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1년이 넘게 영화관 출입을 안했었는데, 정말 오랫만에 기다렸던 영화가 개봉했다고 해서
부모님 모시고 영화관 갔다왔어. 영화 보러 가기 전에 평을 봤었는데, 다들 칭찬일색이라서 기대하고 갔는데, 기대보다 더 좋았음!
무엇보다도 흑백이고 + 사극이면 약간 동주가 생각나지 않니? 같은 이준익 감독이고.
그런데 엄청 무겁지도 않고 초반부에는 영화 템포가 좀 빨라서 진짜 흡입력 있게 훅훅 넘어가. 웃음 터지는 코드도 있고.
잔잔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흑백이라 역동적이야.
그리고 아무래도 실존 인물을 그리는 영화잖아. 이준익 감독은 그런 영화를 주로 썼고. (특히 사극)
그래서 요 근래 문제가 되었던 모 드라마가 영화 보는 내내 생각나더라.
이준익 감독의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이 다 착하게만 나오지 않은 부분도 있고,
실존인물을 반영하지 않는 내용이 충분히 있을 수도 있잖아.
아무래도 사서를 통해서 그린 성격이기에 실존인물이랑 당연히 100% 같지 않겠지.
뭐가 그런데 이렇게 다를까 곰곰히 생각해 봤거든. 그런데 바로 그런 등장인물을 바라보는 이준익 감독의 마음이더라.
나쁜 성정의 사람이었어도 그 인물에 대한 인간적인 애정이 없으면 그렇게 그릴 수가 없겠더라 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나니 그 드라마가 더 미워지는거야. 위인을 떠나서 정말 실제 살아있었던 사람이고, 그런 사람을 플롯의 도구로만 소비하고
분명히 사람들이 문제점을 제기했을 때 고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했잖아.
그 인물에 대한 애정은 하나도 안보이고
도구로만 소비했고
아니라고 했지만 극구 부인했지만
아닌게 아니었던 그 의도가 더 명확해지는 꼴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 화가 나는거야.
같은 실존인물을 그리더라도 정말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을 흠뻑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래서 더 명확해진 그 의도를 바라보게 되면서 생각이 많아졌어.
영화 정말 좋아. 한 편의 수묵화 같은 느낌이 들고, 나오는 배우들 모두 연기 너무 잘해. 구멍이 없어.
예전에 왕의 남자 개봉했을 때 n차 봤었는데, 자산어보도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 들더라.
별개로 오늘 영화관 갔는데 우리 가족 포함해서 6명이 한 관을 차지하고 보는 현실이 슬펐어.
다 같이 보면 더 재밌게 흠뻑 빠지면서 볼 수 있었을 텐데.
코로나라서 권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맛이 사는 영화라 꼭 영화관에서 봤으면 좋겠어.
많이 봐서 별방에서 또 얘기 많이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