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보던 나 토리는 어느날 갑자기 헛짓이 하고 싶었다.
인간은 꼭 바쁘면 헛짓을 하고 싶은 병에 걸리는 모양.
베이컨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갑자기 홈메이드 베이컨에 빠졌고 그리고 저지름.
일주일 가량 냉장 보관을 해야하기때문에 가급적 냉장 국산 돼지고기를 이용하면 좋다고 해서
시키는 대로 착실하게 냉장 국산 오겹살 1kg을 구매해서 고기 중앙에 오도독뼈들을 칼로 후벼파서 제거
럽을 만드는데 이 레시피는 유튜버 육식맨님 거 참고해서 만들었는데
1kg 기준 소금 1T 흑설탕 1T 마늘가루 0.5t 통후추 0.5t 로즈마리 0.5t 큐민 0.5t 크러쉬드페퍼 0.5t 월계수잎 0.5개
원 레시피에는 타임도 0.5 티스푼 들어가는데 없어서 패스했어. 개인적으로 살짝 짜고 단맛이 부족해서
다음번에 만들 땐 소금은 약간 줄이고 흑설탕은 1.5배 넣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음. 이건 각자 가진 설탕이나 소금의 차이가 있을 것 같아서
내가 가진 흑설탕이 오키나와 분말 흑당이라 당분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 같음! 보통 흑설탕이면 저 레시피로 괜찮을 것 같아.
저 분량대로 넣고 믹서기에 곱게 갈아서 씀.
아 그리고 원래 베이컨은 큐어링 솔트를 쓴다는데 나는 안 쓰고 만들었어. 분량 조절 잘못하면 위험하다고 해서.
메이플 시럽 한 스푼을 삼겹살에 골고루 치덕치덕 바르고
그걸 접착제 삼아 만들어둔 럽을 앞뒤 옆면에 꼼꼼하게 바르고
진공팩으로 포장해서(없으면 지퍼락도 오케이) 냉장고에 5-7일 숙성!
나는 지난주 수요일 저녁에 집어 넣고 오늘 꺼내서 만들었어.
하루에 한두 번 아래위 뒤집어주면서 염분이 골고루 스며들도록 해주면 1차 베이컨 만들기 끝.
일주일 지나고 잘 염지된 돼지고기를 꺼내서 삼겹살에 붙은 럽을 아주 박박 씻어내야됨. 한 톨도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아주 박박박
원래는 이 과정에서 반나절 밖에서 말리고 훈제를 거쳐야 하는데
반나절 말리는 거 귀찮음 > 키친타올로 박박 닦아내고 손부채질 좀 해줌.
집에서 훈제는 좀 > 액상 스모크로 해결한다.
액상 스모크 고기에 반 스푼 정도 치덕치덕 발라주고
후추를 와다다다다 부어서 마무리.
베이컨은 오겹살로는 안 만든다는데, 다른 레시피는 보니까 오겹살로 만들기도 하고 하더라고.
이상태로 나는 에어프라이어에서 100도로 고기 중심부 온도 70도 될 때까지 구워줬어.
시간은 대략 2시간 40분 정도 걸린 듯. 고기 크기, 집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 성능별로 시간은 다를 것 같으니까
가능하면 고기 온도계로 내부 온도 측정하면서 굽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리고 구워져 나온 나의 베이컨.
집에 향신료와 돼지기름 냄새가 풀풀 풍김
아름다워.
사랑해 돼지.
썰어보니 단면도 잘 나왔어. 육즙이 줄줄 흐르는 모양새를 보니 내 침도 흐르고
그런데 껍질은 너무 질겨서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칼로 껍질 부분은 도려냈어.
레시피 중에 보니까 일부러 껍질 있는 걸로 만들어서 다 만들고 껍질 제거하는 레시피도 있더라고
껍질 없으면 수분 손실이 심하고 모양이 뒤틀리기 쉽대. 나는 그런 의도는 아니고 실수였지만
여하튼 모로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일단 육집 손실 없이 촥촥한 베이컨을 만들어냄
맛은
염도를 높게 잡아서 그런지 조금 짠데, 시중 베이컨 정도의 짠맛이라 거북하지는 않고
향신료 향이 폴폴 나서 시중 베이컨에 비해 맛이 풍부한 느낌. 그리고 씹으면 고기 육즙이 염분이랑 같이 입에 쫙쫙 감겨
베이컨인데 왠지 몸에 그다지 해로울 것 같지 않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기묘한 맛.
다만 단맛이 조금 아쉬워서 다음번에 만들 땐 흑설탕을 좀 더 추가하거나 메이플시럽 양을 늘릴 것 같아.
그리고 베이컨 만들면 다들 전통 까르보나라를 만들길래 나도 만들어 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재료가 이것저것 필요해서 그렇지
만드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아서 종종 돼지고기 싸게 나오면 만들어둘 것 같아!
혹시 베이컨 만드는 거 흥미있는 토리들에게 도움이 되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