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가 새로고침했는데, 날아가버려서...
그냥 쉬고 다음 날 돌아온 나톨이야.
1월 1일에 글을 올리고 싶더라고, 오늘 하려고 계획했던 거 오늘 안에는 끝내야지.
그중에 하나가 이 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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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는 그 질문을 하면 안 됐을지도 모른다.
"너 혹시 귀신 볼 줄 알아?"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는데 말이다.
"네. 보여요."
그 대답을 듣고, 얘가 말하는 게 진짜인가 아닌가... 후배의 표정이며, 눈빛을 읽던 나는 상황파악을 5초 정도 하다가 변화가 없는 후배의 강직한 표정에 스스로 판단이 안 들어서 말했다.
"뭐?"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건 대답도 아닌 되묻는 것뿐이었지만...
그리고 나는 이때까지도 저 질문이 불러올 후폭풍을 몰랐다.
내 남은 고등학교 기숙 생활 2년을 괴담썰로 만들 만한..
"귀신 볼 줄 알아요."
후배는 내가 못들었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한 번 더 똑같이 말했다. 나는 여전히 같은 표정이었다.
"어.. 귀신 볼 줄 안다고?"
내가 당황했던 건, 귀신을 볼 줄 알고, 말고를 떠나서 여태 그냥 농담 삼아 사람들한테 던졌던 말에, 자신이 그렇다며 답했기 때문이었다. 보통 '너 그런 거 믿어?' 하거나, '보여, 지금 네 머리 위에도 있는데? 으흐흐흐' 이러는 사람들이 전부였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다가, 근데 갑자기 어느날 진짜를 만났다고 생각해 보자. 누구라도 놀라지 않을까?
"다 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보이는 건 보여요."
이때의 나는 다 보는 건지 모른다는 얘기가 뭔 소리인지 몰랐다. 여러분은 저게 뭔 뜻인지 아는가?
"그게 뭔 소리야?"
"아.. 그게 뭐냐면... "
후배의 말에 따르면, 귀신을 보는 건 사람마다 다르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정말 강한 귀신만 보고, 어떤 사람은 그냥 부유령 같은 하얀 영혼 덩어리들까지 본다고 한다. 보통 사람 눈에 보이는 건 정말 사람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를 갖고 보여주는 게 대부분이다. 아니면 힘이 강해서, 그런 의도가 없더라도 자연스레 영안이 트인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귀신이거나.
"그럼 너는 어디까지 봐?"
귀신을 어디까지 보냐니, 여태까지 누구에게도 해본 적 없는 참 이상한 질문이었지만, 후배와 대화를 하려면 내가 알아야 할 내용 같았기 때문에 물어봤다.
"저는 귀신은 온전하게 보이고, 흐릿한 부유령이나, 신체 일부분만 보이는 경우도 있어요. 전체가 보이는 귀신이더라도, 아 얘는 보통 영안이 트인 사람들에게는 신체 어디만 보이겠구나 싶은 애들도 있구요."
"그럼 지금 여기에도 귀신 있어?"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언니 ㅋㅋㅋㅋㅋ"
나는 귀신 보는 사람을 만나면 예의 사람들이 한다는 그 질문, 여기에도 귀신이 있냐는 그 질문을 했다. 그러자 후배가 웃었다. 그 질문은 자기가 귀신 보는 사람인 거 알면 백이면 백 그거 물어본다고.
"아, 왜 ㅋㅋㅋㅋ궁금하잖아."
"여기에는 없어요. 사람이 계속 있는 자리에는 웬만해선 귀신이 없어요."
"그럼 사람이 사는 집에 귀신도 있는 경우는 뭐야?"
"보통은 귀신이 사는 집에 사람이 들어온 경우죠. 아니면 무슨 사연이 있어서 그곳에 묶여 지박령이 된 경우거나.."
귀신 얘기가 나오자 괜히 긴장해서 그런지 주변이 사아악 식은 느낌이 들었다. 가라앉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럴 리가 없지만.
나는 괜히 손에 들고 있던 종이컵을 가볍게 돌렸다. 종이컵 안에 있던 차가 가볍게 흔들렸다. 별거 아닌 동작이지만 조금 나아진 기분이 들었다.
"우리 학교에도 있어?"
"언니.. 말해도 언니는 모르잖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후배가 말하기를, 나는 귀신을 절대 볼 수 없는 체질이라고 했다. 원래 사람 자체가 귀신과는 전혀 주파수가 맞지 않는다는 것, 사람이 귀신을 보는 건 주파수에 맞는 라디오 채널을 트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어쩌다가 귀신과 그 주파수가 맞는 사람이나 귀신을 본다고 했다. 근데 나는 거기에 수호령이 둘이나 있어서, 어쩌다가 주파수가 맞아 귀신을 본다고 해도 수호령이 그 귀신과 엮이지 않도록 지켜주기 때문에, 귀신과 같은 장소에 실제로 있어도 나는 귀신과 다른 세계에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럼 내가 귀신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해?"
"언니는 주파수, 귀신이 나타나는 장소, 시간, 날씨 뭐 그런 조건 다 맞춰도 보기 힘들어요."
"그럼 영안을 뜨는 건?"
"언니, 언니는 귀신 보는 체질이 아닌데, 억지로 영안 뜨게 해서 보면 그만큼 고생해. 그리고 영안 뜨는 건 무슨 스위치 켜듯, 보고 싶을 때 보고, 안 보고 싶을 때 안 보는 그런 게 아니야."
"그럼 너는 어떻게 귀신을 보게 된 거야?"
후배에게 물었다. 후배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귀신과 연관이 없는 체질이듯이, 후배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보았다고 했다. 그러나 후배는 으레 귀신을 보고 영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이 신병을 앓거나, 귀신에게 괴롭힘당하는 것과 같은 일은 없었고, 그저 자신은 여러 귀신이나 영들을 볼뿐이라고 했다. 후배는 자신의 가족 중에 엄마가 예지몽을 꾸고, 영감이 좋지만 특이하게도 가족 내력에 신끼가 있는 사람은 없고 자신만 유독 이쪽과 관련되어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하지만 한국 토속신앙의 무당 같은 쪽이 아니라, 그저 보이는 사람이라고.
그래서 나는 후배에게 물었다.
"그럼 무당이 되는 건 어때? 보이니까 어느 정도 자격이 되는 거 아니야?"
"언니, 나는 그릇이 될 사람은 아니야. 무당처럼 누군가를 모시는 체질 또한 따로 있어."
후배가 이때부터 반말을 썼다. 수년이 지난 지금, 정확히 어떤 말을 하면서 반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자신이 귀신을 본다는 걸 밝힌 이후로 몇 마디가 오가고, 반말을 썼다는 건 기억한다.
"아... 나는 귀신이 보이면 전부 무당할 수 있는 줄 알았어."
"그건 아니야. 언니, 차가 식었는데, 새로 차 따라줄까?"
그 말에 나는 단숨에 식은 차를 마셨다. 새로 차를 따르려면 컵이 비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굳이 마실 필요는 없어. 식은 거 맛 없잖아."
"버리는 건 아깝잖아. 네가 준 건데. 어쨌든 고마워."
후배는 속눈썹이 긴, 그 큰눈으로 나를 슬쩍 올려다보더니 다시 시선을 내리고는 차를 따랐다. 종이컵에 따듯한 차가 채워졌다. 쪼르륵하고 차가 바닥에서 입구까지 점점 소리가 높아지며 채워졌다. 종이컵을 잡은 손, 종이벽을 하나 두고 그 너머에 있는 내 손에 온기가 전해졌다.
"언니 이거 어때? 언니가 녹차 좋아하니까 준비해봤어. 다즐링이야."
"다즐링?"
"홍차의 한 종류인데, 녹차랑 좀 비슷해. 아까 따라준 게 이건데 평소에 마시던 거랑 좀 다른 거 모르겠어?"
나는 후배의 말에 홀짝이며 한두 모금 마셔보았다. 우려낸 지 조금 된 차라서 뜨겁지 않아 쉽게 마실 수 있었다. 녹차보다 무거운 향이 입안에 감돌고, 따듯한 느낌이 목을 타고 그 아래까지 내려갔다. 속이 따듯해지며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음.. 더... 쓴 것 같기도 하고."
"홍차니까."
후배는 후훗하고 웃더니 내게 다른 홍차 티백을 몇 개 챙겨줬다. 티백 몇 개를 집은 손가락이 내 손바닥 위에 멈추더니, 탁 하고는 그대로 티백을 떨어뜨렸다. 내 기억엔 두 개 정도 받았던 것 같다. 이게 뭔가 하고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으니 손바닥 위, 종이로 된 티백에서 약하게 홍차 향이 올라왔다.
"언니 방에 들어가면 먹으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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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루 8시간 넘게 머물렀던 자습실에는, 벽이 달린 책상이 40개 정도 있었다. 공부방, 독서실하면 딱 떠오르는 그 앞과 옆이 막힌 책상 말이다. 그 책상에 앉아서 오른쪽 위에 달린 형광등을 켜면, 틱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불빛이 켜진다. 그 아래 책을 펴고 공부하다 보면 어느새 불빛이 하나 둘 늘어, 한두 시간 뒤에는 주변에 사각사각 필기하며 공부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조용하고, 조금은 답답한 이곳에서 후배와의 얘기는 내겐 휴식이자, 빛과도 같았다.
우리 학교는 고등학교 치고는 꽤 컸다. 건물만 6채 정도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은 더 지었다는데..) 밥을 먹고 급식실을 나오면 항상 후배와 산책하며 떠들곤 했는데, 학교를 빙 돌면 10분 좀 넘게 걸렸었다. 더 떠들고 싶은 우리는 걸음을 천천히 해서 20분이고, 30분이고 그 길을 느릿느릿하게 빙 돌아 다시 자습실로 돌아가곤 했다.
그 산책길에서 후배와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후배는 운동장 옆, 학교 기숙사 앞에 콘크리트로 턱을 쌓아놓은 곳에 앉았다. 아마 그 구조물은 지하 환풍구 시설 같았는데, 평평하고, 1m도 안 되는 높이라서 앉아있기 좋았다. 뻥 뚫린 운동장이 보이고, 햇빛을 바로 받는 곳이라 항상 따듯했다.
"언니, 언니는 그 성격이 전부가 아니죠?"
후배는 사람의 심리와 관련된 질문을 할 때 상대를 빤히 쳐다보는 버릇이 있었다. 그 질문을 할 때도 역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이게 나야."
후배와 덜 친했을 때, 후배가 존댓말을 쓸 때 쯤이라, 나도 어느 정도 벽이 있었는지 이게 진짜 나라며 둘러댔다. 후배도 그걸 아는지
"그래요. "
하고 다른 얘길 했다.
이후 2주 정도 지났을까, 후배가 귀신을 본다는 걸 안 이후 후배는 다시 같은 질문을 했다.
"언니, 언니는 진짜 그 성격이 전부야?"
"아니."
내 입에서는 다른 대답이 나왔다. 어차피 얘는 나를 아니까. 나도 너를 알고.
"그럼?"
"그냥, 잘 지내면 좋잖아. 잘 해주려는 거지."
"역시, 내가 본 언니도 그랬어."
"그런 면에서 너한테는 솔직한 편이지."
후배는 자기가 생각한 게 정답이라 좋은 건지, 아니면 내가 자신에게는 솔직하게 대하는 게 좋은건지는 몰라도 눈이 살짝 반달로 휘어지며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더니 말했다.
"알아. 근데 사실 언니는 나랑 비슷한 사람이야."
"뭐? 원래는 내가 귀신을 볼 수 있어?"
"...아니, 성격이 비슷하다고. 착한 사람을 그만두면 뭔 소리인지 알게 될 거야. 언니는 죽었다 깨어나도 귀신 못 봐."
"귀신 보는 사람이 있으면, 자연스레 주변인들도 그 영향을 받아서 귀신 보게 될 수도 있다는데, 너랑 흉가 같은 데에 가면 되지 않을까?"
"언니는 귀신들이 좋아해서 안 돼."
"뭐? 귀신들이 나를 좋아해?"
나도 잘못되면 빙의당하고, 귀신으로 고생하는 건가 싶었다.
"음.. 근데 그 좋아하는 게, 악한 귀신들이 먹이나 목표물로 삼고 들러붙어서 괴롭히는 게 아니라, 착한 귀신들이 언니가 좋은 사람인 거 알고 좋아서 지켜주는 그런 거야. 그래서 흉가 같은 데 가도 별로 영향이 없어."
생각해 보면 나는 귀신과 관련된 일이 전혀 없었다. 우리 집의 한가운데에 수맥이 흐르는데, 나는 그 방에서 자도 아무 일이 없었다. 기가 약한 남동생은 거기서 자면 매번 가위에 눌리고, 잔병을 달고 살기 일쑤였는데 말이다. 후배에게 이걸 말하니, "그건 언니가 그쪽과 관련 없는 체질이기도 하고 수호령이 있는 영향도 있을 걸?" 하고 넌지시 말했다.
"음.. 근데 그럼 우리 학교에는 귀신이 없는 거야?"
"있어. 알려줘?"
처음으로, 후배가 학교에 어떤 귀신이 있는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어쩌면 자습실과 가까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나는 약간 긴장되기도 하고, 들뜨기 시작했다.
"응."
"잠깐, 위치를 생각해 보니까 거기가 언니 교실인가?"
"뭐?"
놀란 나는 되물었다.
아, 근데 우리 교실이라고?
어.. 괜히 물어봤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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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쓰다가 브라우니 먹고, 떡국 먹고, 넷플릭스 보면서 천천히 하다 보니 이 시간이네.
나 남자친구 만나서 이 글 쓰고 있다 이 싸람들아!
앞에 썼듯이, 1월 1일에 올리려던 것처럼 빨리 쓰고 싶었는데, 하루 지나갔지만 빨리 쓴다던 약속은 지켰다 크크크크
글을 읽다 보면 감으로 알 텐데, 후배는 특유의 감+눈치로 상대방 심리를 파악하는 쪽이야.
먼저, 아 이 사람 이런 사람이겠구나 느낌이 오고, 얘기하다 보면 이쪽 맞네 하고 확신한대.
후배는 귀신만 보는 게 아니고, 사람도 볼 줄 알음ㄷㄷ
나는 원래 본능적으로 사람 파악 잘 해 ㅋㅋㅋ 인간상이 타입별로 분류되어 있는데, 여러 가지 중에 이건 맞네, 이건 아니네 쳐내고 나면 타입이 확정되는 거지. 근데 이거 신경써서 되는 게 아니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되더라고.
여튼, 다음 편부터는 괴담을 쓸 수 있을 것 같아. 내 예상대로라면 말이지.
+ 사실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워서 빨리 돌아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