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방은 처음이라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게 있다면 댓글로 둥글게 알려줘ㅠㅠ!
업계알못 주의, 쓸데없는 TMI 주의, 장문 주의
※렌시티 내용 스포 있음 주의※
나는 사실 벨드씨 컨텐츠가 있다는 것 자체도 안 지 얼마 얼마 안 된 톨이야 ;ㅁ; 원래는 소설(이것도 주력은 로판이고 벨은 이제 막 걸음마 뗀 수준)을 주로 덕질하고 있는데, 덕후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최애 소설의 성공적인 웹툰화로도 만족을 못하고 또 다른 컨텐츠는 없을까 하이에나처럼 이것저것을 뒤적이던 나날... 어떤 작품은 무려 성우가 직접 연기를 하는 오디오 컨텐츠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쪽 업계에 대해선 말그대로 아는 게 1도 없는 문외한이라 열심히 이곳저곳 눈팅한 결과 작품 수가 많고 잘 알려진 제작사가 두 곳, 야해랑 아코가 있다는 사실까지 겨우 도달..ㅋㅋㅋㅋ 공교롭게도 내 벨 입문작이자 극호작인 <적해도>와 <레인보우 시티>가 각 제작사에 있더라고? 신나서 일단 적해도부터 들어보려고 열심히 해밍 앱을 깔았고!
그리고 그곳엔 적해도가 없었다 ^^......
믿기지가 않아서 거의 1시간 동안 해밍앱 뒤적뒤적한 듯.....
드씨 업계가 스트리밍보단 현물 CD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 리가 없던 머글 수준의 드린이는 크게 상처를 받았다... 적해도 티저의 기현오씨 목소리가, 내가 소설 읽으며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이라 광분하고 있었는데 마음이 차게 식었따.....
내가 듣고 싶은 작품이 스트리밍으론 없을 수도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상처받은 마음을 다독이며 이번엔 아코앱을 다운받음. 그리고 그곳에 <레인보우 시티>가 있음에 감사하다가 가격을 보고 약간 주춤ㅋㅋㅋㅋㅋ 아 활자 컨텐츠만 소비하던 오타쿠는 오디오 컨텐츠 가격 처음 보고 좀 흠칫했엌ㅋㅋㅋㅋ
근데 놀랍게도 3화까지 무료듣기가 가능하더라고? 거의 50분 분량인데?! 와!!!!!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난 오디오 컨텐츠가 어떤 건지 기미나 좀 해보자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고, 50분이나 무료로 들을 수 있으니 이 이상 듣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 거기다 <레인보우 시티>는 내가 정말정말정말 좋아하는 작품이고 이미 내 안에서 캐해석이 견고하게 자리잡은 상태라 성우들의 목소리/연기와 맞지 않을 가능성에 대한 염려도 있었고..
그래서 다이어리 정리하면서 들어보려고 일단 재생버튼을 눌렀는데 다이어리 정리는 개뿔ㅋㅋㅋㅋㅋㅋㅋㅋ 시작부터 몰입감 쩌는 bgm과 그 위로 차분하게 깔리는 석화의 나레이션에 펜을 들고 있던 그 상태 그대로 멈춤ㅋㅋㅋㅋㅋㅋ 와 시작하자마자 바로 집중하게 되더라ㅋㅋㅋㅋ 하던 거 다 관두고 주먹 쥐고 집중해서 듣는데
곽수환: 예~
장중령: 예에? 너 똑바로 안 받지?!! 거기 그대로 서있으라고 했더니 어디야!
곽수환: 가고 있어요~
장중령: 빨리 뛰어와!
곽수환: 예에~ 지금 갑니다~
곽수환: 아 맞다
장중령: 왜 또 뭐
곽수환:ㅎㅎ 화장실~ ^^
미 쳤 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미쳤나봐 난 곽수환 캐릭터를 살릴 수 있는 연기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천한 저를 쳐죽이세요 아니 근데 이건 솔직히 성우님의 연기가 너무한 거 아니냐 애초에 내가 곽솬 캐릭터가 까다롭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걍 아묻따 능글까리해야 함
존나 멋진 목소리인데 바른생활맨 냄새 나면 절대 안됨 껄렁한 양애취 같이 느껴져야 함
근데 너무 껄렁한 양아치이기만 하면 안됨 왜냐하면 이상한데서 올바르고 머리 좋음
머리좋은데 인텔리는 안됨 걍 본투비 머리 좋고 상황판단 개빠고 여유로운 야생늑대 같은 느낌 나야함
직위는 소령이지만 남들 머리 꼭대기 위에 있는 듯한 쎄한 느낌도 살려야 함
...등등 이 미친 원작소설덕후의 미친 요구사항들이 있었기 때문인데 애초에 이걸 다 하는 성우님의 연기가 너무 언빌리버블한 거 아니냐... 어떻게 이러지? 어떻게 이러지? 어떻게 이러지? 어떻게 이러지??????!!!!!!!! (함박웃음
거기다가
석화: 여기.... 서울이에요?
ㅇㅁㅇ?????
혹시 석화 성우님 진짜로 기절잠 잤다가 깨자마자 마이크 들이대고 녹음하셨나요?????
돌겠네 어떻게 이러짘ㅋㅋㅋ 심지어 석화 연기 너무 놀라운 게, 그 특유의 힘없어서 웅얼거리는 목소리를 내면서도 대사는 다 전달됨. 거기다 톤까지 내가 생각했던 석화 특유의 '힘은 없는데 딱부러지는 구석이 있는 무심한 미인톤' 이라 너무 좋아서 주먹 물고 울었다..... 곽솬도 곽솬인데 석화 캐릭터가 진짜 너무 연기하기 힘들 거라서 은근 걱정이었는데 네 역시 세상에서 제일 쓸모 없는 걱정이었구요.... 정신 차려보니...
이게 머선 일인고... 머선 일이야......
렌시티 떠나보내기 싫어서 허보라 딱 한트랙만 남겨두고 다... 들었다...........
이상하다 나 그냥 무료 3트랙이 50분이나 되는 거에 신나하면서 기미만 보려고 했는데? 그랬는데?
일단 저는 우리나라의 오디오 드라마 수준이 이 정도로 높은 줄 몰랐구요... 이런 좀비 아포칼립스 배경이 오디오 컨텐츠에서 이렇게까지 실감나게 표현될 줄 몰랐구요.... 솔직히 좀비 소리 나오는 것도 처음엔 효과음인 줄 알았네요 너무 리얼해서... 이게 성우님들이 내는 목소리라곤 상상도 못함 아니 사람이 좀비 소리를 이렇게.. 이렇게 진짜 좀비처럼 낸다고?ㅋㅋㅋㅋㅋㅋ OST는 또 왜이렇게 좋아? 스밍러라 OST 앨범 없는 게 천추의 한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이것도 좋았다 저것도 좋았다 쓰다간 글이 끝이 없을 거 같아서 최대한 정리해서(이제와서..) 써볼게
1. 곽수환과 석화
말해 뭐해 위에서도 이미 말했지만 성우님들의 캐해와 연기가 내 기대는 물론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1편에서 4편으로 가면서 둘의 감정과 주변 상황이 달라지는 것에 맞추어 톤도 변하는데 이 전환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놀랐음.
석화의 경우 진짜 말도 안 되게 약해서 처음엔 한 문장 한 문장 말하는 것도 버겁다는 게 느껴졌음. 말을 길게 하지 않기 위해 오히려 단호하게 말하고, 체력소모를 줄이기 위해 감정 표현도 거의 거세된 사람이다보니 굉장히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게 특유의 힘 없는 목소리와 더불어 한문장 말하고 숨 돌리고, 또 한문장 말하고 숨 돌리는 약한 호흡과 맞물리다보니 딱딱한 동시에 유약한 미친 밸런스가 탄생함ㅋㅋㅋㅋ 그래요! 이게 바로! 내가 상상했던! 석화 그 자체라구요! 돌! 꽃!
그리고 초반에도 석화가 속으로 생각하는 독백 부분은 석화가 밖으로 뱉는 대사에서보다 감정이 조금 더 느껴지는 게 좋았어. 호랑이랑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불패소대 대원들 대화 들으면서 아이들 같다고 귀여워하는 거나, 나도 쥐오줌보단 많이 먹는데...하며 약간 속상해하는 거 등, 이 사람이 체력 부족으로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감정 없는 무뚝뚝 재질 인간이 아니라는 걸 넘 잘 살리심ㅠㅠ 그래서 후반부 갈수록 체력이 좋아진 석화가 표현을 더 많이 하게 되는 흐름이 갑작스럽게 느껴지지 않고, 석화 내면에서만 이루어지던 표현들을 밖으로 더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꺼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고 느껴져서 넘 좋았어.
곽수환은 네.... 네... 제가 졌습니다(?) 진짜 내 이데아 속에만 존재하던 똘수환 캐릭터를 어떻게 이렇게... 목소리로 구현해내셨지.... 석화가 그 미약한 호흡과 힘 없는 목소리로 캐릭터를 살렸다면, 곽솬은 대사 사이사이에 나오는 특유의 그 흘리는 듯한 작은 웃음소리와 어? 아~ 하는 등의 짧은 추임새 같은 것들 때문에 미쳐돌겠어 이것 때문에 얘가 소령인데도 미묘하게 남들 머리 꼭대기 위에 있는 그 여유로운 느낌이 들어. 거기다 욕은 또 왜 그렇게 찰지게 잘 하시는지.... 네 저 곽수환이 말하는 씹새끼만 스무번은 반복재생한 거 같아요. 유정경은 좋겠다 곽수환한테 씹새끼 소리도 듣고(???)
근데 이런 능글여유캐가 제일 매력적인 건 뭐다? 그 여유로움이 깨지는 거다^^ 아니 이 두려울 것 없던 미친 먼치킨이 석화만 관련되면 자꾸 당황하더니(초반에도 곽솬이 석화 때문에 멈칫해서 1~2초간 마 뜰 때마다 좋아서 베개 내려침), 석화가 자꾸 위험한 곳으로 나아가니까 냉정한 척하면서도 전전긍긍ㅠㅠ 그러다가 결국 석화 처돌이가 되어가지고 목소리 말도 안 되게 다정해지는데, 갈수록 다정한 이 목소리가 석화 제외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평소 톤과 완벽히 대비되면서 더 좋았다ㅋㅋㅋㅋ (+석화가 최호언 ㅂㄱ한 거 봤다고 하니까 곽수환 급발진하던 장면은 내 상상보다도 곽수환이 더 그라데이션 분노해서 빵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
2. 최호언
네... 이 분.. 아니 이 새끼 얘기를 안할 수가 없네요 진짜 목소리 때문에 용서한다 미친 새끼야 아니 사실 용서는 못하는데 용서할게ㅋㅋㅋㅋ
나는 소설 읽을 땐 최호언 목소리 이렇게까지 좋을 거라고 상상을 못했단 말이야!!ㅋㅋㅋㅋ 근데 내가 렌시티 들으면서 깨달은 게 있는데, 이렇게까지 목소리가 좋은 사람이 이런 미친 싸이코 짓을 하면 더 무섭다는 걸 알았어.... 곽솬 때문에 설레서 두근거리던 심장이 최호언만 나오면 공포로 두근거림ㅋㅋㅋㅋㅋ 원작 읽었을 땐 아오 이 미친 새끼;;; 이랬는데 드씨 들으면서는 왜이렇게 무서웠는지 모르겠닼ㅋㅋ 공익광고 나올 것 같은 끝내주게 부드러운 중저음으로 자꾸 미친 소리해대는데 찐공포였어요...
그래서인지 원작만 읽었을 때보다 드씨 듣고나서 최호언 캐가 약간 더 호감(?!)이 되었음. 얘가 갖고 있는 곽수환에 대한 열등감과 분노, 석화에 대한 집착이 활자로 읽었을 땐 머리로만 이해했다면, 드씨에서 개쩌는 목소리+연기로 들으니까 그 모든 비이성적인 감정들이 가슴으로 이해가 될 정도로 와닿아서... 얘가 왜 그러는지 얘 입장에서 더 잘 알겠는데, 그래서 오히려 더 무서운 놈이 됨ㅋㅋㅋㅋ
3. 그 외 인상적이었던 캐릭터 연기
이채윤: 내 상상보다 더 씩씩한 목소리의 이소령이었는데, 그래서 더 좋았어! 석화 얼굴에 진심인 것도 너무 잘 살리시고, 약간 텐션 높고 큰 목소리로 대사를 치시는게 채윤이 캐릭터와 정말 잘 어울렸다는 생각ㅋㅋ
양상훈: ?????? 이분 혹시 진짜 양상훈 아니신지. 양상훈 실존인물이었음?????? (석화와의 첫만남에서 진짜 술냄새 나서 당황했다. 혹시 렌시티는 4D 드씨인가요? 분명 술냄새가 났는데?)
장중령: 내가 렌시티를 다 지르게 만든 무료분에서 날 반하게 만든 분 중 한명. 소설 읽으면서 장중령에 대한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잡은 적은 없었는데, 드씨 들으니까 너무 현실감 생생하게 와닿게 캐릭터화 되어서 놀람. 그 톤과 말투를 듣고 나이대와 생김새, 걸음걸이, 표정 등 모든 것이 눈앞에서 그려졌다ㅠㅠ 비중이 더 많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
유정경: 이 쓉새끼 이 양아치 새끼 진짜 책 찢고 나온 줄;; 껄렁대는 말투인데 곽수환과는 달리 진짜 근본부터 글러먹은 개시끼라는 게 와닿아서 좋았다.
이연태: 약간 얌전한 현실주의자 꼰대(?)를 상상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더 젠틀하고 멋진 목소리였어ㅋㅋㅋ 그래서인지 딱히 힘이 들어가있지 않은데도 진짜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상관 같아서 더 위압감이 들었음.
김박사: 소설에 느꼈던 그대로 소름끼치는 통수 개새끼였는데(석화와 나누는 대화에서도 그런 면모가 느껴져서 넘 좋았ㅋㅋ) 이 분 플톡 때문에 이미지갘ㅋㅋㅋㅋㅋ 아니 플톡에서 성우분이 너무 석화바라기셔서 빵빵 터졌닼ㅋㅋㅋㅋㅋㅋ
차학현: 학현이 목소리에서부터 이미 충성심이 느껴져요... 얌전하면서도 군기 바짝 들었는데, 의외로 섬세한 면모까지 있는 그런 군인의 이미지가 그대로 담긴 목소리라 진짜 좋았다. 특히 308에서 X돌 챙겨와준 장면 너무 감동ㅠㅠㅠㅠ
특히 좋았던 장면이나 연출도 있지만 그걸 다 쓰자니 지금 정리도 안 되고 글이 말도 안 되게 자꾸 길어져서 이만 쓸게ㅠㅠ 소설에선 볼 수 없었떤 렌시티 허보라 외전까지도 너무너무 좋아서 솬석 사랑하는 오타쿠는 행복했다. 이래서 다들 드씨를 듣는구나... 몇 번을 반복해서 듣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한분한분 빠짐없이 명연기를 펼쳐주신 성우님들과 몰입감을 높여주는 브금과 효과음 덕에 웃다가 울다가 난리도 아니네ㅠㅠ 뻐렁치는 덕심을 참지 못하고 결국 성우방에 글까지 쓰게 되었다ㅋㅋㅋㅋ 혹시 문제가 있다면 살포시 말해줘!
진짜 인생 첫드씨로 렌시티 골랐던거 개행운이었다고 생각해
너무 잘 뽑혔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른것보다 곽솬 이동훈님 석화 류승곤님
성우진이 너무나 찰떡;;;;; 어떻게 저렇게 캐스팅했는지 신기할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