 블러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정해 블러드. 아버님 어머님께 들릴거야.
“들린다고 해서…! 아니, 듣고서 생각을 바꿔줄 사람들이었다면 좋았을걸! 정말 팔려갈 생각이야, 누나? 이 집을 위해서? 화려한 생활을 계속하는 것이 귀족이라고 단언하며 허세와 체면치레로 낭비를 그만두려고 하지 않는 부모를 위해서? 사치를 위해서 딸을 고위 귀족에게 팔려고 하는 부모에게 희생돼도 좋다는 거야!?”


블러드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 목소리에 담긴 내용에 나는 멍해졌다.


[험 : 과연, 그들의 부모는 아름답지 않은 수단을 고른 것 같네. 마침내 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어서도 그들에겐 낭비를 그만둔다는 선택지는 없었던 거야. 고위 귀족에게 딸을 양녀로 보낸다, 는 명목상의 거래로 위기를 모면해보려는 거지.]
[덤 : 그런 것 같네. 거기에 저 분노를 보면, 아무래도 제대로 된 거래도 아닌 모양이야! ]


덤프티의 목소리에 블러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확실히 어린 블러드는 분노하고 있었다. 뺨이 붉게 물들 정도로.


“희생된다는 말은 하지마, 블러드.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누나의 목소리는 냉정했다. 천천히 동생을 진정시키려고 말했지만, 그게 역으로 블러드의 신경을 일부러 건드리는 것처럼도 보였다.


“희생이잖아! 정말로 참을 수 있는 범위의 환경이 아니야!? 누나도 알고 있잖아? 어째서 그 귀족이 양녀 따위를 원하는지!”
“그건…”
“여러 양자를 들였지만 불행하게도 대부분이 불의의 사고로 어린 시기에 죽어버렸으니까. 그런 표면적인 말의 뒷이야기 정도는 알 수 있잖아.”


입을 여는 비발디에게 감정을 누른 목소리로 블러드가 못을 박았다. 비발디의 어깨가 움찔하며, 말이 막힌 것을 알았다.


“모두 신분 때문에 쉬쉬하고 있지만, 뒤로는 다 알고 입방아를 찧고 있어. 저 남자의 성벽은 이상하다고. 그 남자가 모으고 있는 건 양녀가 아니야. 자기의 도착적인 취미를 만족시키기 위한 장난감이잖아. 장난감을 모으고… 결국엔 망가뜨리고 말아. 누나도 지금까지 망가진 장난감들과 같은 결말을 맞을지도 모르는 거야.”


비발디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도 완전히 사고가 정지해버렸다.
양녀가 아닌 장난감. 망가뜨려버린다. 성벽이 이상한 귀족.
들은 소리가 머리 속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겨우 하나의 대답을 도출했을 때는 구역질이 올라왔다.


[험 : 이건 아름답지 않다는 레벨을 넘어서 너무 심한 이야기네. 너무 심해서 아름다울 정도로 잔혹해! 껍질에 금이 가면 어쩌지!?](험덤은 계란이라서 껍질에 금 가면 안됨.)
[덤 : 천박하고 야만적인 거래네. 그 결말을 알고 있다면 더욱 잔혹하지! 그 귀족뿐만 아니라 부모도 이상하잖아. 새로운 옷이나 장신구를 참는다면 아이를 보내지 않아도 될 터인데! 생활에 변화를 주어 급을 떨어트리는 것보다 아이 쪽이 가벼운 거야. 귀족의 감각은 미쳐있구나!]


이 얼마나 잔혹한 이야기인가.
블러드의 말대로라면 비발디는 정말 팔려가는 거다. 집을 존속시키기 위한 거래도구로서. 팔려가는 곳은 비발디를 딸로 취급할거라곤 생각할 수 없는 변변치 않은 고위 귀족의 집. 아니, 변변찮다는 표현으로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비발디는 이제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비참한 일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생사까지 걸린 일일지도 모른다. 그 왕후귀족에게 양자는 처음이 아니고, ‘대부분이 불의의 사고로 어릴 때 죽어버렸다’고 했으니까. 전례가 있는 거다. 비발디만이 불의의 사고를 피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모두가 수군거린다고 어린 블러드가 알고 있을 정도다. 그의 양친이 그것을 모를 리가 없다.

(알고서, 자신의 딸을…. 자신들의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서? 그걸 알고서 받아들이고 있는 거야? 이렇게나 어린데?)
믿을 수 없다는 생각과 혐오 이외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사건으로, 혹은 역사이야기로 그런 류의 일을 들은 적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사이가 가까운, 알고 지내는 사람이 관계되는 것은 전혀 다르다. 넋이 나간 내 귀에 이질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침착한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말하는 것도 전부 알고서 받아들인 거야 블러드. 하지만 이대로 가계가 파탄나고 집이 몰락해버리는 것을 가만히 받아들일 수는 없어. 무슨 짓을 해서든 존속하지 않으면 안돼. 그걸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게 귀족이라는 거야.”


아직 소녀라고밖에 할 수 없는 아이임에도, 비발디는 의연한 태도로 단언했다. 하지만 동생인 블러드가 납득할 리 없었다. 단정한 얼굴이 화를 내고 있는 건지, 울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그게 귀족이라는 거야? 그걸 위해서 누나는 자신의 목숨을 버릴 수 있다고 하는 거야!? 뭐가 어쩔 수 없는 일인데. 그저 죽을지도 모른다는 게 아냐. 고위 귀족의 장난감이 되는 거라고!? 겉치레나 존경을 중시한다면, 이런 거야 말로 피해야 하는 거잖아! 나는 이런 집안 아무래도 좋아! 아니 되려 이런 집안 따위……!”
“블러드.”


그저 한마디, 이름을 불러 누나는 동생의 말을 막았다.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말하면 안돼’ 그렇게 전하려는 것처럼. 동생은 흥분이 최고조에 달해 도를 넘어버린 건지, 어딘가 질린 표정으로 누나를 보았다.


“저 일족은 권력도 재력도 충분한 집이야. 지금은 집안에 맞는 신분이 높은 양녀를 구하고 있지. 나에게는 그가 원하는 높은 신분이 있어. 지금까지의 아이들 보다는 소중히 여겨줄 거라고 아버님 어머님이 말씀하셨어.”
“그 말에 무슨 보장이 있어. 아버님들이 그렇게 생각할 뿐이고, 자기들을 정당화 하고 있을 뿐이잖아.”
“단정짓지마. 그런 가능성이 없지 않을 수도 있어.”


어디까지나 냉정한, 감정을 억누른 목소리. 나에게는 그녀 자신이 제일 그런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블러드, 너는 이 집안의 후계자야. 내가 양녀로 가는 것이 책임인 것처럼, 너는 이 집에 남아 이곳을 지키는 것이 책임이야.”
“이런 무너지기 직전의, 아이를 내다파는 집안을 지키라고?”


지금까지 블러드에게 팔을 잡혀있었던 비발디가 처음으로 움직였다. 블러드의 손을 풀고, 이번에는 그녀가 블러드의 팔을 꼭 쥐었다. 그러고는 또박또박 강한 어조로 고했다. 마치 부모가 자식에게 들려주듯이.


“너 아버님과 어머님께 항의했었지? 이젠 그만하도록 해. 네가 반대해도, 나는 이미 정했어. 모레에는 마차가 마중 나올 거야.”
“싫어! 나는 인정하지 않을 거야! 들어주지 않아도 몇 번이고 항의하겠어! 누나 혼자 가게 하는 일 따위…!”
“블러드, 어째서 모르는 거야? 들어주지 않을 것을 알고 있는, 전해지지 않는 항의 따위 무의미해.”
“내가 무력하니까.”
“그래. 그게 싫다면 힘을 쌓아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말고, 너를 따르게 만들면 돼.”
“언젠가 그렇게 되더라도, 너무 늦어. 지금이 아니면 안되는 건데….”
“그래, 시간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 거야. 하지만 떨어지게 되더라도 우리들은 누나와 동생, 남매야. 나는 너 또한 이 집안의 아이로 태어난 책임을 지길 바라. 나는 이 집을 떠나는 것으로 너를 지키는 거야. 내가 지키려고 했던 집을 네가 여기서 지탱해야 해. 후계자로서 아버님들과 다투지 말고, 여기서 노력해줘.”


꽈악, 비발디의 양손에 힘이 들어갔다. 블러드의 가는 팔을 쥐고 있는 손은 떨리고 있었다.


“무엇을? 무엇을 노력하라는 거야? 누나는……. 누나도 아버님과 어머님과 똑같아. 제멋대로야!”
“그렇다면 누나를 따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면 되는 거야. 귀족이란 지위도, 집안도 없어도 패자로 볼 수 있는 미래를 만들면 되는 거야.”
“전망이 있을 것 처럼... 그 미래에 누나는 없을 건데.”


블러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누나를 바라보는 눈가엔 눈물이 맺혀있었다.


“이런 집안 따위, 귀족 따위….”


무언가 더 말하려는 듯 입을 열었지만, 블러드는 그것을 입에 담지 못하고 힘껏 비발디의 손을 뿌리쳤다.


“블러드!”


비발디가 외쳤을 때엔 블러드는 우리들이 있는 문 쪽으로 내달았다. 하지만 부딪히는 일은 없었다. 두 장의 필름을 겹친 것처럼 어린 블러드는 우리를 지나 방을 뛰쳐나갔다. 방안에 남은 것은 비발디 혼자. 잠시 블러드가 뛰쳐나간 문을 바라보다..… 참지 못해 올라오는 떨림을 멈추려는 것처럼, 소녀는 스스로의 팔을 억누르려는 것처럼 자신의 손으로 감싸 쥐고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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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계절이 없는 이 곳에선 내리지 않는 것일 텐데.)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해서 어둑어둑했다. 사람 그림자도 없어, 주변은 조용했다. 아직 눈뜨지 않은 시간대란 인상. 어둑어둑한 것은 구름 낀 하늘 탓이 아닌 이른 아침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저택 앞에는 한대의 마차가 정차해있었다. 그 옆에 어린 남매가 서로를 마주보며 서 있었다. 종자로 여겨지는 남성도 한 사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광경을 본적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이것은 마중 나온 마차. 비발디의 출발 모습일 것이다.
그녀는 소매가 길고 호화로운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내가 아는 하트 여왕을 상기시키는 모습. 고위 귀족의 마중이 아닌 성으로의 마중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비발디의 곁에는 블러드 뿐. 그들의 부모는 없었다.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본채로 비발디가 블러드의 손을 감싸는 것처럼 양손으로 쥐고 있었다. 거기에 남성이 말을 걸었다.


“출발할 시간입니다.”


그 단 한마디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말을 들은 비발디는 침착한 목소리로 동생에게 말했다.


"...가야 겠구나."


블러드가 숨을 삼켰다. 온화하게 비발디는 말을 이었다.


"어려도 그것이 룰, 귀족가 여식의 의무이니까."


[알아줘]라고 하는 듯 그렇게 말하고선 비발디는 스스로 블러드의 손을 놓았다. 매달리듯 다가서려고 하는 블러드를, 비발디는 가슴에 손을 얹어 제지했다.
가슴, 심장의 위에.


"떨어지더라도, 이어져있어."
"이어져있어?"


누나의 말을 동생은 그대로 되풀이했다.


"아아, 하트로 말이야."


남성이 마차의 문을 조용히 열었다. 비발디는 뻗었던 손을 내리고 치마를 들어 당당한 태도로 마차에 올랐다. 도중에 한 순간 멈추고 올려다보고 있는 블러드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여기까지야. 이제 나에 대한 건 잊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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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가 작은 신음소리를 흘렸다. 비발디의 제지 때문인지 그가 비발디에게 매달리는 일은 없었다. 블러드가 망연하게 바라보는 가운데 비발디의 모습은 마차 속으로 사라졌다. 남자가 바로 문을 닫고 자신은 마부석을 향했다.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리가 조용한 시간대였기에 마차바퀴의 소리가 몹시 크게 들렸다. 아침 일찍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않는 조용한 출발. 블러드가 소리를 낸 것은 마차와의 거리가 조금 벌어졌을 때였다.


"싫어! 잊는 것 따윈...!"


쥐어짠 것처럼 외치면서 블러드는 몇 발자국 마차를 쫓았다. 그러나 그 이상은 움직이지 않았다. 소년은 누나를 태운 마차를 집어삼킬 것처럼 바라본 채로 걸음을 멈췄다.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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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어이없이. 나는... 어째서 이렇게 무력하지?)

고통이 가득한 목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그러나 입은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 마음의 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이트메어처럼 독심술은 할 수 없지만, 불가사의하게도 들려왔다. 눈물을 흘리고 있진 않았지만, 우는 것 같은 목소리. 직접적으로 머릿속에 울렸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부모가 의견을 바꾸게 만드는 것도, 누나를 구하는 것도, 무엇하나 할 수 없었어.)

마차는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다. 바퀴의 소리는 이미 작아졌고, 곧 들리지 않게 되겠지.

(이게, 누나의 의무라고? 귀족의 여식이라서? 어리석어. 이런 게 룰이라고 한다면, 귀족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생물인걸까.)

혼자가 되고서야 겨우, 소년은 생각만을 토해내고 있었다. 아마도, 그 귀족의 여식으로서 비장한 결의를 한 누나에게는 내뱉고 싶어도 내뱉을 수 없었던 말. 그것을 지금, 전부 토로하고 있었다.


"바보 같아. 아버님도 어머님도, 딸을 팔아서까지 이런 집안을 남겨서 무슨 의미가 있다고 하는 거지?"


그렇게 말하며 블러드는 자신의 집을 올려다보았다. 그 눈동자에 머무르는 것은 증오라고 말해도 될 만큼의 강한 분노였다. 이 집과, 그 안에 있는 딸의 배웅에도 나오지 않는 부모에게.

(이런 집안 파멸해버려. 아니, 내가 파멸시켜버릴 거야. 부숴버릴 거야. 그저 부숴버리는 것이 아닌 내가 승자가 되서 짓눌러 버릴 거야.)

(누나가 당한 것처럼,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잔혹한 방법으로, 비참한 말로를 맞게 만들 거야.)


강한 결의의 부분은 소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어른의, 내가 잘 아는 목소리.
(보통이라면 덜덜 떨었을 내용과 목소리인데)
지금은 가슴이 메여왔다. 그의 고통은 대체 얼마나 깊었던 걸까. 팔려가는 가족을 전송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만약에 내가 당시 여기에 실제로 있었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위로의 말 따윈 없었을 것이다.
소년은 저택에서 길로 시선을 돌렸다. 비발디를 태운 마차는 이미 엄지손가락 정도로 작아진 상태였다. 바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마차를 전송하는 소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돌이킬 수 없어. 누나에게 너무한 것을 말해버렸어.
‘부모와 같다’라니, 생각지도 않은 것을. 어째서 헤어지기 전에 부정하지 않았을까?
더 말해야 할 것이 있었잖아? 더는 만날 수 없는데 왜 좀 더......
더는 만날 수 없나? 두 번 다시? 이렇게 간단하게? 방금 까지 곁에 있었는데.)

전해지는 것은 소리뿐만이 아니었다. 장렬한 무력감과 절망.

(무엇이든 이젠 늦었어.
……시간 따위 멈춰버리면 될 텐데.
이대로, 지금 이 순간, 얼어붙을 것처럼 추운, 지금 이 순간에 어울리게.
얼려버린 것처럼 멈춰버리면 좋을 텐데...!)

시간아 멈춰라, 어린 블러드의 목소리가 그렇게 들린 것만 같았다.

(멈춰줘, 지금 이 순간.)

혹은, 바람.

(나아가게 하지 마. 이 앞으로 가게 하지 말아줘.)

어린 아이 같은 바람이었지만 실현시킬 만큼 강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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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의 장미원. 그러나 현실이 아닌 것은 바로 알았다. 색이 없었으니까. 블러드와 비발디의 생가처럼 모든 것이 세피아 일색. 세피아의 장미원에 나와 알들만이 색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는 선택받은 사람밖에 들어갈 수 없는 곳이기에 알들이 들어올 일도 없는 곳. 장소는 변했지만 이것도 과거의 영상과 같은 것일 테지. 그 증거로 조금 떨어진 곳에 세피아색의 블러드와 비발디가 있었다. 그들은 한사람 정도의 거리를 두고 나란히 서있었다.


"짐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 블러드?"
"....왜? 나는 별로 아무것도 말한 적 없는데?"


이번에는 내가 잘 알고 있는 평소의 모습을 한 어른의 두 사람이었다.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만, 바로 위화감에 눈치 챘다.

블러드는 틀림없이 내가 아는 블러드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면 비발디는 달랐다. 마차로 출발했던 때와 같은 어린아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잘 알고 있는 어른의 모습도 아니었다. 복장은 익숙한 붉은 드레스였고, 용모로도 비발디라는 것은 알았다. 알았지만, 그녀는 약간 어렸다. 느낌으론 나와 비슷한 연령 정도일까. 키도 조금 작았고, 전체적으로 천진난만함이 남아있었다. 머리모양도 미묘하게 달랐다. 어? 어째서? 이상한 광경이었다. 동생인 블러드는 내가 잘 아는 모습인데, 비발디만이 어리다니. 이 모습으로는 누나인 비발디가 블러드보다 어려 보였다. 장미원인 것을 알고 두 사람이 어른이 된 장면까지 진행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은 무슨 일일까. 그 눈 내리던 날 헤어져서, 어떤 경위를 거처 지금에 도달하고 있는가. 그게 신경 쓰였지만 이런 상황은 예상외였다.


"얼버무려도 소용없어. 처음에 한번 본 후 시선을 향하려고 하지 않아. 싫은 거지?"
"....."


두 사람은 우리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대화를 계속하고 있었다. 잔상과도 같은 것을 보고 있을 뿐이므로 그것은 더 이상 놀라지 않았다.
(그것보다도)


[어째서 비발디만이 아직 어린 상태인 거지?]


저도 모르게 소리 내어 말하자, 옆에 서있던 알들이 대답했다.


[험 : 그것은 여왕의 시간이 진행 중인 상태니까. 처음에는 어린아이였지만 여왕이 된 순간부터 급속하게 미쳐서 어른이 되고 있는 거야.]
[...? 뭐라고? 시간이 진행 중 이라고? 아니 미쳐가고 있다고?]
[덤 : 여왕이 어린아이면 멋 없으니까. 본인이 바라서 점점 확확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도중인 거야.]


덤프티가 되풀이하며 말했다. 추가 설명인 것 같았지만 나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어째서 여왕이 되면 갑자기 어른이 되어버리는 거야?]


분명히 비발디는 어린아이였을 때 여왕이 되었다고 듣고 있었다. 성장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것은 그에 상응하는 연수가 필요로 하는 것.
(아니, 하지만 그것보다 원래 블러드와의 밸런스가 이상하다고.)
블러드와 비발디를 몇 번이고 비교해 보았다. 그런 나를 보고 다시 험프티가 설명 했다.


[험 : 블러드 듀프레도 여기 온 후 바로 미쳐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지. 본인이 바랐기 때문이기도 해. 그는 부모에게 항의해도 상대해주지 않는 무력한 아이였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누나를 구할 힘도 없는 아이였던 것을 저주하고 있는 듯 했으니까, 그 때문일지도!]
[여기 온 후에 미쳤다고?]


[여기에 왔다] 그 말이 걸렸다. 그 외에도 신경 쓰이는 것이 여러 가지 있었다. 덤프티가 말했던 [여기부터는 시간이 멈춘 후의 이야기]라고 했던 말. 그 직전에 소년의 블러드가 강하게 원했던 "시간이여 멈춰라"고 하는 마음.
(비발디가 출발한건 눈 오는 이른 아침이었어. 이 세상에선 존재하지 않을..)
이 세상에는 가구나 사람의 복장에 기묘한 디자인이 많았다. 그러나 블러드의 과거 영상에는 그런 기묘한 것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내가 제일 익숙한, 아주 평범한, 내가 있던 원래의 세상처럼..


[저기, 설마라곤 생각하지만]


알들을 내려다보며 딱딱한 목소리로 물었다. 당치도 않은 가능성이었지만,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었다.


[블러드랑 비발디도, 나랑 같은 세상에서 이곳으로 온 거야?]


지금의 두 사람은 나의 상식으로부터 탈선하고 있다. 같은 이방인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돌발적인 생각이지만 그 출발의 날은 이 세상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내가 있던 원래의 세상에 가깝고 들어맞았다.
(하지만, 그건 그거대로 이상한데)
블러드도 비발디도 처음 봤을 때 "이방인은 처음 본다."라고 놀라고 있었다. 나와 같은 세상에서 왔다고 한다면, 그들은 '전'이방인인 것이 되어, 모순되게 되는데.


[덤 : 아니 둘 다는 아니야. 그때 스스로 바라서 시간을 멈춘 것은 블러드 듀프레 한 사람뿐이었잖아?]


두근 심장이 울렸다. 반은 부정당했지만 블러드에 대해서는 나의 예상이 맞는 듯 했다.


[블러드는 그런 거야?]
[덤 : 어, 블러드 듀프레는 원래 있던 곳에서 시간을 멈추고 이곳에 왔지. 원래 있던 세상이라고 해도 네가 있던 원래의 세상과는 미묘하게 다를 거고, 같은 곳도 아닐 테지만. 여왕, 비발디는 아마도 블러드 듀프레가 끌어들인 기억 속의 누나야.]
<기억 속의 누나?>
[험 : 본인 그 자체가 아니라는 거야. 동생의 기억 속에 있는 누나의 모습, 그때의 시간을 잘라냈을 뿐인, 말하자면 환영과도 같은 존재.]


왠지 유령이라고 하는 것 같은 말투였다. 전혀 납득할 수 없었다. 본인 그 자체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비발디는 제대로 실체가 있고,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다.


[덤 : 믿을 수 없겠지만 그래. 이 세상에 있는 비발디는 그녀 자체가 아니야. 진짜 비발디는 이 세상이 아닌 곳에 있지. 저 흥정의 이야기로 본다면, 그 후 살아있는지 알 수 없지만 말이야.]
[여기 있는 것은 가짜인 비발디. 진짜 비발디는 원래 세상에 남아있다는 거야? 양녀가 되었을 때부터 쭉, 저쪽의 세상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여왕이라고 하는 것은 그 귀족으로부터 무사히 벗어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덤프티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된다. 부정했으면 했다. 진심으로 그렇게 바랐지만, 덤프티는 무정할 정도로 간단히 답했다.


[덤 : 응, 실체는 말이야. 이쪽에 있는 것은 시간을 잘라낸 것뿐인 존재니까 가짜라는 말도 잘못된 것은 아니야. 잘려나가서, 원래 부분이 계속되고 있는지도 확실치 않고. 그건 여기와 거기의 시간축이 애매하니까 한참 전의 과거일지도 모르고, 지금도 진행 중일지도 모르고, 혹은 아직 그 시점에 멈춰있을지도 몰라.]
[블러드는 그 후 집안을 결심한 것처럼 파멸시켰어?]
[덤 : 이 세상에는 전도 후도 없어. 그러니까 그 후에 라고 하는 건 정확하지 않지만 시간이 정상적으로 계속되고 있었다면 블러드 듀프레는 반드시 가족을 파멸시켰겠지. 그렇게나 강한 마음과 바람이었으니까, 중간에 포기하거나 하지 않았을 테니. 그런 미래도 있을 테니, 그런 기억도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 이 세상에 있으면서도 원래 세상에 절망하는 미래의 기억도 갖고 있을 터. 비발디에게도 복수의 기억을 위안으로 나누어준 정도는 했을지도 몰라. 그녀는 블러드 듀프레의 기억대로 자신의 말로를 보고 있었을 테니까.]


지금의 너처럼 말이지, 하고 알은 말했다.


[덤 : 어쨌든 역겨운 기억에 초조해하던 비발디도 복수의 모습을 보고 다소는 속이 후련해졌겠지]


짜증내는 아이처럼, 누구든지 상관하지 않고 처형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 하트의 여왕. 이런 형태로 그 내면을 이해하게 될 줄이야.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허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게 돼 버렸다.
(...아니, 이해한다니 주제넘어. 그것이 허용되는 건 블러드 뿐이야.)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최악의 속임수, 훔쳐보기.


[험 : 그렇지만 어렸던 채로 부서졌었구나. 반쪽은 진짜고, 반쪽은 진짜가 원해서 끌고 들어온 가짜.]


험프티는 나란히 서있는 블러드들을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평소의 가벼운 어조 때문에 현실미는 더욱 없었다. 하지만 엉터리라 보기에는 지나치게 현실적이었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도 아직 마르지 않았다.


[험 : 아, 블러드 듀프레는 본인이니까 이방인으로서 건너와서 이 세상에서 어른이 되었을 터. 비발디는 본인이 아니니까 이방인으로 특별한 동생과는 달라. 그러니까 처음에는 얼굴 없는 사람에 가까운 상태였었지.]


알들도 내 영향이 없었다면 이런 식으로 블러드들의 과거를 간단히 볼 수는 없었던 것 같았다. 처음 아는 사실도 있는 것처럼, 새롭게 납득하며 추측하는 모양이었다.


[험 : 뭔가 ‘그럴지도’가 많네. 여기까지 숨어들어도 본인밖에 모르는 부분을 남겨놓다니, 역시 블러드 듀프레!]
[덤 : 비발디는 얼굴 없는 사람이면서도 이방인으로부터 소중히 여겨지고 있었지. 그런 의미로는 특별한 존재지만 말이야. 얼굴 없는 아이 같은 상태로 이곳에 와서, 얼마 뒤에 여왕이 되었지. 그러니 동생은 이미 어른이지만 누나는 성장도중인 거야. 실제로는 둘의 시간과 기억은 아이였을 때 멈춰버렸어. 남매이면서 동시에 '모르는 사람'이기도 한 거지. 이 얼마나 기분 나쁘고 재미있는 관계인지!]


어느새 이야기가 둘의 연령으로 돌아가 있었다. 연령의 이야기가 얽히자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하지만 이 세상은 미쳐있는 세계. 나아가고 있는지도, 돌아가있는지도 알 수 없어.)
원래의 세계에서 이곳으로 온 시점에 그 인물의 정확한 시간은 멈춰버렸다, 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도 여기 온지 꽤 시간이 흘렀지. 하지만 오늘도 내일도 생일도 없는 이 곳에서 나이를 먹고 있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어.)
그렇다고 해서 어린 블러드가 금방 어른이 되고, 비발디도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의미불명이었지만 그것 이외에도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블러드는 이방인인 나를 보고 처음으로 만났다고 놀랐었어. 자기가 같은 이방인이었다고는 하지 않았어.]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제일 듣기 쉬운 그 질문을 입에 올렸다. 답은 금방 돌아왔다.


[험 : 지금 저 사람 더는 이방인이 아니니까. 자신이 그랬었던 때의 일은 잊고 있을 거야. 그 정도로 몇 번이고 분기를 거친 아주 머언 ‘옛날’일이야.]
[덤 : 지금의 저 사람은 자신을 원래 이방인이라곤 생각하지 않아. 이미 숫자로 편입되었으니, 저 사람에게 있어서 이방인은 초대면이면서 희귀한 것이고, 예전의 자신이기도 하니 특별한 거야.]


(역시 모르겠어. 분기가 어떻다던가, 숫자에 편입되었다던가…. 어쨌든 자신이 이방인이었다는 자각이 없는 상태란 건가?)
하지만 아마도 유소년기는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과거의 영상을 보면서 깨달은 것이 몇 가지 있었다. 내가 블러드에게 귀족이냐고 물었을 때 기분 나빠 했던 것은 자신의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었다. 정말로, 귀족을 혐오하고 있는 것이었다. 귀족이었던 부모의 어리석음을, 그 눈으로 보고 있었으니까. 귀족이었기 때문에 누나가 불행해졌으니까. 초대면의 친하지 않은 나에게조차 분노를 보일 정도로 그 감정은 상당히 강한 것이 틀림 없었다.

그리고 하나 더, 여왕의 붉은 드레스에서 청초한 원피스로 바꿔 입고 있던 비발디를 장미원에서 봤을 때, 블러드는 그 모습에 곤혹스러워했고 그답지 않게 동요했다.
그가 말했던 [상기하고 싶지 않은 시간] 그것은 내가 훔쳐본 저 어린 시절의 기억임에 틀림 없다. 귀족이면서도 남매는 평소 단출한 복장을 하고 지냈었다. 아무리 봐도 귀족으로는 보이지 않은, 일반계급의 사람이 입을 만한 옷. 폭풍 때문에 변해버린 지금의 비발디는 딱 그런 모습을 하게 되었다.
(그 비발디를 보고 블러드는 괴로운 기억을 상기한 거야. 자기가 이방인인 것을 잊고 있었음에도 근본적인 부분은 잊을 수 없어. 그러니 그렇게나 피하려고 했고.).

블러드가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는지, 혹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지, 아니 애초에 지금 알들이 해준 이야기가 진실인지 아닌지.
비발디는 실체가 아니다, 따위의 이야기를 나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블러드부터 실체라고 해도 되는 것인가. 블러드를 알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역으로 더욱 모르게 된 것 같았다.
(블러드, 당신은 지금 이 세상에서 누나와 함께 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
세피아 색의 남매는 거리를 둔 채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그 목소리에 귀기울였다.


"짐을 미워하고 있겠지? 네가 아는 누나면서도 누나는 아닌, 가짜인 짐을. 외모도 이렇게 네가 아는 누나로부터 빠르게 변하고 있고 말이야."
"미워한다고 한다면 당신도 같겠지. 당신을 바라지도 않는 환경으로 몰아넣고, 가짜로 만들어버린 사람은 나니까."
"아아, 미워하고 있지. 가짜일 뿐인 자신도 너도 말이야. 너 또한 더는 짐이 사랑하고 있던 동생이 아니야. 그 사랑스러웠던 짐의 동생은 이제 어디에도 없어. 미워. 가짜인 동생 따위 이 손으로 죽여 버리고 싶어."


이 손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비발디는 손을 뻗었다. 희고 아름다운 그 손으로 눈앞에 활짝 피어난 장미꽃 한 송이를 쥐어 으깼다. 나의 시선은 비발디의 손에 고정되어있었다. 내 눈앞에서도 몇 번이고 그녀는 저렇게 장미를 엉망으로 만드는 일이 있었다. 그녀가 부수고 싶어 하는 것은 혹 그녀 자신이었던 걸까. 이 세상에 오면서, 그들의 현실은 끝났다. 시간이 멈췄다. 그렇다고 한다면, 여기에 온 두 사람은 서로에게 서로가 남매이면서 동시에 남이라고도 인식하고 있을 터.

비발디는 밉다는 말밖에 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분명히 블러드에의 애정도 느낄 수 있었다. 말로 하지 않더라도 흘러 넘치고 있었다. 그것은 블러드도 마찬가지였다. 그때의 어린 두 사람은 좀 더 쭉 함께 있고 싶었을 것이다. 여기서도 그들은 확실히 서로를 사랑하고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미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로가 진짜가 아니었으니까.
(한편으론 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죽여 없애버리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고 있다. 이 얼마나 복잡한 감정인가.)
대체 어떤 걸까.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다. 부외자인…….아직은 이방인인 나에게는.


"죽일 수 있다면 죽이면 돼. 원하지 않더라도 실제로 지금의 우리들은 서로를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관계니까. 나도 그렇게 하는 것에 저항은 없어. 제멋대로인 환상 따윈 빨리 죽여 버리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고."
"후후, 환상인가."
"아아, 환상이다. 하트를 잃었던 그때, 우리들이 서로에게 원하던 누나와 동생은 죽었어. 지금은 모든 것이 환상과도 같은 것."


블러드의 입가가 부드럽게 휘었다. 그는 조용히 미소 짓고 있었다.


"그렇지. 네 말대로다 블러드."


비발디도 미소 지었다. 장미를 쥐어 으깬 손을 머리 높이로 들어 올려 천천히 펼쳤다. 찌부러진 꽃은 바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찢어진 몇 장의 꽃잎이 천천히 날리며 바로 떨어지지 않았다. 팔랑팔랑, 하늘하늘, 허공에서 날리고 있었다. 피에 물든 눈 같았다.




**



[블러드]


등 뒤로 다가서며 말을 걸았다. 블러드는 생울타리의 옆에 서서 장미를 빤히 보고 있었다.
내가 부르자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수면부족에 지쳐보였지만, 지금은 조금 얼굴색이 좋아보였다. 무릎베개를 해줬던게 다소 도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앨리스, 너도 온건가”
[응. 당신이 여기 있지 않을까, 해서]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왠지 바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감했다, 라고 해도 될 듯 싶다.


[장미를 보고 있었어?]


비발디와 블러드의 장미. 두사람만을 위해 블러드가 만든 정원이다.
어떤 마음으로 이 정원을 만들었던걸까. 세피아색의 블러드의 [과거]를 본 뒤론, 사사건건 떠올리며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상한 질문을 다 하는군? 여기서 볼것이라곤 장미 이외엔 없는데.”
[그렇긴 한데.....]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블러드는 장미의 붉은색 저편에, 때로는 다른 것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 눈오는 날의 광경도, 때때로는....
.....여기는 남매의 애정과 증오가 섞여있는 공간. 블러드와 비발디는 이곳에서만이 그 옛날의 잔상을 쫓으며 남매가 된다.
둘만이 갖고 있는 공통의 감정을, 이 곳에서만이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나같은게 섞여들어서는 안된다]라고 생각하게 되는것도 당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기말이야 블러드]


몇번이나 말해버리자는 기분이 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블러드를 만나니,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비겁하게 느껴졌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자신의 욕구를 우선하여 멋대로 그의 비밀스러운 부분에 침입해버렸던 것이다.
(물론, 그것이 전부 진실이라는 보장도 없지만.....)
사실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고, 완전히 엉터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나는 블러드의 과거의 빈틈을 봤다.
알게된 주제에 침묵하고 있는 것은 더욱더 비겁하다. 고백해서 제대로 사과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 갑자기 딱딱한 목소리를 내는거지. 무슨 일이 있었나?”


블러드는 내가 무엇을 말할지 아무런 예상도 하지 못하고 있는듯 하다. 역시 수면부족으로 두뇌가 잘 돌아가지 않는건지, 이상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과감히 고백하기 시작했다.


[나 이전 여기에 혼자 왔었어.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나서...]
“이상한 일?”
[응, 정말 이상한 일. 장미가 아니라 하늘을 보고 있었는데, 깨닫고보니 유성이 내리는 하늘에 떠 있었어. 그리고...]


알들에 대한 것을 말할지 말지는 조금 망설였다. 그들의 정체는 아마도 문지기 두사람. 블러드의 부하다. 죄를 뒤집어 씌우기위해, 고자질하는 것같은 뉘앙스가 된다. 그렇게 생각해 덮어두기로 했다.


[...공중을 걷고있자 더욱 이상한 공간에 들어가게 됐어. 그곳에는 커다란 귀족의 저택이 있어서...]
“....”


블러드가 작게 숨을 삼켰다는걸 알았다. 반사적으로 말을 끊었지만, 그 후는 단숨에 말을 이었다.


[그곳에는 세사람이 있었어. 모친과 아이가 둘..... 아이들은 귀족인데도 집에선 소박한 옷을 입고 있었고....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는건 대화를 듣고있으니 알 수 있었어. 마지막에는... 누나가 마차에 타고는...]
“앨리스. 너는.....”


이름을 부르데 쉰 소리가 나왔다. 얼굴 표정에도 동요가 드러났다.
곧바로는 말이 이어지지 않는 듯, 나를 보며 망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예상한 것 이상으로 놀라는 반응을 보여, 나도 다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반응을 보니 틀림이 없었다. 역시 그 광경은 눈앞의 그가 속에 묻어두고 있던 일부인 것이다.


“.......... 이방인이라서, 인가... 봐버린건가, 그것을”


긴 침묵의 끝에 겨우 블러드가 겨우 그렇게 중얼거렸다. 상당히 진정된건지 어조는 평상시의 그것으로 돌아와 있었다.


[응. 보면 안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미안해. 알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했어.]
“너라면 그랬겠지. 너는 언제나 나의 내면을 깊게 파고들려고 하니까. 유성비 속을 걷고있던 중에, 라니. 이번에는 평소 이상으로 미쳐버린 폭풍이었지만, 정말 쓸데없는 짓을 해주었군.”


어딘가 포기한듯한 목소리로 말하며, 지금은 맑게 개인 낮의 하늘을 흘끗 보았다. 충격으로 졸린 기운도 날아가버린 건지, 동작이 기민해져있었다.

“아니, 폭풍 이상으로 너의 힘일지도. 저런 누나를 불러들인것도 그렇고, 여기에 잠든 잔상에 깊숙히 파고드는 것도 그렇고.... 아무리 그래도 너 혼자 가능할리가 없어. 도와준 사람이 있는듯 한데.”
[........]


숨기려고 했지만 블러드는 날카롭다. 나만의 힘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파악했다. 이방인이 아니게 된 그는 자신이 이방인이었다는 사실도 잊어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좀 더 복잡한 것이 아닐까.
과거를 잊으려고 해도, 그에게는 비발디가 있다. 블러드라면 그 알들의 정체도 알고 있어서, 협력자가 그들이라는 것도 눈치채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선....)
묻는 것은 그만두도록 한다. 확인할 필요는 없는 것이고, 그들에게 부추김당했다고 하더라도 결정한 것은 나였다.


[당신에 대해 알고 싶었던거야.]


무엇을 보게될지 알면서 나섰다고 밝혔다. 동시에 은근히 블러드의 말을 긍정했다.
화내는 정도로 끝날 것인가. 그 비밀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로, 그 무게에 사응한 열쇄로 잠궈두었던 과거였을 것이다.
딱딱하게 굳으며 긴장했지만 블러드의 반응은 한숨이었다.


“너는 정말 나를 놀라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 미친 폭풍에 편승했다지만 설마 그 (시간)을 엿보이게 될 줄이야...”
[...이해하지 못한 것이 더 많아. 그래도 그건.... 그 어린 귀족일가의 아이였던 소년은, 이전의 당신인거지?]


똑바로 블러드를 바라보며 물었다. 관념한건지, 생각보다 저항없이 블러드는 답했다.


“’나’지만 아니라고도 할 수 있지. 여기 있는 우리들은 저 어린 아이들과는 완전히 같지 않아. 이미 시간이 미쳐 모습도 변했지. 누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해. 잔상의 한 종류라고 하는 편이 나을까? 역할을 갖게 되어 실상에 가까워졌지만, 얼굴 없는 사람들과 같은 정도로 부서지기 쉽고 희미한 존재였지.”
[여기에 비발디를 끌어들인 것은 역시 당신이야?]
“아마도 그럴 거야, 라고 밖에 대답하라 수 없군. 저것은 실체가 아니니까 끌어들이는 사람이 없다면 이곳에 존재 할 리가 없는 시간이지.”


명확한 답변이 있을까 싶었더니 애매한 답을 받았다. 비발디를 [환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알들에게서 들은 이야기와 일치했다. [내가 만들어냈다]라고 까지 말했으면서 자신이 끌어들였다는 확신은 없는 것일까. 모순을 느껴 납득이 가지 않는 얼굴이 된 것을 보고 알았을 것이다.


“네가 알기 쉽게 말하자면, 네가 본 광경은 내겐 정신이 아득할 만큼 먼 옛날의 일, 이란 느낌이랄까. 희미해진 부분도, 단편적으로 밖에 남아있지 않은 부분도 있지. 어쩌면 지금이라면 네가 더 상세히 알고 있을지도 몰라. 나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동시에 내가 아니라고도 느껴지니까. 기억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불명확한 부분도 있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인상적인 부분 정도고, 아마 잊고 있는 것도 많겠지. 언제 어디서 경험했는지 지금의 나에게는 정확히 알 수 없어. 그저 정신이 들면 누나와의 기억이 나에게 있었고, 여기의 누나가 내가 아는 그 누나 자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


(자신이 끌어들였다는 진실은 파악할 수 있어도, 자각은 없는 상태인 거구나. 실체가 아니라는 것은, 이쪽의 비발디는 희미한 존재였으니까 알았던 걸까.)
나에게는 어린 블러드도 부서지기 쉬운 존재였다고 여겨졌다. 현실의 시간을 멈추고 이런 이상한 나라에 와버린 소년. 역시 이 블러도 내가 본 기억 속의 소년과 완전히 같지 않을지도 모른다. 같았을지도 모르지만 이 곳에서 오랫동안 지내다 보니 변해버렸을 수도 있다. 그저 어떻게든, 뉘앙스로 인상적인 부분만을 단편적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블러드는 자신이 이방인이었던 것을 잊고 있다고 알들은 말했다. 원래 있던 세상에서의 괴로운 기억이 인상적이고, 이곳에 처음 왔을 때의 기억이 어슴푸레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딘가에 둘이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시간이 있었어. 지금도 비발디만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은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이지요?)


“저것은 역할이 없었어도 특별한 존재야. 그 때문에 얼마 있지 않아 하트 여왕이 되어 성으로 가게 되었지.”
[하트 여왕이 된 것은 전 여왕이 역할에서 빠져나갔기 때문이잖아? 비발디가 다음 여왕으로 선발된 것도 이유가 있는 거야?]
“있는 거겠지. ……말하자면 나의 바람이었기 때문인 것 같군.”
[당신의 바람이라니?]
“나의 바람을 전임 하트 여왕이 받아들였다. 그때의 나도 별로 잘 기억나지 않지만 말이지. 전 여왕 자신도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이유는 누나가 선택된 건 내가 바라서 끌어들인 존재이기 때문에, 란 것으로 되어있어. 내가 바랐으니까, 누구에게도 강제 당하지 않도록 될 수 있는 입장, 귀족보다 위의 왕족으로, 여왕으로서 선택되었다, 는 이유야.”


납득이 되었다. 원래 있던 세상에서 비발디는 귀족이었기 때문에 고위 귀족에게 팔려갈 수 밖에 없었다. 그 현실을 저주한 블러드가 불러들인 존재. 그렇기에 귀족보다 상위인 왕족에 그녀가 선택 되었다. 블러드가 당시 이방인이었다면, 나처럼 특별한 취급을 받은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니 전 여왕은 블러드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블러드의 기억자체도 애매한 것 같고, 나의 억측일 뿐이지만. 그렇네. 최고권력자 왕족이라면 비발디가 원래 세상에서 겪은 일을 겪을 필요가 없으니까. 하트 여왕이 되는 것은 블러드의 소원에 가까웠을 거야.)
(자기 몸도 아끼지 않는 집착. 블러드의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거기까지 하다니, 전 여왕은 어쩌면 나에게 있어 페터 같은 존재였던 게 아니었을까.)


[당신에겐 안심할 수 있는 결과 아니야?]
“안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지. 저 여자는 환상밖에 되지 않는다고. 환상이고 제멋대로인 환상이지. 이랬더라면 구원받았을 텐데, 하고 바랐던 스스로는 할 수 없었던, 이루어질 수 없었던 이상.”
[환상이라도, 여기서 둘이서 지낼 때의 당신과 비발디는 너무나 편안해 보였어. 누나를, 지금의 비발디를 좋아하기도 하잖아?]
“저것은 나에게 있어, 고통을 느끼게 만드는 존재다. 자신의 무력함, 진짜 누나를 구할 수 없었다는 것을 만날 때마다 절감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죄악감까지 불러일으켜.”
[죄악감?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것뿐만이 아냐. 바라지도 않았는데 성으로 이끌려 여왕으로 만들어졌어. 결과는 같으니까.”


비발디의 시선으로 본다면 스스로 여왕이 되고 싶어했던 게 아니었다. 그랬는데 성으로 데려가진 상황은 원래 세상에서의 모습과 겹쳐졌다. 고위 귀족에게 끌려갔던 상황 대신에 성으로 끌려가 버렸다. 다른 세상에 왔음에도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비발디가 그것으로 행복하다면 좋았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안절부절 못하는 그녀를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녀가 연심 비슷한 집착을 품은 상대는 공교롭게도 왕이었다. 하필이면, 공교롭게도, 그렇게 밖에 말 할 수 없다. 그는 지위적으로도 권력의 상징, 어린 그녀를 끌고 갔던 고위 귀족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 상대에게 연심을 품다니, 이 얼마나 업이 깊은가.

현실에서는 육체를, 이상한 나라에서는 하트를 빼앗겨 버렸다. 여왕이라기보단 사로잡힌 공주님이지만 마피아인 남동생은 기사는 되지 못하고 그저 보내기만 할 뿐이다

어디에 있어도, 이 전개는 막을 수 없다. 결국에는 자신도 증오했던 부모와 같은 짓을 한 것 뿐일지도 모른다. 블러드는 그런 자기혐오에 가까운 죄악감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비발디를 증오하고 있을뿐이라는거야? 아니지?)
블러드는 지금의 비발디를 사랑하고 있다. 이곳에서의 그는 분명히 유일한 누나인 그녀와 보내는 시간에 치유받고 있다.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의 바발디에게도 애착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틀림없다.


[고통을 느끼게 하는 존재라지만... 밉다고 생각하고 있어도, 좋아하는 거면서.]


그러고보니 내가 이미 [봐버렸다]지만 비밀로 하고 있던 부분을 이렇게나 솔직하게 밝혀주다니, 믿기지 않는 일이다. 포기했다지만 평소에는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 약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여 내쪽에서 끝내는 것처럼 말해버렸다.
경시해야 마땅한 환상에게 치유받고, 애정을 갖고 있다. 그런 것을 블러드가 스스로 고백할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기분 나쁜 말은 하지 말아. 내가 좋아하는건 너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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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며낸듯한 어조로 말하며 블러드는 나에게 다가왔다. 그대로 내 손을 잡고 손등에 키스했다. 블러드 답다면 그다운 행위이지만, 부자연스러운 얼버무림이었다.


[얼버무리지 않아도 되는데. 당신이 지금의 비발디를 아끼고 있다는건 보고 있으면 알 수 있어.]


무리해서 손을 빼낼 기분은 들지 않아, 손을 잡힌채로 말했다. 남매는 서로를 사랑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바라는 것은 달랐다. 그들이 정말로 만나고 싶은건, 이제는 두번 다시 만날 수 없게 된, [시간이 멈춘] 때의 누나와 동생이다.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다. 그 절망에서 오는 슬픔과, 지금은 가짜일 수 밖에 없는 누나 동생에 대한 증오, 죽여버리고 싶다는 마음, 그런 복잡한 감정을 전부 공유하고 있다.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애정을 느끼고, 동시에 점점 더 미워하게 된다.


[그건 그렇고 꽤나 술술 불어주네. 기습적으로 불시에 쳐서 폭로해버린 나에게]
“.......”
[...... 날..... 죽여버릴 생각인거지?]
“....그래. 그러지 않으면 안 돼.”


내가 답답하게 묻자 블러드도 간단하게 대답했다.
스르륵, 장미 줄기가 다리를 감았다.


“.......집을 파멸시키고, 부모를 매장한 것처럼. 이 세상에서 누나가 역할이 없던 시기에 가까웟던 사람들을 모두 정리해버린 것처럼.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가가 필요하고..... 피에 물들면 다소 기분도 좋아지지. 이 장미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해야만 해.”
[.....]


스르륵 스르륵 감겨 올라오는 줄기. 마침내 목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며 조르지는 않았다. 가시투성이임에도 상처조자 만들지 않았다.


[..안죽일거야?]


적어도 죽이겠다는 생각은 했을 것이다. 술술 설명해준 시점에서 실행도 하려고 했다. 그걸 알고 있는데, 마음은 이상할 정도로 잔잔했다. 스스로도 무서워질 정도로 평온히 행동했다.
사랑받고 있기에 살해당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블러드는 사랑하고 있어도 상대를 죽일 수 있는 남자다.
흐트러지지 않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죽임 당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영상을 본 순간부터.... 알고 싶다고,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후회했다.
그것은 파헤쳐도 될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적어도 멋대로 봐도 될 것이 아니었어.)
일반적이라면 알고 싶다고 생각해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이 세상에서는 이루어졌고, 나는 파헤쳐버리고 말았다. 내가 본 것은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무섭고도 비장한, 소녀의 앞날.
보고 싶지 않아, 알들에게는 거부해버렸던 광경도 단편적으로 봐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 토할것 같은... 우는것 조차 가능하지 않은 비참한 모습.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봐서는 안될 것을, 비겁하게 봐버린 나에게 내린 벌처럼..... 강제적으로 뇌리에 새겨졌다.
그리고 최후의 최후를, 되감는 것처럼... 무엇보다도 잔혹한 영상을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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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아. 정말 지루하고 따분해.”
“후후, 그렇게 지루하고 따분한 일을 함께해주다니 나는 좋은 동생이 있는 거구나.”


그렇게 말하며 소녀는 장미를 손질했다. 익숙한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 그녀가 이 작업에 익숙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넓은 정원의 일각이었다.


“놀리지마.”
“후후 놀린 거 아니야. 함께 해줘서 기쁜 거야.”


소년의 얼굴이 붉어졌다. 태연한 표정을 지으려고 얼굴을 찌푸려보지만 잘 되지 않았다. 어딘가 머뭇머뭇한 태도였다.


“언젠가, 내가 이 집을 일으켜 세워서, 얼마든지 사용해도 곤란하지 않은 엄청난 부자가 될께! 하인도 잔뜩 부리고. 그러면 이런 일 하지 않아도 될 거야!”
“누군가에게 맡길 생각은 없어. 나는 좋아서 하는 거야. 장미가 좋으니까.”


못 말리는 아이를 보듯, 그녀는 동생을 달랬다.


“정원 손질 따위, 귀족의 여식이 할만한 일이 아니야.”
“……”
“라고 어머님이 말했었어. 전에도 주의 받았지? 어머님이 보면 또 혼낼 거야.”


소녀는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소녀는 혼난 것같이 변명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져버리게 만드는 건 아까워. 손써서 예뻐해 주지 않으면 정원도 장미도 아름답게 되지 못해.”
“언젠가, 누나에게 최고의 장미원을 줄게! 손질 같은 건 필요 없을 거야. 내가 전부 준비해서 관리도 전부 해줄게. 나한테라면 맡길 수 있지?”
“너 또한 귀족 자제면서, 정원 손질하면 나 이상으로 혼나게 된다?”
“그런 거, 주의 안받을 정도의 신분이 되면 되잖아. 어머님 그런 거 엄청 좋아하시잖아. 신분이라던가 지위라던가. 그런 거 있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라도 이상한 취미를 가졌어도 기호 정도로 봐준대. 나도 그렇게 될 거야. 불평 따윈 안받을 거야.”
“든든하네. 그렇다면 나도 안심하고 네 장미원에 초대 받을게.”


놀리는 것 같은 어조였지만 그녀는 정말로 기뻐 보였다. 하지만 아직 어린 소년은 알기 어려운 것. 놀림 받았다고 생각해서 또 얼굴이 붉어졌다.


“초대한다기보단, 언제든 와도 괜찮아! 누나한테 주는 거니까!”
“후후, 하지만 네가 손질하는 장미원? 엉망진창이 되어있는 거 아냐?”
“안 그래! 지금도 제대로 돕고 있고! 나는 뭐든지 잘 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소년은 동요가 있던 탓인지 장미 줄기를 아무렇게나 쥐려고 했다.


“괜찮아! 안 해도 돼! 돕는 쪽이 좋으니까! 내가 자를 테니 이 바구니 갖고 있어!”


딱 봐도 다칠 것 같은 가위질이었다. 소녀가 허둥지둥 소년을 밀었다. 하지만 조금 늦었다. 불시에 닿은 소년의 손가락은 장미 가시에 찔리고 말았다.


“아아 그것 봐. 못 말리는 애라니까.”


핀잔 주는 말투가 상냥했다.


“얌전히 있도록 해. 너는 차기 당주니까 멋대로 있기만 해도 돼. 누군가 일하고 있다 해도 따라 할 필요는 없어. 너는 너만의 할 일이 있는 거니까. 큰인물이 되고 싶다면 잘났다는 듯 성공할 일에만 손대도 되는 거야.”


소년도 자기가 하면 방해가 된다는 자각이 있었던 걸까. 주의 받은 대로 얌전해지면서 풀이 죽어버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알고 있어. 대부분 아무것도 못해. 실패했을 때 노력하지 않으면 계속 아무것도 못할 거야.”
“그렇다면 그 노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렴.”


어려도 분수를 분별하고 있는 소녀는 냉정하게 말했다. 소년도 귀족의 후계자로서의 인지는 하고 있는지 끄덕였다.


“그렇게 할게. 하지만 나는 지금 누나의 도움이 되고 싶은데. 도움이 안 된다는 건 싫어. 정원 손질만의 이야기가 아니야.”
“후후, 지금은 누나가 뭐든지 해줄게. 언젠가 네가 훌륭해져서 누나에게 장미원을 줄 때까지.”
“훌륭한 사람이 돼서 굉장한 것을 줄게. 기다려.”
“응, 기다릴게.”


[기다릴게] 단순한 한마디로 끝나는, 뭐라 할게 없는 남매의 평화로운 모습. 하지만 지금까지 봐온 그 어떤 그림보다도 잔혹하게 보였다. 이후로 처참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던, 비장한 각오와 두려운 미래. 그 어떤 것보다도 완전한 [지금]을 보는 것이 괴로웠다. 완전하고 아름다운, 이후에 파괴될, 이 시간이야말로 완벽했다. 멈춰야 할 때는 지금 이 순간이지 않나. 저 헤어지는 순간이 아니라.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부서질 때를 지금의 그들은 모른다. 그렇기에 완전한 형태로 행복한 것이다.






*******

+ 딱히 설명할건 없지만 결론을 내자면 블러드는 이방인으로 여기에 온건 맞지만 현시점에서 이방인이 아니야.
기억이 애매해서 이방인이었다는 인지조차 하지 못해. 그저 비발디와의 추억과 이별, 그 감정들이 그의 시간안에 선명하게 남아있을 뿐인거지.




++ 이하 찐토리의 길고 긴 넋두리....

나 트윈앨리 첫플레이가 이 루트였는데........ 여기서 정신줄 놓고 트윈앨리 봉인했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톨 비발디 진짜 좋아했거든. 늘 초초해하고 불안정해서 잔인하지만 그래도 소녀같은 예쁜 장미여왕님ㅠㅠㅠ
진짜 진짜 아꼈거든?


그런데 그런 비발디가 가짜래ㅠㅠ 아니, 가짜인건 상관이 없는데, 진짜 비발디는 그 변태자식한테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잔인한 현실에 계속 있는거야ㅠㅠㅠㅠㅠㅠ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트여왕이 되었길래 그럼 그 변태놈한테서 벗어났겠구나!! 했는데 그게 아니였어ㅠ 비발디는 아직 거기에 머물러 있는거야ㅠㅠㅠ

더 잔인한건, 이상한 나라에 있는 비발디 본인도 이 사실을 모조리 다 알고 있다는거ㅠㅠㅠㅠ뭐야ㅠㅠㅠㅠㅠㅠㅠㅠ
자신이 가짜라는 것도, 원래의 비발디는 무슨일을 겪는지도, 그렇다면 자신이 왜 여기에 이렇게 존재하는지도.
이거 진짜 너무 잔인하지않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떻게 이럴수가 있어ㅠㅠㅠㅠㅠㅠㅠㅠ오월공 내 여왕님 책임져ㅠㅠㅠㅠㅠㅠ
제정신으로 있을 수 없는 사연이잖아ㅠㅠㅠ
늘 초조하고 불안하고 시계가 망가졌다고 유리우스한테 진상부리고, 사람 마구 처형하는 잔인성을 보이는게 당연해ㅠㅠㅠㅠㅠㅠ


이 루트로 왜 장미원이 꼬박꼬박 존재하는지, 게임내에서 비발디가 블러드의 부속물 취급인지 한방에 설명되는 더라ㅠㅠㅠ
심지어 본인이 넘어온 것도 아닌, 기억 속 존재, 즉 사념체였으니까 존재감이 희미했고, 그때문에 얼굴 없는 사람으로 시작했고, 그럼에도 이방인이 특별히 생각하고 있는 존재라서 '특별'했기에 나중에 역할인으로 승격하게 된거래. 그래서 출신이 좋지 않다고 한거래ㅠㅠㅠㅠㅠ
다른게 아니었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이런거라면 그냥.. 그냥 원래 출신이 좋지 않았다고 해줘ㅠㅠㅠ 귀족설정따위가 뭐야ㅠㅠㅠ
내 여왕님 가여워서 어떡 할거야ㅠㅠㅠㅠㅠㅠㅠ


블러드가 왜 귀족이라면 치를 떠는지, 크레이지 스톰을 맞은 비발디를 보고 왜 싫어했는지, 블러드도 그렇고 비발디도 그렇고 어른이면서 왜 애 같은 구석이 그렇게 많은지, 비발디가 왜 그렇게 늘 초조해햇는지, 왜 그녀의 출발은 얼굴 없는 사람이었는지가 모두 설명되지.
특히 평범한 마을 처녀같은 누나의 모습에 질색하는 블러드보고 나는 "비발디의 저 모습이 그냥 누나와 쭈욱 함게 있을 수 있었던 가능성을 생각하게 해서 짜증나나? 이런 시스콤자식;;;" 했었다?
근데 그건 너무 가벼운 추측이었어ㅠㅠㅠ 로제놈들이 그렇게 순진할리가 없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 모습이 그냥 그 시절, 아무것도 못하고 보내야만 했고, 후회하고 또 후회하면서 시간을 얼려버리고 싶어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하니까ㅠㅠㅠ절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으니까ㅠㅠㅠㅠㅠ 속에서 여러가지 감정이 치밀어 오르면서 동요되고, 초조하고 괴로웠던거야.
잔인해. 퀸로제. 정말 잔인해ㅠㅠㅠㅠㅠㅠ


옛날 어딘가에 있던 누나와 남동생.
어느날 누나와 비극적으로 헤어지게된 남동생은 헤어지게된 순간 스스로의 무력함에 대한 분노, 후회, 누나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정으로 시간을 멈춰버리고 시간의 세계로 넘어가게 된거야.
문제는 누나에 대한 애정, 집착, 후회, 안타까움, 절망이 너무 깊어서 자기 기억 속의 누나를 같이 끌고가는 바람에 그 세계에 누나도 존재하게 되었고.
그러나 이 끌고간 누나는 자신의 기억 속의 누나이기에 현실에서의 그 비극적으로 헤어졌던 진짜 누나는 아니야.
누나이지만 결국 누나의 잔상에 불과하기에, 재회했을 때의 동생은 이 누나가 누나임을 느끼면서 동시에 완전한 타인임을 느끼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하트성과 모자장수 마피아라는 적대 관계때문이 아니라 서로 자체를 증오할 수 밖에 없지ㅠㅠㅠ
블러드에게 비발디는 사랑하는 누나이지만, 그가 정말로 구하고 싶어했던 누나가 아니 잖아.
정말로 구하고 싶어했던 누나는 그가 원래 있던 세계의 어딘가에 있을거야. 이미 죽어서 없을지도 모르고ㅠㅠㅠ
그렇기 때문에 이 세계의 비발디가 미울 수 밖에 없어ㅠㅠ 비발디의 존재는 진짜 누나는 구할 수 없었던 스스로의 무력함을 상기시키는 가짜니까ㅠ
그렇지만 그래도 기억까지 잘라서 끌고갈 정도로 그렇게나 사랑했던 누나라서 원하지 않을수가 없는 존재인거지ㅠ

비발디는 스스로가 가짜임을 알고 있지. 이게 제일 슬퍼ㅠㅠㅠ제일 잔인해ㅠㅠㅠㅠ
차라리 몰랐다면 조금이라도 덜 괴로울 수 있었을텐데. 그녀는 스스로가 가짜임을 알고, 그렇게 만든게 동생임을 또 알고 있어.
그래서 그 동생을 미워해. 가짜인 자신을 만들었으니까. 동시에 결국의 결국에는 진짜일 수 없는 스스로가 제일 미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을 아직도 사랑하고 있어ㅠ 그녀는 블러드의 기억속에 존재하는 비발디였잖아.
자신을 희생하면서 까지 블러드를 지키고자 했던ㅠㅠㅠ그렇게나 동생을 사랑했던 누나ㅠㅠㅠ 그러니 동생을 사랑할 수 밖에 없고ㅠㅠㅠㅠㅠㅠ


원하면서도 동시에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다는 둘.
이 얼마나 질척한 애증인지ㅠㅠㅠㅠ 아니 무슨 오토메겜 팬디에서 이런게 나와ㅠㅠㅠㅠㅠㅠㅠ
결국 둘은 서로를 원하지만 진짜 서로가 원하는 존재가 될 수 없어.
블러드가 원했던 누나는 그날 헤어졌던 진짜 누나고 비발디가 원하는 동생은 그날 헤어졌던 '하트로 이어진' 동생인데
한쪽은 기억의 잔재이니 결코 진짜가 될 수 없고, 한쪽은 그 세상에 물들어 시계가 되었으니 다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원하면서도 진짜 원하는 상대가 아니라서 느끼는 상대에 대한 미움, 그와 동시에 상대가 진짜 원하는 것이 되줄 수 없는 가짜들이라서 느끼는 자신에 대한 미움. 상대를 자신을 그렇게 미워하면서도 결국 원하는 상대이기에 또 사랑해버리는 그런ㅠㅠㅠ
정말 잔인해ㅠㅠㅠㅠㅠㅠ로제 이러기냐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심지어......이 바보 멍청이가ㅠㅠㅠㅠ 그래도 사랑하면 옆에 끼고 살것이지ㅠㅠㅠㅠㅠ
왜 하트 여왕을 만들어 블러드 이 바보 멍청이 해삼 말미잘 멍개놈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귀족이라서, 몰락 귀족이라서, 고위 귀족이 원하는대로 팔려갔던 누나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그가, 그렇다면 귀족놈들이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자리라고 생각해서 그녀가 그 위에 군림하는 여왕이 되기를 원했다는거 마음은 이해가 되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
하필.. 하필.. 가짜던 뭐든간에 그 예쁘고 고운 누나가 성에 들어가서 관심을 가진 남자가 '왕'이래ㅠㅠㅠ 저 12명 중에서 제일가는 미친놈을 상대로ㅠㅠㅠㅠ

앨리스 세계관 전체를 통틀어 제일가는 싸이코 미친놈이 하트성의 '왕'이잖아....
비발디는 애인을 만들었다가 질리면 처형(...)하는데 왕의 눈엔 그 처형하는 순간의 그녀는 시간을 멈추는 것이기 때문에 제일 아름답단다.
지가 좋아하는 여자의 제일 아름다운 모습을 계속 보기위해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는 감정을 무시하고 있단다....(....)
누구한테도 고통받지 않게하기 위하여 여왕으로 만들었는데, 그 바로 옆의 존재 '왕' 때문에 고통스럽게 되었어.
심지어 '왕'은 권력자. '밖'에서의 그 고위 귀족을 떠올리게 만드는 존재고ㅠㅠㅠㅠㅠㅠㅠㅠ


"현실에서는 육체를, 이상한 나라에서는 하트를 빼앗겨 버렸다. 여왕이라고 하기보단 사로잡힌 공주님이지만 마피아인 남동생은 기사는 되지 못하고 그저 보내기만 할뿐이다."

이야기를 들은 앨리스가 생각하면서 하는 말인데....이 말이 진짜 사무쳐ㅠㅠㅠㅠㅠ
어디서 어떻게 만나더라도 결국 그렇게 되버린다는 전개는 막지 못했고, 자신도 결국 증오하던 부모와 마찬가지인 일을 해버렸다는 것.
그렇게 스스로를 혐오하게 만드는 일을 해버렸다는걸 볼때마다 깨닫게 되는 존재가 누나라니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이 남매 왜이래ㅠㅠㅠㅠㅠㅠㅠㅠ



장미원도 단순히 누나도 자신도 좋아하는 꽃이라서 장미원인가 했는데 어렸을때 약속이래.
귀족의 딸이면서 스스로 장미손질을 하는 누나. 그런 누나한테 도움이 되고 싶지만 방해라서(..) 얌전히 말듣는 동생.
그 동생이 누나에게, 내가 커서 성공하면 누나만을 위한 커다란 장미원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누나는 그 동생에게 언젠가 장미원을 받을때 까지는 누나가 너를 위해 뭐든지 해주겠다고 하고....


블러드의 말, 비발디의 말. 그 결말을 알고 있기에 더욱 아름다워 보이고 더욱 슬프게 느껴지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필이면 저 대화에서 블러드가 말한 높은 사람은 비발디가 팔려간 상대를, 비발디가 뭐든지 너를 위해서 해준다고 한 말은 결국 그녀가 하게 되는 비참하고 비장한 결심을 하게되는, 그걸 보여주는것 같아서, 이때 시간이 멈췄더라면 하고 상상하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더더욱 아프고ㅠㅠㅠㅠㅠㅠ


시간이 멈춘 후 그는 고위 귀족은 아니지만 결국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는 마피아 보스가 되어, 누나 이외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장미원을 만들고, 그 장미들을 스스로 손질하며 돌보아주고 그렇게 약속을 지켰는데
그런데 약속을 지킨 상대는 정말 그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누나가 아니고ㅠㅠㅠㅠㅠ
약속을 지켜준 동생은 정말 그러길 바랬던 동생이 아니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서로가 정말 만나고 싶은 누나와 동생은 시간이 멎었던 그 순간의 서로, 하지만 절대 만날 수 없는 사실 또한 둘은 알고 있기에 절망하고 그 슬픔이 서로에대한 증오로 변하고, 그렇지만 그런 서로의 생각조차 다 알고 공유하고 있고, 그렇기에 또한 서로 애착을 갖고, 그렇게 애정을 가질수록 더 미워져만 가고 세상에 이런 남매관계가 어딨냐고ㅠㅠㅠㅠ
얘들은 왜 그리 애틋해서 더 결말이 비참해지게 만들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블러드는 바보야ㅠㅠㅠㅠㅠ이 멍청아ㅠㅠㅠㅠㅠ 사랑하고 증오하고 지지고 볶고 난리를 치더라도 옆에서 하란 말이야ㅠㅠㅠㅠㅠㅠ
왜 거길보내서ㅠㅠㅠㅠㅠㅠㅠ
내 여왕님 불쌍해서 어떻게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퀸로제가 망해서 내 여왕님은 영영 저시간에 갖혀버렸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퀸로제 너네는 진짜.....내가........욕을 그렇게 했어도 니네 망하라고 고사지낸게 아닌데ㅠㅠㅠㅠ
올드팬들이 그렇게 까댄건 니네 잘하라고 깐거지 망해버리라고 그렇게 화를냈던게 아닌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망할거면 이런 과거 공개하지나 말던가 진짜ㅠㅠㅠㅠㅠㅠ

  • tory_1 2018.04.24 21:46

    하트아리 진상엔딩 봤을때부터 발목잡힌 톨이 이 글을 좋아합니다

    진짜 이렇게 만들어놓고 망하기 있냐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tory_2 2018.04.24 21:58
    아 진짜 망하기 전에 이 떡밥을 풀어줘서 다행이라고 해야 될지 말아야 될지ㅜㅜㅜㅜ 내 비발디 너무 불쌍하다고ㅜㅜㅜㅜㅜㅜ 그리고 찐톨 고퀄번역 정말 잘봤어! 플레이할 엄두가 안 나서 + 퀸로제 망하고 현타와서 접어두고 있었는데 장미원 메인엔딩도 아니면서 무슨 찌통이 이렇게 크나요ㅜㅜㅜ
  • tory_3 2018.04.24 23:06
    토리 글 보니까 또 슬퍼진다 ㅠㅠ 지금까지 떡밥으로 짐작만 할 뿐 영영 결말을 알 수 없게 되었어... 어떻게 한 편 남겨두고 망하냐고 ㅠㅠㅠ (그 사이 무수한 팬디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나토리 블러드가 최애라 진짜 찌통 ㅠㅠ 진히어로는 블러드지! 어떻게 마무리 될 지 너무 궁금하다!! 이러고 있었는데 도산소식을 들었더랬지.....
  • tory_4 2018.04.24 23:12

    워우 고퀄 번역 고마워 토리야!! 드라마 한 편 본 기분이다 장미여왕 안타깝다ㅠㅠㅠㅠㅠㅠ 이런 애증 스토리 조아요

  • tory_5 2018.04.24 23:30

    하트아리 진상엔딩 봤을때부터 발목잡힌 톨이 이 글을 좋아합니다 22222

    퀸로제 진짜 무책임한 인간들... 그렇게 게임 잘 만들고 여주들도 매력 터지게 만들었으면서 홀라당 망해버리는게 어딨어!! ㅠㅠㅠ

  • tory_6 2018.04.25 01:28

    퀸로제 왜 망했어 ㅠㅜ

  • tory_7 2018.04.25 02:15
    내비발디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ㅜㅜ
  • tory_8 2018.04.25 23:09

    하... 진짜 다이아리 미러아리 나오고 트윈아리 하고나선 스페아리 엄청나게 기대했었는데.. 나쁜놈들.. 퀸로제.. 나쁜 .... ㅠㅠㅠ 나도 앨리스시리즈에서 맘에드는 대사나 에피소드 있으면 갠적으로 번역해서 가끔 보는 톨인데 이런 글 너무 좋아 ㅠㅠㅠ

  • tory_9 2018.07.25 04:58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6/27 18: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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