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하톨~~~
마지막 3편을 쓰러 왔어. 한 2개월 지난 줄 알았는데.. 시간의 흐름 무엇..?
흑흑.. 늦게 써서 미안하다.. 물론 기다리는 톨들은 없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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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였나 중간고사가 끝난 그날, 평소와 다르게 친구들과 노는 것조차 힘에 겨워 바로 집으로 돌아갔어.
평일 오후 집의 모습은 공기부터 낯선 것 같단 느낌이 들었어.

야자를 마치고 저녁을 지나 밤이 다되서 들어오는 일상 때문에 그런지 집안의 따스한 공기가 굉장히 이질적이라고 느껴졌어.
우리 집은 항상 맟벌이 가정이라 집에 아무도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날따라 누군가 집에 있는 것 같단 느낌을 받았어.

그렇게 집안을 둘러보던 도중에 낯선 담배각이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게 보였어.
집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은 아빠와 언니 뿐인데 그당시 언니는 흡연 사실을 알리지 않은 상태라 대놓고 눈에 보이는 곳에 담배를 두지 않는 걸 알고 있었고 담배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 보인 담배각이 아빠와 언니가 피우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어.

순간 집에 누군가 다녀간 것인가? 싶은 생각이 문뜩 들어 집안 곳곳을 확인하였지만 사람이 없다는 걸 알게 된 후엔 조금 안심이 되었던 것 같아.

잠시 쇼파에 앉아 멍하게 있다가 점점 선잠이 들어오는 것 같아서 낮잠이라도 잘까 싶어 안방으로 향하던 도중 젊은 남자로 보이는 사람이 집 앞 현관의 초인종을 눌렀어.

우리 집은 아파트였기 때문에 1층 현관에서 한번, 집 문앞 현관에서 1번 알림을 울리게 하는 시스템이었는데
바로 문 앞까지 온 낯선 사람이 초인종을 누르니 이상하게 쎄하더라고. 택배회사 직원으로 보인다기엔 유니폼도 짐도 없었고 꽤나 껄렁한 모습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상태로 문 앞에 있었거든.

처음엔 누군지 물어볼까? 싶다가도 그 당시에 숨바꼭질 등 낯선사람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미디어로 배운 상태라 그냥 가만히 지켜만 보기로 했어. 오늘 내가 시험만 없었다면 집에 아무도 없을 시간이었고 특별한 볼 일로 온 사람이 아니길 바랬던 마음이 공존하면서 계속 인터폰 속을 바라보았어.

남자는 처음엔 가만히 있더니 집 안 사람이 반응하지 않자, 점점 초인종을 누르는 횟수가 빨라졌어.
그러면서 마치 화면 너머의 사람이 바라보는 걸 알고 있는 듯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문을 열라는 식의 입모양으로 계속 소리치는 것 같았어.

순간 소름이 온 몸에 돋았어. 집에 사람이 있다는 걸 어떻게 하는걸까? 원래 한두번 눌러보고 못해도 3-4번 누르는 게 일반 적인데 지금처럼 10번은 넘게 누르는 상황이 일반적이진 않다는 걸 알고 있으니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어.

한 20 번 정도 벨이 울렸을까. 남자는 집에 사람이 없다는 걸로 느꼈는지 잠시 잠잠해졌어. 그 대신 다시 문 앞에서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어. 짧은 시간이었지만 핸드폰에서 뭔갈 찾는 듯한 모습이 보였고 순간 비밀번호를 찾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고 난 문 앞으로 가서 철쇠를 걸어 잠그고 다시 인터폰 앞으로 갔어.

화면 속의 남자는 무언가 내용을 찾는 듯한 모습이 계속 보이더니 핸드폰과 우리집 도어락을 만지작 거리는 모습이 보이고 뚝, 화면이 끊어졌어. 예상과 같이 비밀번호가 삑-삑-삑-삑 눌리는 소리가 들렸어.

다행이었던 건 우리집 도어락이 터치형식인데 항상 번호 위치가 바뀌는 제품이어서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은 한번쯤은 틀리게 누르게 되어있었어. 내 경험과 같이 처음 눌렀던 비밀번호는 당연히 틀리다는 소리가 집 안에 울렸지. 삐익-삐익- 순간 남자도 당황하는 듯 싶었지만 다시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 바로 전화기에 달려가 112 번호를 눌렀어.

그때 난 내가 사용하던 핸드폰을 버스에서 잃어버려서 아이폰4를 임시폰으로 받아 사용했었는데 충전기까지 고장난 지 며칠이 지난 상태였기에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화수단은 무선 전화기 밖에 없었는데 iptv 같은 곳에서 같이 설치한 무선 전화기들은 누를때마다 소리가 꽤 크게 나기 때문에 조용하게 통화하기 위해선 그 남자가 문을 열기 전까지 경찰에 신고해야만 내 인기척을 숨길 수 있었어. 하지만 난 쉽게 경찰에 신고할 수가 없었어. 순간 드는 생각이 신고를 해선 안된다고 떠올랐기 때문이야.

1. 미리 집에 왔던 경험이 있어 보이는 듯한 남자.
2. 집에 누가 사는지 아는 듯한 모습 -> 핸드폰으로 비밀번호를 확인했다. -> 비밀번호를 알려 준, 알게 된 내역이 있을 것
3. 뭔가 두고 왔기 때문에 우리 집에 온 것이 아닐까? 그건 식탁 위에 있던 담배인가?
4. 젊은 남자의 모습은 못해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설마 언니랑 연관 되어 있는 건가?
5. 당시 언니가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신고를 한다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와 같은 추론은 생각의 꼬리를 늘어놓았고 만약 신고하게 되면 당시 미자였던 언니의 흡연 사실도 부모님한테 들키고 잘못하면 경찰한테까지 발각되는게 아닌가 싶었어. 게다가 남자까지 신고가 되기 때문에 언니의 친구관계에도 영향이 갈 것이라고 생각했어. 아무리 고소와 같은 민사소송을 안한다고 해도 어느정도의 처벌은 있을거라고 생각했거든. 게다가 집 앞엔 정말 큰 경찰서가 있었기 때문에 (파출소X) 여기에 오는 경찰도 그 소속일텐데 쉽게 문제가 끝날 것 같지도 않고 전화 한번 잘못했다간 집안이 뒤집힐 것 같아서 쉽게 전화를 못걸었어.
(1,2편에서도 대충 언급했다 싶이 언니가 심하게 삐뚤어졌어)

그렇게 고민하던 사이에 문은 열렸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내가 걸어두었던 철장이 낸 소리에 남자도 놀랐는지 우리 둘 사이엔 정적이 흘러나왔고 내 등에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어.
그 때도 이걸 신고해야 하는건가 말아야 하는건가 많이 고민하게 되었지만, 일단 신고를 한다고 해도 경찰보단 부모님한테 연락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어.

참 웃긴게 안에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으면 부르면 될 것이지 아무소리 안내더라고 숨소리조차.
한 5분 정도 지났을까 문을 움직이는 소리가 났어.
남자는 문을 미친듯이 흔들었어. 마치 흔들면 문이 열린다는 식으로. 막 문을 흔들었어.
그러다 제 힘이 다 빠졌는지 문을 다시 닫고 가더라.

인터폰을 눌러 밖을 확인하자니 너무 무서웠었어. 누르면 밖에서도 바로 알아채거든.

그냥 엄마한테 연락을 하고 자초지종 내용을 설명했지만, 믿지 않는 눈치였어.
운도 좋게 그 날은 아빠가 일찍 집에 들어 온 날이어서 내가 낮에 있던 일을 설명했지만, 부모님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더라고
난 정말 어이가 없었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집 비밀번호까지 알아서 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려고 하는데
비밀번호는 물론 방범에 대해 더 신경써야 하는게 아닌가 싶은데 대책이 없다고 해야하나 별로 심각성을 못느끼는 것 같았어.

그때 언니가 들어왔고 난 언니한테도 이 얘기를 하면서 혹시 그 남자에 대해 아는게 있냐고 물어봤지만 모른다고 했고.

난 이 경험을 했을때 가장 충격적이었던게 우리 가족들의 태도였어.
집에 들어오려는 그 남자는 누군지 모르겠지만, 본인들의 범위 안에 들어오려는 낯선이에 대한 경계심 하나 없어하는 그 태도가
가장 괴기스럽더라고. 그나마 우리집에서 내가 가장 똥고집이라 (평소 말은 잘 듣는데 꼭 해야겠다 싶은건 말 안들음)
결국엔 비밀번호도 바꿨어. 난 1층 현관도 바꾸자고 했는데 더럽게 말 안듣더라.

그 이후로 난 1여년 정도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집에서 가장 마지막에 자는 사람이 됐어. (평균 수면시간 4시간 정도)
그러니 다들 자기 시작하면 현관에 가서 걸쇠를 걸어잠그고 다시 잠에 들려고 했고.

가끔 새벽에 언니가 나갔는데 들어올때 알아서 연락하겠지 하면서 또 걸쇠 잠궈서 언니한테 뒤지게 혼나기도 했어 (몰래 나간거기 때문에)
지금은 언니가 집을 나가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ㅎ 예전 같은 버릇은 없어졌지만, 만약 내가 자취를 시작하게 된다면 다시 시작될 것 같아.
  • tory_1 2020.11.16 18:49
    ㅠㅠ무서워 왜 가족들은 위험했다는걸 크게 인지못할까? 울집도 한번 그런경험있어서 알아... 혼자있었지만 톨이 현명하게 대처해서 다행이야
  • tory_2 2020.11.17 18:32
    무섭다ㅠㅠ 정말 톨이 현명하게 대처했네
  • tory_3 2020.12.18 21:37
    헐 가족들이 왜 경계심이 그렇게 안드셨는지 궁금하다...너무 재밌게 잘읽었어 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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