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여성문화이론연구소가 지은『페미니즘의 개념들』을 읽다가 외정냔들이랑 얘기해보고 싶어서 부분을 가져왔어!

요즘 외커 분위기 삭막한데ㅋㅎㅋㅎㅋㅎ..... 암튼

읽다보니 요즘 외커도 관련있는 그 이슈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라고.. 메갈에 대해서도.

인터넷 상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의견을 꺼낼 때 이제는 '나는 메갈은 아니지만,'하고 붙여야 하나 고민이 들더라고.

초기의 메갈이 줬던 카타르시스를 한발자국 떨어져서지만, 느낀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메갈을 비판하는 의견이 보기 싫었었어.

근데 이 책을 읽으면서, 메갈이 생기기 이전부터 외정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글과 좋은 댓글이 많이 달렸었고

외정의 글들을 보면서 페미니즘에 대해 이런저런 고민을 할 수 있었던게 생각이 나더라고..

페미니즘에도 여러 성향이 있다는걸 갑자기 정말 깨닫는 느낌적인 느낌...(나만 늦게 알았을 뿐 똑똑한 외정냔들은 많았던 것이다..)

진정한 페미니즘이 뭔지는 모르겠지만ㅋ

메갈이고 뭐고 어찌됐든 나는 나 스스로 더 공부해서 페미니즘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정립하는게 중요하다고 느꼈어!

죽고 없는 사이트 붙잡고 에너지 소비하는거나 '메갈'이라는 잣대로 사상검증 하려는 인간들 보는것 보다 그게 훨씬 나에게 이로울것 같기도

하고ㅎㅎㅎㅎ 옛날부터 '이대' '된장녀'로 하는 사상검증과 다를것 없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암튼 책 읽고 이래저래 생각하면서 넷상 이슈들을 한발자국 떨어져서 생각해 볼 수 있었던것 같아

이미 망한 커뮤니티이기도 하고, 한국 페미니즘에 있어서 메갈은 논의 대상(?)이 될만하다고 느껴져서

외정임에도 불구하고 메갈타령을 해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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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증후군

□기본 정의
성차별이 존재하고 여성이 그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기에 페미니즘의 필요성에는 충분히 동의하지만 페미니스트로 인식되기 싫어하는 경향을 말한다.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이 하나의 증후군으로 굳어지기 위해서는 페미니스트의 존재가 이슈화될 만큼 뚜렷해야 하고,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만연한 사회여야 한다는 두 가지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페미니즘이 널리 세상을 해롭게 한다는 편견이 확고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 점에서 이 어절은 역으로 페미니즘의 위력을 과시하는 전제가 된다. 설령 그 위력이 편견과 왜곡을 극한 것이라 할지라도 여기에는 페미니즘의 힘과 기세에 대한 일말의 공포가 내장되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 사전적 정의의 맥락 바깥에는 이미 일정 정도 선취된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의 위력이 뚜렷이 자리 잡고 있기에 그 공포의 정도가 아무리 경미하다 할지라도 이는 치명적인 일면을 가진다. 따라서 여기서 전제되는 오해와 편견은 일종의 힘으로 번영되어야 한다.


하지만 오해가 통용될 만큼 페미니스트가 개념화되지 않았던 당시 우리 사회에서 이런 식의 수사는 그다지 유효하지 않았다. 개념이 없다고 해서 오해까지 없으리라는 법은 없지만, 위의 경우처럼 오해가 위력적이지도 않고 오해가 형성될 만큼 장이 펼쳐지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개인주의에 흔히 수반되는 나르시시즘 또한 이 어법을 유도한다. 혼자서도 충분하기에 굳이 페미니즘 당파성이 요청되지 않는 이 관점에서는 페미니즘 또한 다양한 취향 중의 하나로 소비된다. 하지만 정치적 입장 없는 다양성은 페티시에 지나지 않는다는 스피막의 지적처럼 이들은 페미니즘을 하나의 기호와 취향으로 만듦으로써 성차별의 자장 속에서 성장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을 괄호친다. 다양한 삶의 양식 중 하나로 소비함으로써 젠더격차지수 하위 20퍼센트라는 사실을 은폐하는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이와 같은 개인주의와 나르시시즘의 내공에도 불구하고 이 어절이 주는 효과는 크지 않다. ‘나는 페미니스트이지만’과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지만’이라는 대립항은 별다른 차이가 없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긍정과 부정이 유사해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이상에서 살펴본 부인의 목록들은 현저하게 무력해진다. 부르디외의 말처럼 언어의 바깥에 존재하는 사회적 권력을 문제 삼지 않으면 언어의 힘은 상실된다. 수행성의 작동 여부는 그 발화자의 사회적 권련과 관계되지 언어에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여성이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지만”으로 말을 시작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다. 사회는 여성과 페미니스트를 분리할 만큼 여기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안티를 부각시킬만큼 페미니즘이 공론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했기에 그 부정을 양식화해 설명한다는 사실은 일종의 사치이자 호사로 충격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7여 년이 지난 오늘날, ‘페밍아웃’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페미니즘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담론 지형은 크게 달라졌다. 페미니스트에 대해 ‘not’으로 종결짓지 않고 ‘but’을 병기한 남(여)성이 있었던 과거가 황송하게 여겨질 만큼 여성주의를 향한 적의와 분노의 강도가 엄청나게 커져버린 것이다. 특히,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그 적의와 분노가 랜덤의 형태가 아니라 구조화된 것이라는 점이다.

-> '페밍아웃'이 아니라 이젠 '메밍아웃(?)'이 되었으니 한 발 나아갔다고 봐야할까...? 요즘 '메갈이 아닌 진정한 페미니즘'을 외치는 사람들 많던데. 페미니스트인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하던 사상검증에서 이제는 메갈과 진정한(?) 페미니스트로 변했으니까..? 그나마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들어간게 어디야


‘일베’에서 정점을 찍은 남성의 피해의식은 민주화와 신자유주의라는 정치경제학적 기반 위에 터 잡는다. 민주화의 전진은 페미니즘의 제도화로, 만사를 시장의 처분에 맡기는 신자유주의 경제는 극도의 개인화로 치닫기 때문이다. 국민의 정부로부터 참여정부에 이르는 10년간, 국가는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주체 역할을 해왔으며 여성가족부, 여성할당제, 성폭력특별법, 성매매특별법, 군가산점 폐지, 모성보호법 등은 페미니즘이 제도화된 성취들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민주화된 정치의 한복판에 여성이 할당되었으며 이로 인해 여성주의에 관한 한, 이미 다 이루었다는 오인 또한 미만하게 되었다. 신자유주의는 이와 같은 정치적 벡터와 대척점에 자리한다. “사회는 없다. 개인이 있을 뿐이다”라는 신자유주의적 불안과 공포는 남성들에게 투사되는 경향이 강하다. 중심의 위치에 서 본 적이 없었기에 전락이 불가능한 여성과 달리, 전락은 대개 남성들에게만 주어진 가능성이기 때문이다.(…)많은 여성들은 국경은 넘되 공/사의 경계는 넘지 못한 채 사적 영역에서 감정노동, 돌봄노동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괄호친 채 오직 유표화된 여성들만을 부각시킴으로써 남성들의 피해의식을 합리화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여성은 사회적 불안이 만들어내는 분노를 쏟아부을 수 있는 신자유주의적 안전망”이라는 윤보라의 진단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여성을 남성의 경쟁자, 나아가 남성을 착취하는 존재로 여긴다. 신자유주의적 존재 조건을 가진 개인의 불안과 공포가 젠더 관계에 투사”된 것이다.

-> 조금이라도 남성의 피해의식을 이해하게 된 부분. 어찌보면 그들도 피해자라는 1초의 연민이 들었음.




책 읽을때는 더 생각이 많았는데 글로 쓰려니 손꾸락이 안움직인다ㅜ.....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에서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 할 사람은 없고,
이런 저런 일이 있어도 여전히 외방은 나에게 페미니즘을 논의하고 배울 수 있는 곳이여서
공부 의욕이 뻐렁치는 요즘 눈치 없이 글을 올려볼겡..
                        


+ㅊ추축추가

  • anonymous 2017.11.28 13:07
    이 글에서 드러난 의견도 그렇고 지금 우리나라 페미니즘의 현실도 그렇지만, 남성들의 피해의식을 '이해'하고, 가짜 페미니즘으로 몰릴까봐 걱정하고, 이런 상황 자체가 나는 제 코가 석자인 사람들이 남의 처지 봐주는 거 같아서 참....안타까운 거 같아
  • tory_b632ed 2017.11.30 12:56
    2222ㅜ
  • tory_4bfa28 2017.11.28 14:01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8/02/20 15:47:22)
  • tory_b859d4 2017.11.28 14:07
    좋은 글 고마워 ㅠㅠ
  • tory_f0d97f 2017.11.28 15:51
    페밍아웃이든 메밍아웃이든 용어가 변했을뿐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모던걸 -> 이대 -> 된장녀 -> 김치녀 -> 메갈일뿐... 게다가 메퇘지니 쿵쾅쿵쾅이니 외모비하하는 경향까지 추가됐고...
  • tory_073e82 2017.11.28 16:03
    이번 사태로 나는 페미니스트고 너네가 하는 페미는 메갈이다 워마드다가 된 것 같아서 참....
  • tory_e6b7fd 2017.11.28 17:39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8/07/08 11:56:58)
  • tory_6ecba7 2017.11.28 22:43
    또 읽으니 또 새롭게 다가온다.. ㅜ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되기두 하구
  • tory_ab1967 2017.11.29 00:49
    좋은 글이다 요즘 사태 보면서 나도 많은 생각이 들고 그 생각을 좀 더 잘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어
  • tory_dbcdfa 2017.11.29 17:55
    진짜페미 가짜페미는 누가 나누는거야 정말로.. 페미니즘조차도 사회적 강자의 허락을 맡아야만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할 수 있는거야?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하고 말해야하는 사회가 너무 환멸나 그리고 여성이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면 온갖 욕설에 협박에 쿵쾅이니 메갈이니하는 무차별공격을 받아야한다는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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