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신전에서 물의 용에게 제물로 바쳐진 여주
인간 새끼들, 어린 애한테 뭔 짓이냐... 싶었던 물의 용이
자기 제자 삼아 키워 줌
그냥 키우기만 한 게 아니라 자기 힘도 물려주고 죽어버림
제물이었다가 드래곤들 사이에서 인간도, 드래곤도 아닌 채
물의 신 비슷한 상태로 살아 온 여주는
자신과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다른 드래곤을 짝사랑했음
여주가 짝사랑하던 드래곤은 땅의 용이고 저세상 츤데레임
문제는 이 드래곤 새끼가 지옥 혓바닥 레벨을 아득히 넘어서
완전 입걸레 수준이라는 거 ㅅㅂ
말버릇 더러운 새끼란 걸 알면서도
여주는 짝사랑하던 땅의 용에게 큰맘 먹고 고백함
결과는...
처참하다는 말로 다 설명되지 않을 정도로 처참하게 거절당함
대차게 차여서 깨진 멘탈을 겨우 붙잡고 레어로 돌아왔는데
태어난 순간부터 여주를 짝사랑해 온 불의 용은
'이렇게 차여버리라고 일부러 들쑤셨다'며 븅신같이 입방정을 떨어댐
이 순간, 여주 멘탈이 완전 바스라짐
사실 물의 용에게 제물로 바쳐지기 전까지
신전에서 온갖 험한 나쁜 일 다 당했었던 우리 여주...
이 사건으로 잊은 척 살아왔던 트라우마가 단번에 터져나오면서
여주는 죽기로 결심함
여주는 사실 원래 성한 몸이 아니었음
물의 용이 자신을 제자 삼아 신력을 물려주고 죽었으니까
자신이 물을 다스리는 일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그냥 버티고 살았던 거
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을 마친 여주는
천년만에 인간 세상으로 나옴
더이상 '물의 신'이 필요하지 않도록,
그래서 물의 신이 없어도 괜찮은 세상이 되도록,
인간들에게 물을 다루는 법을 가르쳐 주기 시작함
그렇다
여주는 제국 최초의 여성 관리가 되었던 것이다
행정부 토목 뭐시기의 관리자가 되어서
온갖 나쁜 소리 다 들으면서도 존나 일함
빨리 치수법을 알려주고 속 편하게 죽어야 하는데
눈치도 없이 황태자놈이 여주 주위를 맴돌기 시작함
남들에겐 존나 개새끼, 여주에겐 댕댕이 모드로
황태자가 업무에 지장 갈 정도로 질척대니까
여주는 이 귀하신 놈을 한번 거하게 잡아 먹고(...) 버리기로 함
막 잡아먹으려다가 중요한 순간에 이성을 되찾고
우리 이러면 안된다면 상황을 무마했는데
끝까지 못 간 데에 안달난 황태자는 당연히 그 뒤로 더 질척댐
사실 황태자는 여주의 까마득하게 먼 과거와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음
이런 서사 주고 섭남이기 있기 없기
기똥차게 섭남 주식만 주워먹는 나톨은 황태자 과거 풀리고
얘가 섭남으로 확정나면서 억울해서 울어버림
이쯤 해서 저 앞에서 개 뻘짓을 했던 불의 용 얘기를 해야 함
이 새끼는 오리 각인 효과로 태어난 직후부터 줄곧 여주만 사랑했음
이 망할 놈은 눈치가 비상하게 빨랐음
그래서 여주가 땅의 용을 사랑한다는 사실,
땅의 용은 단칼에 거절할거라는 사실,
거절당한 뒤에는 제 차례가 될 거라는 사실을 다 알고
여주에게 고백하라며 등 떠밀었던 것... 븅신......
고백 사건 직후에 불의 용은 여주를 살리기 위해서
전 세계를 떠돌며 의술을 익혔음
여주가 머릿속이 꽃밭인 것처럼 맑고 밝은 척 하지만
사실은 속이 다 무너졌다는 걸 얘만 눈치채고 있었음
멘붕 원인을 제공한 제가 여주 눈에 안 보여야 이롭겠다 싶어서
몇백년간 여주 눈에 안 띄게 몰래몰래 조공만 해 왔던 것
등신새끼임
황태자가 여주에게 본격적으로 들이대는 타이밍에 맞춰
이 불의 용도 제국으로 돌아와 본격 삼각관계가 시작됨
보통의 로판이라면 기적이 일어나서 시한부를 극복!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가 되어야 하지만
이 여주는 자기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야 할 일을 하고
깔끔하게 생을 마감함
여주 결정이 어느 정도로 깔끔하냐면...
황태자에게 자신의 이름을 봉인해달라 부탁해버림
강력한 마력에 의해 이름을 봉인하면
이름의 주인에 대한 사사로운 기억이 모두 지워지거든
황태자는 결국 여주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음
그래서 여주는 제국 최초, 유일의 여성 관료였으며
제국의 치수에 공헌했다는 공식 기록만 남게 됨
여주가 얼마나 치열하게 삶을 살아냈는지,
뭘 좋아하고 싫어하고 슬퍼하고 행복해했는지와 같이
온전한 한 사람으로 '살아왔던' 기억들이
모든 인간들에게서 지워져버렸음
여주는 이런 끝에 만족해하면서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고
혼자서 자신의 끝을 맞이함
황태자는 평생 동정으로(...) 수절하면서
여주를 위한 순백의 안식처를 건축하고
땅의 용은 몇백년간 죽지도 못한 채 죄책감과 함께
아무도 몰래 혼자 떠난 여주에 대한 원망을 안고 살아감
로판 갓 입문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읽은거라
시발 여주 죽이기 있냐... 이렇게까지 망한 사랑 있기냐... 싶어서
한동안 로태기 엄청 쎄게 왔었음
여주의 과거가 되게, 진짜 되게 처참했는데
드라마퀸 모먼트보다는 죽을 날 결정한 말기 우울처럼
담담하게 서술된 부분이 많아서 그런지
여주가 내린 결정이 더 잔인하게 느껴졌음
앞에 안 보고 맨 마지막 엔딩 씬만 보면 해피엔딩같이 연출해놨음
제정신인가
날씨 이럴 때면 가끔 생각나고
다른 망한사랑 작품 읽고 나면 자동으로 얘가 떠오르는데
여주 인생이나 상황이 너무 찌통이라서 복습은 못함
사실 이것보단 망한사랑 뒷수습 + 여주판 사이다가 주된 스토리인
후속작? 연작이 내 취향 인생작 각이었지만
오랜만에 연재처 들어가보니까 이번 텍본사태때 습작되었더라
출간도 안 될것 같아서 솜사탕 씻은 너구리 된 기분으로 주절거려봤음
내일이 월요일이라 더 슬프다
끝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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