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막 결국 인간이 제일 악하다는 게 중2병 같다느니 개미가 그런 끔찍한 짓을 했는데 악역미화 같다느니 그런 의견 때문에 호불호 갈리는 것도 보긴 했는데..

일단 제일 근본부터 따지면 개미는 허구의 존재잖아. 허구의 존재인데 인류를 위협하는 악역이라는 역할인데, 이 악역이라는 게 성경의 악마처럼 철저하게 가상의 존재이거나 외계인일 수도 있거든

근데 유유백서에서도 그랬듯이 토가시는 이 클리셰를 한 번 비트는데, 키메라 앤트는 원래 생태계 위협종이긴 하지만 "인간이 섞여 들어가서 현재의 잔인한 키메라 앤트가 된 것이다" 라는 설정을 넣어

키메라 앤트의 살육? 메르엠이 말했듯이 사람도 가축을 도축할 때 죄책감을 느끼지 않지

키메라 앤트의 각종 범죄? 인간도 하던 것. 심지어 동고르트 같은 막장 국가 모티브 현실 북한..

어떻게 보면 옛날 종교에서 사람이 악행을 저지를 때 사탄이 꼬드겨서 그랬다 마녀가 유혹했다는 식으로 사람의 악한 부분을 따로 떼어 타자화했었다면, 토가시는 "우리가 악하다고 생각하는 건 다 결국 우리가 저지르는 일 아닌가?" 라고 화두를 던진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인간의 타자화

메르엠을 죽이는데 쓰인 것도 무려 핵이잖아. 예전 전쟁은 그래도 군인끼리 싸우다 죽었는데 기술이 발전을 거듭해서 한 번 썼다 하면 민간인까지 가리지 않고 대량살상을 하도록 만들어진 게 핵무기. 핵무기를 금지시킨 후에도 드론으로 사람을 죽이고 있지

네테로는 자신이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메르엠과 1대 1로 싸워서 무술인의로써 무의 극치를 이루고 상대방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었는데,

그에 비해 제일 안전한 곳에서 자기는 피 한방울 안 흘리고 아무 죄책감 느낄 필요 없이 버튼 하나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 현대의 인류. 이게 바로 네테로가 말한 인간의 악의지.


키메라 앤트인 메르엠은 코무기에 감화되어서 인간과 "소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인간에게 애초에 대화는 선택지에 없었어. 자기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저 찍어누를 뿐.

키메라 앤트들은 자신들이 진화의 정점에 도달한 가장 우수한 개체이고 왕은 가장 완벽한 존재라고 주장해왔는데 결국 생태계에서 인간과의 싸움에서 진거야. 네안데르탈인이 호모 사피엔스보다 더 큰 뇌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결국 호모 사피엔스가 이겼고 우리가 그들의 후손이듯이 (단 현재는 어느정도 이종간 교배가 있었기에 흡수되었다고 보는 게 더 옳지 않은가 하고 있음)

헌터 헌터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연출이 장미 터지고 나서 토가시가 담담하게 그려낸 현실 세상.. 빈민층과 부유층, 내전과 평화, 최빈국에서는 기아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선진국에서는 음식이 충분하다 못해 넘쳐나는 부조리함.. 메르엠이 말했듯이

그렇다고 토가시가 개미편을 오로지 인간비판을 하기 위해 쓴 이야기인가? 아니라고 생각해

왜 우리는 키메라 앤트편에 막바지에 이를 수록 오히려 메르엠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될까? 그건 코무기와 교감하면서 메르엠이 점점 더 인간같아지기 때문이야.

가상의 게임 군의는 한자풀이를 하면 개미에서 인간이 된다는 걸 뜻하고 있어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단순히 인간같아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사람으로서 중요히 여기는 가치를 메르엠이 행하게 된다고 보는게 옳겠지

장애인인 코무기를 가족보다도 소중히 대해줬던 메르엠, 보잘것 없다고 생각했던, 폭력으로 언제든지 찍어누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코무기처럼 나약한 생명조차도 존중하게 된 메르엠, 코무기가 죽을 위기에 처하자 한없이 조심스럽게 상냥하게 대하지. 마지막에도 결국 자신에게 누구보다 소중한 코무기의 곁에서 숨을 거둬

메르엠 뿐만이 아니라, 레이나도 그렇지. 자식이 어떤 모습이 되든 엄마는 알아보는 거야. 그게 가족이니까


인류의 보편적 가치

단순히 사람이니까 사람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아야 사람인 거겠지?

개미편에 대해 써보자면 더 써볼 수도 있는데 그럼 너무 길어질 듯 ㅎㅎ 그리고 어디까지나 내 주관적인 해석이야!

아 그리고 내가 헌터 헌터에서 제일 특이하게 생각하는 건, 주인공이 세상의 중심이 아닌 소년만화라는 점. 다른 만화보면 주인공이 인류를 구원하고 세계의 멸망을 저지하고 전쟁의 영웅이 되고 어쩌고.. 저쩌고.. 근데 곤은 그렇지는 않지. 곤이나 키르아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헌터 헌터의 세계는 바뀌지 않아. 세계 최강의 넨 능력자 위에 정치인 있는 세계..

오히려 진처럼, 대의따위 없더라도 자기가 하고싶은 걸 즐기고, 과정에서 생긴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결과에 마냥 연연해하지 않는 삶이 매력적인 세계이기 때문에 곤이 메르엠을 이길 수 있었을거라느니~ 뭐라느니~가 하등 상관없는 거겠지 ㅎㅎ

  • tory_1 2020.12.16 10:24
    개미편의 엔딩이 유독 인상 깊었던건
    인간이 인간다움을 버렸을 때 메르엠을 죽일 수 있었고
    메르엠은 비로소 인간다워지고 죽음을 맞이 했다는것
    인간을 냉소적인 시각으로 보면서도 또 그런 인간을 찬미하는 복잡한 감정을 교차시킨 엔딩같음
  • W 2020.12.16 10:37
    맞아 그런 면도 있지.. 개인적으로 집단과 개인에 대해서도 많이 다루고 있다고 생각해. 사람이 잔인해질 수 있는 가장 중요 요인중 하나가 집단 사고거든. 타자화도 결국 집단으로 서로를 나누는 행위고... 개미가 무너진 가장 큰 이유도 인간적으로 변하면서 군집 생활을하던 종이 개인주의적이게 돼버린 것도 크게 작용했지. 굳이 동고르트의 원래 지도자는 사실 은거중이었다는 것도 개인의 성향성향과 관계없이 집단에 의해서 언제든 그 의의가 변질될 수도 있다는 그런 뜻도 있다고 생각했어. 헌터 위험등급에서도 개인과 집단의 등급이 다르더라
  • tory_3 2020.12.16 10:59
    헌헌글 너무 좋다... !! 헌헌 다 좋지만 개미편을 제일 좋아하는게 읽을때마다 감상 포인트가 달라짐. 나는 톨이가 말한 연출 보면서 메르엠의 말, 즉 인간의 부조리함을 느끼는 동시에 우리에게도 하는 말이라고 느껴졌어. 만화를 읽을때는 주인공의 시각에서 보니까 동고르트에서의 일이 얼마나 심각하고 슬픈 일인지 뼈져리게 느끼지만 연출처럼 한 발 물러나면 그냥 다른나라에 생긴 일. 일상과는 관계없는 일. 우리가 모르는 많은 재난과 전쟁과 살육이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지만 결국 내 일이 아니니까 관심이 없는 우리의 모습도 비판한 느낌이었어..
  • tory_4 2020.12.16 13:28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3/02 02:20:36)
  • tory_5 2020.12.16 17:27
    이런식으로 분석하니까 넘 재밌다 좋은글 고마워 톨아~~!
  • tory_6 2022.06.02 12:33
    너무 좋은글이다.. 개미편 정주행하고 이 글 읽으니까 너무 와닿아
  • tory_7 2022.06.13 14:55
    222 토리도 정주행하고 이거 봤구나 ㅋㅋㅋ
  • tory_8 2023.05.18 22:37
    진짜 좋다 글이
  • tory_9 2023.09.15 17:58
    헌헌 뒤늦게 다 보고 뽕 차서 글 보다가 이 글 보고 감복했어 ㅜㅜ 스크랩할게 너무 좋다
  • tory_10 2023.10.09 03:53

    으아 이 글 너무 좋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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