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고 자란 혹한의 땅에는
눈소녀 이야기가 전해졌다.
스네그로치카.
서리의 딸로 태어난 스네그로치카는
연모의 정을 알게 된 대가로
햇빛에 몸이 녹아 사라지고 말았다고.
거사는 완전히 실패다.
여기서 이런 꼴로 끝낼 수는 없어.
몇 번이라도 다시 총을 쥘 것이다.
그러기 위한 목숨이다.
한 점의 그림자(ㅡ影).오로지 그렇게 살기 위한 이름이다.
어떻게든 다시 돌아가자.동지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그리고 다시,
다시 너희를
…….
너희를 다시 만날 수도 있을까?
지금쯤……안전한 곳에 있겠지.
그래, 사실은 알고 있었어.
의현, 너는 언제나 한결 같으리라는 것을.
그럼에도 모질게 마음 먹기로 한 것은.....
네 세상에 치열함이 부족하기로
그것이 우리를 해칠까 봐.
한끝만치의 의심도 품었다.
그리고……어쩌면 어느 한순간만큼은,너의 타락을 바라는 마음 또한 있었는지 모른다.
그런 추악한 마음이 한 순간, 한끝만치 있었다.
하지만 너와 마주쳤을 때, 그 눈동자를 봤을 때
나는 아는 것을 다시 알았다.
너는 여전히 나의……
수아의 의현이라는 것을.
수아.
스네그로치카가 있다면 꼭 너 같을까?
이제와 그 말은 마치 저주 같구나.
연모가 너를 죽이지 않기를.네가 의현을 찾듯 나는 너를 찾았다.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어. 무사를 확인하고 싶었어.
전하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기필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나조차도 머릿속에서,
폐부에서,
혀끝에서 도는 말을
끝내 모두 헤아릴 수가 없었으니까.
나는 네게, 어쩌면 용서를 빌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너를 기만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또 다시 언젠가의 너와 나로 돌아간다면나는 몇 번이고 똑같은 선택을 해야 했을 텐데도,
하지만 이제야 똑바로 아는 것이 있어.
그때 내가 건넨 병이 끝내 너를 죽이지 못해서....참 다행이다.
…….
우리의 처음이 달랐다면 좋았을까?
너와 함께 겨울을 났던 산속으로돌아갈 수만 있다면 좋을 거야…….
이것도 꼬옥 들으면서 이 글 봐주면 되....
https://youtu.be/LEVnpM-Av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