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토하!


도대체 일하는데 어떻게 쓸지 모를 순수어문(심지어 문학을 많이 들음ㅋㅋ)학과 졸업해서 뭐 해먹고 살지 세상 두렵고 막막했던 토리야.

어느날 문득 정신차리고 보니 번역회사에 2년째 다니고 있었어.


정말 많이 돌아서 왔지만 1. 언어를 쓸 수 있고 2. 숫자를 덜 보고 3. 그냥....재밌어 보이는.... 직무를 골라 이것저것 해봤는데

나한테는 번역회사 PM이 잘 맞는 것 같아. 

늘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것도 아니고 항상 상황에 맞춰 고객에게 딱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때 기쁨을 느끼거든.

모태설명충이고 관종이기 때문에 고객도 작업자도 나만 바라보는 상황이 매우 즐겁기도 했고....납기랑 돈으로 싸울때만 빼고....


그럼 토리의 오늘 이야기를 해볼게.

오늘의 이야기를 다 하고 나서 나랑 비슷했던 심정의 토리들이 생각할 수 있는 통/번역가의 길과 PM의 길이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해볼거야.


오전


8시 30분: 출근. 원래 출근 시간은 9시까지지만 아침에 화장실도 가고 싶고 바쁜게 싫으니까 조금 일찍 나와.

오자마자 메일을 체크해서 어제 퇴근 전에 의뢰한 번역물이 도착했는지 확인한다. 어제는 아랍어 번역을 의뢰했는데 번역사가 이집트에 사는 사람이어서 한국이랑 딱 7시간 차이나. 내가 퇴근할때 그분은 아침 열일중인 거지....중동이랑 유럽은 대개 내 퇴근시간=자기네 출근시간이고 미주는 반대임. 내 출근시간=자기네 퇴근시간.


9시: 사람들이 슬슬 오니까 인사하고 8시 반에 받았던 파일을 분류해서 번역사와 리뷰어에게 뿌린다. 보내기 전에 파일을 꼭 열어본 다음에 어떤 지시사항을 내릴지 고민해본다. 이 번역사는 항상 메모를 적으니까 메모사항을 참고해서 해달라고 하고, 저 리뷰어는 맨날 깜박하는게 많으니까 그거 빼먹지 말라고 쓰고, 고객사에서 용어에 까다롭게 구니까 이거에 신경써달라고 지시하고.


10시: 슬슬 고객사들이 출근해서 의뢰가 들어온다. 내 부서 쪽에 의뢰하는 경우 번역에 대해서 잘 모르는 고객이 많기 때문에 번역회사의 프로세스에 대해 자세히 안내해주고 대충 이정도 가격이라고 말하고 기간은 가능한 여유있게 이야기한다. 세부견적 들어가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안내.


11시: 들어왔던 번역본 리뷰를 시작해본다. 급하고 짧은 것부터 처리하고 길고 복잡한 건 작업 내보낼 때 써서 보냈던 지시사항을 본다. 나도 내가 뭐 지시했는지 까먹기 일쑤고 난 항상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에 1. 지시사항 잘 지켜졌는지 2. 걱정되는 부분 오역 없는지 3. 오/탈자, 누락이 없는지 검사하고 고객사한테 알릴 수 없는(ex. 번역사가 달아온 "이거 무슨 말이에요?", 리뷰어가 달아온 "살다살다 이딴 번역 첨본다"하는 메모 등등....)메모는 다 지워서 고객사에 납품.


12시:

점심시간


중요하니까 크게 썼다*^^*


1시: 그동안 밀린 메일을 체크. 사실 중간중간에 계속 체크하지만 꼭 점심때 전화하거나 메일보내서 뭔가를 시키는 고객들이 있더라....의뢰는 견적 작성해서 보내고 이거 번역 맡기고 싶은데 엌쾨요? 하고 물어보는 건 여력 되는대로 친절하게 응대. 혹시 오전에 번역본 받아야 하는 것 중에 안 들어온게 있는지 체크해보고 독촉메일을 뿌려본다.


2시: 사무실 어딘가에서 트라도스가 맛이 갔어요! 하는 소리가 나온다. 가서 보고 TM 안걸었다고 지적해주고 돌아온다. 그리고 TM이 뭐냐는 질문을 듣는다. 번역 메모리요....번역툴의 꽃과 빛과 소금가튼 존재입니다 구럼20000 누르고 매뉴얼을 쏴준다. 고구마 마니 먹었으니까 잠시 월루를 즐긴다ㅋㅋ


3시: 고객사에서 은근슬쩍 우리가 번역했는데 이거 체크만 좀 해봐~라며 번역문을 보낸다. 검수를 할 수 있는 꼴인지 체크해서 이건 검수로 해결이 안된다고 깐다. 가급적이면 부드럽게 말해서 까면 좋지만 그러면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원어민 의견<<이라고 이빨을 깐다. 원어민 의견을 구하는게 맞긴 하지만 원어민 의견은 한 40%고 내 의견이 60% 정도인 경우가 많다. 원어민은 한국어 못보는데 보길 바라는게 더 노양심이지 뭐 흑흑....기적적으로 검수볼 수 있는 퀄리티의 원고가 오면 원어민 쓱싹 보내고 내가 검색 좀 해서 맞춰 보낸다.


4시: 1시에 보낸 독촉메일에 답이 왔다. "PM님 저희집 고양이가 컴퓨터에 사이다를 쏟아서....웅앵웅"

그냥 펑크다. 시발. 울면서 한데까지는 보내달라고 말하고 담에 이 사람한테 연락할 때는 청심환을 먹기로 한다. 파일을 받으면 한데까지만 정산해주기로 기록하고 다른 사람한테 우는 소리를 하러 메일을 돌린다. "누가 하다 펑크났어요(X)", "긴급한 작업이 있어 연락드립니다(O)"로 이야기.


5시: 4시에 보낸 작업 떠넘기기가 성공했다! 토리는 200 경험치를 얻었다! 떠넘기기 받아준 분 사는동안 많이 버실 분. 꼭 퇴근 직전에 견적문의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후딱 답변주되 +1일(내일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견적을 답변하고 퇴근 준비를 한다. 오늘 들어온 매출, 번역사 비용이 다 잘 정리되었는지를 확인한다. 다 됐다면 내일 할 일을 메모장에 기록하고 후다닥 근무일지를 쓴다.


6시: 제일 좋아하는 퇴근. 하지만 이따금 이 시간에 퇴근 못한다.

1. 11시부터 보던 리뷰가 다 끝나지 않았을 때

2. 4시에 보낸 작업 떠넘기기가 실패했을 때

3. 죽어도 오늘 저녁에 파일을 받겠다는 손놈...아니 고객님 파일이 납품이 안됐을 때

4. 그외 잡다하고 다양하고 별로 즐겁지 않은 이유


토리PM의 하루는 이렇게 끝나.

매일매일 비슷한 일을 하지만 엄청 다양한 텍스트를 볼 수도 있고 고객의 니즈에 딱 맞춘(나쁘게 말하면 엿장수 엿가락썰듯) 번역문을 제공하는 게 생각보다 즐거워. 나중에 아예 고객사 쪽 번역PM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있고, 번역가로 전향하는 사람도 있고. 나중 진로 생각하는 것도 꽤 재밌어.


혹시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길 바라.

재미없는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 tory_1 2018.01.2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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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2 2018.01.2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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