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내용이 스포일 수 있음
로맨스는 소설보다는 웹툰파였는데.. 원작이 대단하다는 말이 있길래 궁금했었거든,
찾아보니까 생각보다 장편이라.. 1권만 사놓고 방치하고 있었는데
무슨 변덕인지 토요일 저녁에 시작했다가 한권 한권 더 사면서 읽다보니 어느새 7권까지 풀 결제
시간은 월요일 6시, 출근 3시간 전이었음.. ^^
로설을 많이 읽어본 토리들은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일부 유명작들만 접했던터라 베이스가 얕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너어어무 신선하고 흥미롭게 읽었어.
일단 가장 좋은 건 결말이 바뀌는 계기가 아이에게 사랑을 주고 싶다는..
개인에게는 절실하지만 객관적으론 소박한 이유였다는 거였는데,
회귀하고 '나에게 고통 준 이 세상 부셔버리겠어' 하는 스토리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에르셀라는 그냥 눈 앞의 이 상황이 힘겹고, 그 와중에 노력해보려고 하는데
하나하나의 선택이 나비효과가 되서 황폐한 미래를 새롭게 덧칠하게 되는 과정이 정말 가슴 뛰더라고..
장르 유행으로 회귀물이나 빙의물이 참 많이들 나오는데
난 어떻게 이 말도 안되는 (ㅋㅋ) 회귀에 이유를 붙여 독자를 납득시킬 것인가하는
작가의 고민을 보는 걸 좋아하거든!!
그런 의미에서 신석이라는 매개는 좀 아쉬웠는데
거기에 소원을 빌게되는 사람들과 이유가 너무 좋았고..
마지막에 회귀하기 전의, 어찌보면 순리대로 흘러갔을 미래가 너무 파멸적이라서
좋은 회귀였다.. 하고 납득함 ㅠㅠ ㅋㅋ
내가 생각하는 이 소설의 메시지는 '결국 사랑이 세상을 구한다'인데
내용도 장편이고 캐릭터들 심리묘사가 잘 되어서 그런지 나도 같이 구원받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어.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아무래도 남자 주인공인 하르젠인데..
수단의 결과로 태어나서 환영받지 못하는 사생아였고 성장 과정은 기만의 역사.
쌓아올린 모래성은 거대했지만 근간인 비밀이 폭로되면 모든 걸 잃기 때문에 부당하게 휘둘리고
사랑하는 아내 또한 자기를 수단으로 생각한다고 여겨(당신은 나의 최선이었어요) 안심하지 못하지
평안을 얻으려면 기만의 역사를 새로 써 새로운 왕에게 본인의 지위를 인정받아야하는데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아내를 안락하게 가둬 둘 수 있는 공국 독립이라는 단꿈을 꿔
하지만 소설의 서막과 같이 이 모든 계획의 이유인 에르셀라를 잃고
하르젠은 공국 독립의 꿈도 지우고 황폐한 하루하루를 살아가.
(에르셀라가 차라리 독살이었으면 했어ㅠㅠ 유전병으로 에르셀라를 잃은거 너무 허망해ㅠㅠ)
회귀 전 에르셀라가 망가졌던 계기가 되었던 어린 비센테를 없앨까 고민했으면서도
두려움에 잠긴 비센테에게서 본인의 모습을 본 하르젠은 비센테를 안아주잖아.
난 이게 하르젠이 궁극적으로 받고 싶었던 사랑의 형태라고 생각했어.
에르셀라의 회귀는 목적이 하르젠이 아닌 비센테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어떻게 에르셀라와 비센테 사이에 하르젠이 없겠어. 남편이고 아버지인데.
사실 고작 몇 년 거슬러 온 만큼.. 과정은 험했고
하르젠의 악수라고 (내가) 생각했던 반역도 결국 일으켜버렸지만
에르셀라의 사랑이 하르젠을 구원하지.
에르셀라가 단순히 하르젠의 목숨을 살린게 아니라
반역이 실패하면서 기만의 역사를 다시 쓸 기회를 잃은 하르젠을
더 이상 공작이 아니어도 되는 곳으로 데려온 거 보고 새벽에 물개박수쳤잖아.
공작도 사생아도 아닌 그냥 에르셀라의 남편으로 사랑받는 그 곳에서
하르젠도 꽃이 춤추고 바람은 노래하는 걸 느낄 거라고 생각함.
가장 중요한건 이 모든게 에르셀라가 알고 철저히 계획한게 아니라
그 순간 본인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필사의 발버둥쳐서 만들어진,
우연의 결과라는게 너무 설렘TT
(쓰면서 깨달았음.. 나 나비효과.. 이런거 좋아하네..)
새벽을 지새우면서 읽어서 그런가
몇가지 연결고리가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군데 군데 다시 읽어보려고 하는데 뭔가 마지막 외전까지 읽은.. 감정을 나누고 싶어서
후기 호다닥 쓰고 사라짐 ㅠㅠㅠㅠ
이 얘기를 무특정 다수와 나누고 싶은데 완결난지 너무 오래되서 그런가ㅜㅜ
글도 별로 없어서 아쉽다 아쉬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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