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정원
 "팀원이 나랑 한 팀장을 빼고 여덟 명이었는데, 그중에 TF를 덮느니 퇴사하겠다고 말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거죠. 다들 회사가 아무리 잘못 돌아가든, 위에서 누가 어떤 비리를 저지르고 그걸로 인해 누가 고통 받든, 그걸 다 조사하면서 직접 똑똑히 봤으면서도 핀치에 몰리니 자기 밥벌이가 먼저였던 거고. 그런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을 데리고 한 팀장은 회사 한번 고쳐 보겠다고...."

중략

 "나는 진짜... 내가 진짜 너무 죄송하고, 지금까지 후회되는 건... 결국 다 같이 밤새워서 일하면서도, 한 팀장과 같은 걸 보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는 거, 그걸 깨달았을 때 팀장님 마음이 어땠을지... 그러면서도, 실망했다는 말 한마디 없이 우릴 그냥 묵묵히 보내 주셨는데, 그때 얼굴이 나는... 지금까지...."

중략

 "내가, 한 팀장이 본인 규칙 깨가면서까지 이서단 씨 데려와서 보호해 주는 게 너무 어울리지 않는 짓이라, 내내 궁금했는데... 일하면서 이서단 씨를 좀 보다 보니까, 점점 한 팀장이 본인 젊었을 때 모습이랑 겹쳐 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중략

 "다 먹었어요?"
 "...네, 잘 먹었습니다."
 "일어나죠, 그럼."

 거의 건드리지 않은 돈가스를 두 접시 남겨둔 채 값을 치르고 나왔다.


-


 "기분이 개떡 같고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서. 내가 이렇게까지 엉망이었나 싶어서."

 피곤한 목소리에 새빨간 가시가 빼곡했다. 나를 향한 것이 아니더라도 찔린 것처럼 가슴이 따끔거렸다.

 "죄송해요."

 그래서 작게 중얼거렸다. 뒷목을 쓰다듬던 그의 손이 뚝 멎었다.

 "뭐가 죄송한데."
 "...도움이 못 되어 드려서요."
 "...이서단 씨가 생각하는 도움은 뭡니까. 날 얄미워하는 사람들을 다 쏴 죽이거나, 아예 회사를 사서 내 멋대로 주무르게 해 줄 겁니까?"
 "...그렇게까진 아니더라도."

 한 팀장이 내 어깨를 잡고 몸을 떼어 냈다. 마주 보게 된 얼굴은 감정을 지운 무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는 무심하게 내 눈을 들여다보다가, 말했다.

 "손 내밀어요."
 "네?"
 "재떨이가 다 찼잖아. 도움이 되고 싶으면, 손바닥 내밀어요. 비벼 끄게."

 나는 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가지런한 손가락 사이로 끼워진 담배의 붉은 불씨를 쳐다봤다. 오한이 난 것처럼 서서히 몸이 떨려 왔다.
 한 팀장은 점점 짧아지는 담배를 허공에 툭 털면서 고저 없이 독촉했다.

 "아니면, 싫습니까? 그렇게는 또 못 하겠어요?"

 나는 어지러운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망설이는 사이 억겁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발밑에 새까만 틈이 입을 벌렸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왼손을 펴서, 볼품없이 떨리는 손바닥을 그의 앞에 내밀었다. 핏기 없는 표면을 가로지르는 가느다란 손금이 내 눈에도 선명하게 보였다.

한 팀장은 한쪽 손으로 도망갈 수 없게 내 손목을 꽉 쥐었다. 붉은 담배 끝이 내 손바닥의 중앙을 향해 수직으로 천천히 떨어져 내렸다. 나는 피 맛이 나도록 이를 악물고 눈을 들었다. 끝까지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씨발."

 갑자기 그가 거칠게 욕을 씹었다. 확, 담배를 든 손이 허공에서 방향을 틀어 테이블 위로 쳐박혔다. 테이블이 뒤집어질 듯이 흔들렸다. 치지직, 타 들어가는 끔찍한 소리가 났다. 구겨진 꽁초가 나뒹굴자 하얀 나무 위로 그을린 자국이 남았다.

 단숨에 어깨가 붙잡혔다. 내 눈에 올려다 보이는 것은 라이터의 불꽃처럼 새파랗게 타오르는 눈이었다. 긴장이 풀리자 식은땀이 축축하게 등줄기를 타고 내렸다. 나는 조용히 숨을 가다듬었다. 그의 가슴팍에 시선을 고정하고 덤덤히 물었다.

 "제가 못 할 줄 아셨어요?"
 
 손가락의 악력이 어깨를 파고들었다. 그는 이를 꽉 물고 되물었다.

 "이서단 씨야말로, 내가 못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하셔도 상관없어서 내민 겁니다."

 떨림이 경련처럼 자꾸만 치밀었다.

 "저는 손이 아니라 입술이라도 팀장님이 내밀라고 하시면 내밀었을 겁니다."
 "......."

중략

 "나는 아마, 이서단 씨가 감당하지 못할 남자일 겁니다. 처음부터 알고 있긴 했지만. 그때는 이렇게까지...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이서단 씨를...."

 시선이 맞물리듯 맞닿았다. 그는 입을 다물고 느리게 숨을 내쉬었다. 뻗어 나온 팔이 나를 끌어당겼다. 품 안으로 몸이 거칠게 끌려갔다. 내 어깨에 턱을 묻고 그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가 들렸다. 나는 눈물을 깜박여 없앴다. 그의 등에 팔을 둘러 내가 할 수 있는 한 꽉 끌어안았다.





프로젝트 발표를 앞두고 TF팀이 궁지에 몰린 상황
한팀장의 얼굴 보기가 힘들었던 하루의 점심식사 시간
박대리의 입을 통해 묵직한 과거가 나오고
말과는 다르게 접시를 거의 비우지 못한 두 사람의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이미 한팀장의 비틀림에도 소유욕 느꼈던 서단이는 아마 박대리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과는 다르게 한팀장과 같은 곳을 바라보고 말리라는, 모든 걸 다 끌어안고자 했을거고

고작 10분 보셨다고 되받아치던 서단이의 올곧음과 심지가 
한팀장에겐 자신의 과거와 태생적 가학성을 건드는 일종의 트리거가 되어
서단이 한계를 시험하듯 굴다가도
타고난 기질마저도 이서단 한정으로 한 발 물러서고마는,

다른 누구에도 쉽게 보여주지 못한 음습하고도 나약한 자신을 
벌벌 떨면서도 다 끌어안아줄 수 있다는 듯 꿋꿋이 다가오는 서단이를 갈구하면서도 넘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데..
그 감정을 내뱉는 말조차 온전히 끝맺음 못하는 게 애틋했어

개인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원앤온리로 자리잡음을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라 너무 좋았어ㅠㅠ



  • tory_1 2018.03.31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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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2 2018.03.31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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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3 2018.03.3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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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4 2018.03.3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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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3 2018.03.3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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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5 2018.03.3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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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8 2018.03.3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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