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극극극호주의
제목은 우화원 귀인 본편 마지막 즈음에 나오는 윤 내관의 대사이고,
저 대사를 본 순간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주제가 이거 아닐까 느꼈던 부분이라 제목에 적었어.
나는 강소영 작가의 오랜 팬인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UJ보고서고 우화원은 사실 연재 때 작가 홈페이지에서 읽고 책도 사서 두세 번 읽었음에도 '역시 재밌네~'라는 감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거든. 그런데 최근에 이북을 장만하고 다시 찬찬히 읽으니 웬걸, 너무너무 재밌어서 내 안에서 UJ를 넘볼 정도가 되었어ㅋㅋㅋ
특히 우리 욱이...우리 욱이가 보면 볼수록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애샛기고 내 아픈 손가락이고 그렇더니, 급기야는 콩깍지가 눈을 대신하려는지 스물일곱 살 대장부가 애기로 느껴지는 불상사가 발생해서 매우 난감하다.
우리 욱이...우리 애그...ㅣ...아니 애샛기!!!;;하고 막 혼자 난리남-_-;;;
이 사달이 난 이유를 생각해보니 처음 우화원을 읽었을 땐 욱이랑 나랑 대충 대학교는 같이 다닐 수 있는 나이차였고(그때도 욱이가 연하), 지금은 1권 나이 기준으로 띠가 한 바퀴 넘게 차이나는...그런 상황이더라. 허연이 왜 욱이를 강아지 강아지 그러면서 예뻐하는지 이제 백 번 이해가 가면서도 완전 서럽다...리뷰 쓰다가 의문의 1패 당한 이느낌 뭐지요???
요즘 노정에 우화원 얘기가 많이 올라와서 하나하나 읽는데 정말 보는 사람이 열이면 해석도 열이구나 싶어서 흥미롭고 좋아.
bl소설 치고 드문 소재(지뢰 위주^^)가 많고 이야기 진행도 그런 편이라(역시 지뢰^^;;) 예나 지금이나 말이 많을 수밖에 없구나 싶고ㅋㅋ
워낙 장편에 등장인물도 많고 사건도 많아서 리뷰를 서른 개도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일단 오늘은 생각나는 것만 써보려구.
주말에 컴퓨터 앞에 앉지 않으면 리뷰 쓰기가 힘드니께ㅠㅠ
우화원 귀인에서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소제목이야.
소제목 얘기부터 하자니 나조차도 의외롭지만ㅋㅋㅋ 자야하니까 생각나는 대로 쓰자.
1권 '왕쾌장군의 승전연회'부터 '수중지왕의 변', '우화원귀인'으로 이어지는 소제목은 이것만 봐도 내용이 좌락 떠오를 정도로 인상에 깊이 남았고, 7~8권으로 이어지는 '춘야연'과 '광풍'은 보면 심장이 쫄깃해ㅋㅋㅋ 그리고 8~9권의 '절류'에서 쫄깃해진 내 심장 그대로 절단남ㅎ...
요즘은 연재라도 제목마다 꼬박꼬박 소제목을 붙여주지는 않지만 당시 작가 홈페이지 연재 때는 소제목이 제목에 붙어서 올라왔거든. 그래서 더 인상에 깊이 남은 것 같아. 이북 사서 몇 년만에 우화원 귀인 1권을 펼쳤을 때 '왕쾌장군의 승전연회'라는 소제목을 본 순간 밀려오는 추억들...정말 좋았어.
그리고 또 뭐 쓰지 아 아마 우화원 안 읽은 사람들한테도 유명할 그 장면,
이 글은 내 리뷰글이니까 당당하게 강조해서 쓰자면 난 7권의 그 부분이 너무너무 좋다ㅠㅠㅠㅠㅠ갯샹존좋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 기준으로 사연 없는 자 없고, 이해되지 않는 자 없으며 해답 또한 없는 저 장면의 어쩔 수 없음이 너무너무 좋았어. 가슴 아프고 슬프고 혼란스럽고 눈물나고...7권까지 장작처럼 쌓아온 이야기에 불을 붙였는데 쭉 읽어온 사람은 알다시피 중간중간 젖은 장작이 있었고 그 연기에 눈과 코가 맵잖아? 근데 난 눈물나도 좋았어ㅠㅠ 콜 미 변태 잇츠 오케이ㅠㅠ
여진...여진에 대해서는 무슨 할 말이 있을까. bl에서 이렇게 사연 많고 절절한 여캐를 바라는 사람이 있긴 할까?ㅋㅋㅋ
연주국이 패전국이 되고 허연이 패전지장의 몸으로 끌려가면서 이미 끊긴 인연을 우화원에서 다시 한 번 확인했고, 마지막 허연과 함께 보낸 4년이란 시간은 아마 그 자체로 기나긴 이별의 과정이었을 거야. 나는 정말 여진이 행복하길 바라. 그런데 어찌해야 이 여인이 행복해질지는 모르겠어.
여진 얘기가 나오면 허연이 나와야지.
허연은 정말 존경할 만한 인물이야. 외모, 무공, 지략은 물론이고 글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다정한 성품, 인품, 카리스마...이렇게 다 가지고 인간적으로 존경할 만한 캐릭터 흔치 않아. 허연에 대해서는 시영이가 한 말이 있지.
"폐하께서는 한없이 높은 자리에 올라 계신 무서운 분이시고, 그 여인은 아무런 힘도 없는 약하고 불쌍한 백성이옵니다. 그 상황에서 귀인이 누굴 돌보겠습니까? 그 사람은 본시 여리고 약한 것을 불쌍히 여기고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한 사람입니다. 그런 아름다움이 있기에 폐하께서 그토록 그를 사랑하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생에 단 한 번 잘못한 게 있어.
"귀인이 살면서 잘못한 일이라곤 과인을 사랑하여 모든 것을 다 두고 내게 돌아온 것뿐입니다."
이거야.
연주국으로 보내진 허연이 편할 수는 없었겠지. 고향에서 자신은 패전국의 왕족이자 패전지장, 적국 황제의 남첩이었다는 소문까지...하지만 허연이 단지 이런 소문이 힘들어서 황제에게 돌아온 걸까? 처자식도 있는데? 허연이 그럴 사람이야? 아니잖아.
허연은 욱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리움을 못 이기고 돌아왔어.
고향에 처자도 다 두고, 평생을 지켜왔던 자신의 신념과 도도 이때는 져버렸겠지.
"내가 약관의 나이부터 전장에 나가 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했었지만, 너를 향한 그리움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어떤 말로 포장을 한들, 한 여자의 지아비로서는 백 번, 천 번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는 일이야.
현실이었으면 허연이 다른 부분에서 어떤 사람이든 나도 국물 한 방울의 자비도 없었을 거야.
하지만 천만 다행으로 얘네는 소설 속 주인공이고, 그것도 bl소설이고 나는 욱이를 매우 좋아하니까...허연이 신념도 도도 다 버리고 찾아온 사람이 욱이라서 좋았어. 허연을 완벽하지 못한 인간으로 만든 단 하나의 사건이 욱이를 사랑해서 발생한 일이니까.
개인적으론 매우 지랄염병같은 사랑이 아닌가 생각했고...둘 사이가 일견 욱이의 일방적인 치댐과 허연의 받아줌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이 사랑에서 가장 큰 염병은 허연이 쳤다...고 나는 생각해.
강소영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느꼈지만 이 작가의 소설에서는 완전한 악이 드물어. 그런데 또 완전한 선도 없어.
전자는 우화원의 태황태후와 UJ보고서의 루소가 그렇고, 후자는 여기 허연과 UJ보고서의 유제이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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