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봤고 감독, 배우들 호감이라 제작부터 거의 2년을 기다렸음ㅋㅋ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실망스러웠고 시즌 2를 한다면 감독 교체 바람ㅋㅋㅋ이응복 감독이 피드백 해서 될 일이 아님
(좋은 부분은 제외하고 얘기할거라 불호글 보기 싫으면 뒤로가기 부탁해ㅠ)
1. 원작의 주제의식과 중요 포인트를 다 잘라버린 것.
원작과 드라마는 다른거 알아. 하지만 원작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기 때문에 원작의 중요 포인트를 살려야 드라마의 뼈대가 갖춰지는 것이라고 생각함.
EX) "스위트홈"이라는 제목의 중요성
"스위트홈"이라는 제목은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인데
드라마에서는 지나가는 장면 1에 불과해서 황당했음.
현수-지수 서사를 다 잘라내버린 와중에
기타 노래에 스위트홈이라는 제목 붙이는 장면만 가져온 게 너무 이해가 안됨.
현수 입에서 "스위트홈"이라는 단어가 나오기까지의 서사가 너무 빈약함.
이게 진짜 진짜 중요한건데, 왜 이 작품 제목이 스위트홈인지 알려주는 거였는데 원작에서 지수와 현수가 쌓았던 그 배경이 있으면 모를까, 아니면 다른 스토리를 창조했다면 모를까...
시즌 2 나온다면 좀 살려주길...
2. 인간의 욕망이 괴물로 변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이 없는 것.
이 드라마만의 차별점은 인간의 욕망이 자라나서 괴물로 변한다는 점임. 감독 인터뷰에도 이 점에 매력을 느껴서 드라마화를 했다는 것을 밝힘.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욕망이 발현되어 괴물이 된 것인지 설명이 필요한데 드라마엔 그게 없음.
물론 모든 괴물들의 서사를 보여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주요 몇몇 괴물들은 왜 괴물이 되었는지, 어떤 욕망이 문제였는지 보여줘야 했음.
드라마 보면 그냥 좀비랑 싸우는 것 같음.
괴물의 생김새가 제각기 다른 것도 욕망이 다 달라서인데
그냥 겉모습만 다른 좀비들이 갑자기 사람 앞에 나타나서 싸우는 느낌임.
(ex. 애기엄마 괴물이 그나마 서사를 보여줬는데 이것도 중요한 뒷 이야기를 다 잘라버렸으니...)
3. 설정 오류가 많은 것.
서이경은 어떻게 괴물의 위협 없이 남편 직장까지 쉽게 갈 수 있는가?
엘리베이터가 정원초과일 정도로 무거운 경비아저씨를 어떻게 한쪽 팔인 재헌이 혼자서 끌고 갈 수 있는가?
그린홈 내부에 괴물이 많은데 심부름하러 왔다갔다 하는게 너무 쉬운 것 같은데?
이외에도 내용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음...조금만 더 친절하게 풀어줬어도 위와 같은 예시들은 의문점이 없었을 거야.
수술 도구 가지러 밖에 나가자마자 괴물들한테 얻어맞는데
서이경은 그런것도 없이 혼자서 잘 도착하는건 어떤 모순인건지...중반부엔 밖에 괴물이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바깥이 더 안전한걸로 느껴짐;
4. 장르물과 군상극 그 어느것도 아닌 각색 방향
감독 인터뷰엔 극한 상황에서의 사람 간의 관계를 더 중요시했다는 것이 나옴.
사실 원작을 보고 장르물이 아닌 군상극을 하려 했다는 자체부터 이해가 안가지만, 제대로 된 군상극, 떼주물도 아니라는 것이 너무 아쉬움.
1롤인 현수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현수의 서사를 너무 줄이면서 주인공이 묻히는 게 참 안타까웠음.
처음 죽고싶은 욕망만 가득했던 현수가 사람들을 만나면서
살고싶고, 구하고싶은 욕망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잘 안드러남...
어쨌든 현수가 세상 밖으로 나가면서 사람들을 구하고 자신도 성장하는 이야기인데,
현수로부터 출발해야 하는 스토리라인을 아예 바꿔놓으니까
현수 빼고 전개가 흘러가는것 같고 현수 및 다른 캐릭터들의 매력도 줄어버림.
현수-지수 서사는 말할 것도 없고
현수-은혁, 현수-상욱, 은혁-상욱 등등..
오리지널 캐릭터인 이경은 시즌 2를 위해 만들었다고 해도 다른 캐릭터들과 너무 따로 놀고...
갑자기 맹장수술 전개시켜서 지수 캐릭터 후반부에 묶어놓은 것도 이해가 안됨.
그리고 지수는 현수한테 정신적인 버팀목과 비슷할 정도로 힘이 되어주는 캐릭터인데 싹 날린것도 의아함.
은유 캐릭터는 정말 이상한 방향으로 각색했더라.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인데 드라마에선 입만 산 캐릭터 되어버림.
유리도 불화살 쏘면서 괴물 물리치는게 멋있는데 정작 불화살 몇방 쏘지도 않음.
그리고 군상극 만들거였으면 캐릭터들이 더욱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성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함.
은은한 멜로 분위기가 의도된 연출이 아니고 지친 사람들 간의 힐링, 동지애라는데 그렇다면 캐릭터들 간의 조합을 너무 단편적으로만 나눈게 아닌가 싶음.
먼저 집중해야 할 서사들은 다 놓치고 쓸데없는 것들 가득 넣어버려서 너무 아쉬움. 물론 지금 드라마에서 상욱-재헌 같이 좋아진 관계성도 있으나, 여기서 더욱 풍부해질 수 있는 캐릭터들 간의 관계성을 많이 놓쳐버렸다는 것이 참...
5. 작품과 어울리지 않는 연출
크리쳐물, 아포칼립스 장르에 어울리지 않는 연출이라는 것을 깨달았어. 이응복 감독 전작들 보면서 믿고 있었는데 뒤통수 맞은 느낌??
물론 좋은 장면들도 있었어.(1화 오프닝/8회 엔딩/십자가 연출 등등)
그치만 전반적으로 작품의 긴장감을 연출이 잡아내지 못하는 느낌...무섭고 스릴 넘치고 긴장감 있고 두렵고 이런 분위기를 형성해야 몰입이 잘 되는데 그런게 거의 안보였음.
그래도 어느새 나도 모르게 몰입하고 있으면 갑자기 워리어+비와이 랩 노래 나와서 분위기 와장창...
EX) 경비아저씨 엘레베이터 내려오는 연출
예고편에서 봤을 때는 진짜 쫄렸는데, 막상 드라마 보니까 별거 아닌걸로 슥 지나감. 뒷부분에 재헌 죽는 씬은 명장면이라고 생각하지만, 엘베 층마다 내려오는 그 장면은 원작에서 정말 긴장감 넘치고 조마조마했는데 드라마에선 그런게 하나도 없었음...
지금 시청자들이 미묘한 러브라인이나 관계성에 대해 많이 좋아하고 있는데, 괴물이랑 싸우는 것보단 사람들 나올때 연출이 그나마 나음. 그치만...나로서는 저것 말고는 좋아할 부분이 크게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더 아쉬움.
감독이 크리쳐물 원래 안본다고 했을 때 당황스러웠음ㅋㅋㅋ
진짜 대중적인 시각으로 접근한게 맞구나 싶어서...
이런건 사실 이런 장르물의 진짜 덕후가 하는게 어울리는데ㅋㅋ
** 내가 느낀 작품의 장점
1. 한국에서 처음으로 이런 드라마 본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2. 캐릭터에 어울리는 캐스팅과 배우들의 연기
시간과 자본 등의 제약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을거라곤 생각하지만 감독 인터뷰를 보니 처음부터 작품 접근 방향이 다르다는걸 깨달아서 시즌 2가 나온다면 다른 감독이 연출 하는걸 보고싶음.
그리고 말 나올 만한 부분들을 다 예상했던데
알고 있었으면 더 충분히 친절하게 풀어주지...라는 생각이 들었음.
너무 기대가 높아서 더 실망이 컸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자꾸 미련남아서 계속 뒤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야ㅜ
지금 잘되고 있는건 맞는데 시즌 2 할지 말지도 모르면서
안하면 어쩌려고 떡밥만 가득 풀어놓고 갔는지...넷플릭스 이런거 진짜 싫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