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원에서 강사 일을 잠깐 했어.
힘든 일도 많이 있었지만, 하루에 한번 이상은 배가 아플 정도로 웃고,
아이들의 무조건적인 사랑도 받고 그런대로 재밌게 다녔어.
어느 초여름 토요일이었어.
아마도 기말고사 대비 보충수업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
그 날 따라 날이 흐리고 후덥지근하더라고.
이 친구들은 내가 제일 아끼는 반 아이들이었는데 마지막 교시라 그런지
아이들도 나도 다들 지쳐있는 상태였고,
나 포함 모두 4명이었어.
우리가 있던 H교실은 다른 교실과는 멀리 떨어진 교실이었고,
조용해서 내가 보충수업 할 때 선호하던 교실이야.
여기 있으면 되게 조용하거든.
칠판에 글씨를 쓰며 설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선생님"
이렇게 부르더라고.
근데 목소리가 낮고 우울하게 들려서 묘하게 왠지 우리 아이들 같지 않은거야.
그래도 돌아보며
"왜?"
그랬는데, 애들 표정이 다 ???? 이런 표정이야.
그러더니 아무도 부르지 않았고 아무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대.
나는 소름이 돋았지만 애들이 무서워서 동요할까봐
"ㅎㅎㅎ 아 그래?"
하고 칠판쪽으로 돌아서려는데 한 아이가 사색이 되어선
"선생님, 혹시... 그 목소리 낮고 우울한 목소리 아니었어요?"
하는거야. 그래서 맞다고 했더니 애가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자기도 들었는데 이 친구는 가장자리에 있는 친구였고,
아무도 없는 쪽에서 소리가 들려서 잘못 들었나 했다는거야.
그 순간 아이들이 모두 꺅!!!!! 소리를 질렀고
나는 아이들을 일단 달래고, 밖에서 나는 소리를 잘못 들은 것 같다고 얼버무렸어.
그리고 일단 진도를 부랴부랴 마치고 아이들을 앞세워 보내는데
소리를 들었다던 아이가
"선생님, 사실은 그거 진짜로 들은 거 맞죠?"
이러더라구. 그래서 맞다고 했어.
근데 한번 그 소리를 듣고 나니까
그 후로 H강의실에서는 다른 반 수업을 할 때도 가끔 그 낮고 우울한 목소리가 들렸고
꼭 아이들 중 한명은 그 소리를 듣더라고.
어떤 아이 한 명이 아무래도 공부를 하다가 죽은 학생의 영혼이 계속 그 강의실에 떠도는 것 같다며 ㅎㅎ
평범한 얘기지만 나는 그 뒤로는 주말에 가급적 H강의실을 쓰지 않게 됐어.
공포글을 읽는 건 좋아하지만 쫄보라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건 무섭거든 ㅠ
무서워.......ㅠㅠㅠㅠ H교실에서만 들린거야? 주중엔 안들렸어? 넘 무서운데 대체 뭐였을까 궁금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