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토리들아! 난 ㅇㅋ한지 8년이 다되어가는데 공포방이 있는건 도미토리와서 첨 알았어;; (공포) 공포방의 존재를 알게된 후로 디미 접속하면 공포방을 보게 되네 ㅋㅋ 쭉 읽다가 나도 기괴한 경험이 있어서 한번 털어봐. 일단 나 토리는 귀신을 믿지 않아 ㅋㅋㅋㅋㅋ 실체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범죄자들이 무서우면 무서웠지 귀신이 무섭진 않더라고? 그런데 30년 가까이 살면서 ‘아 내가 귀신을 봤구나’한 경험이 두번 정도 있었어. 썰 풀어 볼게. 디테일하게 쓰려고 하다보니 글이 좀 길어졌어.
물귀신
우리집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어. 고양이 키우는 토리들은 잘 알거야. 보통 고양이들은 낯선 사람들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 낯을 가리지 않는 고양이도 있지만 대부분? 낯을 많이 가린다고 알고있어. 집에 손님이 오면 초인종 누르는 동시에 우리집 고양이는 ‘으르릉’ 거리면서 냅다 침대 밑으로 숨어버리거든. 그리고 낯선이들이 떠날때까지 침대에서 안 나와. 엄청 예민하지? ㅋㅋ 암튼 내가 3년전에 임용합격하고 지방 학교에 근무하면서 근처 작은 아파트에서 자취를 했어. 이 집을 계약했던 이유가 볕이 너무 잘 들었고, 창이 집 앞 뒤로 다 뚫려 있어서 환기가 너무 잘 되는거야. 나는 냄새에 좀 예민해서 거주지의 필수 사항으로 늘 환기, 통풍을 꼽아. 사는데가 살짝 촌이다 보니 차 소음도 거의 없었고. 그래서 그 집이 거실 하나에 방이 두개였는데 하나는 침실로 쓰고 하나는 서재 비슷하게 썼어. 고양이랑 둘이 사는데 혼자살기 너무 좋더라고. 하루 일과가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수업하고 5시즘 널널하게 퇴근. 회식하는 날이 없으면 아파트도 학교에서 도보 15분정도 떨어진 곳이라서 마치고 털레털레 집에 들어오면 5시 반이 안돼. 비담임이었기 때문에 다른 선생님들처럼 학교에 오래 있지도 않았어 ㅋㅋㅋ (그때가 그립다)
암튼 일년을 그렇게 살았다? 초가을 즘이었나. 이제 제법 선선하긴 했는데 그래도 더워서 반팔 셔츠를 입었거든. 5시즘 퇴근하고 집으로 저벅저벅가는데, 그날따라 볕이 평소보다 뜨거워서 그런가 조금만 걸어도 땀이나서 셔츠가 등에 착 달라붙는게 느껴졌을 정도로 덥더라고. 나는 땀도 잘 안나는 체질인데 그날따라 유난히 땀이 나는거야. 그래서 걸으면서도, 이상하다, 10분 정도 걸었다고 땀나는 내가 아닌데, 하면서 집에 들어갔지. 그날 집 문을 여는데 현관에서 부터 눅눅한 물비린내가 확 나는거야. 하천 옆을 따라걸으면 맡을 수 있는 물 냄새였어. 그리고 이상했던건 평소 내가 현관문을 열때 내는 소리를 들으면 고양이가 야옹 거리면서 쪼르르 달려오거든? 그런데 그 날은 고양이가 마중을 안 나오더라. 냄새의 원인을 알아보겠다는건 잠시 미루고 고양이부터 찾았지. 야옹아 어딨니? 조용한 거실에서 낮게 부르니까 쇼파 아래에 웅크리고 앉아서 냥! 하고 작게 대답해서 바로 찾을 수 있었어. 내가 몸을 웅크려 귀를 바닥에다대고 고양이한테 왜 그래? 하면서 고양이 얼굴을 보니까, 고양이가 숨을 거치게 쉬면서 냄새를 맡고 있더라. 그때서야 아까 현관에 들어올때 맡았던 물 비린내가 생각났어. 얘도 지금 나랑 같은 느낌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 집에 뭔가 물비린내를 풍기고 있다는 걸 확신했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집을 뒤졌어. 먼저 싱크대에 가보고 화장실에 들어가 세면대, 욕조, 샤워기를 확인했는데 바짝 말라 있었어. 혹시 화장실 수체구멍에서 물이 역류하나 싶어 가만히 살펴보니 아침에 머리감고 빠진 몇가닥 머리카락을 제외하고는 깨끗했거든.
이상하다 싶었어. 장마 기간도 아니었고, 환기때문에 창문을 열어두고 출근하긴 하는데 집 근처에 하천이 있는것도 아니야. 집을 샅샅이 뒤져도 물비린내의 원인을 알 수가 없으니까 집을 돌아다니다가 포기를 했지. 집에 올때 땀을 흘린 게 생각나서 셔츠를 벗었는데 젖은 등이 찬 공기에 닿으면서 그때 집이 평소보다 춥다는 걸 깨달았어. 추운날도 아니었고 해도 아직 안 떨어졌었거든. 옷을 훌훌 벗는데 팔을 보니 닭살이 돌돌 돋아있더라. 후다닥 뜨거운물로 샤워를 하니까 코가 둔해졌는지 아까 심하게 풍기던 물비린내가 안 나더라. 오늘 낮에 교무실에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어서 순간 감기에 걸려 코에 있던 콧물비린내가 난게 아닐까, 의문을 정리했지.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서 딸칵 맥주를 따니까 그때서야 고양이가 쇼파 아래에서 기어나왔어. 자기 고양이 간식 통조림 따는 소린 줄 알았나봐. 고양이를 배에 올려놓고 나는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맥주를 마셨지. 아무생각없이 티비를 켜서 아무 채널이나 돌렸어. ... 오늘 낮 기온이 최대 28도로 다소 더운 초가을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 내일 낮 기온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는 가운데 중국의 압박이 거세..., 박근혜 대통령이..., 내가 그러려고 너를 낳았니?! 이게 어디서 눈을 똑바로 뜨..., 지금 바로 전화해주세..., 정말 볼 게 없어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깜빡 잠이 들었나봐. 다시 눈을 떴을땐 브라운관에서 뿜어져 나오는 퍼런 빛이 가구들의 크고 작은 그림자들을 만들정도로 밖은 어두워졌고, 휴대폰을 켜고 시계를 보니 여덜시가 훌쩍 넘었더라고. 일어나서 어제 먹다 남은 족발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때 아까 집을 뒤지다가 미처 닫지 못한 서재의 시커먼 문 사이가 눈에 들어왔어.
갑자기 가슴 팍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던 고양이가 서재쪽으로 고개를 획 돌리더니 ‘으르릉’거리는거야. 나는 그 소리에 순간 너무 놀라서 얼어붙었어. 고양이가 그러는건 뭔가 있다는 뜻이거든. 고양이가 귀를 바짝 세우고 동공을 활짝 열어서는 서재 문 사이로 뚫어져다 쳐다보더니, 뒷다리로 내 가슴을 세게 차고 튀어나가면서 재빨리 쇼파 아래로 숨어버리더라. 지금 이 상황이 장난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무서웠어. 티비 소리가 나는데도 미친듯이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관자놀이에서 들릴 정도였으니까. 나는 집중해서 새까만 서재 문 틈을 노려봤지.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귀신을 믿지 않아. 그래서 남성 범죄자들이 두려우면 두려웠지, 그렇다고 집 보안을 철저하게 한것도 아니야. 누군가 나를 해치려고 한다면 힘을 제압이 가능했기 때문에 창문을 열어두고 외출하거나 더우면 현관문을 활짝 열어 놓을 정도로 허술하긴 해. 그런데 그 어두운 시간에 집 안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불쾌하기 이전에 공포심이 마구 치솟더라. 내가 고양이를 4년정도 키웠는데 저 반응, 백퍼센트 뭔갈 본 반응이었어. 고양이의 그 반응 하나로 나는 꼼짝없이 쇼파에 등을 붙이고 고개만 살짝 든 상태로 누워있었는데 그때 문 틈 사이에 서재의 어둠보다 더 어두운 물체가 쓰윽 움직이는 걸 봤어.
그러더니 사람 머리 같은 물체가 열린 문틈 사이로 아까 잠시 멎었던 물비린내와 함께 슥 나오는데... 뭐랄까, 머리카락처럼 보이는 검은 부분이 해변에 나뒹구는 미역줄기처럼 잔뜩 엉크러진 상태로 축 늘어져있고 그 아래로 괴상하게 느껴질만큼 긴 목이 간신히 보였어. 문에 머리만 빼꼼 내 놓은 사람형체라는 게 번쩍이는 티비 브라운관에 의해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면서, 점점 그 형체가 뚜렷하게 보이더라. 너네 혹시 어릴때 썼던 크레파스 뒤에 공룡 찾는 착시 효과? 아니?? 초록색 검은색이 마구 뒤섞인 김 같은 걸 오랫동안 쳐다보면 공룡이 입체적으로 보이게 되는, 누군 보이고 누군 안 보이고... 한번 찾으면 계속 보이게 되는 신기한 착시. 그런 느낌으로 어둠에서 한 여자가 보였어. 머리카락은 긴데 젖어있는데다 잔뜩 엉켜 있었고, 공포에 잔뜩 질린 얼굴로 아랫턱을 덜덜덜 떨고 있었는데 이빨 부딪히는 소리가 간신히 들려. 팔목 만큼 길고 가는 목이 턱이 떨릴때 마다 좌우로 흔들리는데, 그걸 보고 있으니까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나 싶어 이 현실이 믿기지가 않는 인지력보다 마비된 이성이 압도하기 시작하더라. 내 숨이 들숙날숙하기 시작하더니 목덜미부터 엉덩이골까지 소름이 쫘악 돋는 게 느껴졌고 급기야 입김이 거칠게 뿜어져 나왔어. 살짝 비틀린 입 사이에서 헉! 외에는 아무 소리도 안 나왔어. 손에 쥔 리모컨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고 손에 나는 땀 때문에 리모컨이 자꾸 미끌렸어. 몸이 마구 부르르 떨렸고, 흥분해서 눈꺼풀이 바르르 경련을 일으키는 게 느껴지더라...
서로 마주한지 (여자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지만) 한 1, 2 분 정도 지났을까? 공포에 짓눌렸던 이성이 점점 돌아오고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생각이 들었어.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마구 뛰는데 어째 된 일인지 쇼파에서 꼼짝을 못하겠는거. 무언가 집어서 던지고 싶은데 리모컨을 쥔 주먹이 마음데로 움직이질 않아. 그때문에 살짝 주의가 흐트러짐과 동시에 여자가 감쪽같이 사라졌어. 그, 크레파스 뒤에 있던 착시 효과 처럼, 어느 순간 공룡이 사라진것 처럼. 온 몸을 짓눌렸던 공포심때문에 호흡을 훅훅 내뱉고는 큰 마음을 먹고 몸을 일으켰어. 간신히 손을 뻗어 집 전등을 켜고 서재쪽을 바라보는데, 그 여자가 준 충격때문에 자꾸 헛 형상이 보이는거야. 볕을 오래 쳐다보면 막 파란 기름때 같은 게 시야에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일부러 발소리를 쿵쿵 내며 서재 문을 활짝 열어 젖혔는데, 아무것도 없었어. 서재 책상, 책장, 청소도구함 을 다 뒤져도 아무것도 못찾았지. 대신 그 방에 들어섰을때 내가 오늘 현관에서 맡았던 물비린내가 심하게 훅 끼치더라. 서재 문을 닫고 부랴부랴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너무 급해서 전화번호부도 못 뒤지고 바로 외우고 있던 전화번호를 눌러서. 수화기 너머로 현실의 사람 목소리가 들리니까 눈물이 왈칵 솟더라. 친구가 왜 그래? 왜? 무슨 일인데? 하는데 아무말 못하고 엎드려 엉엉 울기만 했어. 무서워, 나 귀신을 본것 같아, 너무 무서워. 그날 밤 아홉시 즘에 친구가 집에 도착했고 내가 본걸 설명했는데 친구는 가만히 그 말을 듣고 있다가 오늘 여기서 자고 가겠다고 해서 겨우 진정이 되었어. 그 후로 그 미스테리한 형체는 다시 못봤지.
그 일이 일어난지 일년 이 지나고 나는 담임이 되었어. 우리 학교 근처에 왕릉이 좀 있는데 가끔 학교에서 답사 비슷한걸 시키거든. 그 날은 왕릉 답사하고 뒷산에 한번 올라갔다 내려오는게 전형적인 일정이야. 어쨌든 봄에 왕릉 답사 인솔이 한번 잡혀 있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내일 왕릉에 가려는데, 학년부장샘이 그러는거야. 토리샘, 뒷산 인솔할때 올라가는 길목에 저수지가 있는데 그게 작아도 엄청 깊어, 조심하세요 애들이 장난친다고 밀고 난리 부리면 큰일 나니까. 그 말듣고 네, 하고서는 집에 걸어가는데 문득 뒷산 가는 길을 먼저 다녀와야겠다라고 생각해서 그 쪽으로 걸었어. 왕릉 공원을 가로질러서 뒷산으로 가는 길을 가니까 아까 학년부장샘이 말한 저수지가 보이는거야. 처음에 별 생각 없이 저수지 곁을 갔는데 왜 위험하다는지 알것 같았어. 사람이 걷는 길은 저수지보다 살짝 높은 지대에 있는데 흙길인데다 저수지 가에 억새가 있어서 물과 땅의 경계가 모호했어. 안 그래도 활동량 많은 중학생 남자애들이니까 조심해야겠다 싶더라고. 근데 그때 뭔가 번뜩 생각나는게, 이 저수지 냄새가 묘하게 일년전 집에서 맡았던 물비린내와 비슷한거야. 그 기억에 계속 킁킁대니 불현듯 그때 서재 문틈 사이에서 봤던 여자가 생각나면서 아찔하더라. 나도 모르게 몸을 한번 부르르 떨었어.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왕릉을 빠져나오는데, 불쾌한 기억이 자꾸 생각나서 여기를 인솔해야 할까 싶은 생각에 학년부장한테 전화를 걸었지. 샘 꼭 여기 와야할까요?, 왜?, 그게...저, 내일 비온데, 네?, 내일 비오면 그냥 왕릉만 다녀와요, 알겠습니다 샘 내일 뵙겠습니다, 하고 끊었어.
마침 다음날 비가 쏟아지더라. 다행히도? 우리반은 왕릉만 현장답사만 했지. 괜히 그렇게 생각해봐. 혹시 저수지에 누가 빠져 죽은 게 아니었을까. 그때 빠져 죽은 어떤 물귀신을, 우리집에서 조우했던 게 아니었을까 (서프라이즈식 맺음 ㅋㅋㅋ) 아무튼 몇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 생각하면 머리가 삐죽삐죽 솟는다...
숨도 안 쉬고 써서 글이 너무 길어 미안해. 귀신을 본 경험은 두번인데 이게 첫번째 ‘물귀신’이라 해두고 두번째는 다음에 쓸게 ㅜㅜ 이거 혹시 네임드화 되어서 규칙 어기는 건 아니지??? 문제되면 알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