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있지만) 욕먹는 이유 및 웹툰 포인트 분석 (스포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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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도 그렇고 드방 다른 글도 욕 많이 하는데

https://img.dmitory.com/img/202106/5UC/ygT/5UCygTKEH6EUSkKc44Y8Aw.jpg

이 포스터는 "알고있지만"의 포인트를 잘 잡았음

한쪽 눈이 멀어야 연애에 빠질 수 있다는 거

반대로 후진 사람도 흐린 눈 충분히 하면 잠깐은 멋있고 두근거리는 사람이라는거

재밌는건 박재언만 자기 눈을 가리려는 나비의 손을 잡음

이건 두가지 의미가 있음. 제지하는 것 혹은 잡아두려는 것 

두 의미 다 나비가 제 꾀에 빠진 걸 암시함

박재언에게 자신의 좋은 모습을 보여서 자기에게 빠지도록 노력 = 한쪽 눈을 가리려는 노력

치워! 하면서 거절하는 것 - 이건 나비가 박재언이 다른 여자의 소유가 되길 막고자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 보인 반응

잡았다! 이제 네가 술래 - 그런 노력, 욕심으로 인해 오히려 박재언에게 휘둘리게 되는것

박재언은 나비에 관해서는 사실 두 눈 크게 뜨고 있었다고 봄

박재언의 유일한 실책은 자기가 가지고 놀던 나비를 과소평가한 것

그리고 챙럼짓하다 입 싹 닫고 평범하게 연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

나비의 실책은 쓰레기 주워다 흐린 눈하고 빠져버린 것

즉 박재언은 원래 그런 캐릭터임

보통 로맨스 남주처럼 생각하면 안되고

웩 웩 거리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보게 되는

장르파괴 여주성장물로 봐야함

송강 캐릭터는 여주 각성시키는 한남 캐릭터라 얘가 한남소리를 해도 당연한거임

오히려 너무 개념있게 행동하면 캐붕임

길거리에서 보고 오! 죽기 전에 이런 남자 사겨봤으면 좋겠다 혹하지만 한마디 딱 듣고 아 날티나네 가정용은 아니다 쯥 하고 지나가는 남자가 박재언임

원작 자체가 객관적으로 쓰레기 챙럼인데

너무 잘생겨서 끼부리면 그게 먹히는 요상한 스토리

챙럼이 너무 매력있어서 독자도 욕하다 혹하는 게 포인트임

여주가 느끼는 양가감정을 독자로 하여금 느끼게 하면서 느끼는 간접적 괴로움으로부터 즐거움(?)을 줌

친구의 연애 상담 들으면서 이 연애 텄고 남자 막장이고 친구는 상처받을 건데 그걸 못 떼어내서 계속 삽질하는 걸 멀리서 보는데서 오는 이상한 자극, 거기서 오는 묘한 끌림을 느끼는게 정상임

처음부터 끝까지 찝찝하고 더러운 연애 이야기

홍상수 영화의 젊은 여자 버전

다른 점은 "알고있지만" 작가는 그걸 스스로 자각함

엔딩에서 박재언의 대화도 그렇고

박재언이 나중에 빌런화돼서 성폭행하려는 것도

결국 아무리 멋있어봣자 속으로는 여자 우습게 보는 좆의 숙주고 한남이다 이거임

보편적으로 한남이랑 연애해봤으면 비슷한 경험이 있잖아

연애할때는 푹 빠졌는데 나중에서야

아 그게 사랑이 아니었나 그새끼는 그냥 좆의 숙주였나 하면서 기분 더러워지고 현타오는거

나비도 똑같은 과정을 거침

"아이고 남자에 혹해서 삼대가 망할 뻔했네" 이 감정을

남주 다정함과 미모를 극대화해서 더 치명적이고 극적으로 만들 뿐임

그리고 작품은 여주의 감정만을 충실히 따라감

작가님이 여성인만큼 감정선 표현 맛집임

그런데 박재언 감정선은 존재하지 않음

처음부터 끝까지 얘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음

그냥 미스테리한 여주에게 자극을 주는 존재일 뿐임

보통 할리우드 영화 같은데 나오는 남주가 홀딱 빠져서 파멸을 걷게 하는 팜므파탈 - 미스테리하고 아름다운 여자 근데 백스토리도 없는

예쁜 나쁜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아주 판판한 설정이 박재언임

끝으로 가면 현실적이면서도 만족스러운 여주의 각성 및 성장

마지막 화는 여주의 선택이 성장일까 동그라미의 끝부분일까 궁금하게 만들고 여운 있게 끝남

작가님도 박재언이 한남충이라는 걸 자각한다는 또다른 증거는

나비의 첫 남친에서 나옴

나비가 처음 만나는 한남충 = 못생기고 매력없고 가스라이팅하는 한남충

박재언 = 한남충은 맞는데 잘생기고 다정하고 매력쩔고 덜 유해함

첫 남친을 보여주는게 처음엔

둘을 대비해서 그러니 빠지지, 이런 감정을 들게 만드려는 거라고 생각했음

또 대상화당했던 여자가 이제 남자를 대상화하면서 욕망하면서 생기는 스토리라고 봤음

나비가 재언에게 끌린 건 그 전 남친과 달리 자길 속박하지 않고 폴폴 날아다니다 잠깐 어깨에 앉는 남자였기 때문임

즉 자기가 컨트롤할 수 있고, 내가 주체가 될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비의 이름과 재언의 나비 문신은 큰 의미가 있음.

우리가 노예가 아닌 이상 몸에 다른 사람 이름 적지는 않잖아

이름 적는 행위는 필통, 연필 같이 우리 소유의 물건을 남이 가져가지 않게 선언하고 통제하는 가장 원초적이고 기초적인 단계임

그리고 특히 예술가인 나비에게 나비 문신을 한 재언은

전남친의 피사체가 되어 상처받은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훌륭한 피사체로 보였을 수도 있음

그리고 그 문신이 이 남자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영감을 줬을 수도 있음

실제로 웹툰 내내 나비가 재언을 욕망하고 파괴하는 관계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맞아

난 이제 사랑 안 믿어 엔조이할거야 난 똑똑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기당하고 이상한 남자한테 이용당하고 그러듯이

나비도 재언(을 향한 자신의 욕망)에 잔뜩 휘둘리고 나중에서야 깨달음

즉 사랑, 좋아하는 감정에서 나오는 고통은 상대를 통제하고 싶은 감정 때문이다 - 나비가 잘못했다는 건 아니지만 이런 메세지도 있음

그리고 그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하고 나쁜 여자가 되버린 나비는 순정남을 밀어내면서 죄값을 치르려 하지만

마지막 순정남의 실체까지 드러나면서 아 우리 둘다 비슷하구나 하면서 사귀게 됨

여기서 웹툰 작가가 좋아하는 교훈이 "우리 누구도 그렇게 완벽하지 않다" 라고 봐

다시 나비 첫남친으로 돌아와서

작가는 첫남친과 박재언이 둘이 다르지 않다는걸 보여주고 싶어했다고 생각해

결말에 박재언과 같은 문신을 한 남자가 테이블에서 여자와 대화하면서

남: 나비는 같은 자리를 빙빙 돈대
여: 어머 불쌍해
남: 그냥 즐기면 좋을텐데

이런 말을 하는데

두가지 의미라고 봄 나비 문신이 박힌 박재언=나비

이름이 나비인 여주=나비

첫번째가 맞다면 박재언은 결국 자신의 업보 때문에 정상적인 연애를 못하는 건데, 똑같은 곳을 돌지 않고 다른 곳(정상적 연애)를 향했을 때 그걸 막은건 나비기 때문에 그렇게 아귀가 맞지는 않음

두번째가 맞다면 나비가 만나는 남자들은 그 놈이 그놈인거임

즉 박재언은 "너 내가 나쁜놈 같지? 난 매력있어서 다 하는 거고 다른 새끼들도 할 수 있으면 나처럼 할걸.(=다 한남충이야) 그냥 만날때 흐린눈하고 즐겨라." 이렇게 말하고 있는거야

마지막에 순수남을 만나지만 그 남자도 점점 쑥맥티를 벗는데

거기서 나비가 또 걱정하는 걸 보면 두번째의 의미가 분명 섞여 있음



여기서 드라마가 욕먹는 건 아래 이유라고 봄

1. 달콤씁쓸 로맨스로 광고해놓고 보통 바람직한 남자여야 할 남주를 쓰레기로 보여줌

2. 송강이 연기를 너무 못해서 시청자를 홀리지 못함 -> 매력 쩔어서 욕하면서도 빠지는 쓰레기가 아니라 그냥 잘생긴 무매력 쓰레기, 즉 향기 없는 꽃이 되버림. 결과적으로 웹툰의 그 양가감정을 느끼게 할 수 없고 그냥 왜 저 여자는 허우대만 멀쩡한 한남충에게 빠지지 하면서 답답함만 느끼게 함

3. 원작을 건들면서 냉소적인 시각은 없애고 남주를 멋있게만 보이려고 연출해서 독자가 "이런 남성상을 우리에게 푸시하다니" 하면서 거부감 갖음

쓰다보니 길어졌네. 다른 의견이나 틀린 부분 있으면 댓글로 남겨줘! (급하게 마지막 몇 화 결제해서 보고 글 썼는데 예전에 읽어서 맞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