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일 년에 책 40-50권씩 읽던 사람이었는데 시험이랑 취준 준비로 근 몇 년 간 책과 멀리하며 살았어. 그 때문인지 오랜만에 책 좀 읽으려 해도 눈에 잘 안 들어오더라고. 10페이지를 못 넘기겠더라 그러다 발견한 이 소설집이 나의 책 나태기를 극복해줬어.
보통 책 고를 땐 평론가나 신뢰하는 소설가들 추천을 통해서 읽는 편인데 이건 순전히 우연한 계기로 접한 책이야 영화 <시카리오>를 복습하다 난데없이 베시니오 델 토로에 빠지게 됐고>필모를 쭉 훑다가 동명의 영화를 보게 됐어 > 근데 이 영화의 원작이 있더라고? 그래서 읽게 된 케이슨데 영화는 제목만 같고 내용은 다른 거 같아. 암튼 서론이 쓸데없이 길었네
책 이야기를 하자면 이 책은 호러?공포?단편소설이야. 주로 사체나 유령, 또는 흉측한 몰골의 사람들이 등장하는 짧은 소설집인데 그게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같이 하고 있어서 읽으면서도 의미심장한 느낌이 들더라고 가령 과거 군사 독재 시절의 악몽을 현재로 끌고와서 메타포를 실재로 변형하는 식이랄까? 배경도 가난한 동네 (특히 마약과 술에 찌든 사람들이 가득한)가 많이 나오고 여기 등장하는 남자들도 대체로 무능력하거나 여자에게 도움이 안되는 인물로 묘사되는데 이런 게 다 억압 된 사회와 가부장적 문화에 대한 비유인 것 같더라. 이런 사회적 터부나 억압에 대한 반대 급부로 동성애적인 내용도 나오고,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여성상이 많이 나와. 아이들에 대한 폭력 묘사도 적나라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은데 호러나 공포 장르 좋아하는 토리라면 좋아할 거 같아. 남미 문학은 거의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하나 씩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찾아보려고! 어제 저녁에 에어컨 키고 이불 속에서 읽는데 마치 어린 시절 거실에 이불 깔고 누워서 전설의 고향 보던 시절의 향수를 느꼈어. 별 방에 책 소개는 전무한 것 같아 쓰기 망설였지만, 토리정원보다 여기에다 걍 쓰고 싶어서 썼어 ㅎㅎ
(+사진 크기는 줄이고 싶었는데 방법을 못 찾아서 못 줄였어 흑)
공포 소설이라니 못 읽을 것 같지만 제목은 흥미로워 보인다 ㅎㅎ 글구 제목에 오타가 있어~! 잃어버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