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정원
주어는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나왔습니다
보면서 이게 왜 묘하지 싶어 곰곰이 생각해봤어

초독할 때는 그냥 그렇게 넘어갔지만, 재독하면서 보니 여성 캐릭터간 독특한 관계성이 눈에 보이길래 써봐ㅎㅎ

줄거리 언급은 되도록 피할 예정이지만... 캐릭터 간 관계를 말하려다보면 불가피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서 이런 부분은 양해 바라

아직 안 본 톨들에게는 많든 적든 스포가 될 수 있을 것 같으니 다시한번 양해 부탁하고ㅠㅠ

뜻하지 않게 가볍게 보기에도, 각 잡고 보기에도 좋은 작품 오랜만에 만나서ㅎㅎ 말이 굉장히 길어질 것 같으니까 이것도 양해 부탁해


이 소설의 독특한 관계성은 주인공 캐릭터에 기반해
다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이고, 그렇게 가진 것들이 되려 주인공 삶의 장애로 작용하고 있어

재미있는 부분은 주인공이 그런 부분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거야

가진 것, 결핍된 것에 대한 인지는 물론이고 그런 결핍을 내보이면 자신의 손해이니 위장해야 한다는 것까지 알고 있어


극중 조연의 말마따나 외모와 행동만 보면 '놀자고 부르는 카톡이 몇 백개씩 쌓여있을 것 같은 애'지만... 실제로는 불필요하게 연락처를 묻지도, 자신의 것을 알려주지도 않는 타입


가볍게 읽고 넘길 팝콘소설이라 여기고 시작한 건데. 미성년 시절 트라우마를 자존감으로 적당히 덮고 성인이 된 내담자에게 보이는 행동과 심리가 그대로 담겨있어서 좀 놀랐어

이런 주인공이다보니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방식도 독특해
은근히, 혹은 대놓고 메타포를 많이 깔아놨더라

상호관계 중심으로 보면서 내가 처음 주목했던 건 주인공의 자동차야

남주와 주인공의 관계가 '손'으로 암시된다면 자동차는 주인공이 형성한 <심리적인 담벼락>이 아닐까 생각해 

혼자 안심하고 있을 수 있는 밀폐된 장소이자 달리고, 열고, 나가는 행위를 통해 원한다면 언제든 세상과 이어질 수 있는 공간.
동시에 그 행위는 주인공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지 

문제는 그 차의 명의가 주인공의 아빠라는 거야
안심하고 숨을 수 있으면서 세상과의 연결고리인 곳조차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건데...
이것 또한 주인공이 지닌 심리적 부채더라

세상에서 혼자인 것 같지만 사실은 부모에게 기생해서 살고있다는 현실의 상징. 그리고 주인공이 부수고 나가야 할 알껍질 같은 존재인 셈

작가 문체가 상냥한 편은 아니고 작중 대화도 대체적으로 로코 느낌의 가벼운 티키타카인데도 주인공이 상호관계에서 겪는 피로감, 부담, 선망, 자기혐오, 환경 변화 속 스트레스가 죄다 보여서 신기할 정도였어


https://img.dmitory.com/img/202011/5le/hjY/5lehjYiA7e6yqeckeuqU6W.png


주인공은 처음 사건현장으로 이동하면서 '팀장님 차로 가자'고 말해

이 때까지만 해도 주인공이 자신의 차에 태우는 사람은 유일한 친구와 부친 뿐이었지
그러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털어놓는 것을 계기로 남주에게도 '자신의 차'에 올라타는 것을 허락해 줘

여기에 연결해서 생각했던 게 여주의 '찍기 능력'이야

주인공이 지닌 산신의 눈이라는 게 사실상 데우스 엑스 마키나인데도, 산신의 눈이 주인공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언급을 슬쩍 피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약하고 어리고 부족하고 노력하는 주인공> 캐릭터를 확실히 잡아두어서 읽는 쪽에서도 주인공의 불안에 휩쓸려서 몰입하게 돼

나는 이게 좋은 의미에서 작가가 아주 영악하게 안배한 트릭이라고 생각해

"신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사람, 함께 있어도 안전하다는 확신이 드는 사람만 자신의 공간에 들여보낸다"

이렇게 '누구를 자기 차에 들였는가'하는 명제로 걸러내니까 대화와 지문으로 드러난 친밀감과 달리 주인공이 진짜 신용하는 사람이 누군지 보이더라고 
감정선 따라 복선 찾는 재미가 있는 재독이었어

주인공 심리가 이렇다보니 여성 조연들과의 관계가 정말 특이해

주인공부터 조연들까지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가 저마다의 욕망을 욕망하고 주인공은 욕망을 이룰 수 있는 지름길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면서 하나씩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

이 관계를 일종의 관문이나 게임 퀘스트 삼아서, 주인공이 점차 알게모르게 성장해가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친구 없던 주인공이 동성친구의 개념과 가장 유사하게 친밀도를 형성한 캐릭터는 '닿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설정

한계까지 몰아붙인 상대는 주인공이 알을 깨고 나오는 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는 설정
주인공을 그렇게 한계까지 몰아붙인 상대의 정체가 <그 신>이라는 설정이 특히 감탄스러웠어

이 알 깨고 나오는 부분에 대해 말하고 싶지만 너무나 스포라 아쉽다ㅠㅠ

여성 캐릭터간 관계는 주인공이 업무적인 면에서의 성장뿐만이 아니라 적당히 거리 두고 친밀한 관계 쌓기, 당한 만큼 갚아주기 같은 기본적인 인간관계 스킬을 습득하는 계기로도 작용해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다른 학교나 해외로 멀리 도망치기만 하던 주인공이 회피나 도피가 아닌 마주 대하는 법을 익히게 되는 거지

에피소드를 위해 소비성으로 창작된 여자조연들이 아니라 저마다 입체적인 성격을 지니고 욕망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
다채로운 여성 캐릭터 서사와, 여주 성장에 포인트를 두고 읽는 취향이라면 꽤 만족스럽겠다 싶을 정도로

재독한 뒤에도 의아한 건 유야무야 넘어간 악역이 하나 있단 부분이야
서로의 이득을 위해서 생사를 위협한 상대와도 되도록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그런 방향까지는 이해했는데... 이 소설은 은근히 철저하게 권선징악이란 말야

현대 사회 법체계와 '분쟁조정위원회'라는 기관 특성과 전연령 소설에서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의 형벌을 보여주면서 이 악역하나만큼은 너무 아무 것도 안 하고 지나가는 거... 이상하지 않아?

그래서 2부나 외전이 있는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어
삐약이가 알을 깨고 나왔으니까 훌륭한 장탉으로 성장하는 것도 제대로 보여줘야지ㅎㅎ

문을 열고 닫고, 닿고 떨어지고, 밝고 어둡고 따위의 대비심상도 재미있고... 주인공이 '코 앞에서 문 닫는다'며 성내는 상대가 남주라는 점 또한 흥미있게 체크한 부분이야

권시진 계열 불주둥이 남주 심리나 민간설화 설정도 얘기하고 싶은데 너무 오타쿠같고ㅠㅠ

무엇보다도 너무 길어서 읽기 지루할 것 같으니까 여기서 끗!

어디까지나 사적인 감상이라 이미 한 번 완독한 토리들이나 읽을까 말까 고민중인 톨들이랑 같이 의견 나눠보고 싶어!
  • tory_1 2020.11.2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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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 2020.11.2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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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3 2020.11.2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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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 2020.11.22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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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4 2020.11.2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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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 2020.11.2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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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5 2021.01.26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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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6 2021.01.26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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