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사람에 따라 트라우마가 될만한 내용이 있음! (폭력)
내 남편은 정말로 자상한 사람이다.
직장도 성실하게 다니고, 집안 일도 열심히 한다.
평일은 서로 일이 늦게 끝나 저녁을 회사에서 먹고 오지만
주말에는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유튜브를 뒤져서라도 꼭 해준다.
자기 전에는 단 5분이라도 마사지를 해주는데,
손에 힘이 좋고 손길은 부드러워서
마사지를 받다가 스르르 잠든 적이 많다.
딱 한 가지 흠을 굳이 고르자면 술이다.
너무나 흔한 클리셰지만 술을 마시면 사람이 변한다.
회식 때 한잔 거나하게 마시고 온 날이면
남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
작은 트집이라도 잡히는 날엔
머리채를 잡히거나 얼굴을 때리는 것이 예사다.
그래도 다음 날 술이 깨고 나면
상처에 약을 발라주며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는 커다란 꽃다발과 함께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의미로
비싼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식사를 대접한다.
그러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사과를 받아들이고 만다.
전에는 이런 삶을 사는 여자들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와 헤어지고 나서의 내 삶을 상상하기 힘들어
다음부터 절대 그러지 않겠다는 그의 말을
그냥 믿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그가 좀 다르다.
밖에서 술을 잔뜩 마시고 돌아온 그에게 다가선 순간,
다짜고짜 나를 바닥에 내동댕이 치더니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너 밖에서 무슨 짓 하고 다니는 지 내가 다 알아."
따위의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으면서.
아니라고, 무슨 말을 하는거냐고 외쳐봐도
그는 폭력을 멈추지 않았다.
머리는 산발이 되고, 입안은 터진 것 같았다.
한참을 그렇게 미친듯이 주먹을 휘두르더니
갑자기 그가 일어섰다.
잠깐 옷을 추스르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가 부엌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의 손에는 번뜩이는 식칼이 들려있었다.
이미 그의 눈은 분노로 붉어져 있었고,
그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보였다.
그가 나에게 점점 다가왔고,
나는 직감적으로 진짜 위험을 감지했다.
이번에는 진짜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가 휘몰아쳤다.
그 순간 나는 집 밖으로 무작정 달려나갔다.
밤 1시가 넘은 시각
어두운 거리에는 나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아니, 이렇게 까지 사람이 없을 수가 있을까.
골목은 평소와 달리 끝도 없이 길었고,
문이 닫힌 가게들 사이를 나는 마구 내달렸다.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뒤를 돌아본 순간,
남편은 어느새 내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었다.
여전히 손에는 그 섬뜩한 칼이 쥐어져 있었다.
나는 숨이 멎을 것 같았지만
다시 달릴 수 밖에 없었다.
근처 파출소 까지 잡히지 않고 간다면
나는 목숨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끝도 없는 골목을 돌아 나와
드디어 파출소가 시야에 들어왔다.
파출소의 불빛이 눈에 보이자
나는 안도감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파출소 앞에는 '순찰중'이라는 표지판이 걸려있었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실망감에 다리가 풀릴 것 같았지만
남편이 쫓아오는 소리가 지척에서 들리는
지금 이 순간 절망은 사치다.
생각을 해야 해.
생각을 해내야 해.
이 파출소 건물을 돌아가면
제법 큰 공중 화장실이 있지.
거기라면 한밤중에도
취객들이 자주 들락거려서
분명히 도와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있는 힘을 다 짜내서
화장실이 있는 건물로 돌아갔다.
남편은 지쳤는지 조금 뒤처지는 느낌이 든다.
잘하면 내가 화장실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화장실 건물 앞에서
찰나의 순간 고민을 했다.
내가 남편이라면 어디서 나를 찾을까.
아마도 여자 화장실에 숨었다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여자 화장실에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여자가 남편을 막아주거나
나를 도와줄 수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둘 다 죽는 것이다.
나는 주저 없이 남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소변기에서 일을 보고 있던
중년의 남자 분이 화들짝 놀랐다.
나는 목소리를 낮춰 울먹였다.
"...남편이 쫓아오고 있어요. 저 봤다고 하시면 안 돼요.."
헝클어진 머리와 멍든 얼굴과 피 묻은 옷을 보고
인상이 좋은 중년의 아저씨는
상황 파악이 된 듯, 못 본 것으로 할테니
어서 화장실 칸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나는 그 안에서 문을 잠그고
아래 틈으로 내 다리가 보이지 않게 하려고
변기 뚜껑을 덮고 그 위로 쪼그려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남자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은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여기..들어온 여자 없었습니까..?"
그리고 아저씨가 손을 씻으며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아뇨, 무슨 말씀이세요? 여자라뇨."
남편은 실망한 듯
"아..그래요.." 하더니
화장실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밖이 조용해지고
나는 드디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이제 나가도 될까.
밖에 있는 남자분께 경찰을 불러달라고 할까.
이 남자분이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려줄까.
하지만 이 사람도 그냥 취객일 뿐인데
내가 어떻게 믿지?
그냥 이 안에서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릴까.
찰나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
그런데 이상하다..?
밖이 너무 조용해.
잠깐 칸막이 아래로 바깥 상황을 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내가 숨어 있는 칸막이 아래 틈으로
엄청난 양의 피가 스며들었다.
나는 순간 위를 봤다.
칸막이 틈새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피를 뒤집어쓴 남편이
나를 지켜보며 숨죽여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
***
이 글은 사실
내가 지금 남편과 사귄 지 얼마 안 됐을 때,
실제 꿈을 꾼 내용이야.
당시 남친이 너무 다정하고 잘해줘서
뭔가 자꾸 의심스러웠는데
둘이 무서운 영화를 보고,
잠이 들었을 때 이런 꿈을 꾼거야.
꿈이 너무 생생해서
새벽에 잠에서 깼을 때,
땀이 이불에 흥건했고,
다음 날 내내 몸이 아파서
침대에 종일 누워있었어.
남편은 실제로 전혀 저런 사람이 아니고,
첫 문단 다정한 남편의 모습
+ 술 마시면 주사는 애교 부리다 잠드는 거 ㅋㅋ
그런데 사귀기 시작한 초반에만 해도
남자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었거든.
그래서 그런 꿈을 꿨나봐.
혹시나 트라우마가 된 토리들 없길 바라며
이만 들어갈게.
읽어줘서 고마워!
내 남편은 정말로 자상한 사람이다.
직장도 성실하게 다니고, 집안 일도 열심히 한다.
평일은 서로 일이 늦게 끝나 저녁을 회사에서 먹고 오지만
주말에는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유튜브를 뒤져서라도 꼭 해준다.
자기 전에는 단 5분이라도 마사지를 해주는데,
손에 힘이 좋고 손길은 부드러워서
마사지를 받다가 스르르 잠든 적이 많다.
딱 한 가지 흠을 굳이 고르자면 술이다.
너무나 흔한 클리셰지만 술을 마시면 사람이 변한다.
회식 때 한잔 거나하게 마시고 온 날이면
남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
작은 트집이라도 잡히는 날엔
머리채를 잡히거나 얼굴을 때리는 것이 예사다.
그래도 다음 날 술이 깨고 나면
상처에 약을 발라주며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는 커다란 꽃다발과 함께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의미로
비싼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식사를 대접한다.
그러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사과를 받아들이고 만다.
전에는 이런 삶을 사는 여자들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와 헤어지고 나서의 내 삶을 상상하기 힘들어
다음부터 절대 그러지 않겠다는 그의 말을
그냥 믿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그가 좀 다르다.
밖에서 술을 잔뜩 마시고 돌아온 그에게 다가선 순간,
다짜고짜 나를 바닥에 내동댕이 치더니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너 밖에서 무슨 짓 하고 다니는 지 내가 다 알아."
따위의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으면서.
아니라고, 무슨 말을 하는거냐고 외쳐봐도
그는 폭력을 멈추지 않았다.
머리는 산발이 되고, 입안은 터진 것 같았다.
한참을 그렇게 미친듯이 주먹을 휘두르더니
갑자기 그가 일어섰다.
잠깐 옷을 추스르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가 부엌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의 손에는 번뜩이는 식칼이 들려있었다.
이미 그의 눈은 분노로 붉어져 있었고,
그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보였다.
그가 나에게 점점 다가왔고,
나는 직감적으로 진짜 위험을 감지했다.
이번에는 진짜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가 휘몰아쳤다.
그 순간 나는 집 밖으로 무작정 달려나갔다.
밤 1시가 넘은 시각
어두운 거리에는 나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아니, 이렇게 까지 사람이 없을 수가 있을까.
골목은 평소와 달리 끝도 없이 길었고,
문이 닫힌 가게들 사이를 나는 마구 내달렸다.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뒤를 돌아본 순간,
남편은 어느새 내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었다.
여전히 손에는 그 섬뜩한 칼이 쥐어져 있었다.
나는 숨이 멎을 것 같았지만
다시 달릴 수 밖에 없었다.
근처 파출소 까지 잡히지 않고 간다면
나는 목숨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끝도 없는 골목을 돌아 나와
드디어 파출소가 시야에 들어왔다.
파출소의 불빛이 눈에 보이자
나는 안도감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파출소 앞에는 '순찰중'이라는 표지판이 걸려있었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실망감에 다리가 풀릴 것 같았지만
남편이 쫓아오는 소리가 지척에서 들리는
지금 이 순간 절망은 사치다.
생각을 해야 해.
생각을 해내야 해.
이 파출소 건물을 돌아가면
제법 큰 공중 화장실이 있지.
거기라면 한밤중에도
취객들이 자주 들락거려서
분명히 도와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있는 힘을 다 짜내서
화장실이 있는 건물로 돌아갔다.
남편은 지쳤는지 조금 뒤처지는 느낌이 든다.
잘하면 내가 화장실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화장실 건물 앞에서
찰나의 순간 고민을 했다.
내가 남편이라면 어디서 나를 찾을까.
아마도 여자 화장실에 숨었다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여자 화장실에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여자가 남편을 막아주거나
나를 도와줄 수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둘 다 죽는 것이다.
나는 주저 없이 남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소변기에서 일을 보고 있던
중년의 남자 분이 화들짝 놀랐다.
나는 목소리를 낮춰 울먹였다.
"...남편이 쫓아오고 있어요. 저 봤다고 하시면 안 돼요.."
헝클어진 머리와 멍든 얼굴과 피 묻은 옷을 보고
인상이 좋은 중년의 아저씨는
상황 파악이 된 듯, 못 본 것으로 할테니
어서 화장실 칸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나는 그 안에서 문을 잠그고
아래 틈으로 내 다리가 보이지 않게 하려고
변기 뚜껑을 덮고 그 위로 쪼그려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남자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은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여기..들어온 여자 없었습니까..?"
그리고 아저씨가 손을 씻으며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아뇨, 무슨 말씀이세요? 여자라뇨."
남편은 실망한 듯
"아..그래요.." 하더니
화장실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밖이 조용해지고
나는 드디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이제 나가도 될까.
밖에 있는 남자분께 경찰을 불러달라고 할까.
이 남자분이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려줄까.
하지만 이 사람도 그냥 취객일 뿐인데
내가 어떻게 믿지?
그냥 이 안에서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릴까.
찰나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
그런데 이상하다..?
밖이 너무 조용해.
잠깐 칸막이 아래로 바깥 상황을 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내가 숨어 있는 칸막이 아래 틈으로
엄청난 양의 피가 스며들었다.
나는 순간 위를 봤다.
칸막이 틈새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피를 뒤집어쓴 남편이
나를 지켜보며 숨죽여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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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사실
내가 지금 남편과 사귄 지 얼마 안 됐을 때,
실제 꿈을 꾼 내용이야.
당시 남친이 너무 다정하고 잘해줘서
뭔가 자꾸 의심스러웠는데
둘이 무서운 영화를 보고,
잠이 들었을 때 이런 꿈을 꾼거야.
꿈이 너무 생생해서
새벽에 잠에서 깼을 때,
땀이 이불에 흥건했고,
다음 날 내내 몸이 아파서
침대에 종일 누워있었어.
남편은 실제로 전혀 저런 사람이 아니고,
첫 문단 다정한 남편의 모습
+ 술 마시면 주사는 애교 부리다 잠드는 거 ㅋㅋ
그런데 사귀기 시작한 초반에만 해도
남자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었거든.
그래서 그런 꿈을 꿨나봐.
혹시나 트라우마가 된 토리들 없길 바라며
이만 들어갈게.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